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의 먼 곳 - 인간은 먼곳, 죽음 앞에서 평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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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의 먼 곳 - 인간은 먼곳, 죽음 앞에서 평등하다

탐독: 탐서/시와 케렌시아

by 카알KaRL21 2022. 9. 4.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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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의 시집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에 게재된 '먼 곳'이란 시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오늘의 시는 평소의 나태주의 시와는 조금 다른 느낌인데요. 조금 슬프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하네요.

 

 

 

 

 

 

먼 곳


네팔 히말라야를 보러 가려고
집 떠나는 시인에게
시인의 아버지가 물었다
아들아 이번엔 어디로 가는 거냐?
네, 아버지
이번에는 아주 먼 곳으로 갑니다
먼 곳이라?
그래, 부디 몸 성히 잘 다녀오너라
아들이 그 먼 곳에 가 있는 동안
아버지는 그만 더 먼 곳으로
여행 떠나고 말았다
그곳은 아들의 지도에도 없는
먼곳이었다.

 

 

 

아들은 네팔의 히밀라야 산행을 떠나 있는 동안 아버지는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아들이 가면서 남긴 말 '이번에는 아주 먼 곳으로 갑니다'라는 말이 아들의 말이 아닌 아버지의 말이 되고야 말았다. 아버지는 '아주 먼 곳', '그만 더 먼 곳', 그리고 '그곳은 아들의 지도에도 없는 먼 곳이었'던 것이다. 이 세상의 그 어떤 곳이라도 인간의 문명과 이기와 흔적이 닿으면 지도가, 로드맵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죽은 이후는 로드맵이 없다. 종교를 가진 사람은 저마다 자기만의 로드맵을 그릴 것이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죽음 이후는 정복당하지 않은 공간과 시간이다. '그곳은 인간의 지도에도 없는 먼 곳'이기도 하다. 히말라야는 갔다가 돌아올 수 있지만, 아버지가 떠난 '먼 곳'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곳이다. 그런데, 묘한 것은 아버지만 가는 곳이 아니라 아들도 언젠가는 가야 할 '먼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오묘한 것은 모든 인간은 다 그 '먼 곳'을 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빈부격차, 빈익빈부익부 등 수많은 차별과 차이와 격차로 인해 인간은 여러모로 격세지심을 느끼면서 살아가면서 그 먼 곳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 그것만큼은 모든 인간은 평등한 것이다. 세상의 가장 최고의 부호, 재력가라고 하더라도 목숨의 길이를 좌지우지할 수 없다. 돈이 많으면 과학의 힘을 빌려서 죽음의 순간을 미룰 수는 있는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말처럼 벽에 똥칠하면서 오래 살면 뭐하냐? 맞는 말이다. 

 

 

 

Anyway, 인간은 먼 곳 앞에서 평등하다. 

                   인간은 죽음 앞에서 평등하다.

 

 

나태주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에서 &#39;먼 곳&#39;
나태주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에서 '먼 곳'

 

 

오늘은 나태주의 '먼 곳'이란 시에 대해 selfish한 감상과 해석을 해 보았는데요. 히말라야 보다 더 먼 곳으로 떠난 아버지를 보면서 보편적인 인간의 죽음 앞에서의 평등성에 대해서 잠깐 생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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