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고독/가브리엘 마르케스/백년의 힘이 필요한 책, 백년의 사람들, 백년동안의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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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고독/가브리엘 마르케스/백년의 힘이 필요한 책, 백년의 사람들, 백년동안의 고독

탐독: 탐서/Book Review

by 카알KaRL21 2021. 7. 12.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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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우직한 책, 그래서 고전이라고 하는구나 했다

 

 

 

이 paper에는 『백년의 고독』의 스포일러가 내재되어 있으니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은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책을 읽고자 하신다면, 이 페이퍼는 완독후 보시면 좋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목차index




Prologue...
1.이 책은 백년의 힘이 필요한 책이다
2.왜 읽는데 백년의 힘이 필요한가?




고독한 섬과 욕망의 썸이 몰락의 성(性의 城)을 쌓았다



1.이 소설은 인간의 고독에 대해 깊은 사색을 하게 한다.
2.고독한 섬island들이 욕망의 썸some을 타다
3.고독한 섬과 욕망의 썸이 몰락의 성(性의 城)을 쌓았다
4.이 소설은 소설의 힘, 문학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Epilogue...

이 책은 그냥 읽고 넘어갈 수가 없었다!

 

 

 

 

 

Prologue...

 

김겨울의 『독서의 기쁨』에서 이런 이야길 했다.

 

 

 

‘처음 읽은 남미 소설이...『백년의 고독』이었는데,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데, 눈이 튀어나올 만큼 맛있는, 그런 음식을 먹었을 때의 기분이었다. 세상에 이런 맛이 있었단 말인야? 왜 나에게 아무도 얘기해주지 않았어!’(독서의 기쁨, 96-97)

 

 

 

순전히 김겨울의 추천으로 이 책을 읽었다.『백년의 고독』을 읽고 이렇게 paper를 쓸 수 있는 것도 감사하다. 과연 그런 맛이 있을까?

 

 

콜롬비아의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백년의 고독』을 23년 동안 구상하고 18개월에 걸쳐 집필했다. 1967년 6월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수다메리까 출판사에서 출판했을 때 엄청난 충격을 전세계에 던져주었다. 출판한 지 몇 달 만에 동.서 유럽의 20개의 언어로, 지금은 전세계의 거의 모든 언어로 번역된 이 소설에겐 그 맛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1.이 책은 '백년의 힘이 필요한' 책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 『백년의 고독』(전 2권)이 쉽게 독파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2권을 읽다가 다른 책들을 읽고 다시 돌아온 경험이 있다. 그래서 재밌는 표현을 써 본다. 이 소설을 완독하는 데는 백년의 힘이 필요하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릴해 본다.

 

 





 

2.왜 읽는데 '백년의 힘'이 필요한가?

 

 

 

첫째, 그것은 아마도, 이 소설이 당대의 이야기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백년 동안 7대代에 걸쳐 벌어지는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와 그 자손들의 스토리를 다루는 가족사이기 때문이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 비할 순 없겠지만, 가족사에 여기저기 두문불출하는 등장인물들로 인해 다소 혼란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둘째,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 부부부터 시작해서 가문 자체가 ‘근친상간’으로 가득 차 있다. 고대사회에선 대가족들이 같이 생활하기에 더 이런 도덕적인 경계가 흐릿한 부분이 다분할 것이다. 친절하게 작품 앞에 게재한 ‘부엔디아 집안의 가계도’만을 보더라도 정부인이 있고, 정부情婦까지 기재하고 있다. 콜롬비아 보수정권에 반기를 든 자유파 지도자 라파엘 우리베 우리베 장군을 모델로 한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17명의 정부와 아들을 두었다. 이모와 조카의 관계라든가, 고모와 조카의 관계라든가, 이 모든 도덕적인 루틴을 빗나가고 있다. 독자는 이런 탈도덕적인, 보편적인 morality에 반기를 드는 풍경들이 독서를 하는데 방해꺼리도 등장할 수도 있겠다 싶다. 나는 이들의 근친상간을 ‘욕망의 썸’이라고 이름 붙여 보았다.

 

 

 

셋째, 『백년의 고독』은 ‘백년의 사람들’이 내뿜는 고독의 깊이 때문이다. 그들이 내뿜는 욕망의 썸이 가족 개개인의 고독을 치유하지 못한다. 고독의 DNA가 유전되다 싶을 정도다. 그 고독의 깊이가 읽는 독자들을 먹먹하게 만든다.

 

 

 

 



 





고독한 섬과 욕망의 썸이 몰락의 성(性의 城)을 쌓았다

 

 

 

 

1.이 소설은 인간의 고독에 대해 깊은 사색을 하게 한다.

-백년의 사람들, 백년의 고독

 

 

『백년의 고독』의 마지막 주인공인 아우렐리아노는 멜키아데스의 양피지에 남겨둔 결정적인 해결 코드들을 발견한다. <가문 최초의 인간은 나무에 묶여 있고, 최후의 인간은 개미 밥이 되고 있다>(303p)

 

 







 

2.고독한 섬island들이 욕망의 썸some을 타다

 

 

인간은 섬과 같은 존재이다. 고독한, 고독의 섬이라고 볼 수 있다. 부엔디아 가문은 가족이지만, 전부 고독한 섬으로 존재하고 있다. 마꼰도에서 뿌리를 내린 첫 인물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의 고독부터가 너무 강력하다.

 

<가문 최초의 인간은 나무에 묶여 있고, 최후의 인간은 개미 밥이 되고 있다>

 

 

등장인물만 살펴보더라도 고독의 맛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어 정리해보았다.

 

 

 

①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

‘가문 최초의 인간은 나무에 묶여 있고’-그는 정신질환으로 인해 더 이상 가족들과 같이 살 수 없다는 가족들의 판단 하에 밤나무 아래에 밧줄로 꽁꽁 묶인 채 남은 여생을 보내게 된다.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없는 아버지, 남편, 할아버지, 증조부, 고조부가 바로 그였다. 생사람을 나무에 묶어 생활하게 하다니! 그게 과연 가능한가! 아...이 고독의 무게감을 어쩔. 가족 모두가 감당할 수 없는 고독의 짐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②우르술라:

‘우르술라는 매일매일의 현실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 달아나는 듯한 기분을 느끼면서 자주 이렇게 말하곤 했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성장하려면 오랜 세월이 걸렸다고 생각하곤 했었다.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큰 아들 호세 아르까디오가 집시들을 따라 떠나기까지 걸렸던 시간과, 온 몸에 뱀처럼 문신을 하고 천문학자 같은 말을 하면서 돌아오기 전까지 일어났던 모든 일과, 아마란따와 아르까디오가 원주민 말을 잊고 스페인 말을 배우기 전까지 집에서 일어난 일들을 기억하는 수밖에 없었다. 불쌍한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가 밤나무 밑에서 태양과 이슬을 받으며 겪어야 했던 일들과,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이 수많은 전쟁을 겪은 후 죽어가는 몸으로 집에 실려오기 전이자 오십 살이 채 안되었던 아들로 인해 수많은 고통을 겪은 후, 남편의 죽음으로 인해 겪어야 했던 슬픈 일 등, 그 모든 것들을 생각해야만 했다.’(2권, 68p)

 

우스술라는 나중에는 백내장으로 인해 눈이 멀게 된다. 하지만 집안 식구들은 그녀의 눈이 멀었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한다. 이 은밀한 고독은 도대체 어떻게....우르술라는 가장 오래 장수한 인물이다. 아내, 어머니, 조모, 증조모, 고조모...로서 그가 감내해야 할 상처와 아픔과 고통의 고독은 얼마 만큼일까!

 

 




③호세 아르까디오:

‘난 레베까와 결혼할 거요.’

‘레베까는 당신 여동생이잖아요.’

‘그런 건 상관없소.’(144p)

 

호세 아르까디오는 천명관의 소설 『고래』과 비슷한 인물이었다. 욕망과 열정과 육체와 원시적인 힘을 느끼게 하는 인물이다. 호세 아르까디오는 레베까의 정혼남에게 ‘좋소, 당신이 좋아하는 게 우리 가족이라면, 그래 아마란따를 차지하시오.’(145p)

그런데 정혼남, 삐에뜨르 끄레스삐는 호세 아르까디오의 말대로 아마란따에게 다가간다. 이 무슨 황당무계한 상황인가! 근친상간의 남매에다 애정의 대상을 말 한 마디로 옮겨가게 하는 구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캐릭터인데다 그의 존재의 말미도 너무 씁쓸하다.

 





➃삘라르 떼르네라:

‘그녀는 열 네 살 때 그녀를 범하고, 스물두 살이 되도록 계속 사랑했지만, 다른 집안 출신이었기 때문에 그녀와의 관계를 밝힐 결심을 끝내 하지 못하던 한 남자로부터 그녀를 떼어놓고자 했던 가족들에 이끌려 마꼰도의 건립과 더불어 마무리되었던 그 집단 이주 대열에 합류했다.’(50p) 그녀는 카드점을 치며, 후에는 매음굴을 운영하면서 신비스런 생활을 한다.

 




 

➄레베까(호세 아르까디오의 아내):

‘....살금살금 돌아다니며 모든 사정을 훤히 꿰고 있던 원주민 남매는 레베까가 젖은 마당 흙과 손톱으로 벽에서 떼어낸 석회 판떼기만 먹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70p)

 

삐에뜨르 끄레스삐와 애정관계에서 결혼 직전까지 갔던 레베까는 뜻하지 않은 집안의 사고로 인해 둘의 결혼식은 ‘죽음을 기다리는 것과 같은 꼴이 되어버렸’고, ‘제 갈길을 잃고 완전히 타락해버린 레베까는 다시 흙을 먹기 시작했다.’(138p)

 

새로운 삶의 활기를 주었던 호세 아르까디오의 갑작스런 의문사는 가장 신비스런 대목인데, 남편의 죽음은 그녀를 더 큰 고독으로 쳐 넣어버렸다.

‘주민들이 시체를 방에서 끌어내자마자 레베까는 집 문을 모두 닫아 걸고, 세상의 그 어떤 유혹도 깨뜨릴 수 없는 두꺼운 절망의 껍질에 둘러싸여, 산 채로 집안에 파묻혀 버렸다.’(201p) 그녀는 ‘완고한 유폐생활’의 장본인이었다.

 

 




➅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

이 작품의 1권의 내용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인물이 바로 부엔디야 대령이다.

아우렐리아노의 첫 사랑은 바로 원수의 집안의 딸, 레메디오스 모스꼬떼였다. 첫 눈에 반해 아직 생리도 시작하지 않은 어린 소녀인 레메디오스를 민며느리처럼 집안에 데리고 온 것이다. 하지만 그 행복도 잠시...

 

 

‘근 사십 년 세월을 보내고 난 다음에야 소박하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 그는 서른두 차례의 전쟁을 벌여야 했고, 전쟁을 통해 맺어진 모든 조약들을 죽음을 걸고 위반해야 했으며, 승리의 영광이라는 수렁에 빠져 돼지처럼 허우적거려야 했다.’(253p)

 

 

우르술라는,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이 혹독한 전쟁에 시달려 가족들에 대한 애정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그 누구를 결코 사랑해 본적이 없었고, 아내 레메디오스나 그의 삶을 스쳐갔던 셀 수 없이 많은 하룻밤의 여자들도 결코 사랑하지 않았으며, 그의 아들들은 훨씬 더 사랑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가, 모든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이상주의를 추구하기 위해 그토록 많은 전쟁들을 치뤘다거나, 모든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전쟁에 지쳐서 무한한 승리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항상 같은 이유, 즉 죄 받아 마땅한 그 특유의 오만 때문에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했다고 추측했다. 그래서 우르술라는, 아들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까지도 바칠 수도 있는, 그런 아들이 사랑을 하는 데는 무능한 한 남자에 불과할 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아이들이 어머니의 뱃속에서 우는 것은 ....아이가 사랑하는 데 무능하다는 명백한 조짐이라고 사실을 터득했고...(72-73p)

 

 

나라와 민족을 위해 일했던 위대한 혁명가, 자유파의 위인인 부엔디아 대령은 늙어 지쳐 마꼰도에 돌아온 이후로 하는 일은 언제나 어린 시절에 했던, 황금물고기를 만드는 일이었다. 부엔디아 대령의 구멍 뚫린 가슴은 그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가 없었고, 그 어떤 것으로도 그 고독을 치유할 수가 없었다.

 




 

➆아우렐리아노 호세:

‘넌 고모가 그렇게 좋니?’

‘그래, 잘하는 일이야’(215p)

.......

‘그 다음날에서야 비로소 우르술라는 아울렐리아노 호세가 아버지를 따라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217p)

 

‘난 항상 고모를 생각했어요.’(222p)

 

존재의 고독함이 섬이 되었다. 그리고 욕망의 썸이 근친상간으로 드러난다.

 

 




➇아마란따:

삐에뜨르 끄레스삐는 레베까와 아마란따 두 사람과 동시에 썸을 타고 있었다. 가정의 분위기는 레베까 쪽으로 힘을 실어주었다. 아마란따는 결혼식 예정인 레베까를 질투한 나머지, 독살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그 계획이 어그러지게 된다. 그로 인해 한 사람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의 인생을......그리고 가족사에 엄청난 파장을 낳게 된다.

 

‘...그로부터 삼일 후 독이 피를 타고 몸에 퍼져 배 안에 쌍둥이를 간직한 채 죽고 말았던 것이다. 아마란따는 양심의 가책으로 고통받았다. 레베까를 독살하지 않고서도 결혼식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어떤 무서운 사고가 일어나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정말 간절히 빌었기 때문에 레메디오스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느꼈던 것이다.’(135p)

 

 

삐에뜨르 끄레스삐는 ‘꿩 대신 닭’이라고 아마란따와 결혼하기를 원했지만, 끝까지 거절한다. 그는 음악회가 열릴 때 면도달로 팔 동맥을 그어 자살한다.

부엔디아 대령의 친구, 헤리넬도 마르께스 대령의 간절한 구애도 아마란따는 거절한다. 과거의 상처가 그녀의 인생을 끝까지 지배한 것이다. ‘네 마음은 돌과 같구나’(2권, 86)고 했던 우르술라의 고백이다.

자신이 죽을 때 입을 수의를 4년 동안 짰다.

 

 

‘페르난다에게 작별인사를 하려무나. 일분의 화해는 평생 동안의 우정보다 더 값진 것이란다.’(2권, 118p)

 

 

아마란따의 고독의 깊이도 점입가경이다. 질투와 미움, 애정, 애증, 죄책감과 상처...그리고 고독, 조카와의 관계 또한. 그녀가 죽기 전에 자신이 처녀라는 것을 증명해 달라고 외치는 대목은 정말 아이러니하다. 어쩌면 그 ‘처녀성’이 자신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일 수도 있겠다 싶다. 레메디오스의 죽음의 직접적인 책임이 있기에 그 누구와도 애정관계에서 서지 않고자 노력해왔다는 것을 자신의 ‘처녀성’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그녀에게도 유혹이 분명 있었지만.

 




 

➈미녀 레메디오스:

‘그녀는 자신이 남자들의 마음을 미혹시키는 여자라는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 매일매일의 재앙이라는 사실을 지상에 존재하던 마지막 순간까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2권, 48p)

 

‘물론, 외지 사람들은 미녀 레메디오스가 결국은 여왕벌이 될 수밖에 없는 거역할 수 없는 운명에 따랐는데도 가족들은 승천운운하면서 그녀의 명예를 지키려 애들을 쓴다고 생각했다.’(2권, 57p)

 

미녀 레메디오스의 ‘승천’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이 장면이 마르케즈의 ‘마술적 사실주의’의 한 장면이기도 하다. 뜬금없는 승천이라니!

 

 




➉헤르넬도 마르께스 대령과 주변인:

‘과거에는 실제적인 행동이었고, 젊음의 거부할 수 없는 열정이었던 전쟁이 이제는 막연한 개념, 다시 말하면, 공허한 그 무엇으로 변모되어 버렸던 것이다.’(242p)

 

마꼰도의 부엔디아 가문과 연결된 사람들조차도 그 고독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메메의 애인이었던 마우리시오 바빌로니아는 몰래 밀애를 즐기는 와중에 총에 맞아 불구가 된다.

 

‘...그 다음해 일월 일일, 미녀 레메디오스에게 무시를 당해 미쳐버린 젊은 경비대장은 그녀의 방 창문 옆에서 사랑으로 인한 주검이 되어 아침을 맞이했다.’(268p)

 




 

⑪아르까디오:

‘아직도 이름을 지어주지 못한 여덟 달 된 딸과 팔월에 태어나게 될 아이를 생각하고 있었다....자신이 가장 미워했던 사람들은 사실은 너무나도 사랑했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아무런 감정에도 얽매이지 않았은 채 집안 식구들을 생각했고, 자기 삶을 냉정하게 결산해 보고 있었다....실제로 그에게 중요했던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이었고...그가 느낀 감정은 두려움이 아니라 삶에 대한 향수였다.’(181p)

 

‘이런 제기랄! 딸을 낳게 되면 이름을 레메디오스라 지으라고 할걸 그랬군.’(183p)

 

 




⑫호세 아르까디오 세군도:

아르까디오의 쌍둥이 아들이다. 집을 나갔다가 엄청난 바나나공장의 노동자들의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3000명이 넘는 숫자의 사상자가 난 것을 눈으로 목격하고 도망치다 싶이 집으로 돌아와 멜키아데스의 방에 72개의 요강을 놔두고 은신하게 된다. 그는 투명인간과 같은 인물이었다.

 

 





⑬아우렐리아노 세군도:

페르난다와 결혼했지만, 한평생 빼뜨라 꼬떼스의 품을 벗어나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페르난다의 ‘황금변기’가 보여주는 대표적인 상징이다. 페르난다는 여왕과 같은 집안에서 그렇게 살아왔는데, 마꼰도에 와서 인생의 밑바닥을 경험한다. 더 나아가 남편인 아우렐리아노 세군도의 그치지 않는 바람기, 빼뜨라 꼬떼스와의 불륜행각을 처음부터 알고 인정하는 비굴한 관계 가운데서 시작되었다. 그들은 딸 메메를 브뤼셀로 유학을 보내는 열차를 바라보면서 ‘결혼식 날 이후 처음으로 팔장을 낀 채’(217p) 환송을 했다.

 



 

⑭산따 소피아 델 라삐에닷(아르까디오의 아내):

고집 센 쌍둥이 아들 호세 아르까디오 세군도와 아우렐리아노 세군도의 엄마이다.

 

‘포기하련다. 이 집은 보잘 것 없는 내 뼈다귀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커’(226p)

 

‘산따 소피아 델 라삐에닷으로서는 집 식구가 줄어든 것이 반 세기 이상의 노동 끝에 얻은 권리인 휴식일 수밖에 없었다(223p)’. 그녀는 아마란따 우르술라에겐 할머니였다. 하지만, 아마란따 우르술라는 그녀가 할머니란 사실을 알지도 못한 채 살았다는 것은 산따 소피아 델 라삐에닷의 자리가 부엔디아 가문에서 어떠했는지를 보여준다.

 

4년의 넘는 시간동안 비가 내렸고,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비가 내리지 않는 기상변화로 마꼰도의 부엔디아 집은 할 일이 넘쳐났지만, 일손이 없었다. 그 산따 소피아 델 라삐에닷이 가출을 해버린 것이다.

 




 

⑮뻬뜨라 꼬떼스: 쌍둥이 형제와 함께 관계한 여인이다.

후에 아우렐리아노 세군도의 정부가 된다. 아우렐리아노의 장례식에 왔을 때 부인인 페르난다는 그녀에게 시체를 보여주기를 거절했다. 그러자 뻬뜨라 꼬떼스는

‘내 입장이 좀 돼 봐요.’

‘그를 사랑할 만큼 했는데도 이런 모욕을 받아야 되는지 생각 좀 해보라니까요.’

‘정부 주제에 견디지 못할 모욕이 어딨담. 그러니, 그 반장화를 정 신기고 싶으면, 차라리 그 많은 기둥서방 가운데 하나가 죽길 바라지 그래요.’(218p)

 

 





⑯페르난다:

‘그 여왕의 이름은 페르난다 델 까르삐오였다. 그녀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미인 오천 명 가운데서도 최고의 미인으로 뽑혔는데, 그 침입자들이 그녀를 마다가스카르의 여왕에 임명하겠다고 약속해서 마꼰도로 데려왔던 것이다.’(298p)

 

자기의 가문과 맞지도 않는 아우렐리아노 세군도와 결혼한 것 자체가 그녀에겐 비극이었다. 아우렐리아노 세군도는 페르난다를 놔두고 늘 뻬드라 꼬데스의 품에서 지냈다.

 

 

그녀의 분노가 남편을 향해 폭발한다.

‘이튿날 아침 식사가 끝날 때까지 그녀가 불평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던 아우렐리아노 세군도는 그제서야 비로소 당시 빗소리보다도 더 유려하고 컸던 그 윙윙거리는 소리에 어안이 벙벙해졌는데, 페르난다는 바늘로 들쑤셔놓은 것 같은 집안을 지탱하느라 자신은 콩팥이 으러지고 있는 사이 게으름뱅이요, 우상숭배자요, 난잡한 남자요, 하늘에서 빵이 비오듯 쏟아지기만을 기다리면서 하늘을 보고 벌렁 드러누워 있곤 하는 남편과 더불어 미치광이들이 사는 어느 집에서 하녀 노릇이나 하기 위해 여왕의 교육을 받았다는 생각에 고통스러워하며 저택 안을 싸돌아다녔는데, 그 집안엔 하느님이 일어나서 잠을 주무실 때까지 할 일이 태산처럼 쌓여 있고, 참아야 하고 고쳐야 할 일이 수도 없이 많아서, 하루 일과가 끝나면 유리 가루가 잔뜩 들어간 것처럼 따끔거리는 눈으로 침대로 들어가곤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 한 사람 페르난다, 좋은 아침입니다, 페르난다, 잘 잤어요 라는 인사 한 마디 건네는 법이 없고, 빈말이라도, 안색이 왜 그렇게 창백하냐? 왜 자고 일어나서 귀가 그렇게 불그죽죽하게 변했냐고 물어보는 사람 하나 없고, 나머지 식구들에게서 그런 말이 나오기를 기대도 하지 않지만, 어찌 되었든, 다들 항상 자기를 장애물이나 냄비를 불에서 내릴 때 쓰는 행주 쪼가리나, 벽에 그려져 있는 익살스런 인형 그림쯤으로 생각하고, 항상 자기를 사이비 여신자라 부르고, 위선자라 부르고, 암도마뱀처럼 교활한 여자라고 부르면서 자기에 대해 구석에서 흉이나 보고 다니고, 삼가 명복을 빌겠는데, 아마란따까지도 큰 소리로 페르난다 자신을, 그 따위 말을 사용하다니 은총이 가득하신 하느님께서 용서하시길........(중략).......성묘단의 기사였던 돈 페르난도 델 까르삐오 사이에서 외동딸로 태어나 금지옥엽처럼 자란 자기에게 더 이상 필요없는 존재라는 것이었다.’(175-179p)

 

 

여기서 퍼붓는 페르난다의 폭언의 잔소리는 과히 거대한 서사시 같다. 일단 문장이 안 끊어지고 5페이지 연속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이 책의 번역자의 매력인 듯하다. 안정효의 번역(안정효의 번역은 2차 자료(영어본)를 가지고 번역한 것이다)이 ‘마술적 사실주의’를 제대로 번역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아무래도 스페인어를 전공한 이가 번역한 민음사판이 번역은 제대로 한 듯하다. 이 5쪽의 끊임없이 이어지는 문장이 날 울컥하게 했다. 한 사람의 내면의 고독을 5쪽의 장문으로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글의 힘이구나! 생각해보았다. 정말 충격이었다! 장관이었다!

 

 

-안정효의 번역판이다.

 

 



⑰메메:

마우리시오 바빌로니아란 노동자와 청춘의 불꽃을 가족 몰래 불태우던 그녀의 행로는 너무나 절망적이다.

‘그(마우리시오 바빌로니아)의 척추에 박힌 총알 한 방은 그를 평생 동안 침대에 가둬버렸다. 그는 자기를 한 순간도 편안하게 내버려두지 않았던 노랑나비들과 추억에 시달리고, 암탉 도둑으로 공식적으로 멸시를 받은 채, 신음 소리 하나 없이, 불평 한 마디 없이, 변명 한 마디 해보지 않고, 고독 속에서 늙어 죽었다.’(2권, 132p)

 

부엔디아 가문 사람들은 코끼리들처럼 죽을 때가 되면 고향 마꼰도로 되돌아온다. 부엔디아 가문의 사람들은, 크라코비아에서 죽은 메메와, 어디에서 죽은지 밝혀지지 않은 산따 소피아 델 라 삐엣닷을 제외하고, 모두 마꼰도에서 죽는다(2권, 139).

 





 

⑱호세 아르까디오:

그는 어머니 페르난다의 교육적인 정책에 의해 로마에서 성직자 수업을 계속해서 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유산을 상속받기 위한 고육지책에 불과했다.

 

함께 초대해서 놀았던 아이들이 욕조에 있는 호세 아르까디오를 덮쳤다. 그리고서 물 속에 머릴 쳐박아버린다. 그리고서 아이들은 금화 세 부대를 훔쳐가 버린다.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아우렐리아노는 멜키아데스 방에서 틀혀 박혀 자기만의 고독속에 휘감겨 있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것이다.

 

‘...그의 거대하고 부패된 시체를 발견했다. 그제서야 비로소 아우렐리아노는 자신이 그를 얼마나 깊이 사랑하기 시작했는지를 깨달았다.’(248p)

 

혼자서 로마에서 마음에도 없는 성직자 사제 수업을 받던 호세 아르까디오의 고독은 또 어떤가! 모든 가족이 다 떠나고 아우렐리아노와 겨우 얼굴을 텄는데, 결국 그렇게 비극의 주인공이 되어버린다.

 




 

⑲아우렐리아노:

메메와 마우리시오 바빌로니아 사이에 태어난 아이이다. 마우리시오 바빌로니아는 불구자가 되고 메메는 다시 수녀학교로 보내게 된다. 하지만 그 수녀학교에 들어갔을 때 이미 임신상태였다. 페르난다는 이 아이를 물속에 빠뜨려 질식사 시키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손자를 돌보아야만 했다. 자기 집안의 수치꺼리가 될 법한 일용직 노동자인, 근본도, 가문도 없는 마우리시오 바빌로니아 문제를 처리했을때는 안도의 한숨의 쉬었지만, 결국 더 큰 수치가 다가온 것이 바로 ‘아우렐리아노’였다.

 

 




⑳아마란따 우르술라:

아버지의 죽기 직전까지의 도움으로 브뤼셀에서 진보적인 교육을 받은 아마란따 우르술라는 남편 가스똔과 함께 마꼰도를 비상한 계획과 꿈을 안고 돌아온다. 그런데, 말도 안 되는 조카 아우렐리아노와 사랑을 나누게 된다.

 

‘가장 가슴 아픈 건 이렇게 되기까지 우리가 너무 오랜 시간을 허비했다는거야.’(288p)

 

 

아우렐리아노와 아마란따 우르술라의 사랑의 결정체, ‘무절제한 간통으로 배태된 아이’가 세상에 나왔을 때 다른 사람들에겐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돼지꼬리’(299p)였다. 100년 전부터 염려했던 근친상간의 증표, 돼지꼬리가 드디어 출현한 것이다.

 

 

 

 

마꼰도는 서양 세계와의 진정한 족외혼적 관계를 설정하기 위한 시도에서 번번히 실패하고서 수세기 전부터 지속된 고독 속에 갇힌 채 아직까지도 확실하고 완전하게 알지 못하는 자신들의 근본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라틴 아메리카의 은유적 표현인 것이다.’(역자의 말, 323)

 

 



 




 

3.고독한 섬과 욕망의 썸이 몰락의 성(性의 城)을 쌓았다

 

 

 

‘그리고 그때 아기를 보았다. 아이는 전체적으로 벙벙하게 부풀어 올라 있고, 피부는 바싹 마른 가죽 같은 시체로 변해 있었는데, 세상의 모든 개미떼들이 다 모여들어 아이의 시체를 마당에 있는 돌투성이 샛길을 통해 어렵사리 개미 소굴로 끌어가고 있었다. 아우렐리아노는 꿈쩍도 할 수 없었다....’(303p)

 

 

<가문 최초의 인간은 나무에 묶여 있고, 최후의 인간은 개미 밥이 되고 있다>(303p)

 

 



 




4.이 소설은 소설의 힘, 문학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바나나 농장 노동자들이 노동 조건과 생존권 문제를 다투며 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13명이 죽었다. 하지만, 작가는 백년 후에는 3천 명이라는 환상적인 숫자가 역사적 숫자fact로 믿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사람들이 ‘역사보다는 자기 픽션을 더 믿을 것’이라는 허풍을 떤다. 이것은 로맹 가리가 ‘소설가는 마법사와 같다’는 견지와 비슷하게 마르케스는 ‘작가보다는 마술가가 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의 『백년의 고독』에선 ‘마술적 사실주의’가 등장하는 이유가 그러한 것이다. 비현실적이면서도 환상적인 대목들이 군데군데 박혀있다. 예를 들어, 미녀 레메디오스의 승천이야기를 보자. 승천은 사람이 죽음을 맛보지 않고 하늘에 올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구약성경에서 두 사람, 에녹과 엘리야에게 임한 기적이다. 그런데, 소설 속에 승천이라니! 하지만, 소설이기 때문에 승천같은 기적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마르케즈가 노리는 대목은 어쩌면 그 소설fiction이 가진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모른다.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이 작품으로 소위 <소설의 죽음>에 반기를 들었다. 밀란 쿤데라는 ‘<소설의 종말에 대해 말하는 것은 서구 작가들, 특히 프랑스인들의 기우에 지나지 않을 따름이다.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동유럽이나 라틴아메리카 작가들에게는 어불성설이나 다름없다. 책꽂이에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을 꽂아놓고 어떻게 소설의 죽음을 말할 수 있단 말인가?>라는 말로 소설의 부활에 대해 언급하도록 만들었다’(2권, 308-309p).

 

 

 

‘인간이 일등칸에 타고 문학이 화물칸에 싣게 된다면, 이 세상은 개떡같이 끝장나고 말거야.’(2권, 283p)

 

 

 

 





 

Epilogue...

이 책은 그냥 읽고 넘어갈 수가 없는 책이었다!

 

이런 책은 읽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페이퍼를 적는데 굉장히 오래 걸렸다. 독서는 권수도 중요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느끼는 것은 ‘사유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세계를 상상하고 사색하고 사유하면서 느끼고 즐기고 함께하는 것이 독서가 아닐까! 그래서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페이퍼 때문에 독서가 밀렸다. 책을 읽고 싶은데, 이걸 이렇게라도 마무리 짓지 않으면 도저히 안 될 듯해서 페이퍼를 남긴다. 내 독서인생에 획을 그은 멋진 책이 또 하나 탄생했다 싶다!

 

 

자, 읽지 않으신 분들은 당신의 '백년의 힘'으로 『백년의 고독』의 맛을 한 번 느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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