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의 시집에 게재된 '그리움'이란 짤막한 시에 대한 감상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벚꽃이 만발하며 이제 살짝 떨어질 기미도 보이는 봄날에 이 시가 어울릴 것 같은 뇌피셜에 의해 이 감상을 적고자 한다.
그리움
햇빛이 너무 좋아
혼자 왔다 혼자
돌아갑니다.
아이들을 잠시 맡기고 나는 혼자서 드라이브를 한다. 드라이브하기 위해서 나선 것이 아니고 단순한 아이들 픽업 차원이었다. 혼자 왔다 혼자 돌아가는 그 드라이브 속에서 나는 '지독한 외로움'을 느낀다. 만날 사람도 없고, 선뜻 만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나이가 들어서이기도 하지만,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이 때로는 부담이기도 하고 지금은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다. 그러면서도 나는 외로워한다. 누군가를 만난다고 외로움이 해소되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너무 외로우면 탈이 나고 사달이 난다.
오늘 나태주의 시의 제목은 '그리움'이다. 그리움은 어쩌면 '외로움'과 긴밀한 상관관계에 있는 것 같다. 지독하게 외로워해 보지 못한 사람은 지독하게 그리워하는 그리움의 정체를 알 수가 없다. 오늘날의 시대는 인스턴트의 시대이다. 쉽게 만날 수 있고 쉽게 헤어질 수 있다. 거기에는 지독한 가벼움만 존재하지, 지독하고 깊은 외로움과 그리움의 향기는 맡을 수가 없다. 트위터를 한번 씩 하다보면 의아한 광경들을 보게 된다. 트위터가 원래 이런 공간이었던가? 싶을 정도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의 마음(♡)을 얻을려고, 좋아요를 얻으려고 안달하는 것을 본다. 얼마나 피상적인가? 더 은밀한 이야기들도 많이 있지만, 언급하진 않겠다. 익명의 아이디로 자신을 숨길 수 있기 때문에 그 공간에서 맘껏 하고 싶은 욕망을 맘껏 펼쳐가는 SNS세상인 것 같다. 일론 머스크는 지독한 브레인으로 트위터를 매수하면서 영향력을 확보해가는데, 어떤 이들은 자신의 욕망으로 영향력을 매수하고자 하는 것 같다.
햇빛이 너무 좋아
오늘 햇빛이 너무 좋더라. 아들이 학교에서 주말에 배드민턴을 치는 프로그램이 있어 태워줬다. 반나절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긴 옷을 입어 더워서 혼났다고 이야기한다. 나도 더운 기운에 반팔 티를 입고 픽업하러 가던 참이었다. 햇빛이 너무 좋은 봄날이다.
혼자 왔다 혼자
돌아갑니다
우리의 인생은 언제나 '혼자 왔다 혼자 돌아갑니다'이다. 그게 인생의 원리이다. 누군가 옆에 있다고 해서 외롭지 않은 게 아니고, 결혼을 했다고 해서 외롭지 않은 것도 아니다. 인간은 원래 외로움을 잘 타는 존재이다. 외로움이 있기에 그리움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움을 아는 사람은 외로움을 아는 사람이다. 누군가를 애타게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하고 갈구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결핍과 한계를 알고 자신의 삶 가운데 공백이 있음을, 부재의 공간이 있음을 아는 자일 것이다.
벤자민 프랭클린의 명언에 이런 말이 있구나.
Absence sharpens love, presence strengthens it. -Benjamin Franklin
부재는 사랑을 격심하게 하고, 존재는 그것을 강력하게 한다
그래, 그리움이 더욱 날카로울 수 있는 것은 외로움이 주는 부재감의 무게 때문일 것이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그것은 love로 표현했고, 나태주 시인은 그리움을 표현했다. 시인이 그리움에 대해 시를 쓸 수 있는 것은 외로움의 지경에 처해 봤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 세상에서 누가 외로움을 자처하고 싶고 고독과 고립감에 쩔어 살고 싶어하겠는가? 하지만, 그런 경험이 있어 본 자만이 그리움을 노래할 수 있는 것이기에. 인생의 모든 것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 같다. 그래서 '혼자 왔다 혼자 돌아가'도 감사한 것이 인생이어야 하지 않을까?
나태주의 똑같은 제목의 '그리움'이란 또 다른 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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