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6부작 드라마, 이른바 마술 드라마라고 할 수 있는 <안나라수마나라>에서 마술사 리을이 윤아이에게 질문한 "이세상에서 가장 믿고 의지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와 '나는 오늘도 나를 응원한다'라는 테마를 같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안나라수마나라>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윤아이(최성은 분)는 가난한 고등학생입니다. 졸지에 부모님이 살아 있으면서도 여동생 유이를 돌봐야 하는 소녀가장이 되어버렸네요. 엄마는 지독한 가난이 싫어서 집을 나가 딴 살림을 차린 듯 하고 아빠는 빚쟁이들의 독촉에 시달려 도망다니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초등학생인가? 유이를 돌봐야 하는 윤아이의 슬픔과 고통과 답답함은 막막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런데, 마술사(지창욱 분)를 만나면서 많은 변화를 겪었던 윤아이는 이런 말을 합니다.
"삶의 불행을 극복하기 위한 제 1순위는 가난이라고 생각했는데 틀렸다. 그 동안 나를 벼랑 끝으로 몬 건 돈이 아니라 어른이었다."
윤아이는 나일등(황인엽 분)과 짝궁이 되었는데요. 나일등이 은근히 윤아이를 좋아해서, 윤아이가 돈이 필요한 것을 보고서, 마술사와 만나는 게 너무 싫어서 암튼 그런 이유로 성적을 빌미로 돈 거래를 하게 됩니다. 윤아이는 월세나 생활비 모든 게 너무나 절실했기 때문이었죠. 소녀가장으로 감당해야 할 책임들 앞에서 그녀는 나일등의 유혹에 넘어가는데요. 이게 나중에 학교에 발각이 됩니다. 그런데, 자신이 대면한 진실은 정의도 아니었고, 더럽고 추악하고 받아들이기 힘들고 역겨운 현실이었습니다. 성적을 빌미로 돈거래를 한 나일등은 오히려 선행상을 받습니다. 오히려 모든 것이 다 까발려지면 좋았을 것을! 어른들의 세계는 백있고 가문좋고 법조인인 아버지의 힘(?)에 의해 나일등의 범죄가 선행으로 둔갑하고 그런 세계가 나일등도, 윤아이도 참을 수 없는 분노를 가져옵니다. 그래서 윤아이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합니다.
"그들처럼 형편없는 어른이 되고 싶다."
"정직한 건 내한테 사치다. 배고픈데 즐거우면 뭐해요?"
"꼭 뭐가 되기 위해서 살아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요?"
하지만, 나일등의 부친, 나진만은 '모두가 인정할만한 어른이 되야 한다'는 이야길 합니다. 나진만의 울타리가 있어서 나일등이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러면서 마술사 리을에 대해서 '사회적인 낙인'을 찍어 버립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현실이 얼마나 잔혹하고 냉혹한지 그냥 드라마가 보여주고 있는데요. 그런데 사회적인 낙오자라고 불리는, 인적드문 놀이공원에서 혼자서 은둔하게 지내는 마술사 리을이 하는 이야기가 참 인상적입니다. 윤아이는 이 지긋지긋한 가난과 고통스러운 세월을 빨리 지나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요. 그런 마술은 없냐는 식으로 이야기하는데요. 그러자 리을이 말합니다. 힘든 시간을 건너뛰는 것은 도망치는 것이라고. 윤아이의 아버지가 아이들의 양육할 책임에서 도망칩니다. 빚쟁이들의 독촉에 견딜 수가 없는 것이기도 하지만요. 부모의 모든 책임이 윤아이에게 몰려 있습니다. 고등학교 여학생이 자기의 여동생을 양육을 책임져야 하는. 그래서 윤아이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하지만 마법사 리을은 그렇게 빨리 어른이 될 수 있지만, 그게 아버지의 행동과 똑같은 게 아니고 뭐냐고 이야기 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욕하고 비판하고 비난하는 사람의 모습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랄 때가 있습니다. 아빠가 윤아이와 유이를 버리고 도망친 것을 욕하고 싫어하고 속상해하고 슬퍼하는데, 윤아이도 마찬가지로 아빠처럼 빨리 이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 그것 또한 똑같은 마음이라는 사실입니다.
윤아이는 이미 질문에 대해 답을 어렴풋이 알고 있습니다. 어릴 때는 집 나간 엄마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면 가출한 아빠를 기다립니다. 윤아이는 속으로 외칩니다.
"기다리지 말자. 기대하지 말자"
'이 세상에서 가장 믿고 의지해야 할 사람이 누구냐?' 마법사 리을은 윤아이에게 그 사람을 '만나게 해 줄까?' 합니다. 그리고서 마법을 겁니다.
안나라수마나라(이 드라마의 마법 주문입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제가 굉장한 충격을 받았는데요. 리을과 윤아이가 도착한 곳은 바로 놀이터였습니다. 그 놀이터에 웬 꼬마소녀가 놀고 있는데요. 누군가를 기다리는가 봅니다. 그 소녀는 바로 어릴 적 윤아이였습니다. 제가 이 <안나라수마나라>를 보면서 인상깊었던 대목이 바로 이런 중간 중간에 나오는 의미심장한 도전이었는데요.
여러분, 우리가 이 세상에서 가장 믿고 의지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이 질문에 여러분은 누구라고 대답하실 수 있습니까? 그런데, 그런 말이 있습니다.
"사람은 의지할 대상이 아니라 사랑할 대상이다."
이 말에 동의하실 분들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는데요. 정말 사람은 너무 의지하면 탈이 납니다. 사람은 사람일 뿐이거든요. 그런데, 오늘 리을이가 드라마에서 윤아이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믿고 의지해야 할 사람은 누구냐?'라는 질문에 너무나 충격적으로 대구해 줍니다.
바로, 윤아이 자기 자신이었습니다.
이건 자기 자신이 대단하고 자신감과 자부심이 넘쳐서 의지하고 믿는 것이 아닙니다. 윤아이는 정말 벗어버리고 싶은 모든 결점과 약점과 슬픔의 굴레를 가진 여고생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리을은 윤아이에게 자기 자신을 믿고 의지하라는 메시지를 줍니다. 결국 모든 문제의 해결점은 다른 누구가 아닌, 타인이 아닌, 제3자 아닌, 바로 자기 자신으로부터, 자기 자신에게서 온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전 이 드라마의 마법이야기가 너무 황당하지만, 좋은지도 모르겠습니다.
문득, 집에 꽂혀 있는 책 제목이 생각이 납니다.
나는 오늘도 나를 응원한다!
오늘은 넷플릭스 드라마 <안나라수마나라>에서 질문한 '이 세상에서 가장 믿고 의지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란 질문에 그 해답은 바로 '나 자신'이며, 그러기에 '나는 오늘도 나를 응원한다'라는 문장으로 포스팅을 맺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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