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16부작 드라마 <사랑의 이해>는 티빙과 넷플릭스에서 시청가능합니다. 이 드라마가 은근히 흥미로와서 결국 드라마리뷰가 계속될 것 같습니다. 오늘은 3회의 이야기를 같이 나눠보고자 합니다.
이 드라마는 KCU신협 은행내에서 벌어지는 사내(?) 드라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직장인, 은행원들의 로맨스와 삶을 다루는 이혁진의 <사랑의 이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드라마입니다.
정종현(정가람)이 안수영(문가영) 주임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안수영에게 은행 청원경찰이며 경찰공무원 수험생인 종현은 좋아한다고 공개고백을 합니다. 이때 안수영을 만나기 위해 달려왔던 하상수(유연석)가 안수영이 정종현에게 안기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드라마니깐 살짝 하상수를 오해하게끔 만들었네요. 정종현 앞에서 하필이면 그때 안수영의 하이힐이 살짝 삐끗하면서 넘어지는 찰나에 종현에게 안기는 장면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장면 때문에 안상수는 그대로 뒤돌아보지도 않고 갑니다.
"소개팅 같은 거 안 하면 안 돼요?"
"안 주임님, 좋아해요."
삼성전자 다니는 남자랑 소개팅한다는 소리를 듣고서 마음이 급해 달려온 종현, 그리고서 그가 고백한 사랑고백입니다. 근데 안수영의 휴대폰배경화면에 웬 남자와 같이 있는 사진을 늘 달고 다녔는데요. 그게 실체가 밝혀지는가 봅니다. 안수영은 그 남자를 이렇게 소개하네요.
"나를 제일 사랑해주는 사람"
우리가 직장 생활하면서 느끼는 억울함과 분노, 상사와의 관계, 답답함, 그리고 저는 남자라서 잘 모르지만, 여자라서, 여성으로서 느껴지는 직장 상사의 은근한 스킨십과 과잉친절에 대해 드라마는 리얼하게 보여줍니다. 지점장이 '영포점의 여신'이라고 불리는 안수영에게 은근히 손을 잡고서 VIP담당건으로 스킨십을 하고 있습니다. 그걸 목격한 박미경 대리의 재치가 놀랍네요. 상사의 갑질, 성폭력, 성추행 등에 대한 여러 가지 대응책과 예방책과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예전보다 많은 부분에서 나아진 점은 있지만, 결국 인간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되는 문제인데요. 박미경 대리가 안수영에게 이야기합니다.
"이럴 때 가만히 있지 마요!"
"잘못한 게 없는데 눈치를 왜 봐요?"
박미경의 사이다 같은 발언입니다. 박미경은 집안도 탄탄하고 재력도 있으니 그런지 거침이 없습니다. 그런 캐릭터입니다. 삶의 가난과 고통의 그림자가 없는 사람에게 나오는 여유가 있습니다. 가라앉는 듯한 꺼짐이나 무기력함은 찾아볼 수 없고 항상 텐션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박미경입니다. 그게 그녀의 매력이죠.
진짜 우리는 직장 생활하면서, 조직생활하면서 얼마나 눈치를 많이 보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양반들이, 그 상사들이 내 인생을 책임져 줄 것도 아닌데, 그 시절에는 왜 그렇게 눈치를 봤을까 싶네요. 지금은 연락도 하지 않는데, 그때는 왜 그랬을까? 인생을 조금 살고 나니 그런 게 보이는데요. 그때 그게 보였더라면 그렇게 처신하지 않았을 텐데 싶네요. 은근히 비위 맞추면서 아부하고 눈치 보는 게 직장생활의 생리인데, 그것도 적당히 하시면 좋겠습니다. 직장이 나의 모든 것을 대신해 줄 것처럼 그렇게 충성심을 보여도 직장은 직장이고, 상사는 상사일 뿐! 가족은 아니거든요. 눈치가 아예 없으면 안 되니깐 조금만 보고 자신의 내면과 본질, 자신의 마음을 잘 챙기시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항상 피해는 나 자신과 가족들에게 오거든요.
마 대리는 청원경찰인 종현에게 커피심부름을 부탁합니다. 그러자 그 옆에 있던 창구직원도 김밥 한 줄을 부탁합니다. 쫄따구(?) 종현이 심부름을 도맡아 하네요. 아... 저 기분!!! 드라마 <사랑의 이해>는 이런 게 좋은 것 같습니다. 과거의 감정들을 소환하는 것, 그래서 그 기분과 감정을 다시 곱씹게 하는 것, 그게 드라마의 묘미, 공감의 묘미가 아닐까 싶네요. 안수영을 생각하면 속이 터져서 하상수는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밥을 시켜놓고선 맥주를 하나 꺼내 낮술을 합니다. 그런데, 그 앞에 동료인 양석현 대리가 남은 맥주를 다 마셔버리네요.
종현이 또 수영을 찾아와 바나나 우유를 마십니다. 상수가 '전망 좋은 곳에 사시네요'라고 했던 그 동네에서 종현과 수영이 대화를 합니다. 그러면서 종현이 화려한 도심 속의 빌딩숲의 불빛들을 가리키면서 말합니다.
"저런 데서 야경을 보면 다를까요?"
"언젠가 한번 살아봐야겠다. 얼마나 다른지 한번 확인해 봐야겠다."
드라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이런 격차를 대조하면서 보여주고 있는데요. 종현과 수영이, 그 동네(?)에서 대화를 나누는 동안 같이 PT준비를 하고 발표를 했던 대학교 선후배 사이에서 이제는 직장동료가 된 안상수와 박미경이 '저런 데'라 고 불리는 도심 속의 화려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거나하게 합니다. 본질적으로 종현과 수영의 그 전망 좋은 동네도, 상수와 미경이 있는 그 도심 속의 전망 좋은 곳도 똑같습니다만 자본의 옷이 입혀졌느냐? 입혀지지 않았느냐? 의 차이입니다. 종현과 수영이 마시는 것은 '바나나 우유'이고, 상수와 미경이 먹는 메뉴는 '랍스터'였던가요? 그렇게 대차대조가 됩니다.
결혼을 하고 처음으로 할부로 제 분수에 맞지 않는, 조금 과한 차를 샀습니다. 물론 제 나이대에 비하면 그 당시 그 차는 대단한 차는 아니었습니다만. 제가 다니는 직장의 분위기에선 조금 무리한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제 선임이 저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차를 바꿔라"
제 차가 오너의 차와 같은 브랜드였고 배기량도 똑같았기 때문입니다. 벌써 시간이 많이 지난 이야기입니다. 직장 상사보다 더 좋은 차를 타면 안 되는 분위기, 그런 분위기가 드라마 내에서도 등장합니다. 물론 제가 타는 차와는 비교할 수 없는 박미경 대리의 차는 외제차 VOLVO였습니다. 결국 박미경은 차를 은행에서 먼 곳에 주차를 하고 출근을 합니다.
드라마 <사랑의 이해>는 평범한 은행원 하상수 계장과 안수영 주임의 로맨스에 대해 방향을 잡아갈 것 같은데요. 여기서 그려주는 것은 바로 '삶의 격차'입니다. 말 그대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랑만으로 사랑이 될까요?'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사랑의 이해> 1-2회에 대한 이야기, 주제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의 포스팅을 참고하시면 좋겠네요.
안수영이 정종현에게 말하는 대사입니다. 평범하다는 건 부족한 게 없다는 뜻이라는 건데요.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하는 대사입니다. 늘 창구에서만 업무만 보다가 처음으로 신선한 업무인 VIP담당건으로 신박한 일을 하던 안수영이 자신이 방문한 고객 VIP 중에서 새롭게 영포점으로 넘어온 박미경 대리의 집이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고졸 출신의 창구담당 은행 여직원, 대출 담보 같은 업무는 창구에서 담당하는 게 아니라고 선을 긋는 은행입니다. 박미경이 자신감이 넘치고 당당한 데는 삶의 배경에서 풍겨 나오는 백그라운드, 그 위용을 느끼고 온 안수영입니다.
"평범하다는 건 부족한 게 없다는 뜻"
드라마는 안수영의 부모가 안수영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 서울로 올라와 통영굴국밥집을 운영하는데, 그것도 딸의 은행 근처입니다. 하필이면? 부모의 마음과 딸의 마음이 다릅니다. 그런데, 왜 그런지 그 이유가 밝혀집니다. 휴대폰 배경화면에 수영의 옆에 있었던 남자는 수영의 남동생, 죽은 수혁이었습니다.
"아빠 때문이쟎아"
"다신 은행 근처에 오지 마!"
"어떻게 이 사람을 다시 받아줘?"
"밥... 그게 왜 이제 와서 궁금해?"
"우리한테 그 쪽은 죽은 사람이었어!"
평범하다는 건 경제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인간관계적인 부분도 포함되는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돈의 문제는 아니지만, 돈의 결핍이 가정을 더 위축되게 만들고 분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돈이 전부는 아닙니다. 돈이 많다고 해서 행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니깐요.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상위 몇 %만 행복하고 나머지 95%, 97%는, 99%는 항상 불행한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요즈음은 그런 표현도 쓰지 않죠? '가난한 행복'?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단어가 유행했는데, 이제는 그런 단어는 시대의 트렌드와 맞지 않습니다. 부유한 친구들이 공부도 잘하고 잘 되고 잘 나갑니다. 오히려 가난한 친구들은 더 열악한 환경과 방향으로 나아갈 소지가 많은 분위기입니다.
평범하다는 건 부족한 게 없다?
전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고 부분적인 동의는 가능한 것 같습니다.
정종현과 안수영이 집 앞에서 포옹을 한 것을 오해하고 안수영에게 선을 긋는 행동이 하상수에게서 나옵니다. 그런데, 하상수와 박미경이 은행 내의 어플에 대한 PT발표의 성과가 좋아 지점장이 회식자리를 만들고 박미경이 취해서는 들뜬 분위기에 하상수에게 포옹을 합니다. 그걸 보고 있는 안수영의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그런데, 회식자리에서 안수영에게 노래를 부르라고 상사가 주문을 합니다. 당혹스러운 안수영, 그런데, 박미경이 나섭니다. 그리고서 박미경은 하상수와 같이 등장하여 커플송으로 노래를 불러버리네요. 사내 분위기는 두 사람 잘 어울린다고 사겨라고 종용하는 분위기입니다. 이제 숙취해소제를 사 오라는 심부름을 안수영에게 시키는 상사입니다.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하상수가 담배도 사야 한다면서 안수영의 심부름을 자기가 가로챕니다. 사람에게는 숨길 수 없는 것이 세 가지가 있다고 하죠. 감기와 기침과 그리고 사랑이라고 했는데요. 안수영을 아직도 좋아하는 하상수의 마음이 전해져서 하상수가 심부름을 다녀오는 길에 안수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상수가 좋아하는 안수영, 하상수에게 호감이 있었던 안수영, 두 사람의 첫 데이트 이후 두 번째 데이트가 무산되면서 이렇게 일이 꼬이게 되었는데요. 초밥집을 예약해놓고 데이트를 할 예정이었는데, 하상수가 늦어졌습니다. 은행업무처리 때문에 약속시간이 지났습니다. 휴대폰도 갑자기 액정이 나가버립니다. 1-2회에서는 그런 장면만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하상수가 초밥집에 늦게서라도 도착한 장면을 노출해 줬는데요. 안수영이 반전의 대사를 칩니다.
"사람 마음 가지고 놀면 재미 있어요?"
"못 온 게 아니고요. 안 온 거잖아! 내가 다 봤어"
엥? 이게 무슨 말이지? 드라마가 편집을 잘하네요. 시청자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편집을 했나 봅니다. 하상수가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멈추는 장면까지 보여줍니다.
박미경과 하상수가 저녁식사를 같이 했던 야경 좋은 곳에서 박미경이 왜 선배를 연애는 안 했냐고 묻자 이런 대답을 하는 하상수입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에도 책임이 필요하니까."
문득 초밥집으로 헐레벌떡 달려가던 하상수가 멈춘 이유를 이 대사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뭐 그런 상상력을 발휘해 봅니다. 좋아하는 마음, 설레는 호감은 분명 서로에게 좋은 신호가 될 수 있지만, 그게 연애로 빠져들어가면 책임이 필요합니다. 서로에 삶과 환경과 모든 것에 무심하게 지나칠 수 없는 책임감이 필요한 것이죠.
드라마 <사랑의 이해>는 청춘남녀의 설레는 감정과 연애신호, 그리고 그 남녀들 내면에 깔려있는 심리적인 배경, 경제적인 바탕이 만들어내는 삶의 격차, 직딩들의 생리와 은행원 사회의 소소한 일상을 엿보게 해주는 재미와 흥미가 있습니다. 박미경의 모친이 즐겨 찾는 피부관리 에스테틱 원장이 하상수의 모친입니다. 박미경의 모친은 안수영의 VIP고객이구요. 하상수가 좋아하고 즐겨찾는 굴국밥 집은 안수영의 부모가 운영하는 통영굴 국밥집입니다. 거기에 박미경도 같이 가서 밥을 먹었죠.
서로에게 호감은 있지만 섣불리 시작할 수 없는 삶의 격차가 있는 안수영, 그 와중에 가문도, 백도, 재력도 있는 박미경이 치고 들어오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이면 브레이크 없이 그냥 액셀을 밟고 직진하는 박미경 앞에서 하상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요? 초밥 집 데이트약속에 늦었는데, 하상수는 가지 않았다는 말인가요? 드라마 참 재미있게 만드네요. 이거 정주행 각입니다. ^^
넷플릭스에서 본 <사랑의 이해> ③회는 청춘남녀가 서로에게 로맨스만으로 직진하기에는 삶의 격차가 존재하는 살의 현장, 직장에서의 생리와 구도를 보여주면서 디테일한 남녀의 감정을 드러내주고 있어 추천해 봅니다. 유연석과 문가영의 연기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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