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옌렌커, 듣도 보도 못한 그것도 중국작가라고 해서 별로 흥미가 없었는데, 이 표지가 너무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구매해서 단숨에 읽어버렸던 기억이 있다. 노골적인 성적인 묘사와 장면들이 많기도 하고 긴장감tesion이 강해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이 구호slogan은 1944년 마오쩌둥이 중국공산당 전사였던 장쓰더의 희생정신을 추모하여 내세운 현대 중국의 가장 정치적인 모토이다. 영어제목은 Serve the people로 나와 있다. 이런 분위기는 위화의 <인생>이란 원작을 기초로 한 영화<인생>에서도 드러난 것으로 기억한다. 작가 옌렌커는 28년간의 군대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군대에서 벗어난 해방감에 쓴 작품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출판되고나서 금서로 찍혔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영화로 만들어질 수가 없었다.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이니깐.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이 정치적인 슬로건이 작품속에선 이중적으로 드러나는데, 국가의 이익과 공익을 위해서 한 개인은 철저하게 복종하고 희생해야 한다는 첫번째 의미도 있지만, 남녀주인공이 우다왕과 류렌의 불륜(정사)의 행위를 하기 위한 시그날signal로 취해지기도 한 두번째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공산당의 입장에선 옌렌커의 작품은 발칙하기 그지 없고 도발적인 면이 많은 이야기로 비칠 것이다. 옌렌커가 얼마나 자유와 해방감에 젖었으면 이런 스토리를 쓰고 싶었으까 싶기도 하다.
이 소설은 혁명시기의 사단장의 아내였던 32살의 젊은 아내, 류렌! 무료하기 짝이 없는 부대 사저에서 사단장 전용요리사 28살의 우다왕을 스카웃된다. 젊은 두 남녀의 무언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보인다. 간호여군이었던 류렌이 사단장의 눈에 띄어 보기 좋은 커플로 결혼은 했지만, 실상 사단장은 최고의 권력의 자리에 있긴 했지만, 성불구자라는 비밀을 안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 가운데 류렌과 우다왕의 에로스가 터져버리는 2달간의 이야기이다. 영화를 보지 못해서 책이야기만 할 수 밖에 없는데, 원작 속에서는 류렌은 30대 여성이 가지는 섹스에 대한 강박적인 메커니즘이 작용하고, 흙수저에 불과했던 우다왕은 성공에 대한 강박기제가 작용한다. 이 두 사람이 가진 강박의 메카니즘이 부딪히고 어우러져 두 사람의 육체적인, 정신적인 결합이 긴장감있게 펼쳐진다. 하지만, 류렌은 정상적인 여성이었다. 남녀가 관계를 가지게 되면 항상 임신의 위험을 안고 있는 법이다. 류렌이 임신을 하게 된다. 사단장은 성적불구자인 것을 소수의 사람들만이 아는 비밀이긴 하지만 말이다. 사단장은 자신이 성적불구라는 것을 아는 장교들을 다 퇴역시켜버린다...여기까지만 이야기하고자 한다.
작품의 마지막 장면을 읽었을때 굉장히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있다. 다시 읽으면 처음 읽었을 때와는 다른 결로 읽을 것이기 때문에 사뭇 다를 것이라고 추측을 해 본다. 류렌의 선택, 그리고 우다왕의 어쩔 수 없는 선택! 그 모든 것이 어쩌면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전체주의적, 공산주의적, 사회주의적 시스템 속에서 생존하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래에 책이 우리나라에 첫 출간되고 나서 쓴 네이버리뷰를 링크로 걸어놓는다. 더 구체적인 이야기와 스포는 거기다 노출되어 있다. 참고하실 분은 참고하시길 바란다. 혹시나 스포를 싫어하시는 분은 아래의 글은 피하시길 바란다. 리뷰의 기록이 있어 그때의 감격과 감동이 다시 되살아나는 듯 해 참 기분이 남다르다는 것이 솔직한 심경이다.
28살의 청년, 우다왕이 32살의 사단장의 아내, 류렌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그러면 류렌은 젊은 연인이었던 우다왕은 과연 잊을 수 있을까? 그런데,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사회, 시스템, 구조 가운데서 그들은 그럴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예전부터 옌렌커의 소설이 영화화되면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너무 반가워서 오늘 이 포스팅을 쓰게 되었다. 영화가 어떻게 나왔든지 간에 한번 보고 맘이 크다. 중국의 억압적인 환경이 북한으로 변경되었다고 하는데, 뭐 그런것은 상관이 없다. 우다왕과 류렌의 감정선을 보고 싶을 뿐이다. 더욱이 우다왕의 역을 연우진이 맡았다. 연우진은 최근에 우연히 습득한 수/목 드라마 <서른 아홉>의 손예진의 남친역으로 나온 것으로 안다. 손예진이 나와서 안 볼려고 했는데, 손예진이 나와서 더 두드러진 드라마, 매력이 더 증폭된 드라마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손예진의 연기력이 은근히 묵직하게 다가와서 아마도 계속 볼 것 같다. <서른 아홉>에서 나온 연우진의 참신함과 신선함이 참 괜찮았는데,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에서 에로연기까지 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는 괜히 더 보고 싶은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이다. 근데 이게 2월 23일에 개봉하는가 보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24일이니 어제 개봉했는가 보다. 영화관과는 담을 쌓고 살면서 넷플릭스를 껴안고 사는 요즘, 이 영화를 볼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다 싶다. 옛날 같으면 연우진이 누군지, 지안이 누군지 알아보고 포스팅했을 것인데, 지금은 그냥 그렇구나 싶다. 옌렌커의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가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다른 작품도 두어 권 사 본 기억이 난다. 영화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장철수 감독이 맡았나 보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이 영화를 얼른 볼 수 있기를...언젠가 영화를 본다면, 리뷰를 남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늘은 책이야기만 하는 것으로도 벅차다.
나도 에필로그Epilogue를 적어본다
‘유일하게 눈에 띄는 것은 그가 마흔 살이 넘으면서 얼굴에 늙어서 창망하고 막막한 표정이 뚜렷해지고 검붉은 피부에 관리가 부족하여 생기는 남자들 특유의 거칠고 촌스러운 기색이 역력해졌다는 점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면 얼굴 자체에 세월의 주름이 새겨져 있을 뿐 아니라 그의 실제 나이를 훨씬 넘어서는 비애와 황량함이 짙게 드러났다. 이미 패자의 모습이 역력한 그의 얼굴에 드러난 이 변혁의 사회와 몇 세대에 걸쳐 사람들이 겪어온 변혁이 경력이 그로 하여금 이 나이에 잃지 말아야 할 것을 잃어버린 채, 삶의 방향과 힘, 그리고 내성에 직면해야 했다.’
에필로그에 드러나는 우다왕의 이미지이다.
이 이미지는 단순한 우다왕의 이미지만이 아니라 더 나아가 확장된 의미의 중국이란 국가의 이미지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그 위대한 모토 하에 치러진 2달간의 뜨거운 성애와 사랑, 그 사랑이 남겨진 깊은 후유증, 깊게 패인 슬픔의 자욱이 우다왕에게 드러나는 것처럼 중국 또한 혁명으로 인한 거대한 과정을 거치면서 본의 아니게 남겨진 깊은 실패자의 어떤 상흔의 그 무엇을 작가는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닐까?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폭로한다!!!
출처: https://blog.naver.com/karl21/150032321503( 필자가 쓴 리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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