JTBC <사랑의 이해>는 총 16부작으로 티빙과 넷플릭스에서도 시청가능한데요. 이 드라마는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은행에서 벌어지는 연애, 로맨스, 결혼, 직장생활과 인생에 대한 날 것을 보여주고 있어 흥미로운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안수영(문가영 분)과 하상수(유연석 분)이 내리는 비를 바라보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겨울비 같아요."
"곧 추워지겠다. 싫다."
"대신 눈 오쟎아요."
"내리 때나 예쁘지. 쓸모도 없고."
"예쁜거 좋아하나 봐."
"헤어진 거예요?"
"왜 자꾸 와요?"
"우리가 잘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감당할 수 있어요. 난, 그게 뭐든."
"곧 그칠 것 같아요."
하상수는 안수영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표현하지만, 안수영의 마음은 다른 듯 한데요. 이제 하상수는 박미경(금새록 분)을 정리했고, 안수영도 정종현(정가람 분)을 정리해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두 사람이 잘 하면 되겠다 싶지만, 지금 상황은 말 그대로 혼돈chaos 그 자체라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 지 어리둥절한 상황이기도 합니다.
이런 와중에 은행직원들은 연말이라 '은행에서도 제공하지 않아도 될 서비스'인 달력을 또 열심히 말게 생겼다면서 투덜거립니다. 직장생활할 때 달력 말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소경필과 하상수는 '안수영 스캔들' 사건으로 인해 절친에서 원수 비슷하게 되어버렸는데요. 안주임은 공교롭게도 월차를 냈고 출장소에 갈 사람 지원자를 받을 때 박미경이 나섭니다. 어쩌다가 출장소에 가는데 박미경과 소경필이 같이 차를 타고 가면서 대화를 나눕니다.
"아프면 뭐 신경 꺼."
"그때만큼 최악이겠어?"
"그때도 아팠어?"
소경필과 박미경은 대학 때 커플이었는데, 미경의 집안의 반대로 결국 소경필이 사고를 친 후 마무리되었는데요. 소경필은 자신이 박미경과 어떻게라도 헤어지기 위해 미경의 절친과 잠자리를 했고 이로 인해 박미경도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소경필은 자신이 미경을 위해 자신이 아파하면서 사고를 쳤지만 상대인 미경은 이 모든 것도 모른 채 상처가 크게 받고 입원을 하고 그랬나 봅니다. 상수에게 선물할 차를 빨리 처분하기 위해 미경은 사촌 오빠 혁진을 만나면서 소경필에 대해서 묻자 옛날 이야기를 들춥니다. 소경필이 미경 자신이 소개해주지도 않았는데, 사촌 오빠를 알아본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진 셈인데요.
"큰 아버지까지 아셨어요. 소경필 부친이 사기전과가 있어."
"너랑 헤어지라고...너한테 아무 말도 안했어?"
집안이 미경의 '첫 연애'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 첫 연애 상대의 부친이 전과자라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소경필은 미경 앞에서 찌질한 감정을 더 이상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자신의 살을 갉아 먹은 셈이죠. 소경필은 그때 박미경을 위해 자신의 살을 갉아 먹은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 '안수영의 스캔들' 사건에서 스스럼없이 안수영의 제안을 받아들였는데요. 소경필은 박미경을 위해서 이런 일을 벌이는데요. 박미경이 이것에 대해 감격하며 감사할 지는 모를 일입니다.
한편 일단 돈을 벌기 위해 호텔직원으로 취업한 정종현(정가람 분)입니다. 이별 아닌 이별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종현을 향해 직장동료가 한 마디 합니다.
"그 여잔 잘 먹고 잘 살고 있을거다"
직원들끼리 말았던 달력을 안수영에게 가져다 주기위해 수영의 집 앞에 도착한 상수입니다. 두 사람의 감정교류의 추억이 달력에도 묻어 있기 때문이겠죠. 수영이 아픈 것을 알고는 상수는 늦은 시각에 사방에 돌아다니며 해열제와 몸살감기약을 챙겨서 안수영을 챙깁니다. 상수는 수영을 위해 죽까지 차려놓고 나옵니다.
'각자의 이유로 아팠던 그 밤이 얼마나 길었는지는 모른다. 지난 시간을 돌이켰을지도 다가올 시간을 두려워했을지도 모든 걸 조용히 했을지도 모를 그 밤 조용히 곱씹었다.'
죽까지 끓여 차려놓고 나온 상수.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사랑 흔하디 흔한 사랑'
그리고 휑한 베란다, 이전에는 화분으로 넘쳤지만, 종현과 동거하면서 그 자리를 다 치운 휑한 곳을 상수는 엿보았고 화분 선물을 놓고 갑니다. 화분에 붙은 포스티잇에 이런 글이 적혀 있습니다.
"베란다가 추워 보여서요."
사랑은 디테일합니다.
하상수의 안수영을 향한 마음과 사랑은 디테일합니다. 너무 구체적입니다. 시오노 나나미였던가요? "신은 세부에 깃든다"는 말을 했죠. 스토리가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은 디테일이 구구절절하게 때문입니다. 상수의 수영을 향한 마음은 구구절절합니다. 몸살 감기인 수영을 위해 약국에 몸삼 감기약, 해열제 뿐만 아니라 파스까지 사 온 상수를 보면서 이 양반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수영은 너무 대단한 마음을 가진 상수이기 때문에 어쩌면 뒤로 물러서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너무 대단하고, 너무 마음이 깊은 사람이라 뒤로 물러서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영포점의 '안수영 스캔들' 사건때 동영상을 찍은 대리가 근무하는 곳이 신도점인데, 마 대리와 안수영 주임이 그곳으로 발령이 났다는 공고가 뜹니다. 마대리는 사내연애를 하는 배은정 계장은 문서고에서 대화를 나눕니다.
"근데 하필 나이냐고?""결혼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헤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 같은 지점에 있건 없건. 프로포즈는 아니야."
훌쩍거리는 마두식 대리 옆에서 당차게 말하는 배은정 계장입니다. 이 커플 좀 웃깁니다.
늘 안수영을 잘 챙겼던 서민희 팀장이 수영에게 한 마디 합니다.
"하상수랑 뭐 있지? 네 마음을 다치게 하면서까지 지킬 건 없어. 내가 나를 지켜야 남들도 나를 만만히 안 봐."
맞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지키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직장생활하면서 상사의 기분과 성격과 기호에 맞추느라 정신 없었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갑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었는데, 그렇게 비위와 기분을 맞추면 내 안위와 신변이 조금이라도 나을까봐 그렇게 지냈는데요. 돌아보면 다 부질 없는 것 같습니다. 좋은 경험이긴 하지만, 좋은 시행착오의 과정이긴 하지만 그것이 내 마음을 자라게 했는가? 내 마음을 편안하게 했는가? 그게 요즈음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목입니다. 내가 나를 지키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내 마음의 평안, 내 마음의 안위, 내 마음의 건강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걸 '자존감self esteem'으로 표현해 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자존심self respect과는 다른 자존감입니다. 영어를 뒤져보니 다 비슷한 의미인데, 한글로는 분명히 다릅니다. 자존감과 자존심은 말입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할 때 '쓸데 없는 자존심은 좀 버려라' 뭐 그런 이야길 하는데, 자존심은 쓸데 없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자존감은 무조건 쓸데 있습니다. 필수적입니다. 자존감이 소용 없는 경우는 없습니다. 자존감은 내 영혼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내 자존심은 갈아넣을 수 있을지 몰라도 내 자존감은 건드릴 수 없는 대목입니다. 해석의 여지와 반론이 있을 수 있겠지만 대충 그렇게 생각하는 카알입니다.
한편 미경의 모친은 상수의 모친이 운영하는 샵에는 껄끄러운 관계로 더 이상 출입을 못하는 탓에 피부가 엉망이라면서 투덜거립니다. 박미경은 안수영을 만나 마지막 대활 나누는데요.
"너 이해 못해. 앞으로도 그럴 것 같고. 너랑 나 이게 마지막일 것 같아서. 네가 밉다, 진짜."
"고마웠어요. 미안했어요. 언니"
한편 수영의 부모가 운영하는 굴국밥 집은 가게를 내놓았습니다. 수영이 이유를 묻자, 부친은 이 말을 합니다.
"서울이 너무 춥다, 수영아!"
수영은 종현의 짐을 챙겨 공무원스터디 카페에서 차선재를 만나 짐을 건네 줍니다. 종현은 차선재를 통해 건네 받은 짐을 보면서 안수영의 안부를 또 선재에게 묻습니다. 어의없는 선재의 대꾸입니다.
"완전 행복해 보이던데, 그 언니는"
정종현은 수영이 선물해 준 탠디 시계와 수영이 찍어준 증명사진을 보면서 시험 포기하지 말라고 했던 수영과의 약속을 떠올립니다. 한편 박미경의 부친을 은행 대출관련 건으로 찾아간 상수에게 상견례까지, 신혼집까지 이야길 꺼내는 부친 앞에 당황한 상수를 두고 미경이 쉴드를 쳐 줍니다.
"나 선배랑 결혼 안 해. 결혼을 해도 내가 알아서 해."
"죄송합니다."
"나 어제 잘 잤다. 선배랑 헤어지는 게 겁나서 잠을 잘 못 잤다. 선배랑 헤어진다고 인생 끝나는 것도 아닌데 바보같이."
그러면서 미경은 두 사람의 연애를 시작했던 행운의 500원 동전을 들고서
"이걸로 정하자. 내가 선배 집에서 가져온 지도 몰랐지?"
라고 합니다. 앞면이 나오면 선배랑 나랑 헤어지는 것이고 뒷면이 나오면 아빠 말대로 내년에 상견례하고 결혼하는 것으로 정하고 동전을 던지는 미경, 동전은 뒷면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미경은 그걸 상수에게 보여주지 않고 '앞면'이 나왔다고 이야기합니다.
"앞면! 헤어지자, 우리"
"무슨 말이든 해. 넌 그럴 자격있는 사람이야."
"연인 사이에 뭐든 할 수 있는 자격은 사랑받는 사람이야."
미경은 박미경의 이름은 대한민국에서 흔하디 흔한 이름이고, 500원 동전 또한 흔하고 흔하기 때문에 미경이란 이름을 들을 때마다, 500원 동전을 볼 때마다 상수는 미경을 생각하며 미안해질거라고 하면서 그것은 '최면이 아니라 저주'라고 합니다.
"그래도 즐거웠어. 다치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좋았어. 고마워, 하상수, 잘가!"
그리고 차에 내려 걸어나오는 미경은 500원 동전을 강으로 던져버리면서 참았던 눈물을 흘립니다. 차 안에선 하상수가 눈물을 흘리는데요. 상수의 눈물의 정체는 뭐라고 해석할 수 있을까요?
하상수와 안수영의 인연이 뒤틀렸던 그 데이트장소에서 만납니다. 지금까지의 모든 뒤틀림은 이 데이트장소에 상수가 오려다가 되돌아간 시점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왜 여기서 보자고 했어요?"
"그냥요. 궁금했어요. 맨날 왔는데, 별 거 없네요. 비싸기만 하고."
"그때 처음 여기서 보자고 했을 때 무슨 애기하려고 했어요?"
"좋아한다고. 만나고 싶다고. 나랑 사귀자고."
두 사람이 유적지 같은 곳은 카페에 앉아 대화를 나눕니다.
"힘든 일 있으면 가끔 와요. 몇백년도 더 된 곳, 세월이 지나면 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말해주는 것 같아서."
"저거 만든 사람들도 연애도 하고 사랑도 하고 전쟁도 하고. 고작 사랑인데..."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눈 안 좋아한다면서."
"좋아했나 봐요."
"하계장님이 바라는 내일의 행복은 뭐예요? 베란다에 두고 간 화분의 꽃말이 '내일의 행복'인데."
상수는 꽃말을 몰랐나 봅니다.
"변수가 없는 삶, 그게 행복이라 생각했어요."
"하 계장님의 이름처럼."
"행복이라는 단어 때문에 불행해지는 것 같아요."
"다들 그렇게 살지 않나. 하루치의 불행을 견디면서. 이제부터 생각해 보려고요. 내 감정만, 내 행복만 생각하려고요."
인터넷을 뒤져보니 '내일의 행복'이라는 꽃말을 가진 꽃은 천냥금이라고 하네요. '내일은 행복'은 산호수이고, '내일의 행복'은 천냥금이라고 합니다.
"연락해도 되는 거죠?"
"안 된다고 해도 하쟎아요."
"내리지 마요."
"가는 거 봐 줄게요, 오늘"
안수영과 하상수의 엇갈린 인연이 다시 자신들이 엇갈리기 시작한 그 장소에서 데이트를 하면서 새롭게 인연이 이어져가는 싶었는데요. 그래서 더 분위기가 훈훈했던 것 같은데. 다음회차의 예고편을 보니 안수영이 그냥 가만히 있는 캐릭터가 아니군요. 약간만 스포하면...
"안수영, 사표썼어"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하상수가 안수영과의 두번째 만남에서 머뭇거림이 낳은 아픔이 꽤나 지속되고 또 다른 사람들이 끼여들고 미경도, 종현도 다치고 깨지고 결국 진심을 속인 사람들의 감정과 행동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다치면서 자신의 사랑과 삶과 자아를 찾아가고 있는 드라마 <사랑의 이해>입니다. 안수영이 하상수를 밀어내기 위해 벌인 '안수영 스캔들'은 어쩌면 자신이 종현과 비밀스럽게 동거한 것에 대한 도덕적인 죄책guilt를 느끼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요즘같은 시대에 동거까지 했다면 그것에 대해 자책하고 후회하는 것은 오히려 적반하장이기도 하고 어불성설이기도 한데요. 사람이 결심할때와 뒤돌아설 때는 또 마음이 다르니깐. 사람마다 혼전동거에 대한 입장은 다 다르고 해석이 다르기 때문에 뭐라고 딱 부러지게 이야기할 순 없지만. 안수영이 극단적으로 자신의 모래성을 무너뜨리는 것부터 시작해 사표까지 썼다는 것, 그리고 상수를 밀어내기 위해 더 나아가는 모습은 여러모로 연구대상(?)인 듯 합니다. 안수영의 캐릭터가 주는 맛과 멋이 있으니깐 <사랑의 이해>가 더 흥미로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상수의 내일의 행복에는 안수영이 있는 것 같은데, 안수영의 내일의 행복에는 하상수가 빠져 있는 느낌입니다...
오늘은 JTBC드라마 <사랑의 이해> 14회를 너무 늦게 포스팅했습니다. 요즈음 정말 시간도 잘 나지 않고 포스팅도 바람따라 물따라 하고 싶은 순간입니다. 힘을 뺀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연애도, 삶도, 일도, 포스팅도, 모든 것이 그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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