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환상의 밤’이라고 하면 로맨스적인 느낌이나 뉘앙스를 연상하게 된다. 예를 들면, 신데렐라가 변신하여 왕자와 함께 춤을 추는 무도회의 밤 정도는 되야 ‘환상의 밤’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접근은 굉장히 평범한normal 접근이고, 구태의연한 접근이 아닌가!
스테판 츠바이크이다. 그가 말하는 건 뭔가 다르지 않아야 하는가! 그렇다. 스테판 츠바이크는 독자의 구미를 만족시켜준다. 아주 엉뚱하고도 생경한 방향과 풍경을 우리에게 선사해준다.
30대의 주인공은 재벌2세에 해당하는 부호이다.
한량처럼 지내도 쓸 만큼 쓸 수 있고, 누릴 만큼 누릴 수 있는, 보통사람들이라면 부러워할 만한 위치의 젊은이다. 하지만, 그의 사치와 향락과 쾌락이 어느 순간 벽에 부딪힌다. 모든 것에 싫증과 지루함과 지침을 느낀다. 왜 그럴까? 아마도 그것은 그가 껍데기의 삶을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나의 내부에서 꽁꽁 얼어붙은 감정은 너무 기괴했다.’(16p)
‘이런 무감동은 부패의 고약한 냄새조차 맡지 못하고 죽어 있는 상태, 무섭게 얼어붙은 감각의 불능 상태, 실제적인 육체의 소멸 단계에 이르러 있었다.’(17p) 이것은 ‘감정의 메마름’이며 , ‘무감동’이며, ‘냉소적’인 허무한 삶을 보여준다. 이것은 또한 ‘나와 감정 사이에는 도저히 내 뜻대로 깨뜨릴 수 없는 괴상한 유리벽이 가로놓여 있었다’(18p)고 표현한다.
이런 무기력과 무감동의 삶이 ‘환상적인 밤’으로 바뀐 계기는 ‘자발적인 낮아짐’이라고 볼 수 있다.
사진작가, 사울 레이터는
(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 56p)고 했다.
우리가 잘 아는 이야기가 있다.
원숭이를 잡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입구가 아주 좁은 항아리에다 바나나를 넣어놓고 원숭이 사냥꾼은 기다린다. 원숭이는 바나나냄새를 맡고 항아리에다 손을 잡아넣는다. 바나나가 드디어 자기 손에 들어왔다. 하지만, 바나나를 놓치 않고선 손을 빼낼 수가 없는 노릇이다. 어떻게라도 바나나를 밖으로 빼내려고 하지만, 움켜쥐고선 바나나를 빼낼 수가 없다. 이때 사냥꾼이 원숭이를 잡으려고 성큼성큼 온다. 그래도 원숭이는 바나나를 손에서 놓지 못한다. 결국 원숭이는 사냥꾼의 손에 포획되고 만다.
‘내려놓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내가 문득 주변의 사물을 주의 깊게 관찰할 때, 하잘 것 없는 어떤 것도 내게는 감정을 자아내고 의미를 부여한다.’(151p)
스테판 츠바이크의 글의 주인공은 어떤 식으로 자신의 내려놓음, 자발적 낮춤을 실천하였을까?....
*스테판 츠바이크가 쓴 『환상의 밤』의 주인공 프리드리히 미카엘 남작은 몇 년 뒤 라바루스카 전투에 참여하여 사망했다. 그의 글은 소포로 친척들에게 전달되었다.
대도서관/유튜브의 신Review/세상에 쓸데없는 일이란 없다 (2) | 2021.07.10 |
---|---|
서민/밥보다 일기/일기의 세 가지 힘 (0) | 2021.07.09 |
보후밀 흐라발/너무 시끄러운 고독Review/한탸의 러브스토리 (0) | 2021.07.08 |
가브리엘 마르케스/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 (2) | 2021.07.06 |
체호프단편선/미국의 체호프 레이먼드카버/교외의 체호프 존 치버 (0) | 2021.07.06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