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희경 작가의 복귀작이고, 인기배우들의 총출동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인데요, 8회는 '인권과 호식②'이야기로 인권의 아들 정현과 호식의 딸 영주의 임신출산 문제로 인해 두 가정과 푸릉 마을에 엄청난 태풍이 불고 있는 상황입니다.
순대국밥 집 앞에 찾아간 호식(최영준 분)은 인권(박지환 분)이 준 지폐들을 던집니다. 마치 가룟 유다가 예수님을 판 은 30을 던지는 것처럼. 주먹을 날린 호식, 하지만 인권은 애초에 깡패출신이기 때문에 잽이 되지 않습니다. 시장바닥에서 두 사람의 가정사가 다 폭로되게 됩니다.
"깡패 새끼야!"
"무조건 애 떼!"
고등학교를 무단결석하면서 알바하는 정현(배현성 분), 인권에게 두들겨 맞아 얼굴이 눈탱이밤탱이 된 호식과 학교를 다녀온 영주(노윤서 분)가 대면합니다. 통장 두 개를 내미는데, 하나는 딸이 서울에 대학에 가면 등록금과 생활비 등을 위해 7천 만원 만기 완납 적금 통장이고, 또 하나는 자신이 영주가 대학가면 낚시배로 유랑생활을 할려고 모은 적금통장인데 절반 밖에 못 넣었다고 합니다.
"이 집도 몽땅 너 가지라."
"병원 가, 서울 가서 살아."
호식은 영주가 애를 떼고 새롭게 살았으면 하지만, 영주는 막무가내 입니다. 호식은 영주의 배 속에 애를 '혹'이라고 비유하면서 혹을 떼라고 합니다. 혹 이야기를 하다가 영주조차도 아방(아빠)인 호식에게 '혹 덩어리 딸'로 왜곡되긴 합니다만, 두 사람의 관계가 그런 말로 인해 무너질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아방이냐? 그 혹이냐?""내 집에서 나가.""나갈께.""지금 나가믄 이 아방이랑 영원히 끝이라."
집을 나가 선아(신민아 분)가 머물고 있는 바당모텔로 거처를 옮기는 고딩 커플입니다. 영주는 언제나 아빠를 이겨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아빠가 자신을 져 줄거라고 믿고 있는데요. 은근히 아빠가 자신으 잡아주길 원했지만, 잡아주질 않았다면서 정현에게 속내를 내비춥니다. 영주는 감기가 왔다고 합니다.
"너 우리가 아빠들 실망시키고 아빠들 상처주고 있는거 알지? 무조건 행복해야 해."
"결국은 아빠가 져 줄껄. 아빠 올 때까지 있을거야."
호식을 찾아간 정현은 '저 때리시고 영주 집에 오게 해주세요.'라고 하면서 '아버님', '삼촌'이란 호칭을 번갈아가면서 하고 있는데요. 이걸 본 인권은 "갸 내거야"라고 이야기하고, 호식은 "이번엔 절대 안 진다고" 라고 내심 다짐합니다. 학교를 나가지 않는 정현과 속이 천불이 나는 인권이 또 한바탕 합니다. 식탁 맞은편에 앉지 못하게 하고 바닥에 앉으라고 정현에게 이야기합니다. 자신을 떠난 아내, 그래서 여자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인권은 여자를 믿지 못한다면서,
"남자면 인정할 건 인정하라게. 영주도 헌신짝처럼 널 버릴꺼야."
라고 이야기합니다. 인권은 자신의 아내가 남편은 자신과 아들인 정현을 버리고 갔다고 이야기하자, 정현은
"엄마가 아빨 버린 거지."
"제가 보낸 준거지."
라고 합니다. 바당모텔 301호에 있는 영주를 찾아 다짜고짜 병원 가자면서 거리로 영주를 끌고 나오는 인권, 이를 본 정현이 만류하지만 싸움만 날 뿐인데요. 그때 길 건너편에 호식이 이 장면을 보고 있던 찰나에, 정현이 계속 영주를 끌고 갈려는 아빠, 인권을 쓰레기봉투와 폐지를 쌓아놓은 길가 쓰레기더미쪽으로 몸으로 밀쳐 버립니다. 자빠져서 다리를 다친 인권, 자신을 쪽 팔린다고 했던 아버지 인권에게 정현이 쏘아 부칩니다.
"나 때문에 쪽 팔려요? 난 아빠가 평생 쪽 팔렸어요!"
"아빠가 불쌍해서 안 갔는데, 엄마 따라 갈껄."
다리 쓰레기더미 속에서 치고 박고 싸우는 인권과 호식입니다. 호식이 주먹으로는 안 되니깐 인권의 귀를 물어 뜯어버립니다. 난투극으로 인해 두 사람은 결국 유치장 신세를 지게 됩니다. 온 동네 방네 두 사람의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는데요. 그 유치장에서 인권과 호식은 과거사를 이야기할 기회가 생기게 됩니다.
호식이 인권더러 '자식새끼한테 쪽 팔린다는 소릴 듣는 저질 깡패'라고 명명합니다. 그러면서 마누라 도망가고 쌀 한톨 없어서 쌀 값이라도 구하려고 갔던 호식에게
"딸년 앞세워 앵벌이 시키믄 좋으냐, 이 새끼야!"
이라고 했던 그 때 이야기를 해 줍니다. 딸을 앞세워 앵벌이한다는 이야기도, 딸 앞에서 개그지 새끼라는 말을 한 것도 용서할 수 없었다고 하는데요. 인권은 그때 두 사람의 관계는 '이 욕 저 욕 다하고 했던' 관계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호식이 마음 아픈 이야기를 합니다.
"그땐 난 진짜 그지였거든."
그 날 호식은 인권에게 받은 돈은 바닥에 내버리고 자신과 사귀다가 너무 가난해서 자신을 버린 옛 애인 은희에게 찾아가 돈을 빌리러 가는 심정이 어떠하겠냐고 인권에게 이야기합니다.
"자식한테 쳐맞은 그 기분이 어떠냐?"
"그때 내 마음이 지금 너 마음이야."
두 사람이 치고 박고 싸우고 위기의 극점을 겪고 있지만, 유치장에서 나누는 대화를 통해 과거를 돌아보고 그렇게 얽히고 설킨 애증의 관계가 회복될 것이라고 보고 있는데요.
학교에서 선생님과 상담을 하는 호식이입니다. 인권조례에 따라 고등학생이 임신해도 학교는 다닐 수 있다고 합니다. 아빠의 무거운 어깨를 보고 있는 영주입니다. 학교 선생님이 호식에게 부탁합니다.
"아버님도 영주 받아주세요."
전교1등이 임신을 했다? 하지만 드라마의 분위기는 영주와 정현을 지지하는 분위기입니다. 쉽지 않은 전개이지만. 상담을 하고 나오는 호식의 뒤를 따라오는 영주.
"나 안 보고 그냥 이렇게 갈거냐고?"
"너 살 집 얻어줄거라. 너 알엉혀라."
학교도, 선생님도, 친구들도 다 네 편이라서 너는 좋냐고? 아빠 호식이 묻습니다. 그러자, 영주가 말합니다.
"져 줘."
"살면서 뭐든지 다 니 뜻대로 되는 건 아니라"
"그래도 너무 미안해. 아빠 외롭게 해서. 아빤 이 세상엔 내가 전부인데, 외롭게 해서 너무 미안해."
"나도 너무 외로워. 현이도 애기도 있는데, 아빠가 없어서 너무 외로워."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데뷔한 영주 역의 '노윤서', 22살 짜리 애가 연기가 수준급입니다. 제대로 된 신인을 발굴했다 싶은데요. 미술학도인 노윤서의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노윤서가 웃을 때 치아와 잇몸이 다 드러나는 그 모성숙습이 참 이쁘던데요. 신민아와 노윤서가 같이 나온 장면이 있었는데, 그렇게 이쁜 신민아가 노윤서 옆에 섰을 때 느끼는 비교감, 우아 노윤서가 젊긴 젊네요. 우아, 신민아가 성숙했다면, 노윤서는 풋풋한 청춘 그 자체입니다.
인권이 깡패들에게 쫓겨 도망치고 있습니다. 그때 눈 앞에 자신의 모친이 인권을 알아보고 인권을 부릅니다. 너무 급한 나머지 인권은 엄마의 시선을 피해 길을 건너 도망치는데요. 인권의 모친이 인권을 쫓아가려다 갑자기 달려온 차량이 부딪히고야 맙니다. 피가 흥건히 고여 있는 어머니의 시신... 인권의 모친은 그 길로 운명을 달리합니다. 인권의 모친이 죽자 인권의 아내도 '이제 나도 당신이랑 끝이야'라고 하면서 마지막으로 인권에게 남긴 모친의 유언을 들려 줍니다.
"자식한테 부끄럽게, 창피하게 살지 말래."
정현은 '이제 아빠 아들 안 해요.'라고 몰아칩니다. 엄마가 버린 것은 아빠이지, 자신이 아니라고. 이럴거면 엄마 따라갈껄. 그런 이야길 합니다. 인권의 엄마도, 아내도 떠났고 인제 아들까지 인권을 떠나려고 합니다. 술을 마시고 정신없이 2층에서 계단을 내려오다가 자빠집니다. 그때 그런 인권을 발견한 공교롭게도 3층에 사는 호식이었습니다. 병원에 깨어난 인권 옆에 친구 은희가 앉아 있습니다. 의사가 와서 인권에게 '급성 당뇨'라고 하고, 합병증 생기면 손 발 잘라내야 하는 족부전증이 생길 수 있으니 반드시 진료를 받으라고 제안합니다. 병실에 더 누워있으라는 말을 한사코 듣지 않고 링겔을 빼고 자리에 일어섭니다. 은희는 자신과 인권과 호식이 둘도 없는 친구끼리 왜 그러냐고 핀잔을 줍니다. 이때 아직 등장하지 않은 미란(엄정화 분)도 이들 절친 그룹이었다는 것을 암시해 줍니다. 엄정화가 빨리 브라운관으로 등장하길 기대해 봅니다. 엄정화가 갑자기 보고 싶네요. 순전한 팬심입니다 ㅋㅋㅋ(참고로, <미란과 은희>의 에피소드는 12-13회차 예정인 것으로 보입니다). 은희는 인권에게 '돈 갚고 죽어라'고 하자, 인권은 오늘이 순대 삶는 날이라고 합니다.
인권은 순대를 삶으러 가던 차에, 정현은 하루종일 짜장면 집 알바를 했지만, 오토바이사고로 말미암아 가게 주인이 오토바이를 변상하라는 말에 자신이 갖고 있던 돈을 다 주고 아버지한테로 옵니다. 아무리 애를 쓰고 기를 써도 고등학생이 부딪히는 삶의 현장은 녹록치 않습니다. 아버지가 당뇨라는 이야기를 듣고 정현이 걱정을 하자, 아버지가 또 한 소리 합니다.
"네 아방이 평생 쪽팔련?"
쪽 팔리는 이유가 상판(얼굴)이 쪽 팔리는 건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이야기 합니다.
"나는 너한텐 안 쪽 팔려. 너 한텐 이 새끼야 하늘을 우러러 잘못한 게 없어. 새끼야.."
"너는 세상 아무것도 없는 내게 내 자랑이었어."
깡패짓 하다가 모친을 떠나 보내고 아내가 떠나버리고 모친의 유언을 받들어 다시 정신을 차린 인권입니다. 오로지 아들 정현 하나 만을 보고서 피 비린 냄새를 맡고 순대를 삶으면서도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들이 평생 쪽 팔린다고 하니 마음이 무너지는데요. 정현이 아버지에게 잘못했다고 미안하고 합니다. 그리고서 아버지의 뒤에서 껴안습니다. 둘이서 울고 불고 난리가 났습니다. 근데 인권 역의 박지환도, 정현 역의 배현성도 연기가 압권이네요. 특히, 배현성이 뒤에서 인권을 껴안고 우는 대목이 오호 눈물샘 자극합니다. 영주 역의 노윤서만 높이 평가했는데, 배윤성의 연기도 제법입니다.
"아방이 미안하다."
부자지간에 부둥켜 안고 울고 있는 모습을 누군가 쳐다보고 있는데요. 바로 앙숙인 호식입니다. 호식은 영주하고 정현이가 살 집을 부동산에서 알아 보고 오는 길인 듯 한데, 두 부자간의 뜨거운 애정을 목격하는 광경입니다. 영주를 용서할 수 밖에 없는 호식의 구도가 보여지는데요. 그런 차원에서 인권과 호식도, 서로의 얼키고 설킨 실타래와 같은 과거의 매듭이 풀어질 기미가 보입니다. 용서는 언제나 내가 해야 하는 것입니다. 내가 자발적으로 하고자 하는 시도가 중요합니다. 이 휴먼드라마를 보면서 특히, <인권과 호식>편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또 하나 있습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
노희경 작가의 위대한 스토리의 힘, 휴머니즘의 극치를 보여주는 드라마의 <인권과 호식>편의 이야기인 듯 합니다. 고등학생의 임신이란 소재가 불편할 수 있지만, 그것을 두 양 집안의 얼킨 과거사를 풀어헤치는 매개체가 되었다는 게 참 신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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