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영화 캐스트 어웨이가 주는 메시지(ft. 나태주의 '고백')

탐독: 탐미/영화M

by 카알KaRL21 2022. 3. 22. 15:20

본문

영화 <캐스트 어웨이>의 주인공, 척 놀랜드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교훈을 한번 살펴보고자 한다. 인간이 본질적으로 얼마나 외로운 존재인가를 영화를 통해 진단해보고 나태주의 시도 함께 곁들어 감상해보고자 한다.

 

 


고백



외로운 사람은 외로움의 냄새
잘 맡는다지요?
힘겨운 날들
당신 한 사람 마음속에
반딧불로 고마웠습니다.


 

나태주의 시 <고백>을 감상하면서 영화 <캐스트 어웨이>의 내용을 콜라보로 엮다가 보니 영화 리뷰가 더 강한 느낌이 되고야 말았다. 시 리뷰가 아니라 영화 리뷰로 카테고리 자체를 옮기는 결과를 초래했지만, 그래도 만족한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 Cast Away>의 외로운 인간, 척 놀랜드

톰 행크스가 주연한 영화 <캐스트 어웨이 Cast Away>는 2000년 서바이벌 드라마 영화이다. 이 영화는 태평양의 피지에 있는 섬, 모 누리 키(Monuriki)에서 찍었다고 한다. 줄거리는 아시다시피 비행기 추락 사고로 무인도 떨어진 주인공, 척 놀랜드의 스토리이다. 4년 동안 주인공이 무인도에서 생존하였다가 극적으로 구출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무인도에 떨어진다면 당신은 어떨까? 여러분 나름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시는 건 상관이 없겠다. 중요한 것은 오늘은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가 시의 소재이니 척 놀랜드의 외로움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볼까 한다.

 

 

 

무인도에서의 척과 윌슨

척 놀랜드는 너무나 외로운 나머지 대화할 상대가 없어서 추락하면서 챙겨놓은 배구공 윌슨 Wilson에다 이목구비를 그려서 대화한다. 무인도에서 얼마나 외로울까? 척은 약혼녀 켈리 프리어스(헬렌 헌트)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생사여부도 알려줄 수 없는 무인도에서 완전 영원히 존버 해야 할 지경이다. 오히려 목숨을 끊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 있는 처지이다. 그런데, 척은 목숨을 유지해나간다. 윌슨에게 자신의 외로움을 털어놓는다. 자신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윌슨의 도움을 구한다. 윌슨은 아무것도 해 줄 수가 없다. 그냥 척이 캐릭터화 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 정말 척은 미치기 일보 직전이지만, 그렇게 삶을 연명한다. 

 

 

 

외로운 사람은 외로운 냄새

잘 맡는다지요?

 

 

무인도에서 배구공 윌슨에게 이목구비를 그려넣어 캐릭터화한 윌슨 이미지
무인도에서 유일한 친구가 된 배구공 윌슨

 

 

외로운 사람, 척의 윌슨과의 이별

윌슨은 외로운 사물일 뿐이지,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외로움도 모르는 무생물, 사물일 뿐이다.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관계를 이어가면서 살아가야 하는 척 놀랜드, 그리고 배구공이 무인도에 처박혀 제대로 자신의 기능을  할 수도 없는 것을 외로움으로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쨌든 여긴 내 블로그이고 내 멋대로 시 해석하는 섹터이니깐 넓은 아량으로 봐주시길 바란다. 외로운 척은 윌슨을 벗 삼지만, 때론 너무 화가 나 바닷가로 던져버렸다가 다시는 버리지 않을게라고 하면 주워 오기도 한다. 그러다가 뗏목을 만들어 윌슨과 같이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데, 윌슨이 둥그니깐 날아갈까 봐 나무에다 끼워뒀는데 그게 척이 잠시 잠든 사이에 바다로 떠내려가 버린다. 그때 척의 눈에서 눈물을 흘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무인도에서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주었던 윌슨을 떠나 보내고 고통스러워하는 뗏목 위에서의 척의 모습 사진
뗏목 위에서 윌슨을 떠나보내야만 하는 상실의 감정에 통곡하는 척

 

 

그때 척이 윌슨에게 이 시를 고백했다고 치면,

 

 

 


고백



외로운 사람은 외로움의 냄새
잘 맡는다지요?
힘겨운 날들
당신 한 배구공Wilson 마음속에
반딧불로 고마웠습니다.

 

 

 

좀 어불성설하지만, 뭐 그래도 외로운 객체끼리 잘 지냈다는 말씀이다. 때때로 우리가 너무나 외롭고 힘들고 견딜 수가 없을 때 이런 작은 미물 하나, 배구공 하나가 척을 생존해 할 수 있었다는 것을 떠올린다면, 인간의 존재 본질 자체가 인간관계없이 견딜 순 없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어떤 열악한 상황 가운데서도 살아가고자 하는 한 인간의 의지가 무엇보다도 우선순위 이기겠다 싶다.

 

 

 

외로운 사람, 척의 캘리와의 이별

무엇보다, 척이 4년 동안 생존하고자 했던 이유는 약혼녀 캘리 때문이었다. 캘리에게로 나아가기 위해 버티고 버티면서 윌슨의 도움을 받아서 구조받는다. 막상 캘리를 찾아갔을 때, 캘리는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로 가정을 이루고 있었다. 척의 상실감은 얼마나 클까? 얼마나 허무할까? 자신이 무인도에서 버텨온 이유는 한 인간으로서의 생존이기도 하지만, 한 여자 캘리의 약혼남으로서 버티고 버틴 무게감이 크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너무나 부질없는 짓이라는 생각을 하게끔 하는 척과 캘리의 만남이었다. 캘리의 입장에서도 보면, 생존 여부를 알 수도 없는 척을 마냥 기다릴 수가 없었을 것이다.

 

 

 

 

외로운 사람에게 필요했던 건 희망?

그렇다면 척의 인생이 너무 허무한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척을 버티고 버티게 만들 수 있었던 이유가 된 캘리가 척과 앞으로 함께 할 수 없지만, 척에겐 유의미한 일이다. 왜냐하면 캘리의 존재에 대한 갈망이 없었다면, 그는 무인도에서 버티지 못했을 수도 있다. 캘리의 소식을 아무것도 들을 수 없는 무인도였기 때문에 오히려 척은 더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스마트폰이나 SNS가 있어 캘리의 결혼 소식을 들었다면 척은 무인도에서 윌슨과 함께 자살했을 수도 있겠다. 희망이 없는 그에게 희망의 불씨가 되었던 캘리마저 떠났으니 말이다. 캘리의 존재가 유의미한 것은 척 놀랜드의 무인도 생활에 희망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캘리의 사진이 담겨있는 조금 큼지막한 열쇠고리같은 이미지
인생의 한 시절의 반딧불이었던 척의 약혼녀, 캘리의 사진

 

 


힘겨운 날들

당신 한 사람 마음속에
반딧불로 고마웠습니다.

 

 

 

 

반딧불이 주는 위로와 희망

캘리는 척에게 잠시나마 '반딧불'의 희망이 되어 주었다는 것 하나 만으로  감사한 것이다. 비록 그녀는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캘리라는 희망의 불씨는 꺼졌다면, 그는 살아남았다는 것만으로 캘리는 이제 필터링되는 것이고, 또 다른 희망을 찾아 달려가는 것이다. 척은 외로운 냄새를 무인도에서 지겹도록 맡았지만, 세상으로 나왔을 때 또다시 외로운 냄새를 풍기게 된다. 하지만 또 다른 외로운 사람, 이제는 떠난 캘리도 아닌, 윌슨 배구공도 아닌 또 다른 존재가 그를 반겨줄 것이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의 마지막에서 새로운 인연에 대한 가능성을 갈림길에서 보여주고 있다.

 

윌슨을 떠나보내고&#44; 캘리를 떠나보내고&#44; 인제 새로운 갈림길에 서 있다는 것을 화면을 보여주는 척 놀랜드의 사진
인생의 갈림길에서 서 있는 척 놀랜드, 영화의 마지막 장면

 

 

우리는 누구나 외로운 사람, 조난자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언제나 외로운 지경, 외로운 존재가 될 수도 있고, 이게 더 나아가 영화에서럼 우리도 '캐스트 어웨이'(castaway)가 될 수 있다. 이게 cast away(난파하다, 버리다)가 아니라 castaway로 두 단어가 붙게 되면 '조난자'라는 명사가 된다. 우리는 누구나가 인생에 있어 관계로부터, 환경으로부터, 사람으로부터, 소유로부터, 물리적, 정신적으로 조난자가 될 수 있다. 외로울 수밖에 없는 인생은 언제나 또 다른 사람, 또 다른 무언가를 찾게 된다. 인생에 있어 '조난자'라는 상실감과 외로움과 고독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척 놀랜드와 같이 무인도에서 살아남기와 같은 심각한 상황까진 아니더라도, 우리는 언제나 이런 리스크를 안고 살아간다. 그때 잠시나마 외로운 인생, 조난당한 인생에 안식과 위로를 주었던 인생들에게, 고마웠던 반딧불의 관계들에게  '반딧불로 고마웠습니다'라고 인사하는 나태주의 시 '고백'인 듯하다. 

 

 

 

뗏목에 떨어져 망망대해로 가버리는 윌슨을 붙잡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지만 결국 윌슨을 떠나보내야만 했던 척이 바닷물 위에서 허우적거리는 사진
윌슨을 떠나보내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척의 모습

 

 

 

누군가를 영원히 소유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 위해 우리에겐 이별이 필요하다

문득 유튜브에서 <캐스트어웨이>영상을 뒤져보았다. 그리고 그 영상을 잘 보고 캡처도 했다. 그런데, 그 유튜버는 영상이 10여 개가 4-5년 전에 업로드된 이후로 영상이 없었다. 괜찮은 유튜브인 듯한데, 그 유튜버의 신변에 문제가 생긴 것일까? 혹시나 죽었을까? 

 

 

"누군가를 영원히 소유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는 필연적으로 이별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이 말은 우리가 영원한 존재가 아닐 뿐더러 우리의 관계도 영원한 관계가 될 수도 없고, 한 인간이 또 다른 인간을 소유한다는 것, 더군다나 영원히 소유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생에 우리는 수많은 이별을 늘 받아들여야만 하고, 그런 연습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척 놀랜드가 윌슨 배구공을 끝까지 지키려고 했지만, 지킬 수 없었다. 또한 약혼녀 캘리를 그렇게 사모하며 갈망하며 기다렸지만 그녀와도 이별을 해야만 했다. 윌슨을 떠나보내고 망망대해 바다 위의 뗏목 위에서 통곡하며 우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인생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다. 이 영화가 명작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러한 심각한 통찰을 관객에서 선사해주기 때문이다. 

 

 

 

 

척 놀랜드를 생존케 한 또 하나의 이유, 바로 사명감 Mission

척은 미국의 유명한 택배회사 Fedex의 사원이다. 그는 무인도에서 가져온 택배, 4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고객에게 택배를 배달해준다. 척은 무인도에 난파되기 전에도 유능한 택배관리회사 직원이었다. 그는 뜯기지 않는 그 소포를 4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배달한다. 그러면서 이 메모를 남긴다.

 

"이 소포가 절 살렸어요. 고마워요"

 

척이 4년 만에 고객에게 택배를 전달하기 전에 메모를 적는 스틸컷 &#39;이 소포가 절 살렸어요&#44; 고마워요.&#39;라고 적고 있다
척이 무인도에서 가져온 소포를 고객에게 전달하기 전의 장면

 

 

 

영화 <캐스트 어웨이>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영화인 듯하다. 우리를 살게 하고 숨 쉬게 하고 버티게 하는 것이 사람이든, 사명이든, 아니면 심지어 배구공 Wilson이든지 간에 우리가 얼마나 외로운 냄새나는, 외로운 존재인지를 늘 자각할 수 있었음 한다. 영화가 척 놀랜드를 무인도에 떨어뜨린 것은 인간이 얼마나 외로운 존재인지, 고독한 존재를 더 부각시켜주는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다. 결국 우리는 결코 혼자서만 독불장군처럼 지낼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 인생을 거쳐가는 수많은 반딧불에 감사할 수 있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

 

 


고백



외로운 사람은 외로움의 냄새
잘 맡는다지요?
힘겨운 날들
당신 한 사람 마음속에
반딧불로 고마웠습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