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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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안부

탐독: 탐서/시와 케렌시아

by 카알KaRL21 2022. 5. 1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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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의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에 게재된 시 '안부'입니다. 평범하면서도 짧고 간결한 그의 시의 맛을 아시는 분들은 '안부'라는 시에서도 그 느낌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어 공유해 봅니다.

 

 

 

 


안부



오래 
보고 싶었다

오래
만나지 못했다


잘 있노라니
그것만 고마웠다.

 

 

진짜 보고 싶었던 사람, 그러나 만나지 못했던 사람, 또는 지금도 만날 수 없는 사람, 안부만이라도 전할 수 있는 사람일 수 있겠다. 과거와 나와 인연이 있었고 관계가 있었고 의미가 있었는데, 오랫만에 만나서 안부를 묻는다. 아니면 멀리서나마 전화로, 메시지로 안부를 묻는다. 당장이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만남이 주선되지 않고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시인이 이야기한 3연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잘 있노라니

그것만 고마웠다.

 

 

잘 있다는 것, 안부를 물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잘 있노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싶다. 20대에 사랑했던 연인이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고 잘 살고 있다. 어떻게 연락이 되었다. 너무 반가웠다. 안부를 물었다. 그리고 우리 젊은 시절에 너무나 사랑할 수 있어서, 너무나 서로를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어서 고마웠다고 서로 피드백을 나눴다. 그녀는 나에게 자신이 떠났지만 자신을 위해 내가 기도해 주었기 때문에 지금 잘 살고 있나 보다 라고 말했다. 그녀를 떠나 보낼 때 내 인생은 엄청난 고통의 터널을 지났지만, 그 시간 보다 행복했던 추억을 되새길 수 있어 고마웠다. 그 말도, 그녀의 삶도 너무 고마웠다. 우리 인생에 있어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20대의 '기쁜 우리 젊은 날'이었다고 서로 감동을 주고 받았다. 만날 수 없어도, 연락할 수 있어 안부 물을 수 있고, 잘 살고 있다는 것에 참 고마웠다. 그리고 거기까지만. 잘 살아...

 

 

 

 

 

잘 있노라니 그것만 고마웠다. 나태주의 <안부>라는 시를 해석하다 보니 옛날 연인 이야기가 나왔다. 살면서 우리는 수많은 인연을 만난다. 그때 그때 만난 수많은 인연으로 감사하고 잘 있다고, 잘 살고 있다고 하면 감사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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