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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그런 사람 -봄이면 꽃마다 찾아가 칭찬해 주는 사람

탐독: 탐서/시와 케렌시아

by 카알KaRL21 2022. 4. 23.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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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의 최신간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에 게재된 시 ,'그런 사람'에 대한 감상과 해석을 공유 해보고자 한다. 류시화의 시에 대한 나에 감정과 느낌이 좋기 때문에 좋은 글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포스팅해 보고자 한다. 

 

 

 

 

 



그런 사람




봄이면 꽃마다 찾아가 칭찬해 주는 사람
남모르는 상처 입었어도
어투에 가시가 박혀 있지 않은 사람
숨결과 웃음이 잇닿아 있는 사람
자신의 아픔이면서 그 아픔의 치료제임을 아는 사람
이따금 방문하는 슬픔 맞아들이되
기쁨의 촉수 부러뜨리지 않는 사람
한때 부서져도 온전해질 수 있게 된 사람
사탕수수처럼 심이 거칠어도
존재 어느 층에 단맛을 간직한 사람
좋아하는 것 더 오래 좋아하기 위해
거리를 둘 줄 아는 사람
어느 길을 가든 자신 안으로도 길을 내는 사람
누구에게나 자기 영혼의 가장 부드러운 부분
내어 주는 사람
아직 그래 본 적 없지만
새알을 품을 수 있는 사람
하나의 얼굴 찾아서
지상에 많은 발자국 낸 사람
세상이 요구하는 삶이
자신에게 너무 작다는 걸 아는  사람
어디에 있든 자신 안의 고요 잃지 않는 사람
마른 입술은
물이 보내는 소식이라는 걸 아는 사람


 

 

 

나는 시를 분석하고 문법적, 기교적인 해부를 하고 싶지는 않다. 중고등학교 입시를 위한 점수따기용으로 시를 접근하는 방식은 시대적인 요구이기에 어쩔 수 없는 노릇이긴 하지만, 그것만큼 시에 대해 모욕적인 처사는 없는 것 같다. 시를 시로 대하지 않는 것은 시에게 너무나 모욕적이다. 시에 진심인 사람은 시를 그런 식으로 대하진 않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시를 잃어버리고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류시화 시인은 이 시집의 서두에서 '그대의 삶이 시를 잃어버렸을 때'라는 말을 사용한다. '삶에 시가 뭔 필요가 있는가?' 그렇게 말하는 무리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언어는 수많은 산문 보다 운문이 더 많은 대화로 이뤄져 있다. '엄마'라고 아이가 부를 때 그게 아이에겐 시가 될 수도 있겠다. 우리의 삶은 수많은 시와 수많은 운문으로 되어 있으나 우리가 그걸 깨닫지 못하기에 '시집'이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 책표지
류시화의 신작 시집

 

 

 

 

봄이면 꽃마다 찾아가 칭찬해 주는 사람

 

 

봄이다. 완연한 봄. 요즈음은 겨울-봄-여름 이렇게 계절의 변하지만, 때론 봄을 너무 빨리 건너뛰고 여름으로 지내가는 것 같다고 아들과 대화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긴 겨울의 차가움을 혹독히 견디어 낸 후 맞이하는 봄 햇살과 봄 비와 봄 기운은 언제나 환영받아 마땅할 만 하다. 그런 가운데, 시인은 '그런 사람'이란 시에서 제일 첫 운을 뗀 것이 이 문장이다

 

 

'봄이면 꽃마다 찾아가 칭찬해 주는 사람'

 

 

겨울의 차갑고 냉기서리고 혹독한 시간을 견디어 온 수많은 꽃들이지만 봄이면 자신의 얼굴을 내밀고 자태를 뽐내며 대자연이 기지개를 편다. 그런 꽃들을 찾아다니며 칭찬해 주는 사람을 제일 먼저 문장에 내놓은 시인이다. 봄이 오는지, 여름이 오는지, 계절의 변화에도 민감하지 못하게 너무 바쁘게 살아와서 쉽게 지나갈 수 있는 계절의 경계이지만, 봄이 왔다는 것을 제대로 감지하고 인식하고 환대해주는 사람, 그 사람은 꽃마다 찾아가 칭찬해 주는 사람이다. 꽃 한송이에게 다가가서 뭐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대단한데, 여러가지 꽃, 꽃마다 칭찬해 준다는 것은 그 사람 안에 얼마나 많은 친절과 얼마나 많은 섬세함과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있는지를 볼 수 있다.

 

 

 

 

 

보통 사람이라면 감히 흉내낼 수도 없는 수준이다. 더 깊게 들어가면 꽃에게 칭찬한다고? 그런 감수성이 지구상에 얼마나 있을까? 정말 소수의 무리, 아메리칸 인디언의 숫자만큼은 될까? 그래도 그런 사람은 존재할 것이다. 그런데, 그 꽃마다 일일이 찾아다니며 칭찬을 한다고? 물론 다 찾아다니며 칭찬할 순 없을 것이다. 지구촌에 얼마나 많은 꽃들이 있고, 봄에 핀 꽃들이 내 지천에 얼마나 많이 깔려 있는데 말이다. 어떤 위치나 범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게 다가와 준 꽃들, 내게 다가와 봄의 향내와 기운을 느끼게 해 준 꽃들, 언제나 변함없이 계절의 변화와 리듬에 맞추어 다가온 꽃들을 그냥 무심하게 지나치지 않고 칭찬해주는 그런 사람의 마음씨와 감수성이 돋보인다. 우리가 얼마나 그렇게 사물의 변화와 자연의 변화와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한 적이 있던가? 이렇게 꽃마다 칭찬해 주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분명히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는 마음씨와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맵씨와 순수함의 깊이가 남다른 사람일 것이다. 좀체 찾아보기 힘든 '외계인'같은 사람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무서워하고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는 부류의 외계인이 아니라 정말 우리 삶과 인생에 꼭 필요한 마음이 따뜻하기 그지 없는 사람이다. 

 

 

 

 

 

늘 나의 글은 길어지는 장점과 단점이 공존한다. 오늘은 한 행만 해석하기로 한다. 해석을 더 할 수 있긴 한데, 류시화의 신작 시집의 첫 시에서 또 늘어지고야 말았다. '봄이면 꽃마다 찾아가 칭찬해 주는 사람' , 이 행만 해석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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