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풀꽃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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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풀꽃2

탐독: 탐서/시와 케렌시아

by 카알KaRL21 2022. 3. 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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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의 <풀꽃. 2> 란 시를 읽고 생각의 편린들을 담아 보고자 한다. 나태주의 풀꽃시리즈 시는 유명하기도 유명하다. 짧고 간결한 맛에다가 묵직한 멋을 지니고 있는 그의 시를 대할 때면 마음이 평온지는 느낌이다. 한번 같이 느껴보자.

 

 

 

 

풀꽃. 2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풀꽃. 2'에 대해 생각하다

 

 

이렇게 단순하고 담백하고 깔끔함이 얼마만인가 싶다. 나태주 시인의 이 인터넷 시를 보면서 '우와'란 감탄사가 나왔다.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이름은 존재를 반영하는 것이고 그 이름을 불러주는 것은 특별한 행위이다. 넷플릭스의 자랑인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조이현이 연기한 최남라는 드라마에서 자신의 이름이 불리길 원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녀를 '반장'이라고 뭉뚱그려 불렀다. 반장이란 말이 가진 느낌은 또 다르겠지만, 최남라 개인은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길 원했다. 반장이라고 할 땐 최남라는 존재가 그 반장이란 타이틀 뒤에 숨어 있다. 그래서 최남라라는 개채성, 개인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반장은 책임감의 타이틀이고, 직함의 제목이다. 평생 반장 해 보지 못한 사람에게 자신의 이름보다 '반장'이 더 묵직하게 다가올 수 있지만, 그것도 개인차이다. 최남라에겐 반장으로 불리기 보다 최남라로 불리길 원했다. 거기엔 개체성이 살아 있을 수가 없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 출연한 조이현이 연기한 최남라 사진
지금 우리 학교는 에서 조이현이 연기한 최남라(사진: 조이현 인스타)

 

 

세상은 반장은 엄청나게 많지만, 최남라는 하나 뿐이다. 최남라는 반장이란 장벽 뒤에 숨어있을 수 밖에 없었다. 아무도 자기의 이름을 불러지지 않았기 때문에 외로웠고 그래서 모범생이고, 전교1등이지만 흡연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름을 알고 나니 그들과 친구가 되었다. 좀비사건으로 인해 그들의 인격은 서로 좌충우돌, 위기상황 가운데서 그들은 더 연대감을 가지게 되었고 최남라는 나중에 옥상에서 불 피우는 것을 힘들어할 때 자신의 라이터를 결국 내어준다. 그러면서 자신의 흡연을 친구들 앞에 폭로한다. 자신의 아킬레스 건이자 치부인 흡연이지만, 그들에게 폭로하고 까발릴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것들은 그들이 '남라'라는 이름을 불러주었기 때문이다. 그 어떤 관계든지 간에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은 서로를 존중하다는 증거이고 관계가 발전해갈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 그 이름을 불러줄 때 이웃이 되고 이웃의 색깔을  경험하게 된다. 최남라와 2학년 5반 아이들은 갈등이 없을 수 없었다. 하지만, 최남라가 방송실에서 이나연이 경수에게 건넨 손수건에 좀비의 피를 뭍힌 것을 목격한 것을 아이들 앞에 털어 놓는다. 최남라의 색깔이 드문드문 보여진다. 좀비로 넘어가지도 못하고, 인간으로 완전 돌아갈 수도 없는 어중간한 존재이지만, 최남라의 캐릭터는 확실히 학교반 아이들에게 무슨 색깔이 보여주었다. 무채색의 반장이 아니라 이제 최남라의 자기 색깔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 최남라와 아이들은 친구가 된 것이다.

 

 


모양까지 알게 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모양까지 알게 되면 연인이 된다'... 모양이 뭘까?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몸매가 좋은 연인들에겐 육체적인 모양, 근육질의 다부진 몸매라든가, 식스팩, 아니면 똥배, 작고 마른 체구, 아주 매력적인 엉덩이나 가슴, 떡 벌어진 어깨 등과 같은 육체적인 매력을 모양으로 지칭할 수도 있겠다. 또는 정신적인 상처와 아픔과 과거사를 공유한 이들에겐 그들의 영혼의 상처의 모양, 트라우마의 생김새로 상상해 볼 수 있겠다. 모든 이와 친구가 될 수는 없겠지만, 다소의 사람들과는 친구가 가능하다. 하지만, 다수의 사람들과 연인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카사노바나 돈쥬앙처럼 몸을 섟는 표면적인 행위는 가능하겠지만, 영혼의 자아까지 공유하는 것은 연인만이 가능한 것이다. 이것은 나는 20대 때 '영적 동침(성교) spiritual intercourse'라고 불렀다. 영혼이 뒤섟이고 결합하는 과정이 '모양까지 알게 되'는 연인인 셈이다. 

 

 

그러다가, 마치 뭔가에 들킨 것처럼 시인은 말한다.

 

 

 

'아, 이것은 비밀'

 

 

 

마지막의 이 말이 여운이 되어 돌아다닌다... 아, 이것은 비밀... 뭐라고 형언할 수 없는 여운이 메아리가 되어 남는다. 아, 이것은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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