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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서시 - 작은 것이 아름답다 ①오래된 것이 소중하다

탐독: 탐서/시와 케렌시아

by 카알KaRL21 2022. 2. 25.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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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최근에 구매한 나태주의 BTS 노래산문 <작은 것들을 위한 시>에서 발췌한 '서시'를 가져와 봤습니다. BTS와 나태주가 만났다고? 풀꽃 시인 나태주와 함께 읽는 'BTS'와 '작은 시'라고 띠지에 적혀 있습니다.

 

 

 

 

 

 

책이 어떤 성격인지 조금씩 읽어가면서 발견해가고자 합니다. 요즈음 저의 독서력은 스피드에 있지 않고 머무름이 있다고나 할까요? 그냥 지금은 이게 좋습니다. 그럼, 나태주의 BTS산문에 '서시'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세상 사람들 새것만을 좋아하지
그게 인지상정 사람들 마음이야
새것만을 원하고 화려한 것,
비싼 것들만 찾아서 눈을 돌리지
오래된 것, 작은 것, 초라한 것,
낡은 것들에겐 관심조차 없지



그렇지만 말야
그게 정답일까?
끝까지 그럴 수 있을까?
오래된 것, 작은 것, 초라한 것,
낡은 것들을 제치고
새것과 큰 것과 화려한 것,
값비싼 것들이 저 혼자
존재할 수 있을까?



생각해봐, 조금만
마음을 조아려 생각해봐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들은
오래되고 낡은 것이고
초라한 것이고 작은 것들이야
왜 그걸 몰라
왜 그런 것을 눈감아



가족이 그렇고 우리의 집이 그렇고
내가 사용하는 물건 하나하나가 그렇고
내가 알고 지내는 사람들, 이웃들,
나의 친구가 그렇고
그 무엇 그 누구보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래.



오래되고 작고 초라하고
낡은 것들이 소중하고 나에게
의미있는 것들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 나의 세상은
새롭게 눈을 뜨는 세상이지
그야말로 새로운 세상
눈부신 세상이 되지



작은 것이 아름답다
오래된 것이 소중하다
초라하고 버려진 것, 낡은 것들이
귀한 존재들이다
그것은 새로운 눈뜸이고
새로운 시작 그 출발점이야



겨자씨라는 말이 있어
겨자씨를 사랑하란 말이 있어
겨자씨는 바람에 날릴 만큼
작고 보잘것없어도
싹이 터져 자라면 울울창창
커다란 나무가 된다는 사실!



부디 너의 마음속 콩의
씨앗을 보지 말고
소나무 씨앗을 보기 바라
소나무 씨앗은 비록 콩의
씨앗보다는 턱없이 작아도
집의 높이보다 크게 자라는
나무라는 사실 말이야



부디 콩의 씨앗을 커다란 함지에
심어 기르지 말고
소나무 씨앗을 그렇게 하기를 바라
콩의 씨앗은 아무리 크고 잘생겼어도
콩의 씨앗일 뿐이야
적어도 너는 솔의 씨앗이란 것
잊지 말아줘, 부탁이야.

 

나태주의 BTS산문은 BTS의 노래를 게재하고 후에 나태주가 해석을 젖은 듯한 느낌이 든다. 아직 이제 서시에 들어가는데, 아마 나태주의 시는 '서시-작은 것이 아름답다'가 이 산문집에서 유일한 것처럼 보인다. 내가 이 책을 읽는 느낌이 마치 아무것도 아예 모르고 동굴 입구에서 등불들고 더듬더듬 동굴 안 쪽으로 찾아들어가는 듯한, 탐색하는 이런 느낌인데 기분이 신박해진다.

 

 

나태주의 BTS노래산문



이 시는 '오래된 것'이란 화두가 1-5연까지를 구성하고 있다. 6-9연까지는 '작은 것'에 대한 화두로 구성되어 있다. 오늘은 1-5연에서 언급하는 '오래된 것'에 대해 잠깐 이야기하고 싶다.



생각- 오래된 것이 소중하다

 


생각해봐, 조금만
마음을 조아려 생각해봐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들은
오래되고 낡은 것이고
초라한 것이고 작은 것들이야
왜 그걸 몰라
왜 그런 것을 눈감아

-3연 중에서

 

우리는 새로운 것에 경이의 눈빛을 보내지만, 진짜 가치있는 것은 '오래되고 낡고 초라하고 작은 것들'이라고 말한다. 새것은 신세계를 경험한 듯한 충격미는 있겠지만, 깊이는 부족하다. 깊이는 시간을 요구한다. 깊이는 속성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숙성으로 되는 것이다. 인간관계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깊이도 속성으로 후다닥 되는 것은 사달이 난다.




요즘 즐겨 보는 <기상청 사람들>에서 한기준과 채유진이 결혼에 골인을 했지만, 그 두 사람 사이에는 짜릿한 바람(서로의 애인의 눈을 피해 애정행각을 벌였다!)은 존재했지만 관계의 깊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속성으로 만들어진 관계는 그 댓가를 요구할지도 모른다. 물론 처음엔 엇나갔어도 나중에 원만한 관계의 궤도로 올라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내가 한기준과 채유진의 관계를 너무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인간사라는 것이 언제나 바른 생활처럼 되는 것은 아니기에 말이다. 하지만 속성이 아닌 숙성으로 된 관계는 의미의 왕관을 씌워 줄 것이다.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은 속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숙성에 의한 결과물인 것 같다. 고전Classic이란 말이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 깊고 그윽한 맛이 나는 숙성미가 우리 삶 가운데 넘쳤음 좋겠다.


나태주 시인은 43년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고, 2007년 공주 장기초등학교 교장으로 퇴임했다. 그는 78세의 노인이다. 현대는 늙는다는 것, 나이가 먹어간다는 것을 혐호하고 싫어한다. 좀더 젊게, 젊어 보이게, 젊은 척 하는게, 나이 어려보이는 것을 선호하는 시대이다. 이런 트렌드가 때로는 늙음이 주는, 노인의 위치에 대해 가지는 감정, 존재감에 대한 존중까지도 갉아먹을 때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나태주 시인은 노인이다. 나태주 시인이 70대 말의 노인이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우리에게 묵직하게 해 줄 수 있는 것이다. 세대와 나이와 위치는 저 마다 그 자리에서 우리에게 다 필요한 쓰임새와 용도가 있는 듯 하다. 어르신한테 쓰임새와 용도라는 말이 어울리진 않지만, 그 자리position이 그렇다는 의미이니 오해는 없길 바란다.



4연이다.


가족이 그렇고 우리의 집이 그렇고
내가 사용하는 물건 하나하나가 그렇고
내가 알고 지내는 사람들, 이웃들,
나의 친구가 그렇고
그 무엇 그 누구보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래.

 

사람은 오래된 사람, 오래된 관계, 속성으로 된 것이 아니라 숙성으로 된 관계가 좋다고 앞에서 이야기했는데, 가족, 우리 집, 내가 애용하는 물건, 친구, 이웃, 지인,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렇다고 시인은 말한다.


오래 된 것이 아름답다...

(근데 후다닥 감상을 적고 나니 이 문장이 시 안에 있다…”오래 된 것이 소중하다!” 그게 1-5연까지를 드러내 주는 더 좋은 문장인 것 같다)

오래 된 것이 소중하다…





*.이 BTS산문 <작은 것들을 위한 시>의 서시에서 첫번째 주제로 파악한 '오래 된 것이 소중하다'로 포스팅을 해 보았다. 오늘은 더 이상 길게 글쓰기가 힘들 것 같아 첫번째 주제인 '오래 된 것이 소중하다'는 주제만 마무리하는 것에 만족하고자 한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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