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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내상 브루투스 너마저도?

탐독: 탐서/시와 케렌시아

by 카알KaRL21 2022. 7. 1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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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의 최신간 시집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에 게재된 '내상'이란 시에 대한 해석과 감상을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이건 산문 느낌이 강한데요. '내상'이란 시에 대하여 한번 볼까요? 

 

 

 

 

 


내상


로마의 영웅 카이사르를 죽게 한 것은 적군이 아니었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웠던 사람, 가장 아꼈던 사람, 자식같이 믿었던 사람, 브루투스에 의해서였다. 브루투스가 칼을 들었을 때 카이사르는 그 칼을 거부하지 않았다. 아들 같은 사람의 칼을 맞고 카이사르는 고요히 숨을 거두었다. 브루투스가 자신의 분신이었이기 때문이다. 이런 걸 내란이라고 하고 내상이라고 부른다. 그 어떤 방법으로도 해결할 길이 없다. 보통 사람들도 일생을 두고 브루투스 같은 사람을 안 만들고 사는 것이 상책이다. 나는 대체 누구의 브루투스였으며 나에겐 또 누가 브루투스였을까? 나같이 졸렬한 인생을 산 사람도 아들딸에게 존경받고 아내 되는 사람에게 신뢰받기가 그 어떠한 일보다 어려운 일이었음을 고백한다.


 

 

 

권력의 본좌에 앉은 이들, 보스에게는 항상 충성된 친구들과 부하들이 존재한다. 보스가 가진 강력한 카리스마가 그들을 지배하긴 하지만, 보스, 두목을 옆에 밀착하여 움직이는 이들에게 보스는 그만큼 많은 위험과 약점을 노출시킬 수 밖에 없다. 인간관계는 허심탄회하고 정직하고 솔직하면 좋지만, 이게 권력과 정치와 연결되면 여러가지로 장단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권력과 정치만의 문제도 아니다. 모든 인간관계는 늘 이런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 그것을 시인은 로마의 영웅, 초대황제였던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브루투스의 비유로 가져오고 있다. 브루투스에게 있어 카이사르의 암살은 혁명의 성공이었지만, 카이사르에게는 브루투스의 배신과 배반이었다. 시인은 이것을 국가적으론 '내란'이지만, 개인적인 관계에선 '내상'이라는 표현을 붙이고 있다. 어떤 권력과 성공과 명예와 공동체를 움직이기 위해선 사람이 필요하다. 한 사람의 힘으로 힘들다. 그 힘을 구심점으로 해서 뭉쳐지는 힘이 요구된다. 하지만, 모래알처럼 뭉쳐지기 힘든 인간이 진흙같이 뭉쳐지는 것도 대단하지만, 그 진흙이 모래알처럼 언제든지 부셔지고 흩어질 가능성을 늘 내포하고 있다.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초대 황제로서 강력한 카리스마로 로마를 다스리고자 했지만, 로마의 원로원들의 반대가 대단했다. 그들의 눈에는 어쩌면 카이사르가 '하룻강아지'처럼 보였을 지도 모르겠다. 거대한 로마의 공화정 정치의 수구세력은 영웅을 필요치 않았다. 그들의 눈에는 '카이사르라는 영웅'이 눈에 가시였다. 그래서 집단암살세력을 배후에서 주도했고 수많은 인물이 카이사르의 암살에 가담했지만,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은 최측근, 브루투스였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카이사르'이다. 하지만, 카이사르는 브루투스의 칼을 받아들인다. 자신이 그토록 혁신적으로 바꾸고자 했던 로마의 정치구조, 권력구조의 개편의 넘사벽을 실감했던 최후의 장면이었다. 카이사르의 내상이었다. 

 

 

 

 

카이사르의 최후, 카이사르의 내상

 

 

 

 

‘브루투스, 너마저도!’
Et tu, Brute?

 

 

 

내상에 대해 생각해 보면서 느끼는 것은 내가 받는 내상이 아니라 내가 타인에게 주는 내상은 얼마나 될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 의하면 브루투스는 당시 흔한 이름이었고, 브루투스는 당시 카이사르의 정부(연인)의 아들이었다고 한다. 자신과 애정관계에 있는 여자의 아들이 가진 엄마의 애인을 쳐 죽인다? 뭐 이런 삼류드라마에서 나올법한 암살동기가 직접적인 요인은 아닌 것 같고, 주류정치인들의 원하는 로마의 밑그림에 영웅은 사라져야 한다는 논리로 어머니의 애인, 카이사르를 죽인 것이 아닐까? 

 

 

 

 

 


....나는 대체 누구의 브루투스였으며 나에겐 또 누가 브루투스였을까? 나같이 졸렬한 인생을 산 사람도 아들딸에게 존경받고 아내 되는 사람에게 신뢰받기가 그 어떠한 일보다 어려운 일이었음을 고백한다.

 

 

 

사람들마다 상처를 준 것은 기억 못하고, 내상을 준 것, 뒷통수를 친 것은 기억 못하고 다들 자기가 피해자라고 하면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세상이다.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을 기세로 피해자 코스프레하는 세상이다. 현실 똑바로 직시하면서 때때로 나 자신이 브루투스가 되기도 한다는 것!

 

 

 

 

 

산문시와도 같은 나태주의 색다른 시 <내상>을 대하면서 로마의 영웅,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브루투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았습니다. 언제나 인간세계는 내상이란 데미지damage를 항시 주고 받을 수 밖에 없는 구도란 것을 기억했음 좋겠습니다.

 

 

 

 

 

 

 

 

↘아래의 포스팅은 필자가 과거에 적었던 <로마인 이야기>에 대한 포스팅입니다.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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