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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타 크리스토프/ 어제/작가의 생애

탐독: 탐서/Book Review

by 카알KaRL21 2021. 7. 1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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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없는 새
떠도는 새
린이 아니라 욜란드에 정착할 수밖에 없는 현실




왕가위 감독의 영화 '아비정전'에 보면 '발 없는 새' 라는 말이 나온다.

발 없는 새

" 세상에 발 없는 새가 있다더군. 늘 날아다니다가 지치면 바람속에서 쉰대. 평생 딱 한번 땅에 내려앉는데 그건 바로 죽을 때지. "

새에겐 날개와 발이 있어야 한다. 날개는 비상을 위한 것이고, 발은 착륙을 위한 것이다. 아무리 공중의 새라 하더라도 그 미물들도 땅은 필요한 공간이다. 땅을 쉼을 위한 곳이고, 안식과 휴식과 잠을 위한 것이다. 발 없는 새는 발이 없기 때문에 끊임없이 날아 야만 한다. 쉼 없이, 휴식 없이, 안식 없이. 잠자는 것도, 쉬는 것도 날면서 자고 쉬어야 한다. 쉼도 날면서 취해야 한다.

떠도는 새

성경 잠언 27:8은 ‘발 없는 새’가 아니라 ‘떠도는 새’란 표현을 쓴다

고향을 떠나 유리하는 사람은 보금자리를 떠나 떠도는 새와 같으니라

하지만 '떠 도는 새' 라는 의미가 그런 뉘앙스를 풍기는 것 같다. 유리하고 방황하고 정처 없는 떠도는 방황의 주인공인 새.

고향을 떠난 사람들, 본향을 떠나 유리하는 사람들,

문자적인 말 그대로 ' 우리는 고향을 떠나면 고생이다'.

아고타 크리스토프는 고국, 고향 헝가리를 어쩔 수 없이 떠나야만 했다. 오스트리아를 거쳐 스위스에서 평생 생활해야만 했다. 그게 그녀에겐 고통이었고, 고난이었고, 고역이었고, 문맹이었고, 방황 그 자체였다.





‘죽은 새는 비를 좋아하지 않는다. 새는 젖으면 썩을 것이고 고약한 냄새를 풍길 것이다. 그럴 경우 불쾌한 냄새 때문에, 나는 좀 더 멀리 떨어져 앉을 것이다.

이따금, 나는 약속한다.

-흙을 찾으러 갈거야.

그러나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제 새는 그 약속을 믿지 않는다. 새는 나를 알고 있다.’(62-63p)


‘내가 하는 거짓말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몹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이다.’(22p)


상도르는 늘 자기만의 “린”을 기다리고 기대한다. 그런데, 상도르는 이국땅에서 카롤린을 10년이 훌쩍 넘은 어느 날 재회하게 된다. 그리고 사랑하는 카롤린이 있는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갈 수가 없다...조국 땅을 밟고서 모국어를 사용하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내고 싶은 작가의 평생소원이 작품 속에 드러난다. 상도르가 ‘거짓말’이라고 한 것 자체가 작가의 거짓말이다.

린이 아니라 욜란드에 정착할 수밖에 없는 현실

자신의 이상적인 사랑, 린은 떠났다. 2년 뒤에 주인공은 딸과 아들을 낳았다. 딸의 이름은 린, 아들의 이름은 토비아스...

그리고 아내는...린을 찾아 욜란드를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 린은 떠났다. 결국 선택한 것은 욜란드였다.

‘내 아내 욜란드는 아주 모범적인 엄마다.

나는 여전히 시계공장에서 일한다.

첫번째 마을에서는 버스를 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나는 이제 더 이상 글을 쓰지 않는다.’(140p)

작가 아고타 크리스토프는 자신의 사랑하는 나라, 린이 아니라 이국의 땅, 이방의 땅인 욜란드, 스위스에서 머무른다. 작가는 마지막에 또 거짓말을 한다. ‘나는 이제 더 이상 글을 쓰지 않는다’ 거짓말이다. 작가는 살기 위해 끊임없이 글을 썼던 사람이다. 출판이 목적이 아니다. 살기 위해 썼다. 그의 글이 심플하고 더 가슴 깊게 다가오는 것은 그가 날마다 써왔던 자전적 일기 같은 문체이기 때문에 더 그러할 것이다. 이방의 나라에서 난민으로 살아간다는 고통이 주변인들의 죽음과 비극을 통해 드러나기도 한다.

베라는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자살한다. 로베르는 욕조에서 동맥을 끊고 자살한다. 알베르는 “너희는 내 똥이나 먹어라”라는 쪽지를 남기고 목매달아 자살한다. 마그다는 감자와 당근 껍질을 깔고 바닥에 앉아 가스밸브를 열고 오븐에 머리를 밀어넣은 채 죽었다.

이런 광경을 본 술집 종업원이 장례식으로 인한 모금이 있던 날, 이런 말을 남긴다.

‘-당신네 외국인들은 만날 조의금을 걷고 만날 장례식을 하는군요.’(61p)

슬픔이 겹겹이 쌓인 난민들, 주변의 사람들과 풍경...

시계공장에서 11시간의 하루일과를 겨우 마감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서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돌았던 맴돌았던 단어와 문장을 상도르는 기록한다.

‘나는 저녁마다 글을 쓴다.’

‘-난 교양이 없지만, 많이 읽고 많이 쓰고 있어. 작가가 되려면, 쓰는 일만 해야 돼. 물론, 할 말이 없어지겠지. 그리고 이따금 할 말은 많은데도, 그것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기도 해.’(107p)

새는 말했다.

“모욕당한 친구들은 더 이상 돌아오지 않아. 도시로 가. 거기에는 아직 빛이 남아 있거든. 빛은 너의 얼굴을 창백하게 만들겠지. 그것은 죽음을 닮은 빛이야. 그곳 사람들은 사랑을 모르기 때문에 행복해. 그곳으로 가. 그들은 자신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상대방을 필요로 하지 않아. 그들에게는 신조차 필요없어. 저녁이면 그들은 문을 이중으로 걸어잠그고 인생이 흘러가기를 초조하게 기다리지.”

상처 입은 새에게 나는 말했다.

‘-그래, 나도 알아. 나는 한 도시에서 아주 오랜 세월을 보냈어. 나는 그곳 사람들을 하나도 알지 못해. 그러니까 내가 어디에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아.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자유롭게 행복할 수 있었을거야.’(136-137p)

작가의 모국에 대한 사랑은 린에게 압축되어 있다. 린은 배다른 동생이기도 하다. 아버지만 같은 배다른 남매...아고타 크리스토프는 조국을 떠난 후, 평생 어린 시절 함께 보냈던 사랑하는 친오빠에 대한 추억과 기억을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에서 루카스를 자신으로, 클라우스를 사랑하는 친오빠로 표현하면서 쌍둥이형제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보여주기도 했다.

어제는 내내 무척 아름다웠다.

숲속의 음악,

내 머리칼 사이와

너의 내민 두 손 속의 바람,

그리고 태양이 있었기 때문에(5p).

아고타 크리스포트를 생각하면,

‘발 없는 새’, ‘떠도는 새’라는 문구가 생각이 난다.

슬픔이 무기가 된 작가, 아고타 크리스토프...그 슬픔이 독자들에게 더 큰 동감과 공감의 매력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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