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의 시집에서 엘라 휠러 윌콕스의 '가치있는 사람'이란 시가 마음에 다가와서 시에 대한 해석과 함께 에세이 형식으로 글을 적어 봤습니다. "가치 있는 사람은 모든 일이 잘못 흘러갈 때 미소 지을 수 있는 사람"에 대한 생각과 사유를 포스팅하고자 합니다.
가치있는 사람 The Man WorthWhile
삶이 노래처럼 흘러갈 때
즐거워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가치 있는 사람은 모든 일이 잘못 흘러갈 때
미소지을 수 있는 사람이다.
-앨라 휠러 윌콕스
언젠가 이 시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오늘따라 이 시를 다시 읊조리고 있다. 삶이 순탄하고 모든 일이 술술 풀릴 때 즐거워하는 것은 누구나 다 하는 일이다.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는 일. 하지만 삶의 '모든 일이 잘못 흘러갈 때 미소 지을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어렵고 힘든 노릇이다. 하지만, 시인은 '도저히 그럴 수 없을 때, 절대 never ever 그럴 수 없을 때 미소 지을 수 있는 사람'은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신약성경에서 바울은 '항상 기뻐하라'고 했다. 성경해석학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하고 심플하게 받아들여보자. 사람이 어떻게 항상, 늘, 언제나, 변함없이, 쭉, 반드시, 기필코, 매일, 날마다, 매순간마다, 절대적으로...기뻐할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상황은 절망적이고 어둡고 침침한 절망의 나락과 벼랑 끝으로 내리치닫고 있는데, 즐거워할 수 있단 말인가? 미소지을 수 있단 말인가?
인생은 언제나 희노애락이 공존한다. 그것은 내 의사와 상관없이 벌어진다. 예전에 썼던 블로그 글 중에서 우연히 마주친 문구가 있어 캡쳐해본다. '해 아래 새 것이 없다'고 예전에 애용했던 문장들을 인용하고 재인용하고 재탕, 삼탕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김정운 교수는 인간에게 창조란 없다는 말을 남기면서 편집의 힘을 강조했다.
"편집은 재창조다!"
그래 인간의 글이란 것이 편집, 재편집, 재재편집으로 글이 색다르게 접근할 수도 있으니 너그러이 양해해주길 바란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나온 조정석이 내뱉은 대사이다. 평생 남편을 주인, 상전 모시듯이 살아온 부인이 어느 날 남편의 바람피운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서 간암에 걸렸던가? 남편은 아내에게 미안해하는 마음과 아울러 자신의 간을 떼어준다. 하지만, 아내는 자기 몸 안에 바람 피운 남편의 간을 이식 받았다는 것 자체, 그 사실 조차도 불쾌해한다. 분노를 덜어놓지 못한다. 하지만, 의사 이익준(조정석)은 그 아내분 되는 환자에게 자신도 아내가 자신의 친구와 바람을 피워 이혼을 했다면서 이 대사를 털어놓는다.
"어느 날, 갑자기 시간이 너무 아까웠어요!"
"걔 때문에 내 인생을 이렇게 보내는 게 시간이 너무 아깝더라구요."
우리는 누군가 때문에, 무엇 때문에, 돈 때문에, 상황 때문에, 환경 때문에, 이것때문에, 저것 때문에 시간을 너무나 많이 아깝게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인생은 내 인생이고, 인생은 결국 시간싸움이다. 시간의 길이가 인생의 길이이다. 그 시간의 모래시계가 지금도 닳아가고 있는데, 우리는 낭비의 소모전을 벌이고 있단 생각이 든다.
"...그러나 가치 있는 사람은 모든 일이 잘못 흘러갈 때 미소지을 수 있는 사람이다."
가치 있는 사람은 시간의 가치를 알기에 '모든 일이 잘못 흘러갈 때'조차도 미소를 날려보낼 수 있는 사람이다. 이것은 공식이 아니다. 그렇게 되었음 좋겠다는 것이다. '가치 있는 사람'은 '인생의 가치가 시간의 가치'임을 알기에 '모든 일을 잘못 흘러 가게 만드는 그 무엇, 그 누구, 그 어떤 것들에 의해' 삶이 마모되거나 망가지지 않으려고 웃을 수 있는 사람이다.
가치있는 사람The Man WorthWhile,
우리도 그렇게 살았음 좋겠다!
I Hope 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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