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드라마 <사랑의 이해>는 자본주의 사회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은행이라는 소사회에서 벌어지는 청춘남녀의 로맨스와 결혼, 그리고 직장생활에 대한 디테일한 스토리를 다루고 있어 흥미로운데요. 오늘은 10회의 첫번째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밤이 깊어가는 가운데 하상수(유연석 분)와 안수영(문가영 분)은 기차역에 놓여진 피아노를 있길래 안수영에게 한번 쳐 보라고 합니다. 독학으로 배운 안수영은 피아노를 연주합니다. 기차역 가득 수놓은 음악은 쇼팽의 '이별의 왈츠'였는데요. 쇼팽이 좋아하던 여자에게 선물한 곡이었는데, 그녀를 떠나 보내고 곡에 이름을 붙였다는 곡입니다.
"쇼팽이 많이 좋아했나봐요. 그 사람"
"근데 헤어졌어요."
클래식에 대해 문외한이 하상수는 수영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헤어진 이유를 묻자 그냥 현실적인 이유라고 하는데요.
'그 날 우린 플랫폼에 선 여행자 같았다. 마치 처음 본 사람처럼 그 순간을 공유했다'
낯선 곳에서 맞이하는 낯선 시간은 익숙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신박한 느낌을 주는데요. 하상수와 안수영은 서로에 대한 깊은 호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 순간이 더없이 특별한 모멘텀으로 남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런 모멘텀이 지금 이 시기에 이 두 사람이 공유했다는 것 자체가 이 두 사람에게 더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헤어질까요, 종현씨랑?"
"그 말 무슨 뜻이에요?"
하계장의 중고차는 하계장에겐 다소 어울리지 않는 차이기도 한데요. 드라마에서 굳이 구식 투산 차로 정한 것은 하상수의 성격을 반영하는 듯 한데요. 그의 사는 집에 비하면 그의 집이 좀 초췌하긴 합니다. 하지만 안수영의 동네에선 오히려 그 차가 더 잘 어울리는 듯한 느낌인데요.
"하 계장님, 무슨 뜻으로 물은 거예요?""왜 나한테 행복하냐고 물은 거예요?""하 계장님은 어때요? 행복하고 있어요?"
하 계장이 안수영을 데려다 주고 난 후 기다리고 있던 정종현(정가람 분)이 안수영과 이야기를 좀 하자고 합니다.
"미안해요. 내가 너무 나빴어요. 후회했어요. 내 못난 모습 들키는게 너무. 다시 나갈게요. 전에 살던 옥탑방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요."
안수영은 이별의 왈츠를 추려고 하는데, 오히려 정종현은 다시 리셋하자는 분위기입니다. 정종현을 지켜보는 안수영은 점점 지쳐가고 있는데. 몸은 함께 하고 있지만, 마음은 딴 곳을 바라보고 있는 안수영입니다.
하상수와 안수영이 조문을 간 그 날, 간만에 박 대표라는 선배와 소경필과 박미경 그리고 친구들이 동창회를 합니다.
"너희는 진짜 쿨하다."
같은 지점에 소경필과 박미경이 같이 일한다는 소릴 듣고 박 대표가 한 마디합니다. 하상수가 박미경의 과거사를 알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화들짝 놀란 박미경이 밖으로 나가자, 소경필이 따라 나옵니다.
"천년의 사랑을 했어? 가서 고해성사라도 하고 싶은거야? 상수는 모른 척 하고 싶은거야."
한사코 상수를 찾아간 미경은 뜬금없이 '쇼팽의 이별왈츠'를 듣고 있는 하상수의 행동에 조금 놀랩니다.
"선배 클래식에 관심이 없었쟎아."
"선배, 다 알았다며, 경필 선배 일"
"지나간 일이니깐, 네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말 안한 게 속인 게 되는 건 아니니깐."
"그게 끝이야? 이상하네. 선배가 괜찮다고 하는데 나는 더 서운하지?"
"선배도 그런 거 있어? 나한테 말 안한 거 있어?"
종현은 수영에게 '사랑해요'라고 말하고 잠이 듭니다.
하지만 수영은 또 다시 상수가 했던 말, '행복하고 있어요?'란 말이 귓가에 맴도는가 봅니다.
하상수의 베프, 소경필이 하상수과 나눈 이야기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너 왜 그랬냐? 내가 뭐라고 해? 이미 다 지나간 일이쟎아. 이상하기 보다는 이해가 안 간다. 너 박미경 진짜 좋아하는거 맞냐?"
서서히 자신의 감정의 민낯을 마주치고 있는 하상수, 옆의 사람이 조금만 객관적으로 주시해도 알 수 있는 대목인데 본인만, 자기 자신만 아직 잘 모르고 있나 봅니다. 사람이 원래 그렇죠. '중이 자기 머리를 못 깎는다'는 이야기처럼 말입니다.
소경필은 하상수의 감정을 떠보고자 농락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아침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하상수는 유니폼을 반납하고 '근무복장자율화'한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한 가운데, 안수영이 유니폼을 반납하는 것을 보고서는 갑자기 놀래면서 안수영에게 한 마디 합니다.
"진짜 그만두는 거예요? 어제까지 아무 말 없었쟎아요."
급히 자신의 오해임을 알아차린 하상수, 자신의 감정을 들켜버린 것 같아 민망의 최대값Max을 보이는 하상수입니다. 소경필이 자신을 농락한 것을 알아차리고서 소경필에게 나를 떠 보는 일을 그만하라고 불쾌함을 표출하는 하상수입니다.
자신의 감정의 동선을 배제한 채 하상수는 박미경을 자신의 모친이 운영하는 샵으로 인도합니다.
"여긴 왜 오자고 했어요?"
박미경은 모친과 함께 피부관리를 받으러 왔던 샵의 한 원장이 하상수의 모친인 것을 알고 깜짝 놀랍니다. 게다가 그날따라 한 원장 대신에 미경의 모친이 카운터에 일을 봐주고 있었는데. 한원장과 하상수의 관계를 제대로 알게 됩니다.
"저희 어머니십니다."
샵을 빠져나와 미경과 미경 모친이 집을 돌아오면서 나누는 대화입니다.
"안돼, 하상수, 안된다고!"
"왜 하필이면 내 친구 건물주에 세들어 샵하는 주인 아들이냐구?"
반면, 뜬금없이 박미경을 데리고 온 아들이 이상해서 왜 그랬냐고 묻자
"그래야 될 때인 것 같아서"
박미경에 대해 이야기하는 하상수의 평가, 칭찬은 "편해"였습니다. 그런데, 그게 모친에겐 좋아하는 여자에게 하는 말투가 아니라 그냥 소소한 직장동료를 칭찬하는 말투같다고 피드백을 날리는 모친입니다. 한편 박미경은 자신을 모친에게 소개해 준 것에 대해 감동받았다고 하긴 하는데, 상수의 마음은 감정을 따라 가는 것이 아니라 도리를 따라 움직이는 듯 합니다. 상수의 행동에서 석현의 향기가 날려고 하는데요. 근데 회사동료 석현은 담배를 태우면서 누구랑 연락을 주고 받는데 분위기가 와이프가 아닌 정은이가 아닌가 싶은데요.
대성건설의 사장, 박미경의 부친이 은행에 방문합니다. KCU신협은행 최고의 VVVIP에 해당하는 고객이 방문을 했는데, 이거 완전 박미경, 박미경 부친, 박미경 사촌오빠가 와서 하상수를 보고 갑니다. 집안 상견례도 아닌 것이 분위기가 묘한데요. 거기에 커피심부름을 갔던 안수영이 이를 목격합니다.
"제 딸이 사귀고 있는 상대라길래."
하지만 미경의 부친이 자발적으로 온 게 아니라 박미경이 부친에게 부탁해서 온 것이었네요. 박미경은 지금 조바심에 하상수에게 급직진중입니다. 부친도 이를 알아채고 한 마디 합니다.
"네가 더 안달났어! 내가 못 사주는 건 네가 채워야지!"
사내커플로 오픈도 했겠다, 꿀릴 것도 없는 와중에 빨리 하상수를 차지하고픈 조급함에 아버지와 사촌 오빠까지 초대한 듯 한데요. 은행에서의 만남 이후 주말 라운딩까지 같이 가게 된 상수는 미경의 부친과의 대화에서 부친의 철학을 듣게 됩니다. 15살에 고아가 되어서 뼈저리게 느낀 대목을 이야기합니다.
"좋은 부모 보다 쓸모있는 부모가 되자!"
"미경이가 만나는 남자, 뭐라도 하나 모자라면 내가 다 채워주면 되니까. 자네 마음도 안 중요해, 미경이가 원하면 다 줄거니깐."
미경은 하상수와 부친이 나눈 대화가 궁금한 듯 물으면서 아빠에 대해 한 마디합니다.
"사랑을 장난감 사 주듯 하는 사람이야."
미경의 부친의 모습을 보면 미경의 사랑방식을 얼핏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아버지의 모습을 싫어하면서도 그렇게 아버지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듯한 느낌인데요.
공교롭게도 다리가 불편한 수영의 모친이 음식을 배달중인데, 수영은 모른 척 지나쳐가는데, 교통사고가 나버립니다. 이때 근처에 있던 하상수가 급히 달려와 병원으로 옮깁니다. 수영은 모친이 다치자, '엄마'라고 소리치면서 달려가고 그 옆에 있던 직장동료들은 수영의 행동에 깜짝 놀랩니다. 시장에서 국밥하는 다리 불편한 아줌마에 대해 뒷담화를 했던 여직원들이 난처해 할 것 같네요.
"아, 하계장님이 모시고 갔어요. 병원!"
뒤늦게 안수영의 모친을 병원에 데려간 인물이 자신의 남친인 것을 알게 된 박미경, 그런데 박미경에게 하상수는 안수영의 엄마 이야기는 은행에서 비밀로 해달라고 합니다.
"어, 그래 고맙다"
"선배가 왜 고마워?"
안수영의 가슴에 큰 돌덩이처럼 박혀있는 아버지와의 대화에서 안수영은 또 분노를 표출합니다.
"알고 있었어? 심인성 통증인거, 통영 떠날때까지 엄마 다린 멀쩡했는데, 내가 알아야 될게 더 있냐고 아빠가 다 망쳤어!"
하루가 정신 없이 지나가고 하상수과 안수영이 다시 밤에 버스정류장에서 만나게 됩니다.
"오늘 감사했어요!"
지나가는 버스를 그냥 지나쳐가는 안수영에게 '바람 같은 거 쐬러 갈까요?'라고 제안하는 하상수.
"어제는 왜 그런거예요? 나 그만두면 그렇게 놀라는 거구나!"
안수영은 어제의 하상수의 돌출적인 행동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곱씹고 있습니다. 하상수는 생각할 꺼리를 많이 주고 여지를 주는 남자인 것 같습니다. 박미경은 돈이 많으니깐 그 돈으로 쉽게(?) 구매해서 쉽게 선물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가져오고자 합니다. 하지만 하상수는 좋아하면 정말 그 사람의 편이 되어주는 것 같습니다. 하상수는 자신의 모교에 데리고 와서 '망각의 언덕'을 오릅니다. '다 잊고 새롭게 시작하면 되니까' 그래서 데리고 왔다고 하는데, 안수영은 자신은 사기당한 것 같다고 바람쐬러 온 게 아니라 완전 등산하는 느낌이라고 투덜거립니다.
"뭐 잊었음 좋겠어요?"
"힘든 하루"
안수영과 하상수는 학교 근처의 유명한 돈가스집을 찾았지만 문을 닫아 결국 저녁을 먹지 못하고 헤어지게 되는데요.
"그러면 우리 밥은 어제 먹어요?"
"먹은면 안 되는 이유는 있어요?"
결국 주말이긴 하지만 내일 먹자고 합니다.
박미경은 하상수가 안수영의 모친을 병원에 데려다줬다는 말에 두 사람에게 전화를 하지만 둘 다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급히 자신의 명품 옷가지들을 가득 들고서 집을 나섭니다. 그리고서 안수영의 집 앞에서 안수영을 기다립니다.
"지금 병원에서 오는 길이야?"
갑자기 집 앞에서 기다리던 박미경, 그리고 박미경이 안수영의 집에 들어가자고 합니다. 안수영이 동거남, 정종현의 빨래와 물건들을 치운다고 치웠지만 화장실에서 놓인 정청경의 제복이 있고 면도기가 보입니다.
"종현씨랑은? 두 사람은 결혼 같은 건 생각없지? 상수선배가 궁금했나봐. 어른들은 결혼생각하시는거지. 나중에 우리 결혼하면 수영씨가 부캐 받아줄래?"
방금 전까지 그 남자친구라는 작자와 데이트하고 온 안수영에게 이런 제언을 하는 박미경, 역시 조바심인 것 같네요. 아버지처럼 돈으로 채울 수 있는 것을 가져와 그 명품 옷가지를 주고 갑니다. 택도 떼지 않는 옷들이었는데요. 그 옷가지들을 주면서 '부캐'까지 이야기하면서 안수영과 자신의 남친, 하상수의 경계를 제대로 그을려고 하나 봅니다. 인간의 감정이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박미경에게 명품 옷들은 돈이 있기 때문에 그냥 사면 되는 겁니다. 그리고 오늘 올때도 그 옷들을 그냥 마구마구 쇼핑백에 던져 넣어서 왔거든요. 수영이 그걸 입고 싶을까요?
미경이 떠나고 종현이 술에 만취되어 집으로 들어옵니다. 알고보니 종현은 부친의 추가되는 수술비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은 모양입니다. 만취된 종현의 핸드폰에서 '차선재'라는 후배의 이름이 계속 등장하는데, 스터디그룹의 후배인데요. 안수영은 남자인 줄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뉴스에서 얼핏 이 대목에 대해 기사가 나오긴 했는데, 차선재가 안수영와 정종현의 관계에 어떤 시한폭탄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모자란 수술비는 걱정하지 말라는 모친의 문자를 본 안수영, 안수영은 또 정종현을 위해 무언가를 희생하고자 합니다. 자신의 적금을 해지하고자 버튼을 누르려다 문득 박미경이 주고간 명품 옷가지들을 떠올립니다. 결국 박미경이 갑작스레 들고 나온 명품 옷가지는 정종현의 수술비를 위해 팔아치웁니다.
"수영씨, 지금 뭐하는 거예요?"
"그냥 생긴 돈, 원래 나한테 없던 돈, 누구한테는 쉬운 일이 우리한테 어렵다나는 게 화가 나."
"이 돈은 내 화풀이예요."
"내가 이 돈을 받으면 또 수영씨한테 미안해 할거고 같은 일은 반복될 거예요."
테이블 위에 놓인 돈 봉투
"결정은 종현 씨가 해요."
결국 종현은 그 돈으로 부친의 부족한 수술비를 송금합니다.
'미안해요. 수영씨. 꼭 갚을께요.'
450만원을 송금한 종현이었다. 안수영과 정종현의 구도가 돈을 마련하고, 돈을 충당하고, 돈과 수고를 한쪽에서 계속 제공하고, 또 한쪽에서 계속 받기만 한다. 누군가는 희생하고 누군가는 계속 그 희생의 혜택을 누리고. 이런 구도는 언젠가 사달이 날 수도 있겠다. 남녀관계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는 밸런스, 균형감이 필요하다.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고,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면 버릇(?)이 나빠진다. 인간관계는 부모자녀와의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정도 give and take가 필요하다. 종현은 상황이 있겠지만 안수영에거 너무 많은 걸 받고 있다. 그런데, 받는 종현도 미안하고 죄스럽고 부끄럽다. 그런데 그게 편하면 안되는데. 종현은 결국 안수영의 돈을 받았다. 안수영은 종현을 향한 공감과 안쓰러움에 동거까지 시작했지만, 지쳐간다. "헤어질까요, 종현씨랑?" 이라고까지 해놓고선 돈을 해주는 안수영. 물론 그 돈이 '화풀이'라고는 했지만, 쉬운 돈이었기 때문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안수영이 자신의 적금을 깨지 않았다는 것이다. 쉽게 돈을 해결했다는 점이다. 안수영은 어쩌면 더 이상 자신의 것을 손해보면서까지 희생하는 것에 대해 머뭇거림이 있었다는 것이다. 헤어질려고 하는 남친을 위해 적금을 깨는 건 아니지 않나? 불쌍해 보이는 남친,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대해 끝없는 동정심이 불일듯 일어나지만 남녀관계에서 계속 돈이 오가는 것은 그들의 애정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는 시그날인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종현에게 계속 연락이 오는, 종현에게 호감이 있는 차선재를 종현이 쳐내고 싶지만, 그게 도리라고 생각하지만, 안수영에게 받은 모든 지원과 도움과 호의가 빚으로 둔갑해 채무감, 채무의식이 두 사람의 연인관계를 변질시키고 있기에 오히려 다시 시작한다면 오히려 차선재로 시작해 동등하게 시작하고 싶을 것이다. 종현은 수영에게 자신의 밑바닥의 상황과 현실과 감정을 너무 많이 드러냈기 때문에 어쩌면 안수영과 더 이상 같이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결론 내리지 않을까 예측해 본다. 동등한 관계가 아닌 한 사람이 밑지고 시작한 관계의 끝이 대부분 이렇다는 것은 부인할래야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안수영에겐 술을 많이 정종현처럼, 하상수에겐 술을 많이 마신 박미경이 찾아온다. 박미경은 자신이 서프라이즈 선물로 마련해 준 외제차를 주자창에 계속 세워두기만 해서 속이 엄청 상했나 보다. 하지만 상수는 단호하다.
"그게 왜 내 차야?"
"선배 맘 다 알겠는데 이미 뽑은 차쟎아."
"선배는 왜 자격증 공부해? 선배가 가지게 될 거 미리 주는게 어때서?"
근데 여기서 박미경이 잘못 알고 있는게 있다. 하상수가 편안하게 박미경의 품에 안기면 모든 것이 아우토반이 되겠지만 그건 말 그대로 박미경 집안의 데릴사위가 되는 것이다. 박미경의 가진 것으로 모든 것을 누리면 된다. 그런데, 정신이 제대로 박힌 남자라면 그거 굉장히 불편한 거다. 뇌가 없는 인간도 아니고, 박미경 집안, 부모님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다. 그 정도 눈치쯤이야? 그러면 괜찮겠다. 하지만 그거 굉장히 불편한 거다. 무언가를 받으면 항상 그걸 제공한 사람에게 채무의식(?) 같은 게 존재하기 때문에 그 사람 앞에서 떳떳할 수가 없다. 그게 하상수를 지키는 멘탈이고 신조라면 신조이다. 하상수가 안수영과 '망각의 언덕'에 오를 때 자신이 처음으로 노력해서 이룬 성과가 이 대학에 입학한 거라고 했다. 부친이 돌아가시고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질 수 있었지만 그 위기를 벗어나 처음으로 이룬 성과, 사람에게는 이런게 있어야 하는거다.그래서 하상수는 함부로 박미경의 선물을 냅다 받을 수 없는 것이다.
"내일 라운딩 가는거지?"
"차 가져가"
"타든 버리든 선배가 알아서 해. 꼭 내 마음이 거절당한 것 같아서."
눈물을 보이며 떠나가는 박미경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째 보면 박미경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남친이 꿀릴 것처럼 보여지는 게 싫은 겁니다. 그래서 친구들과의 호텔파티에서 외제차를 '서프라이즈 선물'이라고 건네줬던 것인데. 근데 하상수가 그때 호텔 룸서비스로 128만원을 3개월 할부로 결제하면서 박미경에 대해 다시금 생각했을 것 같은데요. 하상수는 그렇게 살지 않으니깐. 128만원을 3개월 할부로 결제하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그게 보통 사람의 뇌구조입니다. 하지만 박미경은 플렉스flex파입니다. 그만큼 가지고 있으니깐. 그런데, 그 아버지가 그녀를 그렇게 키웠네요.
"미경이가 만나는 남자...내가 다 채워주면 되니깐. 자네 마음은 안 중요해. 미경이가 원하면 다 줄거니까."
그 아버지, 그 딸입니다. 박미경이 서프라이즈 선물이라면서 내민 외제차, 그렇게 아무렇게나 500만원짜리 신상 양복을 선물해주는 그런 자세, 태도가 문제라는 것이죠. 뇌가 없는 인간이라면 모를까? 돈에 대해, 받은 것에 대해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거든요. 정종현을 보면 알쟎아요. 실제 삶에서 정종현과 안수영과 같은 부류의 커플이 얼마나 잘 살 수 있을까요? 정종현이 받은 부채감, 반대로 안수영이 가지고 있는 부담감이 언젠가는 스노우볼 효과처럼 커져 다가올지...
포스팅을 하다 보니 청춘남녀들의 로맨스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돈에 대한 bgm이 굉장하다 싶은데요. 역시 소설가 이혁진이 과거에 경제학도였던가요? 그래서인지 굉장히 디티일하게 잘 그려주는 듯 합니다. <사랑의 이해> 10회는 포스팅을 두 번해야 할 것 같아요. '안수영과 하상수의 다시 원점' 정도의 테마로 마무리를 해야겠는데, 설 명절연휴가 끼이다 보니 포스팅을 몇일 씩 붙들고 있는게 힘이 들어 일단 10회 드라마리뷰 첫번째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를 해야겠습니다.두번째 이야기는 짧게 할께요. 무슨 드라마리뷰가 이렇게 길어지는지. 차라리 제가 소설을 쓰는게 낫겠다 싶네요. 근데 소설은 아무나 쓸 수 있나요? ㅎㅎ
오늘은 JTBC드라마 <사랑의 이해> 10회에 이야기인데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라는 것이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지 청춘남녀의 로맨스에서도 개입할 수 밖에 없는 리얼리티를 그려주는 드라마 <사랑의 이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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