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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사람들 6회 다시 읽기 (feat. 마종기의 '비 오는 날' 시)

탐독: 탐서/시와 케렌시아

by 카알KaRL21 2022. 2. 28.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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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기상청 사람들> 6회에선 마종기 시인의 <비오는 날>이란 시가 자주 낭송되었다. 그 시가 어떤 시가 찾아보고 드라마 리뷰를 짤막하게 하고자 한다. 드라마에서 한 번씩 시가 나오면 그게 인기시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비 오는 날  -마종기


구름이 구름을 만나면 
큰 소리를 내듯이
아, 하고 나도 모르게 소리치면서
그렇게 만나고 싶다, 당신을.



구름이 구름을 갑자기 만나면
환한 불을 일시에 켜듯이
나도 당신을 만나서
잃어버린 내 길을 찾고 싶다.



비가 부르는 노래의 높고 낮음을 
나는 같이 따라 부를 수가 없지만
비는 비끼리 만나야 서로 젖는다고
당신은 눈부시게 내게 알려준다.


 

 

진하경이 이시우에게 우리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자고 레스토랑에서 이야기하는 장면입니다
기상청사람들 6회

비는 비끼리 만나야 서로 젖는다고

구름이 구름을 만나고....비는 비끼리 만나야 서로 젖는다고 당신은 눈부시게 내게 알려준다.

 

 

얼키고 설킨 <사내연애 잔혹사 편>의 '기상청 사람들' 5-6회는 이시우와 진하경이 서로 뒤틀릴 뻔 했다. 이시우의 아버지가 도박자금으로 이시우에게 계속 돈을 해 달라고 재촉했다. 더 나아가 진하경을 찾아와선 돈 천만원을 빌려달라고 했다. 그 전날 진하경과 엄도한이 같이 현장점검차 나갔다가 술 자리를 늦게까지 하게 되고 집에서 가출(?)하다 싶이한 엄도한은 집에 가질 못하고 진하경이 모텔로 데리고 가는 찰나에 모텔 입구에서 이시우를 마주친다. 이시우는 아버지가 해 달라는 돈을 들고 찾아갔지만, 아버지는 도박판에서 도박자금이 없어서 시우를 부른 셈이었다. 분노하고 실망하면서 모텔을 나오는 순간 마주친 진하경. 이시우와 진하경이 또 꼬일 뻔 한다. 


비가 부르는 노래의 높고 낮음을 
나는 같이 따라 부를 수가 없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진하경의 어머니는 딸 걱정 때문에 응급실에 갈 신세가 되고 정신없이 상황이 돌아간다. 진하경은 이시우에게 우리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자고 한다. 뒤틀릴 것만 같은 상황 가운데...

 

'비가 부르는 노래의 높고 낮음을 나는 같이 따라 부를 수가 없지만'

 

이시우(송강 분)의 아버지의 도박 습관을 들은 진하경(박민영 분), 그런데 회사까지 찾아와 돈을 빌려달라는 이시우의 아버지, 이해할 수 없는 이시우의 부친이이다. '비가 부르는 노래의 높고 낮음을 나는 가이 따라 부를 수가 없지만'...이시우는 진하경이 자신의 어머니와 단란한 응급실에서의 정경을 보면서 매몰차게 돈 없다고 했던 아버지를 찾아가 돈을 건넨다. 그때서야 이시우는 아버지가 진하경을 찾아간 것을 알고는 분노하며 아버지의 멱살을 잡으며 더 이상의 자신의 인생에 끼어들지 말라고 윽박지른다.  '비가 부르는 노래의 높고 낮음을 따라 부를 수가 없는' 현실에 절망할 수 밖에 없는 시우에게 진하경은 자신의 어린 시절의 상처를 끄집어낸다. 소녀 시절에 집으로 돌아왔을때 집안에 온통 빨간색 차압/압류 딱지에 붙여져 있고 조용하고 차디찬 적막감이 감돈다. 그런데, 창 너머에 비치는 검은 그림자를 보는 순간, 그 순간이 바로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보는 순간이었다고 고백한다. 

 

 

 

당신은 눈부시게 내게 알려준다

비는 비끼리 만나야 서로 젖는다고
당신은 눈부시게 내게 알려준다.

 

시우의 상처받은 영혼을 보듬어 주는 하경의 얼싸안음이 바로 '비는 비끼리 서로 젖는다고 당신은 눈부시게 내게 알려주는' 셈이다. 하경이 받은 아버지에 대한 깊은 상처가 시우가 가진 상처를 보듬어 안아 '서로 젖어든다'. 시우는 절망할 수 있었지만, 하경은 과감하게 '같이 살자'고 하면서 시우에게 손을 건넨다. 5-6회에서 흔들릴 것만 같은 두 사람의 관계가 이렇게 달달하게 또 마무리된다. 

 

 

 

삶은 여전히 힘들고 낯설지만, 드라마라도 이렇게 해피엔딩 중이라 기분이 좋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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