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넷플릭스 1순위를 달리고 있는 영화 <야차>는 설경구, 박해수, 양동근, 진경 주연이고 나현 감독이 메카폰을 잡았습니다. 이 영화를 왜 제가 혹평할 수 밖에 없는지 4가지 이유를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영화는 쇼박스에서 제작을 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극장개봉이 여의치 않아 판권은 넷플릭스로 넘겼다고 하는 영화 <야차>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넷플릭스표는 아닌 셈이죠. 그냥 넷플릭스가 판권을 산 것에 불과하죠. 예전에 <사냥의 시간>이 그러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공교롭게도 <사냥의 시간>의 박해수가 굉장히 인상적인 악역으로 나왔는데요, <야차>에선 선한 역할을 연기하고 있습니다. '야차'란 단어는 모질고 사나운 귀신, 불교에선 염마청에서 염라대왕의 명을 받아 죄인을 벌하는 옥줄을 명한다고 합니다. 설경구가 분한 지강인의 야차가 아마도 그런 명성을 쌓은 듯 한데요.
영화에 한 마디 하면, 별로입니다. 왜 이 영화가 별로였는지를 해부를 좀 해볼까 하는데요. 영화 열심히 찍은 이들에게는 너무나 미안한 이야기인데, 영화리뷰는 솔직한게 제 특성인지라, 제 스타일대로 가 볼까 합니다.
이 영화는 중국으로 건너가 불법과 무법의 무대포 팀 '야차' 지강인(설경구)이 이끄는 팀을 한지훈(박해수) 검사가 만나면서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여기에 중국-북한-일본-한국, 이렇게 4개국의 스파이가 각축전을 벌이고 북한의 탈북자 39호 문병욱을 둘러싼 쟁탈전이 벌어집니다. 모든 황금열쇠는 북한의 문병욱, 그리고 그의 딸 문주연(이수경)이 쥐고 있는데요. 근데 이런 거국적인 스파이전과 대첩이 몰입감이 떨어지는 소재라는 것입니다. 시청자들이 스토리에 스며들기에는 지금 상황이 물과 기름처럼 따로 노는 느낌입니다. 시청자들이 스토리에 몰입이 안 된다는 것은 그 스토리의 개연성이 얼마만큼 있느냐 인데, 북한이 등장하는 것도 그렇고, 중국도 그렇고, 더군다나 굉장히 요즘 국제적으로 찌그러져 있는 일본의 위치를 높여준 스토리 설정이 너무 맘에 안 듭니다.
제가 영화 <프리즌>과 <불한당>을 거의 비슷한 시기에 보았는데요. 영화 둘 다 굉장히 맘에 들었는데요. 점수를 더 주자면, <프리즌>보다는 <불한당>에 더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둘 다 감옥영화이고, 둘 다 경찰의 신분을 숨기고 감옥에 들어가는 설정인데요. <프리즌>에선 한석규가, <불한당>에선 설경구가 나왔는데요. 둘 다 연기의 베테랑 아닙니까? 그런데도 저는 <불한당>이 조금 더 낫다고 평가하고 싶은데요. 왜냐하면 스토리의 결말이 <프리즌>은 정의가 승리한다는 쪽으로 끌어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야차>영화의 결말도 역시나 '정의는 무조건 승리한다'는 이런 '결론은 버킹검' 같은 발언을 하는데, 그게 분명히 맞는 말이고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논리이지만, 그게 무게감 있게, 적절성 있게 안 다가온다는 점입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영화 <프리즌>의 감독이 바로 나현 감독입니다. <불한당>이 <프리즌>보다 조금 더 낫다고 했는데요. 이번 <야차>에선 나현 감독이 <불한당>의 주인공, 설경구를 데리고 왔고, <오징어게임>의 박해수를 등장시켰습니다. 근데 이 스토리상의 전개가 선 VS 악의 구도가 아니라 선 + 선 VS 오자와 요시노부(일명, D7) 로 가는 구도입니다. 일본인이 작중 보스로 등장하는데 마음에 안 드는 것은 단순히 일본인이라서가 아니라 국제역학관계로 볼 때 일본이 무슨 보스를 한다는 말인가요? 중국도 아니고, 더군다나 미국도 아닌, 일본이 지금 무슨 힘이 있습니까? 이게 어의가 없다는 이야긴 앞에서 언급했고요.
왜 이 영화가 나현 감독의 <프리즌>의 데자뷰 같으냐 하면,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잊고 있다가 리뷰를 쓰면서 문득 이 영화에서 <프리즌>의 향내가 나는 것입니다. 한석규와 김래원이 주연배우였는데요, 이게 <야차>에선 설경구와 박해수가 등장하는데, 둘 다 정의를 위해 일하는 선한 역할인데요, 괜히 느낌이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순전히 저의 뇌피셜일 수 있습니다. 두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처음에는 야차 지강인에 대해 반신반의하던 한지훈이 같이 합심해서 작전을 마무리한다는 스토리인데요. 연기파 설경구와 박해수의 내면연기를 거의 볼 수 없고, 액션으로만 점철되는 게 더 악재로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무대포의 '닥치고 따라 와'의 야차 설경구를 박해수가 겨우 따라가긴 가는데, 스토리의 전개속도와 관객의 무게중심이 같이 가지 못하는 느낌이 너무 강하고 남자 둘이서 나와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왜 이렇게 데자뷰 같은 느낌을 떨칠 수가 없네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설경구라는 배우와 박해수라는 배우가 뿜어내는 뉘앙스가 엇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설경구와 임시완의 <불한당>은 두 사람의 케미가 너무 좋았다고 하네요. 임시완이 대선배 설경구와 같이 연기하면서 서로의 합의 값을 더 내기 위해 개인적인 친분도 많이 쌓았다고 하는데요. 그때는 그 케미가 굉장했고 그것이 영화를 성공케하는 동력이 되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설경구는 늘 하던대로 자기 연기를 하는데, 박해수가 따라가는게 뭔가 둘다 엇비슷한 캐릭터 유형인 듯 합니다. 둘 다 진중한 스타일이고 톡톡 튀는 캐릭터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스토리에서 그런 캐릭터가 없습니다. 양동근이 그런 역할을 하기엔 나이가 들었고, 블랙팀의 친구들은 '묻지마 닥쳐' 이런 느낌으로 오로지 야차에게 복종만을 외쳐대는데, 좀체 흡입 안 되는 모양새입니다. 그리고 박해수의 연기 선이 부드럽다기 보다는 약간의 경직된 듯한 느낌이 스토리 자체도 딱딱하고 액션만 난무하니 더 없이 뭔가 분리된 느낌입니다. 캐릭터 비중을 설경구와 박해수에 너무 두었고 일본인 보스 D7은 별 볼일 없는 역할에 지나지 않으니 이야기의 균형감각이 사뭇 떨어진 느낌입니다. 아예 설경구 + 1인 VS 일본인 D7? 박해수 ...뭐 이런 설정도 상상해 보는데요. 일단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일본의 포지션을 무게감있게 다루려면 악의 축의 캐릭터설정과 비중을 더 두고 출연배우 캐스팅에 더 고심해야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선(설경구 + 박해수) VS 악(일본배우)
이런 비중으로 가니깐 스토리의 균형감각, 선과 악의 저울이 한쪽으로 너무 쏠리니깐 영화가 재미가 없게 되는 것이죠. 연기의 질이나 양 면에서 선 쪽에 속한 두 배우의 연기가 더 크고, 일본 배우는 듣보잡 친구를 데려다가 고작 대사 몇 번 치다가 죽는데, 이야기가 재미있을리가 없죠. 인생은 선의 영역이나 비중이 더 크면 얼마나 좋습니까? 행복한 것이죠. 하지만 영화는 늘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았다는 스토리를 누가 봅니까? 안 보죠. 그래서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이나 기승전결을 원하는 게 시청자의 입장인데, 이건 애초에 스토리 자체가 너무 한쪽으로 쏠렸다는 이야기 밖에 되지 않습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설경구나 박해수의 내면연기는 찾아볼 수도 없고 무조건 액션인데, 그 액션, 총격신도 볼만 하게 별로 없네요. 총격신의 사실성이 떨어진다고 해야 할까요? 박해수가 이제훈과 <사냥의 시간>에서 총격씬을 할 때는 진짜 총알이 날라가는 리얼리티가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그냥 <야차>에선 총알은 많이 남발하는데, 그 총알의 현장감이 안 전해지는 느낌입니다.
영화가 점점 진행되어가면서 D7이 뻗치고 있는 스파이가 전세계에 엄청나게 많다는 정보가 들어오는데요, 그러면서 한지훈 검사를 중국으로 보낸 국정원 4국장 염정원(진경)까지 매수된 것으로 드러납니다. 그러면 이게 굉장히 신박하고 신선한 충격을 다가와야 하는데, 너무 생뚱맞다는 느낌이고, 박해수가 설경구를 총으로 쏴 죽였다가 다시 살아나는 대목도 개연성이 좀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캐릭터의 개인사에 대한 디테일한 접근이 없고 거시적인 국제관계의 덩어리 이야기만을 풀어헤치니깐 더 몰입감이 떨어질 수도 있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시대착오적인 국정원, 스파이첩보 운운하면서 전개되는 스토리, 인물의 비중이나 무게감의 균형감각이 떨어져 화려한 배우들을 모아놓았지만, 이야기가 근본적으로 내포한 불균형이 made film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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