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중독 다시읽기②/종가흔인물분석/줄거리/개인적인해석/결말/내로남불/사랑과 도리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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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중독 다시읽기②/종가흔인물분석/줄거리/개인적인해석/결말/내로남불/사랑과 도리사이에서

탐독: 탐미/영화M

by 카알KaRL21 2021. 7. 14.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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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중독 포스터 사진
인간중독 종가흔편 인물분석

 

 

지난 번에 넷플릭스 <인간중독>(2014)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시작했는데요,  제목은 김진평대령 편이라고 하지만, 솔직히 김진평, 종가흔 이렇게 인물분석을 확연하게 나누고 자르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서 김진평대령에 대해 이야기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글도 허술하고, 퇴고도 더 하고 싶은데...더 미루다가는 다른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아서요. 김진평 대령에 대해 아쉬운 부분은  조금씩 조금씩 추가 부연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진평 대령보다 종가흔에 대해 할 말이 더 많은 것 같기도 하고 기대도 됩니다.

 

 

 

자, 그럼 <인간중독 다시읽기②>-종가흔 편/에 대한 이야길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인간중독 종가흔인물분석 목차
인간중독 종가흔 인물분석 목차




1 종가흔의 컴플렉스Complex: 출신

 

그것은 종가흔의 출신성분, 뿌리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종가흔은 고아신분에 경우진 가문으로 들어와 민며느리처럼 지낸 여인입니다. 민며느리로 지낼려고 그런 것은 아니지만, 결국은 민며느리가 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런 종가흔의 집안내력에 대한 이야기는 그녀가 '화교'라는 데서 출발하는데요. 부모가 중국인이라는 것에 대해 말거리가 생기기도 합니다. 장교사회, 군대 라는 공동체도 좁디 좁은 곳이니 소문은 일파만파 퍼질 수 밖에 없는 노릇입니다.

 

 

종가흔은 중공군부역자 집안에서 태어났는데, 전쟁고와 같은 처지였다고 합니다. 가족이 심한 이질에 걸려 엄마마저 도망가버리자 1주일 째 시체 옆에서 견디다가 어린나이에 경대위 모친이 거둬 들였다고 합니다. 경대위 모친은 종가흔을 '식모'처럼 키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경대위와는 친오빠와 같은 관계인데, 결혼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때 종가흔을  이숙진은 애가 없다는 공통점으로 시작해서 처음부터 호감과 공감으로 대했고, 병원에서도 자신 대신에 칼을 든 부상병의 손에 대신 붙잡혀 준 고마움, 남편이 참모총장이 참석한 파티에서 만취하여 실수하려고 했을때, 발벗고 나서서 참모총장과 블루스를 추는 희생(?)을 보여줘 남편의 실수를 만회해 준데 대한 애뜻함에 이숙진은 오히려 '(식모가 아니고) 딸같이 키웠겠지'  뭐 이런 식으로 대구합니다. 그때 최중령네가 갑툭튀같은 발언을 합니다.

 

"동병상련인가 봐요."

 

상사의 말에 저렇게 딴지를 걸자 이숙진(조여정 분)은 최중령네(전혜진 분)에게 오히려 이렇게 우회적으로 갈굽니다.

 

 

"김치 좀 담궈줄래요?"

.....

"귀찮나봐?"

.....

"젖갈은 뭘 담을까요?"

"백김치도 담궈야 할까봐요."

 

 

 

최중령네는 김진평 대령 부인에게 말 한 마디 잘 못했다가 김치를 담궈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답니다. 전혜진과 조혜진의 연기는 참 멋찝니다. 종가흔에 대해 고마움과 호감을 가지고 있는 이숙진이 남편과의 로맨스를 눈치채지 못한 것은 아마도 남편이나, 종가흔이나 두 사람에 대한 좋은 감정과 관계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2 종가흔의 컴플렉스Complex: 성장과정 

경대위 집에서 식모처럼 지냈을 종가흔이 바닷가에서 김진평과 데이트를 하던 중에 자기의 13살 때의 이야기를 합니다. 

 

 

 

"13살 때 다락으로 날 끌고 올라가 거기서 내 옷을 벗기고 너무 심하게 만졌어요."

"난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오히려 경대위가 더 놀라고 당황했나 봅니다)

"결혼하니깐 닿는게 너무 싫어요."

"그래서 난 비교할 대상이 없어요. 자기가 전부이고 유일하고  ...내 우주예요. "

 

 

 

'전쟁고아' 처지에서 그대로 자신을 먹여주고 입혀주고 살게 해준 그 집안의 아들이 자신의 몸을 어떻게 대했는지에 대해 영화는 짤막한 편린만 보여주지만, 이 대화를 염두해 두고 볼 때 대충 상상이 되기도 합니다. 마음이 열리지 않았는데, 몸을 열어야 하는 어린 소녀의 처지와 환경과 감정선을 생각한다면 종가흔은 인간적으로 굉장히 불쌍한 여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종가흔은 그림자가 길고 짙은 여자입니다.

 

 

 

 

3 종가흔의 컴플렉스Complex: 부채의식

경우진의 모친은 종가흔을 집안에 데리고 와서 식모처럼 부렸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친의 스타일을 볼 때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왜 이런 발언을 용기있게 하느냐 하면, 종가흔의 모친이 병원에 위경련으로 입원했을 때 병문안을 하고 나오는 대목에서 종가흔의 시모(예수정 분)인, 경대위의 모친이 이런 이야길 합니다.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저 사람이니? 얘가 누굴 좋아하고 있네."

"죄송해요."

"사람 좋아하는 게 왜 죄송하니?"

"내가 정말로 네한테 미안한 게 뭔줄 알아? 나쁜 사람하고 결혼하게 한거. 내 아들 나쁜 사람이쟎아."

"겉은 멀쩡한데 속이 나뿌지. 그래서 너한테 맡긴거거든. 딸같은 너한테 나도 참 나뿐 사람이지."

 

 

그리고서, 포옹을 나눕니다. 최중령네가 이야기했던 종가흔이 식모처럼 살았다면, 시모가 이렇게 따뜻한 캐릭터를 가질 수가 없는 것이죠. 시모는 아무리 팔이 안으로 굽어도 객관적인 시각을 가진 스타일입니다. 경우진대위 앞으로 미국제 레코드가 밀수되어 아들의 성공가도에 문제가 생기게 되자 아들을 찾아와 아들이 거짓말하는지, 아닌지를 꿰뚫어 본 경대위 엄마입니다. 이런 대화를 근거해 볼 때, 전쟁고아였던 종가흔을 거두어 딸같이 키운 경우진 대위의 모친은 종가흔을 식모로 대한 흔적은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볼 때는 엄마가 문제가 아니고, 아들이 문제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미제 레코드 밀수 사건 때 어머니가 아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미루어 볼 때, 경우진의 인생에 거짓말이 굉장히 많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거짓말들에는 종가흔과의 관계에서 연루된 것도 많았다고 볼 수 있겠죠. 종가흔이 다른 남자에게 시집을 보냈다면 우려될 수많은 문제들을 자신의 아들과 혼인시킴으로써 그 문제들을 잠재우고 자신이 딸처럼 키웠기 때문에 거기에서 오는 어떤 인간적인 장점도 누리고자 했던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전쟁고아로 오갈데 없는, 시체 옆에서 1주일 동안 지내다가 마을에 내려와 자신의 집에 데려 온 종가흔을 식모처럼 대한 것은 아마 경우진의 모친이 아니라 경우진 대위였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릴적 부터 종가흔을 몸을 만지고 그보다 더한 것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종가흔은 어릴 적부터 경우진에게 마음은 열리지 않은 채 몸을 열어야만 하는 경우도 있었겠다는 추측도 해 봅니다. 종가흔은 전쟁고아와 같은 자신이 받아들여야 할 어떤 운명, 부채의식에 의한 굴레와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문득 경우진이 종가흔이 새를 키우는 것에 대해 '질색이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이것도 아마 경우진이 종가흔의 이런 취미를 어쩔 수 없이 인정하는 것으로 추측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면서도 아래 포스터에서와 같이 경우진을 위해서는 종가흔은 언제나 '당신은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만 하는', 경대위의 성공을  위한 악세사리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이처럼, 이 두  부부 사이에서는 어쩔 수 없는 보이지 않는, 내부의 균열이 잠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평범한 가정에서 곱게 가란 종가흔이 아니기에 이런 컴플렉스와 트라우마가 이 여인을 가득 채우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경우진대위의 철학을 대변해주는 듯한 포스터 이미지
경우진대위의 철학을 말해주는 포스터가 아닌가 싶네요

 



4 김진평이 들고 온 꽃으로 치유되는 종가흔의 상처


베트남 전쟁에서 용맹을 떨쳤던 '영웅'이었던 김진평이었지만, 그는 고급엘리트 장교로서 시내 음악감상실에서 클래식을 음미하는 감수성이 예민한 남자였습니다. 그런 그에게 부하 장교의 부인, 종가흔이 훅 치고 들어온 것이 바로 "저 귀걸이 없어진 것 같아요." 라는 멘트입니다.

 

 

 

목에는 피가 나고 팔에는 총알이 스치고 지나갔는데, 종가흔이 이렇게 말한 이유는 또라이같은 발언이지만, 김진평이 병원에서 보여줬던 보호받는다는 느낌은 자신의 시모와는 다른 신선한 울림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관사로 이사왔을 때 처음으로 김진평과 종가흔이 만날 때, 김진평은 새장의 새에게 담배연기를 뿜어대는 장난질을 하고 있었거든요.

 

"새 싫어하세요?"

 

 

싫지만 않으면 괜찮다는 말은 합니다. 자신의 남편은 새를 질색할 정도로 싫어하니깐요. 그런 김진평에게서 받은 보호받는다는 느낌은 일종의 '환대'였습니다. 다른 남자를 한번도 만난 적이 없고 늘 다람쥐 쳇바퀴 살듯이 살아온 종가흔에게 김진평의 액션은 앞에서 언급한 대로 '우주적인 액션'이었습니다. 그러기에 병원에 찾아 온 김진평에게 

 

 

"꽃이 참 예뻐요."

"어쩌나. 그냥 두면 시들텐데."

 

 

그럽니다. 그러자, 병원에서 자신의 아내를 위기에서 구해주고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에서도 긴장하지 않고 "쏘지 마세요."라는 말을 하는 종가흔에 대해 김진평이 느낀 감정은 사뭇 다르겠지요. 보통 사람이라면 벌벌 떨텐데 말입니다. 그런데다가 자신이 쏜 총알이 종가흔을 부상 입혔단 말입니다. 김진평도 손을 다쳤고, 종가흔도 목을 다쳤고 서로 서로 동병상련의 처지에서 김진평이 부하의 아내에게 병문안가는 것도 의외적인 행동으로 비쳐질 수도 있겠습니다. 종가흔이 꽃 이야기를 하자, 김진평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꽃병을 구해서 가위도 아마 의료용 가위였던 것 같은데, 자기가 직접 꽃을 손질해서 종가흔에게 갖다 줍니다. 진평은 의외로 통조림 케익도 챙겨갑니다.

 

 

"제가 케익 먹고 싶은지 어떻게 아셨어요?" 

 

 

그러고는 넙쭉 넙쭉 받아 먹는 종가흔. 김진평이 귀걸이를 용케 찾아서 또 가져왔습니다. 부하들을 시켜서 찾을 수 있는데, 자기 혼자서 찾았겠죠. 



김진평 대령을 훅 치고 들어오는 종가흔의 대사 &#39;귀걸이 좀 해주실래요?&#39; 귀걸이를 해주고 있는 김진평대령과 종가훈 사진
"귀걸이 좀 해주실래요?" 종가흔이 김진평의 마음에 훅 치고 들어오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귀걸이 좀 해주실래요?"

"제가 대령님 너무 부려먹죠, 대령님?"

 

그러면서 권총 든 모습이 

 

"대개 멋있었어요."

 

라고 합니다.  김진평은 종가흔이 뭐 이런 여자가 있나 싶었겠죠? 병원에서 위기의 순간에도 침착하고 이제껏 지도자의 위치에 있었기에 다들 자기 앞에서 굽신굽신 하는데, 이 여자는 자기를 부려먹는 겁니다. 그러면서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주는 거죠.

 

 

"대개 멋있었어요."

 

 

이 한 마디는 남자들이 제일 좋아하는 한 마디 아닙니까? 종가흔이 이제껏 살아오면서 자신이 부려먹기만 했던 경대위와는 달리 김진평 대령은 자신을 위해 수고스러움을 마다하지 않는 배려를 보여줍니다.

 

 

 

5 김진평 대령이 들고 온 꽃은 환대의 꽃이다

종가흔의 과거의 상처와 현재의 상처가 김진평의 꽃다발로 치유가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서 두 사람의 사랑이 꽃피우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전쟁고아에서 식모로, 민며느리로 살아오면서 받은 환대라는 시모의 딸같이 키워준 환대였는데, 김진평의 환대는 초역대급이었다는 것이죠. 그게 원래 사랑의 스파클이 아니겠습니까?

 

 

 부하의 아내에게  병문안 가는데,  진평은 오버액션(?)을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팩트는 사랑은 쥐어짜는 것이 아니라 흘러넘치는 것이 정석이지요. 희대의 불륜이지만, 두 사람에겐 사랑입니다. 진평은 어쩌면 병원에서 다른 사람이 그런 위기의 상황에 처했다고 해도 똑같이 했을지 모르겠습니다. 종가흔도 마찬가지구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김진평의 행동에 종가흔이 '쏘지 마세요!'라고 하는 반응이 진평에게 색다른 감정을 일구게 했을 수도 있습니다.

 

김진평은 베트남전에서 영웅으로 불렸고 부하들에게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영화 도입부에서 사위와 함께 한 술자리에서 장인(중장)이 주는 술을 마시고 오바이트를 건물 뒷편에서 하고 있는데, 진평에 대해 동료들이 뒷담화하는 것을 영화는 들려줍니다. 동료들이 시샘할 수 밖에 없지요. 백도 든든하고, 실력도 있고, 어느 하나 빠지는게 없으니 말입니다. 그런 진평이 부하들을 얼마나 많이 챙기면서 전쟁터를 누벼왔겠습니까? 수많은 부하들을 봐왔는데, 이 갑툭튀한 이 여자 부하(?) 종가흔은 뭔가 다른 느낌이었을 것입니다.   



우리가 누군가로부터 제대로, 완전하게 환대를 받는 느낌을 받으면 우리의 존재가 열립니다. 마음이 열리니 존재가 화악 열리는 것이죠. '여자는 매일 물을 주어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한번도 환대의 물을 받아 마셔본 적이 없는 종가흔에겐 김진평은 특별하게 다가온 것입니다. 남편의 상사인데도, 자신을 확 열어제치고 반겨주고 있습니다. 

 

 

 

 

6 쓸쓸한 인생에 다가온 로맨스


파월장병이자 김진평 대령의 부하로 있었던 임상사가 시내음악감상실을 하면서 임사장(유해진 분)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임사장이 한번은 지역주부들을 모아놓고 춤교습을 한 것이 헌병대에 보고되어 한번 위기를 겪은 적이 있습니다. 자신의 부하였던 임사장의 음악감상실에서 임사장이 여자들의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여자들이 왜 춤을 배우러 오는지, 월요일을 기다리는지 뭐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요지는

 

 

"남편을 출근시켜놓고, 아이들이 보내놓고, 집에 있으니 쓸쓸한거죠."

 

 

라고 합니다. 

 

종가흔은 보통 주부들과는 다른 쓸쓸함의 그림자가 더 깊게 드러우진 여자입니다. 그런 쓸쓸한 인생에 자신을 반겨주며 오는 김진평 대령이죠. 김진평의 환대는 배려로 드러나는데, 그는 종가흔이 왈츠를 조금 출 줄 안다는 말을 듣고 왈츠를 배웁니다. 대령은 보통 주부들이 안고 있는 쓸쓸함을 종가흔에게 대입하여 배려하려는 것이라고 비약적으로 해석해 봅니다.

 

 

 

 

7 배려는 배려를 낳고

김대령 부부와 경대위 부부가 소풍을 간 자리입니다. 경대위가 월남전에서 김진평 대령이 베트콩의 배를 갈랐다는 이야기를 듣자 대령 부부가 머쓱해 합니다. 그리고 그 자리를 무마시키기 위해 이숙진은 변소를 간다고 하자 경대위가 같이 동행합니다. 두 사람만이 남은 시공간에서 김대령이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끄집어내자, 종가흔이 반응합니다.

 

 

"저쪽이 먼저 그런거쟎아요."

"더 드세요. 담배 많이 피우는 사람한테 복숭아가 좋대요."

 

 

종가흔은 남편의 실수를 책하고, 대령을 배려합니다. 그리고 골초인 대령의 건강을 염려하는 배려를 덧붙입니다. 종가흔이 화교라는 설정이어서 그런지, 종가흔이 단말마적으로 툭툭 치는 대사가 굉장히 무미건조할 수 있지만, 의외로 이게 좀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저만 그럴 수도 있겠죠. 복숭아의 배려는 이 때 뿐만 아니라, 김진평 대령 진급 축하 파티 때도 대령이 앉아 있을 때, 종가흔이 가져다 준 과일접시는 아마도 복숭아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이 두 사람의 배려는 굉장히 델리키트delicate합니다. 섬세합니다. 디테일합니다. 원래 사랑하면 그렇게 되는 거지요. 존재가 열리니 모든 것이 그 사랑의 대상을 위주로 레이더망에 포착되는 것입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의 두 남녀의 진도가 속도를 낼려고 합니다. 종가흔이 살짝 마음을 비춥니다. 종가흔이 병문안 왔을때 꽃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이상하게 그때, 좋았나봐요. 생각하면서 자꾸 웃어요."

"저는 하루종일 생각합니다. 가흔씨 생각을. 죄송합니다. 이런 말 하면 안되는데..."

 

 

자신의 실수를 달래기 위해 라이터를 꺼내 담배를 태우려는데, 종가흔이 라이터를 보며 "대개 예뻐요."라고 합니다.

그런데, 김진평 대령이 바로 "가지실래요?" 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바로 종가흔의 지갑에 라이터를 넣어주는 반응을 보입니다. 

 

 

서로를 향한 깊은 환대와 배려가 두 사람의 마음을 확인합니다. 관사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백미러 너머로 보이는 종가흔의 손은 자신의 지갑을 매만지고 있습니다. 종가흔이 받은 김진평의 환대가 그녀의 심장을 뛰게 만들고 있는 것이죠.

 

 

 

8 사랑은 흘러넘치는 것이다

주체할 수 없는 김진평 대령의 감정이 음악감상실에서 임상사와 함께 부하였던 조학수(배성우 분)와 왈츠를 연습합니다. 그러면서 조학수가 김진평에게 운을 뗍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게 느껴진다고. 온 몸에 생기가 도는 것이 느껴진다고 피더백합니다. 

 

 

 

첫번째 paper에 언급했듯이, 김진평 대령의 추락은 '남의 물건을 집 안으로 들이지 말라'는 아버지의 경고를 듣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했습니다. 김진평의 감정은 이제 물이 100도라는 임계점을 넘었기 때문에 흘러넘칠 수 밖에 없습니다. 경대위 집에서의 부부동반 모임에서 김진평이 종가흔에게 왈츠 추는 것을 제안합니다. 조학수가 춤에 대해 '여자가 남자한테 반박자 늦게 끌려가는 거'란 말을 했는데요, 그 왈츠는 바로 "만나고 싶어요. 밖에서"라는 냅킨지에 적힌 데이트신청이었습니다.

 

 

물론 이 두 사람은 후에 왈츠도 같이 추게 됩니다. 일종의 '화려한 휴가이자 일탈'이었습니다. 아무튼, 이 때 종가흔은 주저없이 진평의 만년필을 빼앗아 답장을 줍니다. 

 

"내일 2시. 화교성당"

 

김진평과 종가흔의 마음이 맞았고, 서로를 강렬히 원했기 때문에 순간의 주춤거림 없이 두 사람의 만남이 이뤄집니다.

 

 

 

 

9 로맨스가 그려지는 둘 만의 '화려한 휴가'

두 사람의 불안 불안한 감정이 결국 서로의 경계선을 허물어 뜨리고야 맙니다.

 

 

화교성당 앞에서 김진평의 차에 올라탄 종가흔&#44; 그들의 격정적인 애정행각이 이뤄지기 직전의 사진
2시 화교성당...그리고 그들의 거친 숨결이 휘몰아칩니다

 

김대우 감독은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이 사랑'ㅡ을 '바흐'의 음악으로 완성시키고 싶었다고 합니다. 김대우 감독 왈,



“바흐의 음악을 들으면 슬픔, 아름다움, 처량함, 우울, 기쁨, 설렘, 낙담 등 여러 감정이 느껴진다. ‘사랑’이란 단어 안에도 이 모든 감정들이 포함된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눌때 항상 바흐의 음악이 그것도 어쿠스틱으로 연주되었다고 합니다. 김대우감독이 어쿠스틱을 선호한다나 어쩐다나....

 

 

"왜 이렇게 가슴이 뛰죠?"

"대령님 손 좋아요."

"식사할 때 이 손 만지고 싶었어요."

 

 

제가 이 영화를 처음 볼 때는 몰랐는데, 임지연의 이 단말마적인 대사가 참 좋더라구요. 보는 이마다 다르겠지만, 송승헌의 연기가 별로이다, 임지연의 연기가 별로이다고 했는데, 오히려 저는 임지연의 캐릭터를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좋아요를 송승헌에게 날리는 이런 짧은 대사가 더 괜찮아 보이더군요. 다시 <인간중독>을 찍어도 송승헌과 임지연이 찍었음 하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기구한 운명의 사슬의 수레바퀴 속에서 자기의 목소리를 내고, 자기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드러내는 종가흔의 면이 느껴지더군요.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김진평의 환대가 있었기 때문이고, 배려가 오갔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이런 감정이 얼마나 그녀를 가득 채웠으면, 어릴 적 딸처럼 키운 시모가 김진평 대령을 두 번 만났는데, 알아차리는 것이죠. 

 

 

김진평 대령은 인제 종가흔과 둘이서만 시간을 보내고 싶어 아내가 출타한 틈과 경대위가 출장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종가흔이 도덕적인 죄책감, 윤리의 도리와 사랑의 감정의 저울질 사이에서 가운데서 고뇌합니다.

 

 

"대령님이 일부러 보내신거죠. 제 남편."

"둘이 있고 싶어서."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터질 것 같아요."

"우리 이러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리고서 이쁘다 했던 라이터를 다시 대령에게 돌려줍니다. 대령은 경대위 관사 앞에 거절을 당한 셈입니다.

 

 

아마도 이 날이 김진평 대령의 생일날이었나 봅니다. 부인 이숙진도 출타중이라 최중령네와 다른 장교부인이 친히 미역국을 끓여 갖다주는데요. 데워주겠다는 부인들의 청은 잘라서 거절하고 그 미역국을 들고 냉큼  종가흔을 찾아갑니다. 오늘 종가흔도 생일이니깐요. 두 사람 생일이 똑같다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사랑은 흘러넘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어쨌든 생일 미역국을 챙겨주는 김진평의 배려가 또 종가흔의 마음을 훅 치고 들어갑니다. 

 

"자려고 해도 숨이 안 쉬어져요."

"숨이 안 쉬어지니 괴로워요."

"지금까지 헛살았나봐요. 이렇게 바보같은 놈인지 몰랐어요."

 

 

두 사람이 미역국 생일만찬을 가집니다. 

 

 

"나도 똑같은 생각을 했었어요."

"남편이 출장이라도 가면 좋겠다. 대령님하고 둘이 있고 싶다. 그런 생각요."

 

 

그런데, 그게 바로 현실이 되고 대령이 문 앞에 떡 나타났을 때 오히려,

 

 

"갑자기 다 무서웠어요."

"너무 혼란스럽구."

"미안해요. 나도 내가 나같지가 않아요."

"정말 숨 안 쉬어졌어요?"

"그 말 너무 좋아요."

"나만 그런 줄  알았거든요."

 

 

두 사람의 맘을 확인한 뒤 침실입니다. 

 

 

종가흔의 침실에서 혼자 있는 사진&#44; 이 사진이 제일 맘에 드는 듯 합니다
맨날 상상했어요.대령님이랑 이방에 같이 있는거. 그런데, 종가흔은 결국 사랑을...

 

"이방에 들어오면 안 될 것 같은데."

"맨날 상상했어요. 대령님이랑 이 방에 같이 있는거."

"여기가 총 맞은데였어요?"

"가흔씨는?"

"나도 아팠어요?"

 

 

두 사람은 총을 맞은 상처, 그 고통을 공통분모해서 더 친밀해집니다. 이미 친숙해졌지만, 그들의 사랑이 더 불타오르는 계기가 됩니다. 이때도 바흐의 음악이 흐릅니다. 어쿠스틱입니다. 그리고 라이터는 지갑 위에  살포시 놓여져 있습니다. 

 

두 사람은 음악감상실을 빌려서 왈츠를 추고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습니다.

 

 

 

 

 

 

 

 

 

10 종가흔: 사랑과 도리 사이에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에 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집니다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은 가득하지만, 해서는 안 될 선을 넘었다는 데서 오는 guilt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겠죠

 

 

 

 

두 사람의 사랑은 환대와 배려의 이중주였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멈춰야 하는 내로남불...사랑은 흘러 넘치고 넘치는데, 바닷가의 데이트 이후 종가흔은 모친의 병원에 들어선 이후, 그리고 시모인 경대위의 모친과의 대화 이후로 현실로 복귀를 마음에 결심이 선 듯 합니다.

 

 

"대령님 정말 사랑하면 제 마음대로 하래요. 어머닌 제 편이라면서. 나 어떡해요? 대령님 정말 사랑하는데...우리 어머니가 그렇게 말하니깐 나 너무 괴로워요 나 어떡해요? 대령님 너무 사랑하는데."

"나 이제 대령님 그만 만날래요. 정말로 노력할거예요. 대령님도 노력해주실 수 있죠? 날 위해서."

 

 

 

"갑자기 다 무서웠어요."

 

 

이 말을 그들이 경대위의 집에서 생일미역국 만찬을 할 때 종가흔이 내뱉은 말입니다. 이 말이 생각을 하게끔 합니다. 어릴 적 전쟁고아로 엄마도 자기를 버린 종가흔이 비록 경우진 집안으로 들어와 살게되었습니다만, 무엇이 그렇게 무서웠을까요? 자신의 심장을 뛰게 만들고 자신의 인생에 최고의 꽃을 피워 준, 이제껏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환대를 받은 그녀가 무엇이 그리 무서웠을까요? 누군가가 다들 자신의 걷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들어서면 두려운 법이죠. 잃은 것이 없는 종가흔이지만, 그런 그녀조차도 무섭다고 하는 것을 보면, 사람이 소위 말하는 탈선, 엇길로 들어선다는 것이 얼마나 큰 심리적인 죄책감을 가져오는가를 볼 수 있습니다. 그때 당시는 1969년도 였으니깐요. 시모가 종가흔이 사랑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하긴 했지만, 종가흔은 시모에게서 받은 게 있거든요. 그 무거운 부채의식과 채무의식에서 자유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맘껏 하라고 하긴 했지만, 그게 종가흔을 더 마음 아프게 하는것이죠.  경우진대위 모친이 자신을 거두어 현재까지 왔으니깐요.

 

 

 

 

'내로남불'은 실제로 도덕을 배신하는 것입니다. 그 배신으로 자기가 받아야 할 상처와 데미지, 굴레들이 무서웠던 것입니다. 결혼하지 않은 연인끼리 바람피는 것과 결혼한 부부가 바람을 피우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결혼이라는 것은 가문과 가문, 집안끼리의 결합이기 때문에 거기에 파생되는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은 것입니다. 관계가 제일 어렵고 무섭고 힘든 것이지요. 김진평 대령은 '밖의 물건을 안으로 들이고 싶었고', 종가흔은 '밖의 물건을 안으로 들이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종가흔은 김진평 대령과 자신의 부부의 침대에서 함께 있는 것을 상상했다고, 그리고 그 상상은 현실이 되었다고 했죠. 인간은 참으로 이율배반적이고도 모순이 가득한 존재인 듯 합니다. 

 

 

 

대령이 미제 레코드 밀수사건으로 완전 좌천되는 분위기가 됩니다. 당분간 보직발령 대기가 되면서 경대위가 종가흔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김진평 그 사람은 끝났어. 그라고 김진평이는 갸는 대인관계가 약해."라 고 합니다. 그때 종가흔이 남편에게 한 마디 합니다.

 

"꼭 그렇게 불러야 돼? 너무 한심해보여. 지금."

 

 

종가흔이 김진평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마지막 배려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서 김진평  대령 진급 파티사건이 벌어지는데요, 여기서 김진평은 추락하게 됩니다. 자신의 애정의 감정을 조절할 수위를 넘어버린 것입니다. 너무나 파급효과가 큰 사건이라, 결국 김진평은 장인의 도움과 함께 1년 정도 베트남에 가 있다가 돌아오면 아내 이숙진도 만나준다고 합니다.  그때가 되면 김진평 2세도 태어나겠죠? 장인 군단장(정원중 분)은 이렇게  말을 합니다. 

 

"월남가서 자숙하고 와. 너 월남 좋아하쟎아. 내 딸을 망신을 줘. 이 새끼야...임신한...다 왔는데...병신새끼야..."

 

김진평이 종가흔을 다시 찾아갑니다. 경대위는 서울로 출장중입니다. 

 

 

종가흔을 찾아간 김진평 대령 사진
사방팔방 쑥대밭을 만든 사건 이후, 종가흔을 찾아간 김진평 대령,

 

 

 

"당신한테도 사과해야지. 미안해."

"월남가신다면서요.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들어갈께요."

"잠깐만, 한가지만 물어볼려고. 걱정하지마."

"나 사랑했어? 지금은? 지금도 사랑해?"

"나...자기 사랑해요."

"나 사실은 월남 안 가. 나 무슨 낯으로 군에 남겠어? 전에 월남 있을때, 태국에 거기로 갈려고."

"1년만 있으면."

"거기 나랑 같이 가지 않겠어?" 

"나중에 와"

"다신 자기 망치지 않을거예요.그리고 저 정도로, 다 버릴 정도로 자기 사랑하지 않아요."

"그렇구나. 몰랐네. 진작 얘기해주지."

"잠깐만. 근데 난 말야. 난 말야. 당신 안 보면 못 살 것 같애. 잠도 안 오고 아무것도 먹히지 않고, 숨을 못 쉬겠어. 여기가 막혀서 살 수가 없어." 

 

 

김진평 대령이 가슴을 칩니다. 그리고서...

 

 

 

막힌 심장을 향해 구멍이라도 뚫을 것처럼 그는 권총의 방아쇠를 당깁니다. 송승헌 연기가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가 가진 게 별 것 아닌 것이 아니었는데,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종가흔에게 올인해버립니다. 그리고서 그는 삶의 방아쇠까지 놓아버립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대목입니다. 왜 김진평 대령은 그러했을까요? 전쟁이 수많은 생사의 기로에 서 본 그가 이 사랑의 테제thesis 앞에 허물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렇게 많은 생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생을 살아와서 그런 것일까요? 너무 감수성이 지나친 것일까요?  확실히 종가흔의 사랑법 보다 김진평의 사랑법이 설득의 개연성이 약해 보이긴 합니다. 앞에서 제가 두 사람의 러브라인을 다 설명했기 때문에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종가흔이 김진평대령에게 속된 말로 꼬리친 것일까요? 둘 다 진심이었지만. 종가흔이 끝이 안 보이는 이 불륜스토리를 빨리 끝내고 싶어했기에 김진평의 마지막 부탁을 거절하는데, 김진평이 극단적인 선택을 합니다. 이 김진평의 극단적인 자살 행위는 1cm만 옆으로 가도 심장을 맞았을텐데 다행히 목숨은 건졌습니다만, 그는 이혼에, 불명예제대와 연금도 나오는 않는 파국으로 치닫게 됩니다. 최중령네는 '산 것만 해도 다행이지'라고 이야기합니다. 

 

 

사랑과 도리 사이에서 결국 종가흔은 도리를 선택합니다.

 

 

그 도리는 표면적으로는 경우진과의 혼인관계와 가정, 도덕의 시스템, 전쟁고아와 같은 자신을 거두어 키워준 시모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 싶은 도리이고, 더 깊게 들어가자면, 더 이상 자신으로 인해 승승장구하는 김진평 장군의 길을 막고 싶지 않은 도리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미 불륜스캔들은 소문은 났겠지만, 남들 신경쓰지 않고 살면 소문은 지나가고 존재가 다시 드러나니깐. 하지만, 김진평은 참지 못했습니다. 

 

 

 

 

 

11 Text와 Context 사이에서

20대때 사랑했던 여친이 있었습니다. 너무 사랑했는데, 4년을 사겼는데, 결국은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20대의 저의 노선은 죽을만큼 한번 사랑해보자는 주의였는데요, 정말 그렇게 사랑했습니다만, 현실의 벽이 컸습니다. 떠나는 그녀가 저더러 사랑한다고 했을 때, 제가 그런 말을 했었죠.

 

"사랑하면 뭐하냐? 함께 할 수도 없는데. 같이 있을 수도 없는데..."

 

 

그때 참 힘들었는데, 그냥 살았습니다. 숨을 쉬고 살면 살아집니다. 죽는 것보다 사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김진평의 마음이 한쪽으로는 이해가 됩니다. 여친과 헤어지고 학교도 거의 학사경고를 받을 정도였는데, 비평수업시간이었는데 토론을 하게 되었는데요. 그때가 자살이 토론 주제였던 것 같습니다. 그때 어느 여학생이 자살은 이해할 수 없고, 생명을 해하는 그릇된 방법이다라고 했는데, 제가 그때 갑자기 발끈했습니다. 그 애가 하는 말은 다 정당한 것이고 제가 알고 믿던 이야기이고, 제가 기독교인데 얼마나 자살에 대한 이야길 많이 들었겠습니까,  근데 순간 발끈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조금은 자살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새발의 피'만이라도 느꼈기 때문입니다. 김진평은, 가질 것 다 가진 인간이 왜 그렇게 어리석게 파국을 향해 달려가냐고. 하지만 인류의 수많은 사람들의 라이프스토리를 우리가 어찌 다 이해할 수 있습니까? 그 사람이 그러고 싶으니깐 그러는 것이죠. 당시에는 떠나가는 여친, 날 두고 결혼하는 여친이 이해가 안 되었는데요, 지금 돌아보면.... 김진평도, 종가흔도 다 이해가 됩니다. 사랑을 선택할 수도 있고, 도리를 선택할 수도 있는 것이죠. 

 

 

카알 마르크스 <자본론> 서문에, 단테의 <신곡>에 등장한 한 구절인 다음의 말을 인용합니다. 

 

 "Segui il tuo, e lascia dir le genti"(라틴어)

"너의 길을 가라, 다른 사람의 말은 지껄이는대로 내버려두어라"

 

모두가 자신의 길을 가는 것입니다. 지옥을 가든, 천국을 가든 자신이 가는 것입니다. 

 

 

 

 

 

12 왜 <인간중독>이라고 했을까?

다시, 화면을 앞으로 돌려 음악감상실입니다. 김진평 대령이 임상사에게 자신의 고민을 살짝 틀어놓으며, 부하의 와이프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갑자기 안 만나겠다고, 나도 이러면 안 되는데, 보고 싶어 미칠 것 같다고 말하자, 마지막으로 만나고 끝내라는 듯한 조언을 하며 대령님 원래 그런 분 아니시쟎아요 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임상사가 보는 TV에 인류 최초 아폴로 11호에 달에 착륙하는 장면을 비춰줍니다. 그런데, 임상사가 묘한 대사를 칩니다.

 

 

"저기 아무것도 없네. 저런 델 뭐하러 가? 돈 써 가면서."

 

 

제가 영화를 다시 보다가 이 대목이 묘했습니다.

왜 하필 이 장면이 나왔을까? 달에 착륙했던 엄청난 성과였는데, 임상사는 '저기 아무것도 없네. 저런 델 뭐하러 가?'라는 대사를 날리는데요. 그냥 스쳐 지나가는 생각입니다만, 인간이 인간을, 남녀가 사랑하는 것도 때로는 ,아무것도 아닌, 아무것도 없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인간중독'이라고 했을까요? 중독이라 함은 도가 지나치는 것을 말하죠. 더군다나 결혼이란 선을 넘는 로맨스, 내로남불을 단순히 로맨스로 치부하기엔 뭣하기에 <인간중독>이란 말을 썼던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불륜을 로맨스로 몰고 가기엔 사회적인 통념이 있으니,  <인간중독>이란 말을 사용했을까 싶네요. 김진평 대령의 '인간중독'이라고 해야 할까요? 

 

 

 

 

 

 

13 영화의 결말

 

영화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2년후, 1971년 겨울 눈이 날리는 어느 날에 경우진 소령의 부인, 종가흔을 밖에서 누가 기다린다고 합니다. 베트남에서 특수부대원들이 소속도, 신원도 불투명한 야인 김진평(대령 김진평이 아니라)이 침투 중에 저격당해서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2년 전에 자살해서 죽지 못하고, 2년 후에 그렇게 생을 마감합니다.


한 여인을 향한 한 남자의 지극한 사랑이 들어있는 폴라로이드 사진 뒤에는 &#39;내 사랑&#39;이란 말이 적혀 있네요
뒤도 한번 보시죠/라는 말에 종가흔이 사진의 뒷장을 넘깁니다...내 사랑

김진평대령의 시신을 찍은 사진과 음악감상실에서 찍은 사진&#44; 두 장을 손에 들고 있는 종가흔
김진평대령의 팔에 종가흔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음악감상실에서 종가흔이 김진평의 팔에다 이름을 써놓고는 죽을때까지 내 이름을 잊지 말라고 했는데, 김진평은 끝까지 종가흔을 환대하고 배려합니다



2년의 시간이 흘렀을 때, 경우진 대위는 소령이 됩니다. 하지만 김진평은 베트남에서 야인으로 지내다가 우연히 전쟁중에 사망하게 됩니다. 팔에다 종가흔이란 문신을 새긴 채 말이죠.

 

 

 

세상에 이런 남자 어디 있답니까?
김진평은 죽어서도 '영웅'이네요. 다른 이가 뭐라고 해도 이 세상에 단 한 사람, 종가흔에게만큼은 영웅이 아닐까요? 사랑과 도리의 경계에서 도리로 넘어간 종가흔을 어찌 비난할 수 있겠습니까? 사랑을 선택하고 김진평과 함께 태국으로 떠났다면 그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갔을까요? 선택은 본인이, 책임도 오롯이 본인이 지는 것이고 결과는 지켜보는 수 밖에 없는 것이죠. 20대에는 무조건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가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분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 것도 신의 뜻이기도 합니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만의 선택권이 있으며, 그 선택권은 오로지 자신만의 선택하는 것입니다. 종가흔의 눈물은 종가흔의 선택이자, 종가흔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집무실에 새겨놓은 아주 유명한 명언이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의 종언을 고하는 일본에 원자폭탄투하를 결정하고 나서 내뱉은 문장이기도 합니다.

 

 

"The Bucks stop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Epilogue...Love is beautiful!

 

관사의 장교부인들끼리 대화를 나눕니다. 김진평의 자살소동으로 난리이지만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그래도 그 여자 사는 것처럼 살아보네. 기분이 어떨까? 남자가 자기 좋다고 죽겠다 하면, 허...난 상상이 안 돼."

 

사람은 적응의 존재입니다. 적응하게 되면 매너리즘에 빠지게 됩니다. 남녀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뜻하지 아니한 환대와 배려가 사랑으로 다가와 이 사람을 접고, 또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사랑받고 사랑한다는 것은 대단히 아름다운 일입니다. 맘껏 몸과 맘이 열리고 환대받고 환대하는 것은 대단히 기쁘고 즐거운 축복입니다. 하지만 책임은 자신이 져야 합니다. 책임이 무서운 것입니다. 

 

"밖의 물건을 안으로 들이지 말라고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는데..."

 

김진평 대령의 부친이 한 말은 명언듯 합니다. 하지만 인간사에 사랑이 있어 그래도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Love is Beautiful!

 

마지막에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Bett Midler의 <The Rose>가 흘러나옵니다. 


 

인간중독 여담
인간중독여담

 

오랜시간 동안 <인간중독> paper에 정신을 쏟았는데, 수정을 하려다가 뭘 잘못 건드려 시간을 엄청 소모해버렸습니다. 더 이상 인간중독 포스팅은 건드리지 않아야겠습니다.

 

 

이 포스팅을 유튜브영상으로도 만들어봤습니다. 

 

인간중독다시읽기 종가흔편 몰아보기

 


<인간중독>종가현 인물분석은 종가흔의 출생, 성장과정, 콤플렉스, 사랑과 도리, 결국 도리를 선택한 종가흔의 캐릭터를 보여주지만, 김진평 대령과 나눈 사랑이 끝까지 함께 할 수 없어 비극적이었지만, 너무나 아름다웠다는 느낌을 끝으로 포스팅을 마무리합니다. 

 

 

 


 

인간중독 다시 읽기①/김진평인물분석/줄거리/개인적인 해석/내로남불새드엔딩스토리

안녕하세요 카알입니다. 오늘은 이전부터 써보고자 했던 <인간중독>에 대한 글을 한번 적어보고자 합니다. 당시 두 선남선녀 배우의 핫한 배드씬으로도 유명했던 영화입니다. 2014년도에 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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