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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꾼, 위화의 가랑비 속의 외침

탐독: 탐서/Book Review

by 카알KaRL21 2021. 5. 5.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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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유년시절을 보내면서 다양한 경험과 체험을 한다. 때로는 필요하고 시의적절한 경우case by case도 있고, 때로는 그 나이 때의 자아가 견뎌내기엔 너무 무겁고 버겁고 둔중한 damage를 받아들여야 하는 경우도 있다.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들의 죽음을 목도하는 경우는 더할 나위 없는 충격이다. 무수한 충격, 총격에 버금가는 정서적, 정신적 충격에 거덜나지 않으면 좋으련만.

 

 

 

가랑비 속의 외침이다

 

 

2

위화의 『가랑비 속의 외침』은 할아버지 손유원, 아버지 손광재, 그리고 주인공 손광림, 그리고 형제들, 친구들, 이웃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이야기들이다. 찢어지게 가난한 환경 속에서 숟가락 하나의 무게를 덜기 위해 6살 때 왕립강과 이수영 부부에게 입양된지 5년 만에 다시 고향 남문으로 돌아오면서 소설은 마무리된다. 엽기적인 조부, 엽기적인 친부, 엽기적인 이웃들, 그리고 엽기적인 양부의 행각은 치를 떨게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위화의 기억을 관통한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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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손광림은 성장하면서 맞는 무수한 가랑비 속에 한 소년의 외침이 있듯이, 우리도 성장하면서 ‘가랑비 속의 외침’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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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림과 소우의 우정의 한 컷은 감동적이다.

소우는 웬 아가씨를 성적인 충동, 욕구에 못 이겨 껴안고 도망친다. 그로 인해 학교에서 1년간 노동교육이란 처벌을 받게 된다. 1년이 지나 돌아온 후에 소우가 광림에게 ‘한 여자를 껴안은 느낌’은 ‘친구 정량의 어깨를 안은 느낌’과 비슷하다고 이야기했을 때 광림은 자신이 아닌 정량이라고 이야기해서 몹시 서운해한다. 하지만, 후에 소우는 이전의 이야기를 수정해서 다시 말한다.

 

“사실 정량의 어깨가 아니라 네 어깨를 안을 때의 느낌이었어. 그때 그런 느낌이 들었어.”(147p)

 

광림과 소우의 따뜻한 우정이 한 shot이다.

 

 

 

 

 

5

마치 천명관의 『고래』를 보는 느낌이다. 고래는 잘 정리된 이야기라면, 『가랑비 속의 외침』은 주인공의 기억의 파편들을 흩어놓은 느낌이다. 하지만 우리의 기억도 집합된, 편집된 덩어리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파편들과 조각들이 얽히고 설킨 채 우리의 뇌 속, 기억 속 저편에 남아 있지 않는가! 그래서, 이야기의 파편들임에도 불구하고 잘 읽힌다. 작가 위화는 『인생』을 쓸 당시에는 <마태수난곡>을 들으면서 적었다고 하는데, 이 작품을 쓸 당시에는 다 쓰고 나서 음악을 생각했다고 한다.

 

 

 

위화, 이 사람 이야기꾼이네!

 

위화의 소설을 읽고 리뷰를 독서노트에 남겼네요!

 

 

6

작가 위화는,

소설가이자 수필가로 현대 중국문학계의 거장 중의 한 사람이다. 그의 또 다른 소설,  <인생>을 읽어보아도 입이 쩍 벌어진다. 특히 그의 이력 중에 특이한 것은 그가 치의학, 치과의사를 6년 동안 했다는 것이다. 대학을 낙방한 후, 그가 들어선 곳이 위생원이었고, 그 길로 치과의사가 되었는데,  하지만, 위화는

 

 

"1980년대 중국에서는 치과의사도 가난했고 작가도 가난했다. 그러나 치과의사는 고생하면서 가난했고 작가는 자유로우면서 가난했다. 나는 이를 뽑는 일보다는 글을 쓰는 게 좋았다."

 

 

중국 현대문학계의 거장, 위화

 

 

위화는 치과에서 일을 하면서 자주 1-2시간 멍 때리면서 거리의 풍경을 쳐다보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위화는 갑자기 슬픔이 밀려왔다고 한다. 자신이 치과의사를 하면, 평생 이 거리를 쳐다보아야 한다는 현실이 너무 큰 고통으로 다가왔다. 평생 사람의 입 안을 하루종일 쳐다보는 것이 너무나 싫었기 때문에 그는 1983년에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을 내린다. 

 

 

"1975년 남부지방의 한 병원에서 ‘발치사(이 뽑는 사람)’로 일할 당시 가난한 중국 노동자들의 고통을 저의 고통으로 의식하게 된 계기가 있었어요. 그러면서 인생이 무엇인지, 글쓰기가 무엇인지 깨달았죠. 중국의 고통은 곧 저의 고통입니다.”

 

"당시엔 어차피 모두가 가난했기 때문에 박봉에 대한 불만은 없었다. 그런데 입안을 들여다보는 일이 아주 고역이었다. 입안은 세상에서 가장 추악한 곳이다. 5년 동안 내가 뽑은 이가 1만개가 넘는다면 대충 상상이 되지 않나. 그렇게 정신 없이 이를 뽑던 어느 날 창밖을 내다보는데 앞 건물인 문화원 사람들이 하릴없이 거리를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당신들은 왜 일을 안 합니까?'라고 물었더니 거리를 오가는 것이 자기네들이 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문화원은 나라가 돈을 대서 문학 작품을 만들어내는 곳이고, 소설가가 되면 거기서 일할 수 있다고 하더라. 그때부터 여기저기 문학잡지에 소설을 써서 보냈고 1983년 11월에 내 소설 '첫 번째 기숙사'를 싣기로 했다는 '베이징문학'의 전화를 받았다. 결국 문화원에 자리도 얻었다."(나무위키에서 인용)

 

 


 

 

위화 <허삼관매혈기> "내 이럴 줄 알았지!"

1 내 이럴 줄 알았지! 도서관에서 위화의 <허삼관매혈기>가 있길래 냉큼 챙겼습니다. 그의 작품 <인생>, <가랑빗 속의 외침>을 읽은 후 스토리메이커 위화의 스토리에 대한 강한 호기심 때문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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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의 소설<인생>, 영화 <인생(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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