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카알입니다.
어쩌다가 <결혼작사 이혼작곡>을 보고 있는데요, 막장드라마까진 아니더라도 교묘하게 얼키고 설킨 이야기가 원래 드라마니깐 그렇다고 생각합니다만. 오늘은 그 드라마 등장인물 가운데 '신유신'(이태곤 분)이란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싶네요. 드라마를 보실 요량이시면 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모든 부부관계, 인간관계는 완전할 수도 없고, 완벽할 수도 없습니다. 인간이 원래부터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인간은 인간다울 때 가장 인간적인 냄새가 느껴지는데요, 이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 의 스토리에서 가장 완벽한 가정을 손꼽히는 커플이 바로 신유신.사피영 부부입니다. 남편은 정신과의사이고, 아내는 라디오방송국 PD입니다. 그리고 똑 부러지는 딸까지, 그리고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 재력이 있어서요 가난의 냄새를 찾아볼 수 없는 점이 시청자들의 눈을 멀게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만, 암튼 신유신.사피영 부부는 완벽합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만든 작가는 신유신의 아킬레스 건을 노출시켜주는데요, 그가 정신과 의사이지만, 정신적인 트라우마와 컴플렉스를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줍니다. 이태곤이 연기하는 무게감이 있어서 그의 약점이 거의 드러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드라마를 줄곧 보다 보면, 어린시절에 신유신(이태곤 분)이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젊은 나이에 간호사였던 새 엄마와 아버지가 재혼을 하게 되는데요, 신유신의 어머니부재에 대한 콤플렉스, 일종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새 엄마에게서 갈구하게 됩니다. 새 엄마를 '누나'라고 부르다가 장성한 이후에는 '김여사'라는 호칭을 부릅니다. '새 엄마'라는 호칭을 쓰지 않는데요, 어릴때부터 누나라고 불렀던 새 엄마와의 미묘한 관계는 신유신의 부친, 신기림(노주현 분)이 점점 노쇠화되어가면서 김동미(김보연 분)의 욕망은 남편이 아니라 지아 아빠인, 신유신에게로 향해집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김동미는 처음부터 신유신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음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이런 신유신이 겉으로는 자신의 와이프, 사피영(박주미 분)에 대한 열렬한 애정과 달달한 말들로 후리는데요, 이런 가운데 신유신은 비행기에서 아미(송지인 분)를 만나면서 서서히 균열이 가해지는데요, 그 균열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신유신이 정신과 의사이기 때문에 사람의 심리를 아주 교묘하게 잘 피해나가는 데요, 사피영이 신유신에게 얼마나 잘 보필하느냐 하면, 남편이 열이 많으니깐 샤워후에 시원한 느낌을 주기위해 속옷을 다려서 냉장고에 넣어둔다고 합니다. 그걸 신유신은 남들에게 자랑하기까지 하는데요, 그러면서도 신유신은 아미와의 불륜스토리에 빠져들어갑니다.
처음에는 물론, 주춤하긴 했는데, 그런 주저함에 아미는 자신이 살아왔던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려고 하자, 신유신은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지 않고, 다시 한국에 돌아오라고 확신을 줍니다. 그리고서 두 사람의 불륜사가 쓰여지게 되는데요, 얼마나 신유신이 적확하고 교묘하고 비상한지, 한번은 아내가 쓰던 향수를 아내 몰래 사진을 찍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그 향수의 향기가 좋아서 내연녀에게 주고자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보다 아내의 향수와 내연녀의 향수의 향기가 동일하게 하기 위해서 선물을 줘야겠고, 결국 똑같은 향수를 건네줍니다. 여기서 신유신의 머리에 탄복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ㅠㅠ 신유신은 아내 사피영에게 서프라이즈 선물을 자주 건네는데요, 부모님과 같이 가는 가족 여행을 병원 핑계를 대며 빠질 때 아내의 서운함을 미리 예방차원에서 달래주기 위해 명품백으로 서프라이즈해줍니다. 정신과 의사가 병원 핑계 댈 게 뭐가 있을까? 외과 의사처럼 당장 수술해야할 것도 없을텐데 뭐 그런 생각을 해 보기도 합니다.
아무리 신유신이 권모술수에 능하고 임기응변이 강하다고 해도, 사람의 관계의 색깔은 변하면 언젠가는 드러날 수 밖에 없는게 아닐까요? 어릴적 미국AFKN TV를 한번씩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일부다처polygamy 가족이 나와서 토론을 하는 것을 봤는데요, 중동국가나 세계의 특별한 어느 섹터를 제외하고는 법적으로 일부일처제인데요. 한 남자와 한 여자의 부부질서를 규정하는 것이죠. 신유신의 이러한 화려하고 럭셔리하면서도 번지르한 부부관계의 외피가 점점 벗겨지는데요, 아내가 사준 한정판 은색 파카를 우연히 아미가 입고 방송촬영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충격을 받습니다. 물론 신유신은 잘 넘어가겠죠. 말을 잘 하니깐(지금, 여기까지 보고 글을 적는 중입니다만).
우리 둘째 아들이 우연히 보다가 "이 사람 거짓말 진짜 잘하네!"라고 응수하더군요. 정말 화려하기 그지없고 완벽한 관계를 가장한 신유신의 이런 제스처가 언제 가면을 벗을지가 조금 기대가 되는데요. 정말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신유신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입니다. 어머니의 애정의 부재를 채우기 위해 시작된 그 잘못된 감정이 새 엄마 김동미 여사에게, 그리고 이제는 아미에게로 흘러갑니다. 물론 아미 또한 출생의 비밀을 가지고 있군요.
인간은 누구나가 다 콤플렉스나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가 다 약점이 있습니다. 결핍이 있다는 말인데요, 신유신은 자신이 정신과 의사이면서도 자신의 결핍의 동선을 체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원래 자신의 허물을 발견하지 못하면서도 다른 이의 허물을 잘 파악하는 존재인지라 그럴 수 있습니다. 이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에서 가장 추악한 캐릭터는 바로 '신유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새 엄마 '김동미'도 그런 면이 있긴 한데요, 그래도 한평생 노인네를 수발들면서 자신의 애기를 갖는 것도 포기하고 살았던 인생인지라 이해는 되는데요, 신유신은 너무 얼굴에 철판을 깔고 아주 완벽한 남편이자, 아빠로 자신을 포장하는데요. 그 결핍을 가장한 모든 행위가 언제까지 계속 될 수 있을까요?
세상에 완벽한 인간은 없습니다.
결핍없는, 약점 없는 인간도 없습니다.
하지만, 서로에게 솔직할 순 있습니다. 관계는 언제나 거짓의 불순물이 스며들면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법입니다. 여기 극중에 제일 사악한 캐릭터는 신유신입니다만, 얼굴 멀끔하게 생겨 항상 웃고 있는 이 배우, 신유신을 누가 함부로 욕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나쁜 건 나쁜 것이죠. 하지만, 우리가 신유신을 꼭 욕할 순 없습니다. 우리 모두에겐 누구나가 다 결핍의 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윤동주의 싯구의 한 문장처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떨 수 밖에 없고 흔들릴 수 밖에 없는 인생입니다. 하지만, 날마다 우리 자신의 얼굴에 뭐가 묻어 있는지 먼저 살펴보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모든 관계의 베이스가 아닐까 싶은데요. 오늘의 신유신(이태곤 분)의 극혐 캐릭터를 통해 우리의 결핍을 한번 생각해 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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