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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네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탐독: 탐서/Book Review

by 카알KaRL21 2021. 8. 2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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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다. 나는 비가 오면 감수성이 흘러넘친다. 하지만 오늘 비는 나의 일주일중이 가장 큰 즐거움을 앗아가 버렸다. 월요일아침은 축구하는 날인데, 비가 계속 내려 축구경기는 취소되었다. 아!....전국에 폭우로 인해 피해소식이 여기저기 라디오방송을 통해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서 나의 욕심이 너무 부끄러워 보인다. 아무쪼록 폭우로 인해 피해가 최소화되길 기도해본다(몇년 전의 어느 월요일 아침에 적었네요!).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명작 <노인과 바다>를 대하면서 내가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작품을 들추어보고, 그의 인터뷰집인 <헤밍웨이의 말>을 들추어보면서 몇 자 끄적였다. 그러다가 다 집어치우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기로 했다.

 

 

 

 


   ‘희망’이라는 화두-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희망이란 무엇인가?
   인생의 희망은 ‘살아남는’일도 중요하지만, ‘살아’+‘가는’것도 중요하다.


Epilogue...
  1그의 작품 배후에는 항상 여자가 있다

  2그의 작품엔 상징이 가득하다?  
  3작품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4나는 유명세가 싫어요!


 

 

 

 

 ‘희망’이라는 화두-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노인과 바다>는 ‘희망의 이야기’이다.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나는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84일 동안 물고기 한 마리 제대로 잡지 못해 생계의 위협을 받을 처지에 놓인 노인, 산티아고였다. 소년이 가져다주는 맥주와 아침식사로 겨우 생활을 유지한다. 고기잡을 미끼도 소년이 챙겨줘야 했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어부의 생활의 단면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노인은 84일 째 절망했지만, 85일째 희망을 안고 고기를 잡으러 나선다. 키에르케고르는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했다. 반대로, 희망은? ‘생명에 이르는 약이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노인에게 무슨 희망을 엿볼 수 있는가? 돈도 없지, 아내도 없지, 가족도 없지, 살아갈 날이 많은 것도 아닌데...하지만, 모든 인간에게, 인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희망’이 아닐까!

 

 

'맨홀 뚜껑을 열고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을까?'-내가 희망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다.

  

 

‘난 미끼를 정확하게 놓지. 단지 나한테는 더 이상 운이 따르지 않을 뿐이야. 하지만 누가 알겠어? 오늘은 운이 다를지 말이야. 하루하루가 새로운 날이니까. 물론 운이 따른다면 좋겠지만 나는 정확한 편이 좋아. 그래야 운이 찾아올 때 준비를 갖춰놓고 맞이할 수 있으니까.’(30p)

 

‘오늘로써 팔십 일하고도 닷새가 되었으니 반드시 큰 놈을 잡아야 할텐데 말이야.’(38p)

 

 

노인은 ‘하루하루가 새로운 날’이라고 자위한다. 84일째의 실패는 85일째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노인은 고기를 잡으러가는 와중에 점심도, 간식도 제대로 챙겨오지 못했다. 그걸 챙길 경제적 형편이 되지 못했다. 단지 물병 하나만 달랑 챙겨 왔다.

 

하지만, 노인의 큰 고기를 잡고자 하는 희망은 눈에 보였다. 청새치가 무려 5.5m나 되는 엄청난 고기였다. 인생대박의 기운이 보였다. 몇일 밤낮을 사투를 벌이면서 자기 왼손에 쥐가 나고, 얼굴이 찢어져 상처가 나고 그래도, 그는 이 거대한 청새치를 100g씩 7센트에 팔면 돈이 얼마나 생길까? 하는 부푼 기대와 희망에 사로잡힌다. 그는 자신의 대박꿈이 이뤄지도록, 자신의 배보다 60cm가 더 긴 청새치를 잡고자 주기도문과 성모송까지 암송하고 난리를 피운다.

 

 

“복되신 마리아님, 이 고기의 죽음을 위하여 기도해주소서. 훌륭한 고기이긴 합니다만.”(63p)

 

 

노인은 자신이 좋아하는 야구경기의 영웅 조 디마지오까지 들먹이면서 혼자서 궁시렁댄다. 그는 과거 젊은 시절에 카사블랑카에 있는 술집에서 부두에서 가장 힘이 센 흑인과 팔씨름을 벌였던 일을 회상한다. 일요일 저녁에 시작한 팔씨름 시합이 밤새 무승부로 계속되었다. 예상외로 길어진 시합 가운데 심판은 잠자기 위해 네 시간마다 교체한 일을 떠올렸다. 그는 결국 어부들이 고기를 잡으러 가야할 아침에 박빙의 승부에 종지부를 찍었다. 자신이 이긴 것이다. 그는 팔씨름 챔피언이었다.

 

 

‘이런 고기하고 맞서다가 죽을 순 없지. 이제서 멋지게 올라오고 있는데 말이야. 하느님, 제발 버틸 힘을 주십시오. 주기도문을 백 번 외우고, 성모송도 백 번 외우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외울 수가 없어요.’(86p)

 

노인의 육신은 젊은 때와의 혈기와 능력에 비교할 순 없었지만, 결국 노인은 청새치와의 사투에서 승리한다. 그의 희망의 화살이 제대로 과녁에 맞은 것이다. 하지만 또 다시 노인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노인의 작살 자루가 꽂힌 청새치 고기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 그 피는 1.6km도 더 되는 깊이의 푸른 물 속에 떠 있는 고기 떼처럼 시커멓게 보였다. 그러더니 구름처럼 펴져 나갔다. 은빛 고기는 그저 파도와 함께 떠다닐 뿐이었다.’(93p)

 

‘이 놈이 내 재산이야. 하지만 그런 이유로 놈을 만져보고 싶은 건 아니야. 이놈의 심장을 느낀 것 같아. 작살로 두 번째 찔렀을 때 말야. 자, 이제 놈을 끌어당겨 꽉 묶고 꼬리와 배를 올가미에 씌워서 배에 고정시켜야지.’(94p)

 

고기는 어림잡아 680kg이 넘어 보였다. 하지만, 노인의 희망은 한 시간이 지난 뒤에 1차 상어떼로부터 위협을 당한다. 덩치가 아주 큰 마코상어였다.

 

 

‘이제 머릿속은 맑아졌고 투지도 넘쳤지만 희망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노인은 좋은 일은 오래가지 않는 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상어가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 큰 고기를 한번 쳐다보았다.

‘이것도 꿈일지 몰라. 상어의 공격은 막을 수 없겠지만 잘 하면 해치울 수 있을지도 몰라. 덴투소(dentuso, 큰 이빨을 가진 상어의 일종), 이 망할 놈 같으니라고.’(100p)

 

큰 마코상어의 공격을 물리쳤다. 하지만 그 녀석은 청새치의 18kg의 고기를 가져가버렸다. 게다가 작살과 밧줄까지 다 가져가 버렸다.

 

‘노인은 살점이 뜯겨나간 고기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고기가 공격을 받아을 때 마치 자신이 공격당한 느낌이 들었다.’(101p)

 

자신의 대박희망이 18kg 빼앗겼지만, 노인은 생각한다.

 

 

‘그래, 좋은 일은 오래가지 않는 법이라고 생각했다. 차라리 이게 꿈이었다면, 이 고기를 낚는 일도 없고 신문지를 깐 침대에 혼자 누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산티아고는 자신의 희망을 백지화시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라고,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언정 패배하지는 않아.”(101-102p)

 

1차 상어공격이 있었다. 하지만 노인은 또 다시 수정된 희망을 품는다. 우리의 희망은 언제나 수정되고 변경가능하다.

 

 

“늙은이야, 기왕이면 좀 유쾌한 일을 생각해보라. 이제 시시각각으로 집에 가까워지고 있어. 아까 18kg을 잃었으니 더 가볍게 달리겠지.”(103p)

작살과 밧줄을 없기에, 노인은 또 다른 공격에 대비해 노의 손잡이에다 칼을 묶고 대비한다.

 

 

‘희망을 갖지 않는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야. 그건 죄악이라고. 하지만 죄에 대한 건 생각하지 말자. 지금은 죄에 대한 생각 말고는 생각해야 할 문제가 많으니까. 게다가 난 죄가 뭔지 알지도 못하쟎아.’(103p)

 

노인의 희망의 배에 2차상어 공격이 찾아왔다. 갈라노, 즉 흉상어 떼였다. 배가 고프면 심지어 노와 키까지도 물어뜯고 수면에 뜬 채로 바다거북의 다리를 잘라 먹고 물속에서 사람까지도 공격하는 포악한 놈이었다. 그래도 노인은 2차 상어공격을 막아냈다.

 

 

“놈들이 사분의 일을 떼어갔군. 그것도 가장 맛있는 부위로 말이야....이게 꿈이라면 좋을텐데. 미안하다, 고기야. 내가 널 잡아서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됐구나.”(108-109p)

 

‘이 고기 한 마리면 사람 한 명이 겨우내 먹고도 남을 텐데. 아니야, 그너 생각이랑 그만둬야지. 그냥 휴식을 취하면서 남은 고기를 지킬 수 있도록 두 손을 풀어두라고. 지금 바다에는 피 냄새가 진동하니까 내 손에서 나는 피 냄새쯤은 아무것도 아닐 거야. 손에서 흐르는 피는 얼마 되지도 않는걸. 심각한 상처도 없고. 어쩌면 피를 흘려 왼손에 쥐가 나지 않는 건지도 몰라.’(110p)

 

노인의 희망의 배, 희망의 고기가 1/4 난도질당했다. 하지만 노인은 자위한다.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다음에 올 놈들을 기다려야겠다. 이게 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누가 알겠어? 결국에는 모든 일이 좋게 끝날지 모르잖아.’(110p)

 

하지만 상어의 3차공격이 또 다가왔다. 삽코상어 한 마리였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등장하는 상어종류를 네이버로 검색해보기도 했다. 상어의 공격에 노인의 유일한 무기였던 칼날이 부러지고 말았다. 노인은 이제 노 두 개에 키 손잡이, 짧은 몽둥이로 상어의 공격에 대처했다.

 

 

‘난 상어들한테 지고 말았구나. 이제 너무 늙어서 뭉둥이로 상어를 때려죽일 만한 힘이 없어. 하지만 나한테 노와 짤막한 몽둥이, 키 손잡이가 있는 한 끝까지 싸울거야.’(111p)

 

몇일 동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청새치와 사투를 벌인 노인의 몸은 완전히 녹초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상어떼들은 노인을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노인의 희망대로 배가 집으로 편안히 돌아가게 놔두지 않았다.

 

 

‘운이 좋으면 앞쪽 절반만이라도 가져갈 수 있을 텐데. 아니, 아니야! 너무 멀리 나갔을 때 너한테서 이미 운이 달아난 거라고!...어리석은 생각이랑 집어치우고, 잠들지 말고 키나 잡아. 아직 운이 남았는지도 모르잖아.’

“행운을 파는 곳이 있다면 좀 사고 싶군.”

....

‘하지만 뭘로 사지? 잃어버린 작살과 부러진 칼과 상처 입은 두 손으로 살 수 있을까?’

“살 수 있을지도 모르지. 넌 바다에서 보낸 여든하고도 나흘이라는 시간으로 행운을 사려고 했어. 그리고 거의 살 수 있을 뻔했다고.”

‘행운의 여신이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 누가 안단 말인가.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행운을 얻고 싶어. 값을 치르고라도 말이야. 어서 환한 불빛이 보였으면 좋겠는데.’

‘나는 너무 많은 걸 바라고 있어. 하지만 지금 바라는 건 그것뿐이야.’

....

그는 머지 않아 멕시코 만의 가장자리에 닿게 되리라는 희망을 갖고 불빛이 비치는 쪽으로 배를 돌렸다.

‘이젠 다 끝났구나!’(115-116p)

    

 

헤밍웨이이와 그의 배 '필라'

 

 

하지만 이런 노인의 기대는 어김없이 무너졌다. 그것은 ‘아무 소용없는 싸움’이였다. 상어가 떼로 몰려왔기 때문이다. 노인은 몽둥이로 상어 떼의 공격을 막아섰지만, 상어떼는 ‘뜯어 먹을 고기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게 만들어 놓고 떠났던 것이다.

 

 

‘이제 모든 일이 끝났다. 그는 항구에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솜씨좋게 배를 몰았다.(118p)

‘배는 괜찮아.’

‘키 손잡이는 쉽게 교체할 수 있으니까.’

....

‘어쨌든 바람은 우리 친구야.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바다에는 우리의 친구도 있고 적도 있어. 그리고 침대는 말이지?’

‘침대는 내 친구야. 침대는 그 자체만으로 훌륭한 물건이야. 녹초가 되었을 때 편히 쉬도록 해주니까. 침대는 얼마나 편안한지 미처 몰랐어. 그런데 무엇 때문에 지쳤을까.’

“아무것도 아니야. 그저 너무 멀리 나갔을 뿐이야.”(119p)

 

 

노인은 자신의 보금자리인 판자집에 도착할 때까지 다섯 번이나 앉아서 쉬어야 할 정도로 탈진된 상태였다. 그리고 노인은 계속 밀렸던 잠에 빠져든다.

 

노인의 5.5m의 희망은 1차에 18kg이 빠지고, 2차에 1/4이 갉아 먹힌다. 3차에 절반이상 공격을 당하고 계속된 상어 떼의 공격으로 결국 희망은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노인의 희망은 점점 수정된다. 1차, 2차, 3차, 4차...노인의 희망은 원점으로 돌아온다. 오히려 처음 고기를 잡으러 갈 때 보다 더 열악한 현실이었다. 돈은 없는데, 작살과 밧줄과 노와 키, 어부가 갖춰야 할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노인의 희망은 집에서 가서 편안히 밀린 잠을 자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지독하게 운이 없는’, ‘살라노’인 산티아고 노인!

노인이 배에 달고 온 거대한 고기의 등뼈는 ‘이제 조류에 쓸려 나가기만을 기다리는 쓰레기에 지나지 않는’(126p)것이 되어버렸다. 노인은 깊은 잠에 빠져있다. 노인은 희망은 그것이었다.

 

산티아고 노인의 희망은 점점 degrade되어진다. 거대한 물고기를 잡고자 하는 부푼 희망은 점점 degrade되어졌다. 그리고서, 유일하게 남은 자신의 보금자리에서의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희망이 마무리된다.

 

 

 

헤밍웨이가 가장 즐겨했던 취미는 사냥과 낚시였다, '노인과 바다'는 그의 취미의 결과물이기도 했다.

 

 

 

30여년 전에 이 작품을 대했을때는 노인의 인생이 너무나 불쌍해보였다. 청새치와의 긴 사투 끝에 결국 얻은 것은 앙상한 뼈만 남았다니! 얼마나 허무한가! 하지만, 재독한 지금의 느낌은 그래도 ‘노인, 산티아고의 인생은 아름답다!’이다. 그가 85일째 고기를 잡으러 가지 않고 안락하게 하루를 맞았다면 그 하루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고기잡이 도구가 망가지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노인은 85일째 희망의 작살을 쏘았고, 지금 남은 것은 처음 출발할 때보다 더 열악하지만, 거기에 인생의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그래도 치열하게 사투를 벌이며 살았다는 것!

   

 

헤밍웨이는 늘 오전시간 정해진 시간을 두고 집필을 했다고 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희망이다’란 이 주제는 내가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주인공 톰 행크스는 비행기추락사고로 무인도에서 4년 동안을 생활한다. 도저히 희망이란 것을 찾아 볼 수 없지만, 그는 사랑하는 약혼녀를 다시 만날 희망과 꿈을 가지고 버틴다. 배구공 윌슨 친구와 함께 버틴다. 그의 희망은 결국 이뤄졌다. 무인도에서 4년만에 구조되어 약혼녀에게 찾아갔다. 그런데, 웬걸? 약혼녀는 고무신을 거꾸로 신었다. 4년, 남친의 행방불명, 생존여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여자의 처신이 잘못되었다고 누가 돌을 던지겠는가! 뒤로 돌아서는 톰 행크스의 뒷모습이 몹시 쓸쓸했다. 하지만, 다시 나아가는 것이다.

 

'맨홀뚜껑을 열고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을까?'

  

 

 

  희망이란 무엇인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을 보고 나아가는 것, 전진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예전에 리뷰에서 언급했던, 난도 파라도의 안데스산맥에서의 탈출기를 다룬 <난도의 위대한 귀환>이 생각이 난다. 비행기추락사고로 인해 안데스산맥에 갇힌 이들의 70일 동안의 탈출여정이다. 난도 파라도는 인생은 지나간 과거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미래만 바라보고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언젠가 이 리뷰도 업로드 할 것을 약속한다!

 

 

 

<노인과 바다>는 우리의 인생에 대해, ‘희망’에 대해 말한다.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라고,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언정 패배하지는 않아.”(101-102p)

‘희망을 갖지 않는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야. 그건 죄악이라고.’(103p)

 

   

 

 

인생의 희망은 ‘살아남는’일도 중요하지만, ‘살아’+‘가는’것도 중요하다.

살면서 나아가는 것 자체가 희망이다. 우리의 희망이 산티아고 노인처럼 물거품이 되거나, 수정되거나 변경되는 한이 있어도 우리의 희망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다. 내 삶이 밑바닥을 쳐서 도저히 일어설 동력이 없다고 하는 순간에도, 삶과 현실이 점차 upgrade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 degrade되고, update되는 것이 아니라 downdate되어진다 하더라도, ‘거대하지만 청새치 고기의 앙상한 등뼈만이 남아 이제 조류에 실려 갈 일만 남은 쓰레기’취급받는 나의 과거의 이력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도 힘을 내는 것이다. 그것이 희망이 아닐까! 

 

 

 (사진은, <헤밍웨이의 말>에 게재된 사진입니다)

 

 

 

 

Epilogue...

 

1그의 작품 배후에는 항상 여자가 있다

헤밍웨이는 <헤밍웨이의 말> 인터뷰에서 이런 말은 남긴다.

 

“<노인과 바다>를 썼을 때, 패혈증에 걸렸어요. 그 책은 몇 주 만에 썼죠. 한 여자를 위해 썼습니다. 그 여자는 내 안에 그런 게 남아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죠. 그 여자한테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그러길 바라고, 내 모든 책들 뒤에는 여자가 있었어요.”(말, 140p)

 

그래서, 그는 ‘말’에서 ‘최고의 글은 분명 사랑에 빠져 있을 때 나옵니다. 그게 다 똑같아 보인다면, 차라리 아무 설명도 안 하렵니다.

 

    기독교 작가 필립얀시의 책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헤밍웨이는...신앙이 독실했던 그의 부모는-헤밍웨이의 조부모는 복음주의적인 휘튼 대학 출신이다-아들의 방종한 삶이 싫었다. 나중에 어머니는 아들이 자기 눈에 띄는 것조차도 그냥 두지 않았다. 아들의 생일에, 케익과 함께 아버지가 자살할 때 쓴 권총을 보낸 일도 있다. 한번은 그녀는 편지에 어머니의 인생은 은행과도 같다는 내용을 써 보냈다. "자식은 누구나 세상에 태어날 때 크고 아무리 써도 바닥나지 않을 것 같은 통장을 받고 나온다." 자라는 동안 아이는 예금은 전혀 하지 않고 인출만 한다. 그러나 나중에 다 자라면 지금껏 찾아 썼던 구좌를 다시 채워 놓은 것이 자식의 도리다. 헤밍웨이의 어머니는 이어 아들에게 "구좌의 잔고 유지를 위해 예금할 수 있는 길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써 놓았다. 꽃, 과일이나 사탕, 어머니 이름으로 나온 청구서를 몰래 지불해 주는 것, 무엇보다도 "하나님과 구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의무 불이행"을 청산하겠다는 결단. 그러나 헤밍웨이는 어머니나 어머니의 구주에 대한 미움을 끝내 떨쳐버리지 못했다(필립얀시,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40p)

  

  헤밍웨이가 평생 싸운 여성은 어머니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숨막히는 신앙의 강제가 오히려 헤밍웨이를 더 절망으로 몰아가진 않았나 싶기도 하다. 은혜가 비은혜가 될때, 신앙이 율법이 되고 굴레가 될때 그것만큼 고역이 없는 것이 아닌가! 아버지가 권총자살을 했는데, 헤밍웨이도 엽총자살을 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비극인가!

 

 

 

2그의 작품엔 상징이 가득하다?

  ‘그는 어부 노인 산티아고에 대해 대충 이런 식으로 이야기했다. 산티아고는 친구이자 적인 바다와 그 바다에 사는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들이 있으니 절대 외롭지 않다. 그는 바다를 사랑하지만 바다는 책에서 분명히 보이듯 못된 매춘부다. 그는 이야기 속의 모든 걸-소년, 바다, 청새치, 상처-를 진짜처럼 만들려고 애썼고, 그 각각이 여러 가지를 의미하기를 바랐다. 그런 식으로 이야기의 부분들이 상징이 되지만, 이는 애초에 상징으로 디자인된 것도, 계획된 것도 아니다.’(말, 83p)

    

 

 

 

3작품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헤밍웨이는 자신이 작품을 쓸 때, 불필요한 모든 것을 제거하고자 한다. 작가가 경험한 모든 것을 총동원하여 적나라하게, 장황하게 스토리를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작가는 많은 정보와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수면 아래의 빙산’에 감추고 작품의 이야기를 통해 드러나는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이야기해준다.

 

 

‘...난 그 청새치 녀석을 봐왔고 그에 대해 알고 있었죠. 그래서 그건 빼요. 바로 그 바다에서 50마리 넘는 향유고래 떼를 본 적 있고, 한번은 길이가 거의 60피트(18미터 남짓)는 되는 녀석을 작살로 찔렀다가 놓친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도 뺐어요. 어촌에서 알게 된 모든 이야기도 빼고, 하지만 알고 있는 그런 것들이 수면 아래의 빙산을 만드는 겁니다.’(말, 59p)

 

   

<노인과 바다>는 이전작품들을 대박 터트리고 난 후 10년만에 나온 작품이다. 10년동안의 침묵은 많은 이들에게 헤밍웨이의 작가의 수명이 다했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내가 본 헤밍웨이는 글을 쓰지 않고 배길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계속 글을 썼다. 정기적으로 매일 아침부터 글쓰는 작가였다. 그런 매일의 글쓰기의 삶이 이어졌기에 <노인과 바다>가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이다. 갑자기가 아니지. 몇 주만에 쓸 수 있었다는 것은 10년동안 매일 글을 썼다는 말이다. 84일의 침묵은 85의 대박을 예언했다? 이런 관점에서도 작품을 봐도 흥미롭다! 헤밍웨이의 글쓰기의 희망이다! 

 

 

4나는 유명세가 싫어요!

“지금 아는 것들을 그때 알았다면 익명으로 책을 썼을 겁니다. 유명해지고 싶지 않아요. 유명세가 싫어요. 인생에서 내가 바라는 건 그저 글을 쓰고 사냥하고 낚시하고 알려지지 않고 사는 것뿐입니다. 명성은 괴로워요.”(말, 115p)

    

 

 

 

 

헤밍웨이 말을 들으니, 문득 류시화의 글이 생각난다.

이 시는 에밀리 디킨스가 쓴 시이다. 그의 수많은 수백편의 시는 그가 무명인으로 살다가 죽은 후에 빛을 발하게 되었다.

 

 

나는 무명인입니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당신도 무명인인가요?

그럼 우리 둘이 같네요!

쉿, 말하지 말아요.

그들이 우릴 알리고 다닐 수 있으니까요.

 

 

얼마나 끔찍한가요, 유명인이 된다는 건!

얼마나 눈에 띌까요, 개구리처럼

긴 유월 내내

감탄하는 습지를 향해

자기 이름을 외쳐 대는 것은.

- 에밀리 디킨슨 <나는 무명인> (류시화 옮김)

 

 

 

유명인이 되어보지 못한 나는 유명인의 마음을 모를 것이다. 하지만 지금 무명인으로 사는 장점을 순간 깨닫고 다짐한다. 무명인일 때 많이 쓰자고! ㅎㅎ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라고,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언정 패배하지는 않아."(101-102p)

‘희망을 갖지 않는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야. 그건 죄악이라고.’(10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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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누가 야만인인가? 0 존 쿠시가 『마이클 K』,『추락』라는 작품으로 한 작가에게 두 번 주지 않는데, 이 룰을 깨고 두 번씩이나 맨부커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또한 노벨문학상까지 거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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