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폭격>은 2차 세계대전 중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진이 영감받은 만든 영화인데, 전쟁중의 참상은 꼭 적의 공격으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때론 어처구니없는 실수와 오인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넷플릭스 영화 <폭격, The Bombardment(2022)>은 1945년 독일이 점령한 덴마크의 한 마을, 유틀란트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제가 서두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이 영화는 전쟁이란 상황, 서로 치고 박고 싸우는 과정에서 비극과 참상이 대부분 발생하지만, 때로는 말도 안 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으로 인해서 비극이 발생하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기존의 전쟁영화와 조금 결이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의 초반부에서 아주 신나하는 세 아가씨가 등장합니다. 이들은 결혼식 피로연에 참석하기 위해 아주 난리가 났습니다. 저마다 들뜬 분위기로 세 자매가 택시를 타고 출발을 합니다. 그 옆을 자전거를 타고 가던 소년 헨리, 갑자기 영국 비행기가 출동을 하는데요. 참극이 벌어집니다. 영국 전투기가 이 검은색 택시를 독일군의 차량으로 오인하고 발포한 것입니다. 자신이 운반하던 계란이 다 깨어진 채 헨리는 순식간에 벌어진 자동차 안에서의 참극을 두 눈을 목격하고서 말문이 닫혀버립니다. 헨리는 이 비극적인 광경을 눈으로 봐 버렸기 때문에 말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헨리는 공황장애 비슷한 증상, 하늘만 봐도 무서워하고 비행기소리가 들리진 않는가 하며 두려움과 불안으로 지냅니다. 결국 부모는 헨리를 코펜하겐의 헨리의 이모댁으로 한달간 보내기로 합니다.
헨리의 이모댁에는 헨리의 사촌, 소녀 리모어와 리모어의 친구 에바랑 친하게 지냅니다. 헨리와 비슷하게 에바는 나치의 총에 받아 죽어가는 모습을 눈 앞에서 목격한 소녀입니다. 1945년 덴마크의 레지스탕스는 영국에 폭격요청을 보냅니다. 코펜하겐의 게슈타포 본거지인 셀후스를 폭격해 달라고. 하지만, 영국군은 주저하게 되는데요. 왜냐하면 셀후스 지하에는 레지스탕스 포로들이 인간 방패로 잡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독일군에 의해 레지스탕스의 실체가 거의 드러났을때 영국군은 셀후스를 폭격하기로 결정합니다. 적의 레이다를 피하기 위해 아주 저공비행을 하게 되는데요, 제1편대는 셀후스를 제대로 공격을 했습니다만, 저공비행한 탓에 제2편대의 비행기가 송전탑에 부딪혀 꼬리가 날아가면서 일이 꼬입니다. 비행기가 고도를 올린 지 못한 채 셀후스로 가지 못하고 성 요셉 수녀회가 운영한 잔다르크학교 성당건물에 부딪힙니다. 평화롭게 수업을 하고 있던 아이들이 혼돈 속에 갇히게 됩니다. 그런데, 잔다르크학교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로 인해 영국 비행기는 셀후스 표적으로 착각하고 폭격을 계속 하게 됩니다. 나중에 조종사들은 연기가 두 군데에서 난다는 것을 발견하고 놀랍니다. 아무런 리스크도, 위험의 시그널도 보이지 않았던 폭격 작전에 생각치 않는 오폭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로 인해 놀라운 통계가 결과가 나왔습니다. 잔다르크 학교의 어린이만 86명의 사망자가 나오게 됩니다.
헨리는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코펜하겐 잔다르크 학교를 다닙니다. 그러다가 영국군의 오폭으로 인해 죽을 뻔했지만, 살아남습니다. 같이 공부했던 아이들의 끔찍한 상황을 보면서 헨리는 전쟁사상자들의 상황을 메모해서 보고하는 기록원 역할을 잠시 맡게 됩니다. 너무 급박한 상황속에서 헨리는 병원으로 실려나가는 친구 환자들의 이름, 옷차림, 옷색깔 등을 체크해서 가족들에게 알려줘야 임무를 맡게되면서 말 문이 트이게 됩니다. 고향에서 목격했던 자동차안에서의 참극은 헨리의 말문을 막아 버렸는데, 이번에 코펜하겐에서의 오폭사건은 헨리의 말문을 열게 만들어 버립니다. 너무나 큰 충격이 또 다른 충격을 잡아먹어버린 셈이라고 할까요?
전쟁은 모든 것을 앗아갑니다. 86의 어린이의 생명을 앗아감으로써 그 가족(유족)들의 희망과 기쁨을 통채로 삼켜버렸습니다. 나치 독일군에 의해 죽어간 것이 아니라 연합군의 작전 중의 실수, 오폭으로 인해 비극적인 참상이 발생한 것입니다. 전쟁이라는 상황은 인간을 그렇게 비극적으로 몰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전쟁터에서 적의 총알에 죽는 경우만 있는 것이 아니죠. 아군의 총알에 의해서, 실수에 의해 죽는 경우도 많이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전쟁이란 상황 그 자체만으로 인류는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헨리와 에바는 다행이 생존하지만, 밝고 명랑하고 총명했던 사촌 리모어는 지하에 갇히고야 맙니다.
키 작은 소녀 에바는 못 볼 것을 본 애입니다. 그런 애가 성당 학교가 폭격을 당하는 상황 가운데서도 집으로 돌아옵니다. 아침에 아버지가 아침 밥을 안 먹고가면 죽을거라는 저주섟인 폭언을 들었던 에바입니다. 에바의 엄마는 자신의 딸의 행방을 찾다가 헨리를 마주치게 됩니다. 에바의 행방을 묻자,
"집에 갔을 거예요."
에바의 엄마는 슬퍼하던 표정이 기쁨으로 반가움으로 바뀌면서 집으로 달려갑니다. 집으로 돌아가자, 온 얼굴이 허옇게 먼지를 쓴 채 아침에 먹지 않고 갔던 아침밥 스프를 맛있게 먹고 있는 것입니다. 이 장면 전에 에바의 아버지는 '아침밥 안 먹는다고 (에바에게) 죽을거라고 말했어'라면서 자신을 자책하며 고통스러워 했습니다. 다행히 에바는 살아남았고 아침밥을 먹고 있습니다. 에바는 무슨 생각으로 돌아와서 밥을 먹고 있을까요? 딴애들은 다 수녀님이랑 지하로 대피한다고 했는데요. 영화는 에바의 장면으로 끝으로 마무리 됩니다.
영화중에 테레사는 잠시 아이들 앞에서 수업을 맡을 시간이 생길때 전쟁에 대한 아이들의 질문을 받습니다.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이 계신데 어떻게 이런 전쟁이 벌어질 수 있느냐는 질문을 아이들 눈으로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테레사 수녀는 사람이 어쩌다가 실수로 연필을 떨어뜨릴 수도 있지 않느냐고 비유적으로 설명을 합니다. 테레사 수녀 또한 신의 존재와 전쟁의 발발에 대한 관계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연필을 떨어뜨리신 걸까요?"
영화는 전쟁에 대한 원인과 이유를 말하지는 않습니다. 과연 신이 계시다면 이런 참상이 벌어질 수 있느냐는 무신론적인 회의론을 테레사 수녀를 통해 제기하는 듯 하지만, 테레사 수녀가 나치의 보조 경찰 프레데릭이 나치의 끄나풀 역할을 그만두겠다고 기도를 가르쳐달라고 했을때 성당에 세워진 예수님의 십자가 동상의 대목을 보면 이런 의문점을 사라지게 됩니다. 예수님의 옆구리에서 상처가 났는데, 거기에서 피가 흘러나왔기 때문입니다. 저는 카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카톨릭에선 이런 현상들이 기이하게 일어난다는 이야길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인간의 비극적인 전쟁의 참상에 대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동상에 피를 흘리신다는 것은 신이 실수로 연필을 떨어뜨린 인간처럼 신의 잘못된 방조와 무관심으로 전쟁이 발생하게 된 것이 아니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신이 이런 전쟁을 계획하였다면 예수 그리스도의 동상에서 피가 흘러나올 필요가 없는 것 입니다.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겠지만, 인간의 실수와 욕망과 광기가 전쟁을 불러오는 것입니다. 인간의 자유의지에 의해 발발한 참혹한 전쟁에 대해 예수 그리스도는 피를 흘리고 계신다는 것은 그 고통과 슬픔에 그리스도가 동참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해주는 것이 아닐까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의 전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푸틴의 욕심에 의해 발생한 전쟁이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겐 재앙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영화 <폭격>을 보면서, 이 땅에 전쟁이라는 상황 자체가 얼마나 처참한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전쟁이라는 상황 그 자체가 전쟁중인 나라들 뿐만 아니라, 인류를 더 비참하게, 지구촌을 더 재앙으로 이끌어간다는 것을 우리는 인플레이션으로 통해서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습니다만, 인류에게 있어 전쟁은 더 이상 일어나지 말아야 할 비극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지구촌에 하루속히 평화가 임하기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하루속히 종식되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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