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시인의 신간 시집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에 게재된 시 '식욕'이란 시에 대해 오늘은 한번 감상과 해석을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나태주 시인의 혜안을 표현한 '식욕'이란 시는 과연 어떤 느낌일까요?
식욕
식욕은 삶의 의욕
삶의 찬가
먹고 싶을 때 먹어라
마음껏 먹어라
그렇다고 너무 많이 먹어서
뚱보가 되지는 말아라
술 마시는 건 낭만의 시작
빙글빙글 돌아가는 세상이 있다
눈부시게 보이는 하늘이 있다
마실 수 있을 때 실컷 마셔라
그렇다고 술주정배이가 되지는 말아라
너의 식욕을 축복한다
너의 음주를 찬양한다
고기를 주는 짐승들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고기도 먹고 싶을 때 먹어둬라
언젠가는 먹으라 해도
먹지 못할 때가 온단다.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드Sigmund Freud는 인간의 욕구에 따라 단계를 나뉜 것으로 유명한데요.
이렇게 5가지 단계로 나눴다고 합니다.
제가 여기에서 심리학 이론이나 프로이드 이론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대학시절에 프로이드에 대해 들으면서 유독 기억에 남는게 이것이라 한번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인간에게는 가장 큰 욕구가 바로 생존의 욕구이고, 거기에는 식욕이 빠질 수가 없습니다. 먹어야 사는 것이니깐 말이죠. 학창시절에 영어문장 중에 '살기 위해 먹는다Eat to live', '먹기 위해 산다Live to eat' 이란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과연 우리는 먹기 위해 사는가? 살기 위해 먹는가? 당연히 살기 위해 먹습니다. 하지만 먹는다는 것, 식욕은 굉장히 중요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먹지 않으면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먹는다는 것을 무시하거나 배제하거나 천시 여겨선 아니 됩니다. 물론 요즘 맛집, 먹방이 대세이긴 한데요. 너무 여기에 몰입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요즘 맛집, 먹방투어가 하나의 취미생활로 여겨짐을 받는 시대인지라 뭐라고 할 말은 없는데요. 그만큼 식욕은 우리 삶의 풍성하게 하고 즐겁게 하고 윤택하게 하는데 빠질 수 없는 대목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를 흔히 '먹고 살기 위해서'라고 하는데요. 정말 '먹고 사는 것'은 인간의 가장 중차대한 일이고 사안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오늘 나태주 시인은 인간의 먹고 마시는, 식욕과 음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여기에 대단한 통찰이나 사유가 있어 보이진 않지만 중요한 것은 "식욕에도 타이밍이 존재한다"는 생각입니다. 사람이 항상 젊으면 좋고 항상 에너지와 활력이 가득하면 좋겠지만 인간은 언젠가 늙고 병들고 결국은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을 가졌는데요. 그래서 예전에 스핑크스가 퀴즈를 냈던 일화 기억하시죠? 퀴즈는 이러했죠.
"목소리는 같지만 발이 4개가 되기도 하고 발이 2개가 되기도 하고 발이 3개가 되기도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퀴즈 문제는 여러가지 변형이 있었는데요. 아침에는 발이 4개, 정오에는 발이 2개, 저녁에는 발이 3개인 동물은 무엇인가? 뭐 이런 식으로 변형이 있었는데요. 정답은 바로 '사람'입니다. 인간은 어릴 적에는 손과 발로 기어다니지만, 나중에는 두 발로 걸어 다니죠. 하지만 나이가 들면 허리에 힘이 없어 지팡이를 짚고 걸을 수 밖에 없는 노인신세를 퀴즈로 나타난 것인데요. 나이가 들면 두 발로 걸을래야 걸을 수가 없어서 지팡이를 의지하거나 휠체어를 의지하거나 요즘 어르신들이 타는 전동휠체어를 의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인간의 병약하고 나약한 신체는 식욕에도 영향을 미쳐서 먹는 것도, 마시는 것도 제약이 있을 수 있습니다. 결국 더 심각하면 요양병원에서 수액을 의존하면서 인생을 마감해야 하는 것인데요.
그러기에 나태주 시인은 식욕은 '삶의 의욕', '삶의 찬가'라고 했고(1연), 음주는 '낭만의 시작'(2연)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식욕과 음주에 대해 '축복하고 찬양한다'(3연)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식욕도, 음주도 타이밍이 존재하기 때문'인 것입니다.
'카르페디엠'이란 말은 굉장히 유명한 말인데요. 말 그대로 '현재를 잡으라, 오늘은 잡으라' 이런 의미이죠. '현재, 오늘을 즐겨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가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모든 것, 식욕도, 음주도 누릴 수 있을 때 마음껏 누리고 즐겨라는 선배 나태주 시인의 시라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만약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 (And if not now, when?)
카르페디엠에 관련된 문장을 찾아보니 위의 문장도 있군요. YOLO에 적합한 문장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너무 과용하거나 남용하지 않는 선에서 현재를 즐기는 지혜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오늘 살펴본 나태주의 '식욕'이란 시는 이전에 스펜서 존슨이란 작가가 했던 'Present is present'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우리의 식욕도, 음주도 주어진 선물과 같은 현재(오늘) 가운데 잘 즐기는 것도 인생의 지혜가 아닌가 생각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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