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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아침 식탁'

탐독: 탐서/시와 케렌시아

by 카알KaRL21 2022. 3. 2.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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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의 최근 시집 <한 사람을 사랑하여>에 게재된 '아침 식탁'이란 시를 같이 감상해보고자 합니다. 매일 자동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그 따스함을 또 한번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시라고 생각합니다.

 

 

 

 

아침 식탁


밤이 가고 아침이 오는 것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하루가 잘 저물고 저녁이 오는 것
그보다 더 다행스런 일은 없다

앞에 앉아 밥을 먹어주는 한 사람
이보다 더 소중한 사람은 없다.

 

1연과 2연은 하루의 가고 오는 일상이 순조롭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이고, 다행스런 일인지 모른다는 이야길 하고 있다. 우리 티친 중에는 때 아닌 홍수로 인해 불의의 재앙은 맞은 이도 있다. 여러분 중에 우크라이나에 살고 있는 지인이나 가족, 친지가 있다면 얼마나 불안하겠는가? 당사자라면 더 없이 고통스러울 것이다. 편안하고 평화로운 것이 얼마나 값지고 소중한지를 우리는 날마다 되새기지 않으면 그 소중함을 알 수가 없다. 우크라이나의 그 많은 국민이 나라의 독립을 위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총을 들고 훈련하는 사진을 본 적이 있다. 때 아닌 천재지변, 때 아닌 전쟁, 때 아닌 고통과 위기 앞에서 우리는 너무나 무기력하고 정신 없어 한다. 우리가 그 상황에 봉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모를 뿐이다. 인간은 망각의 존재, 레테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신은 우리에게 망각이란 선물을 주셨다. 망각은 우리의 과거사와 아픔과 상처를 잊을 수 있게 하는 치료제이기도 하지만, 또한 한편으로 저주이기도 하다. 인간은 자주 까먹는다. 우리의 얼마나 어리석은 지를, 우리가 얼마나 이기적인 지를, 우리가 남에게 저지른 해악의 심각성을 잘 망각하는지를 모른다. 그래서 그 망각은 선물일 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저주가 되기도 한다. 하루가 무탈하게 시작하고, 하루의 끝이 무탈하게 마무리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곱씹고 감사해야 할 것 같다. 깜짝깜짝 놀랄 일이 너무 산재하면 우리는 제 명에 살지 못한다. 

 

 

 시인은 <아침 식탁>에서 아침 식탁에 앉기까지의 그 모든 순조롭고 평화로운 수순을 밟는 그 과정을 감사하고 그것의 최고점을 3연에서 제시하고 있다.

 

 

앞에 앉아 밥을 먹어주는 한 사람
이보다 더 소중한 사람은 없다.

 

앞에 앉아 밥을 먹어주는 한 사람이, 그 대상이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내 아침 밥상, 식탁 앞에 앉아 있는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자각하게 만든다. 

요즈음은 혼밥시대이다. 혼영, 혼공, 혼잠, 혼밥...모든 것이 혼자서 뭐든지 처리할 수 있는 시대이다. 혼자서 처리한다는 것은 쉽고 간편하고 다른 이와 부딪힐 일이 없다는 편리함은 존재하지만, 인간은 외로움을 심각하게 타는 존재이다. 누군가에게 챙김을 받고 챙겨주고, 사랑을 받고 사랑을 하면서 살아가지 않으면 그 사람은 '감정의 진공', '관계의 진공'속에서 질식해서 죽을 것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소년소녀, 청소년들이 부모를 향해 외치고 있다.

 

"나 좀 바라봐 줘! 나 힘들다고!"

 

청소년 범죄는 가정의 미새한 균열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아이들의 가슴에 남은 외로움과 절망에서 시작된다. 그건 청소년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녀노소 모두가 외로움에 쩔어 사는 시대이다. 그 외로움과 고독을 감추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도피하는 지도 모를 일이다. 나도 늘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데 이런 이야기 하는 게 조금 우습다. 물론 그 스마트폰 속에서도 관계는 존재한다. 그 관계가 어떤 인연과 우연을 만들어낼 지는 모를 일이지만. 온라인이 오프라인으로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 온라인의 접촉이 플러스가 될 지, 마이너스가 될 지, 혹은 저주가 될지, 축복이 될 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냥 시인의 소리에 한번 더 집중해 보자.

 

나태주 시인의 &#39;아침식탁&#39; 입니다
나태주의 아침식탁


아침 식탁에 내 얼굴을 보면서 같이 밥을 먹어주는 그 한 사람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눈을 뜨고 아침식탁에 같이 밥을 먹는 한 사람이, 앞에 한 사람의 소중함에 대해 한번 행복해하는 하루가 되어보시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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