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에서 방영 중인 <사랑의 이해>는 16부작으로 티빙과 넷플릭스에서 시청가능합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서 일단 포스팅을 한번 해 보는데요. 주제는 '삶의 격차, 차별을 뛰어넘는 사랑이 가능할까?'입니다.
한 커플이 있습니다.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의 집에 하룻밤 같이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자 주인공의 집에는 샤워 할 때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습니다. 뜨거운 물을 받으려면 여러 가지 복잡한 절차가 필요합니다. 기름값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죠. 기름보일러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것은 저의 가정이고 비유입니다. 드라마의 스토리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입니다. 씻을 때마다 찬물로 샤워를 해야 하고 두 사람이 사랑을 나는 이후에도 찬물로 씻어야 합니다. 양치를 할 때도, 세수를 할 때도, 샤워를 할 때도 찬물로 해야 합니다. 너무나 추운 겨울날 말입니다. 요즘 같은 고유가 시대에 기름값이 감당이 안 되니깐 말이죠.
바로 드라마 <사랑의 이해>에서 보여주는 일상의 가난이라는 것,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이라는 것, 부의 격차, 부의 차이, 그 부 wealth라는, 속된 말로, 과장하여 말하자면, '신분의 차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한다면 그 신분의 격차를 뛰어넘을 수 있는 애정이 가능한가? 사랑이 가능한가? 이런 질문을 드라마는 하고 있습니다.
드라마는 은행권에서 벌어지는 로맨스를 다르고 있는데 단순한 로맨스 만이 아니라 그 안에 그 은행이라는 공동체(소小사회) 안에 나타나는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남자와 여자, 고졸 취업자와 대졸 취업자의 차이, 고졸과 대졸의 차이를 목걸이 색깔로 구분 짓고 있습니다. 여자 주인공 안수영 주임(문가영)은 서울로 상경하여 가난과 처절하게 싸우면서 알바로 몇 년 동안 버티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은행에 입사할 기회를 잡습니다. 하지만 은행에 입사하여 최선을 다해 업적과 실적을 노리지만, 여전에 스펙 없는 자신의 프로필, 그리고 그녀를 둘러싼 삶의 격차가 그녀를 움츠려 들게 만듭니다. 그녀에게 다가오는 남자 주인공 하상수 계장(유연석)에게 대한 자신의 감정도 솔직할 수가 없습니다. 그녀 안에 가난이라는, 삶의 격차와 차이에서 오는 트라우마가 싸우고 있기 때문이죠. 두 사람이 처음으로 영화관 데이트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의 동네를 보고서 유연석이 하는 말입니다.
전망 좋은 곳에 살고 계시네요
하상수의 말은 비꼬는 말이 아니라 배려와 배려로 포장된 적절한 대사였습니다. 하지만 안수영을 둘러싸고 있는 가난 그리고 차별 그리고 차이의 벽, 삶의 격차는 혼자 스스로 넘어 가기가 벅차 보입니다. 하상수 계장의 그녀를 향한 마음은 절실하지만 그녀가 가지고 있는 내면의 트라우마와 콤플렉스가 알게 모르게 작동하는 것 같습니다. 그녀는 고양 통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굴를 너무나 싫어한다고 유연석에게 말했습니다. 유연석은 굴을 너무나 좋아하는데 말이죠. 그 이유가 그녀의 부모님이 통영굴 국밥집을 운영하기 때문입니다. 굴은 그녀의 부모에게 삶의 생계수단이었지만, 그녀에겐 가난을 상징하는 심벌 symbol이었습니다. 그녀는 부모님이 물려준 가난이 너무나 싫었던 것이죠. 그런데 부모님이 오히려 서울까지 올라와 은행 근처에 굴 국밥집을 차렸다는 것입니다. 몸 서리치게 가난한 자신의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그녀는 자꾸만 나락으로 떨어져 가는 것 같습니다.
우연히 직장 동료가 소개팅 한 자리에 나갈 마음이 없었지만 직장 동료들이 부추기고 또 자신의 두 번째 데이트 자리를 본의 아니게 바람맞힌 하상수 계장 앞에서 내키지 않는 삼성전자 다니는 남자와의 소개팅을 승낙하게 되는 안수영입니다. 남자들은 이야기합니다. 수군거립니다. 삼전 다니는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되면 '신분상승'을 꾀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 소개팅은 원래 자기에게 들어온 소개팅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나가기 싫어서 대신 나간 자리였습니다. 자신이 고졸이라는 사실을 밝히자 상대방 남자는 굉장히 당혹스러워했습니다. 남자는 소개팅녀가 의상디자인학과를 나온 줄 알고 소개팅에 나왔던 것이죠.
하상수 또한 강남에 8학군 출신이지만 집은 엄청나게 가난했고 남들이 한 마디씩 할 수 있는 빌라에서 살았던 과거가 있습니다. 유연석 또한 가난에 대한 뼈저린 과거가 있었기 때문에 어쩌면 이 두 은행원의 사랑이 이루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하상수와 안수영이 썸을 타면서 연인으로 가는 과정 가운데 갑툭한 한 인물이 바로 은행의 청원경찰 정종현(정가람)이었습니다. 직원들의 회식자리, 공개 술자리에서 사람들이 안수영에게 짓궂게 추궁하자, 두 사람은 사귀지 않는다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그것도 아닌가 봅니다. 소개팅 자리에서 자신이 고졸출신이라는 것을 밝히고 난 이후로 그 자리가 고통스러운 자리였음을 확인한 안수영은 집 앞에 청원경찰 종현이 와 있었고 두 사람은 포옹을 하고 있는 것을 상수는 목격하게 됩니다.
은행에 들어올때부터 자신의 사수로 은행 일을 가르쳐줬던 안수영인데 자신이 은행에 들어올 와서 실수한 것을 빼곡히 적은 수첩까지도 건네어주었던 안수영인데, 지금은 근무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종현의 품에 안겨 있는 것이죠. 은행원들끼리 두 사람이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같이 먹고 있다고 수군거리기 시작했었고 알고 보니 종현이 도시락을 싸 왔나 봅니다. 종현은 경찰 공무원 수험생이기도 합니다. 안수영은 고졸출신이지만 일을 야무지게 잘해서 실적도 좋고, 얼굴도 이뻐서 '여신'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요. 상수는 연수원에서 1등으로 졸업했지만, 은행업무에 있어 계속 허우적거릴 때 안수영이 굉장히 많이 도와줬습니다. 안수영이 건넨 수첩을 보면 안수영의 마음을 알 수 있는데요. 왠지 안수영이 자신이 가진 삶의 격차로 인해 상수가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한 분노가 스며있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트라우마 때문에 상수를 밀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요.
드라마 <사랑의 이해>는 우리 사회의 가득한 차별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 은행원 사회속에 존재하는, 어쩌면 보편적인 한국 사회의 차별을 다루면서도 두 남녀 주인공이 로맨스로 나갈 수 있을까?라는 기대와 희망을 그려 보게 합니다. 과거에 수많은 드라마에서 보여 주었던 로미오와 줄리엣의 초월적인 사랑, 사랑이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그런 테제 thesis가 아니라 현실을 기반한 현실, 그 현실 위의 디테일한 한국 사회 은행원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차이를 넘는 연애가 가능한가? 삶의 차이를 초월하는 커플, 사내 커플이 탄생할 수 있는가? 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가 흥미로운 것은 단순히 두 남녀의 로맨스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은행이라는 소사회, 작은 Society에서 나타나는 한국 사회의 보편적인 직장인들의 차별, 차이, 갈등 등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극중 직장동료가 로미오와 쥴리엣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래도 로미오와 쥴리엣은 신분이 같지 않았냐?'라는 이야길 합니다. 드라마의 소제목처럼 '사랑만 가지고 사랑이 될까요?'라는 질문을 던지는 듯합니다.
우리가 문학의 이야기가 위대하다고 이야기 하는 이유는 바로 문학이, 이야기가 삶의 문제와 고통에 대해 해답을 주기 때문이 아니라 삶의 문제와 고통과 트러블을 보여주고, 묘사하고, 그려 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드라마는 그렇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그 세상의 현실의 리얼리티를 디테일하게 보여 주기 때문에 더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이 드라마는 이혁진의 소설 <사랑의 이해>를 기반으로 만든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맨 앞에서 제가 가정을 하며 비유로 예를 들어 이야기를 했는데요. 물론 과장된 부분이 있습니다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가난이라는 것은 불편한 것입니다. 불편한 일상을 늘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과연 두 남녀 주인공이 이 불편함을 같이 할 수 있을지 시청자들의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겠습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주는 재벌이야기나 대단한 재력가들의 상류층의 이야기는 상위 5%, 상위 1% 의 이야기이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시청자들은 그냥 침을 흘리며 부러운 시선으로 볼 수 있는 그런 '그림의 떡'과 같은 소재입니다. 하지만 드라마 <사랑의 이해>는 보통 사람들의 보통의 고민과 갈등을 자잘하게 해부해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더 흥미로운 것 같고, 두 남녀 주인공, 유연석과 문가영의 연기 또한 더 잘 녹아 나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외 조연들의 연기도 좋습니다. 하지만, 하상수도 안수영처럼 가난했던 과거가 있어서 둘의 격차가 다소 줄어들면서 로맨스로 나아가지 않을까 예측해 봅니다. 여기에 하상수의 대학후배가 박미경 대리(금새록)가 KCU은행 영포점으로 인사이동되면서 로맨스의 판이 조금 흔들립니다. 하상우에 대한 호감을 보이는 후배, 박미경의 등장으로 인해 안수영과 하상수의 관계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이런 부분도 드라마의 흥미를 더하고 있네요.
오늘은 JTBC에서 시작된 유연석, 문가영 주연의 <사랑의 이해>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혁진 소설을 바탕으로 한 삶의 격차에 대한 디테일한 이야기, 직딩들의 스토리, 그리고 로맨스까지 그려준 괜찮은 드라마라고 평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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