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에르노의 벌거벗은 글쓰기, 결국 노벨문학상 수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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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의 벌거벗은 글쓰기, 결국 노벨문학상 수상하다

탐독: 탐서/사람HB

by 카알KaRL21 2022. 10. 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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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아니 에르노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는데, 스웨덴 한림원은  우리는 (사회적 문제가 아닌) 작품 자체와 문학적 질에 집중한다. 지난해 수상자는 비()유럽인이었고 올해 수상자는 여성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범위를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 이야기했습니다.

 

 

 

 

 

아니 에르노의 글을 몇 편 읽어보지 않았지만, 그녀가 내뱉는 글은 허구가 아니라 실제 삶real life에서 출발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발칙하고 파격적이지만, 또 한편으론 솔직하고 담백하며 거침이 없는데요. 그게 그녀의 글의 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스웨덴 한림원은 6일에

 

 

“개인적 기억의 근원과 소외, 집단적 구속의 덮개를 벗긴 용기와 꾸밈없는 예리함을 보여줬다”

 

 

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프랑스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은 것은 2014년 소설가 파트리크 모디아노 이후 8년 만입니다.

 

 

 

프랑스 릴본에서 태어난 아니 에르노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로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습니다. 루앙대에서 문학을 전공했고 1974년 자전적 소설 ‘빈 옷장’으로 등단했습니다. ‘남자의 자리’, ‘사건’ 등 개인적 경험을 통해 사회 구조를 파헤친 작품으로 주목받았습니다. 특별히 그녀는 소상인의 딸로 태어나 아버지와 어머니의 관계를 날카롭게 지켜보면서 부모의 삶 또한 작품으로 빚어내기도 했습니다. 유교문화의 한국에서는 용납하기 힘든 상황일 수도 있지만, 그녀는 아버지에 대해선 <남자의 자리>란 작품으로, 어머니의 대해선 <한 여자>란 작품을 통해 적나라한, 벌거벗은 글쓰기를 감행했는 데요. 그녀의 작품들은 모두가 자신이 경험하고 체험한 삶을 날 것 그대로 투영시킨 작품들입니다. 

 

 

 

그녀는 스스로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

 

 

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실제 2001년 펴낸 대표작인 장편소설 ‘탐닉’에도 여전히 허구가 없습니다. 작가는 자신이 연인과 만나고 헤어지기까지인 1988년 9월부터 1990년 4월까지의 일기까지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이 일기를 쓸 당시에도 에르노는 이름난 작가였으며, 연인은 35세의 파리 주재 소련대사관 직원이었습니다. 에르노는 작가들의 소련 여행을 수행하던 연인과 레닌그라드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파리로 돌아왔고, 연인이 소련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내연 관계를 이어갔는데요. 이 두 사람의 애정행각의 흔적을 사진과 함께 에세이로 풀어 낸 책이 <사진의 용도>이기도 합니다.

 

그녀의 글쓰기의 핵심을 “벌거벗은 글쓰기” 그 자체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니 에르노 단순한 열정 후기 감상/문학이 주는 위로와 상처

한 사람을 위한 배려 너를 위한 배려 나를 위한 배려 배려는 불편하다? 불편한 문학이 주는 위로와 상처 한 사람을 위한 배려 너를 위한 배려 한 여자가 한 남자를 사랑했다. 사랑해서는 안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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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천하고 가난하며 우울하고 엉망진창인 가정환경과 가정사가 자신의 글의 소재가 되기도 했는데요.

 

“내가 열 두살 때쯤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이려고 했었어”

 

 

라는 고백으로 시작하며 자신의 수치와 부끄러운 과거를 까발리는 것은 그녀의 상처에 상처를 덧대는 작업이지만, 진정한 치유와 회복은 정면승부이기에 그녀의 그런 일생의 용기가 진짜 크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녀의 글쓰기는 자신을 발가벗기는 작업이기도 하기에 어떤 독자에게는 거부감이나 수치심이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한결같은 솔직하고 거침없는 자기표현을 작품을 해냈는데요. 피츠제랄드는 <소설작법>에서 글쓰기의 소재는 자신의 트라우마나 컴플렉스가 될 수도 있다고 했는데, 아니 에르노는 정말 그런 삶을 실제 작품 속에서 구현한 작가이기도 합니다.

 

 

 

 

 

 

그녀의 작품은 일종의 자신의 삶을 오픈하는 것이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폭로이기도 한데다. 이런 폭로가 너무나 적나라하기 때문에 어떤 이들이겐 ‘문학 아닌 노출증’이란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폭로의 작업을 통해 그녀가 그리고자 한 것은 "구원"이었습다. 소상인의 딸로 태어나서 열등감과 자기혐오 로부터 내면화해야 했던 자신을 구원해준 것이 바로 문학이었다고 했는데요. 이런 자기 폭로를 통해 독자에게 공감과 연대감을 불러일으키려 했습니다. 모든 버림받고 소외당한 이들을 살아 있게 해준 것이 글쓰기라고 그녀는 고백합니다.

 

 

 

 

아니 에르노 '사진의 용도'

   남자를 밝히는, 성(性)을 밝히는 색녀? 나는 이 책을 펼쳤다. 남녀의 섹스 과정을 보여주는 옷들의 무질서한 배열을 보여주는, 에로티시즘을 유발케 하는 사진들...그리고, 남녀 두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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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의 벌거벗은 용기

아니 에르노의 글쓰기의 동기, impulse의 핵심에는 “부끄러움”이 있다. 타인의 시선, 편견, 판단, 비난, 욕설, 평가, 저주 등. 이 모든 타인의 것에 대한 자기 자신의 벌거벗은, 나체화된 수치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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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한림원은 6일 프랑스 여성 작가 아니 에르노(82)를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한 직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문학적 성취를 강조하면서도 페미니즘, 성 문제에 천착해온 여성 작가를 선정한 이유를 명확히 밝혔는데요. 지난해 수상자는 아프리카 탄자니아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하는 소설가 압둘라자크 구르나(74)였습니다.

 

그녀는 사회적으로도 금기시되는 주제에 대해서도 거침이 없었습니다. 임신 중절 경험, 노동자 계층의 빈곤, 문화적 결핍, 가부장제적 폭력, 부르주아의 위선, 성적 억압 등에 대해서 글쓰기를 통해 문학적 실험을 이어갔습니다.

 

 

 

신수정 문학평론가(명지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는

 

“한림원이 80세가 넘은 여성 작가를 수상자로 선정한 건 자신의 가면을 가차 없이 파헤치는 작가의 용기를 높게 평가한 것”

 

 

이라며

 

 

“젠더와 계급에 대한 억압, 차별을 폭로한 작가를 선정한 한림원 발표에 ‘용감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 평가했습니다.

 

 

 

 

 

 

 

노벨문학상 상금은 1000만 크로나(약 12억8000만 원)입니다. 에르노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17번째 여성 작가가 됐는데요. 국내에서는 ‘빈 옷장’을 비롯해 ‘탐닉’ ‘집착’ 등 주요 작품이 20권 가까이 출간되었습니다.

 

 

“내면적인 것은 여전히, 그리고 항상 사회적이다. 왜냐하면 하나의 순수한 자아 속에 타인, 법, 역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에르노)

 

 

아니 에르노 노벨문학상 수상
아니 에르노 노벨문학상 수상

 

 

아니 에르노의 작품세계를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그녀의 작품을 처음 대할 때 받았던 신선한 충격과 도전이 결국은 빛을 발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아니 에르노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전혀 어색하지 않은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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