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의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에 게재된 시 중에 '사랑에 답함'이라는 시에 대한 소개와 감상과 해석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사랑에 답함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보아주는 것이 사랑이다
좋지 않는 것을 좋게
생각해주는 것이 사랑이다
싫은 것도 잘 참아주면서
처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
그렇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
사람이 처음에 볼 때는 다 예쁘고 좋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자꾸 지나면 지겹고 싫기도 하고 짜증이 날 수도 있다. 남녀관계가 특히 그렇다. 처음에는 한순간에 반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익숙해지면서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하고 서로에 대한 싫증이 날 수가 있다. 그게 인간이다. 그래서 또 다른 사람을, 또 다른 대상을 추구하기도 한다. 그 대상이 점점 사람일 수도 있고, 동물이 될 수도 있고, 식물이 될 수도 있다. 처음에는 싫은 것도 참아줄 수 있지만, 나중에는 힘들 수 있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사랑에 답함이라는 이 시에서 나태주는 '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 그렇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라고 답해준다. 과연 그게 가능할까 질문하지만. 그게 가능하기에 이 세상의 모든 관계들이 존재하고, 부부들이 존재하고, 가정이 존립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젊을 때는, 생기가 넘칠 때는, 활력이 넘칠 때는 누구가 다 서로가 좋게 보일 수 있고, 좋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무기력하고 약점이 노출되고 약해 빠질 때 과연 옆에 있을 수 사람? 그런 사람이 존재할까? 존재한다.
우리 동네에 오후에 정기적으로 거의 매일 휠체어에 딸로 보이는 지체장애아를 실고 동네를 돌고 있는 모친이 있다. 날씨가 좋든 싫든, 물론 비가 내리거나 눈이 오면 힘들겠지만, 작렬하던 태양빛이 가득했던 여름에도 그 모녀는 동네를 돈다. 억척스럽지만 지속적으로 그렇게 산책을 꾸준히 한다. 딸을 위해서 모친이 그렇게 움직이는 것이다. 예쁘지 않지만, 좋아 보이진 않지만, 싫은 것도 잘 참아가면서 모친은 딸을 위해 궂은 일을 그렇게 하는 것이다.
사람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매력을 느낄 수가 있다. 설레임과 호기심에 모든 것을 맡길 수가 있다. 그러나 그 설렘이 얼마나 지속될까? 오랫동안 보아야 아름답다는 시각을 보여주는 나태주의 시에는 지속성과 인내와 견고한 참음이 존재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어떻게 갈등이 없을 수가 있으며 문제가 없을 수가 있으며 시행착오가 없을 수 있는가? 하지만 그런 모든 것을 참고 감내하면서 바라봐주고 관심을 가지고 '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 그렇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라고 시인은 이야기한다.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런 쉽지 않은 일들을 해 내는 자들이 만든 세상이 우리가 발을 디디고 있는 이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아침에 우연히 집어 든 시집, 나태주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에서 너무나 당연하지만 너무나 어려운 테제인 '사랑에 답함'이란 시에 대한 소개와 해석을 해 보았습니다. 우리에게도 그러한 지족성과 참음과 인내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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