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olutionary Road 혁명적인 길’이라는 이 제목이 일단 끌렸다.특별히, 레오나르도 디 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이 주연했다는 데서 뭔가가 더 끌렸다.‘타이타닉’으로 호흡을 같이 맞췄던 이 두 배우가 다시 합쳤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기관리, 자기발견, 직업, 돈, 생활, 결혼, 가정, 자녀교육, 미래 등에 대해서 고민하고 생각하다가 ‘아 이거다!’하는 혁명적이면서도 창조적인 어떤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가 있다. 그 아이디어는 때로는 우리 인생에 길게 영향을 미쳐 우리의 인생이 그 아이디어에서부터 출발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때론 그 아이디어는 단순한 하나의 지나가는 생각에 불과할 때도 있다. 또 다른 경우라면, 그 아이디어는 우리 인생의 여러 가지 많은 삶의 과정들 가운데 내재되어 있을 수 있다.
우리의 인생과 라이프스타일에는 이러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가득 차 있다. 이 영화에서는 이러한 것들을 명명하여 ‘Revolutionary Road’로 대변할 수 있겠다. 사랑하는 남녀가 서로를 본 순간 첫 눈에 반해서 ‘바로 이 사람이다!’라고 외치는 내면의 소리로부터 시작해서, 직업을 찾다가 찾다가 ‘이 직업은 내게 대박이야!’라고 아우성을 칠 때! 기타 등등...이러한 인생의 순간순간들이 ‘레볼루셔너리 로드’인 것이다.
영화는 이러한 것들이 복합적으로 얼키고 설켜 있다. 단순한 기계를 파는 지겨운(?) 직장에 다니는 프랭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연극배우를 하기도 했던, 커리어우먼이 꿈이지만 그 꿈을 접은 채 가사노동에만 전념하는 에어프릴(케이트 윈슬렛)은 자녀를 둘 두고 있는 평범한 가정이다. 이 가정은 레볼루셔너리 로드(고유명사임: 그 거리이름, 의도적듯한 설정으로 보인다)에 보금자리를 두고 살고 있다. 그러나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현실에 대한 불만과 불만족으로 살고 있다. 그러다가 남편은 별로 매력적이지도 않은 여사원과의 ‘원나잇’을 보내고 집으로 들어온다. 이것은 평범한 직장인들의 고달픈 생리와 구도인 것처럼 보여진다.
그런데 갑자기 아내 에어프릴은 자기의 독창적이고도 창조적인 생각을 마구 이야기하고 남편도 이 생각에 동의하게 된다. 이 부부는 지금의 레볼루셔너리 로드가(street)를 떠나 그 ‘파리paris’에 가기만 하면 모든 것이 만사형통인 것처럼 부푼 기대감에 젖어든다. 파랑새를 찾아 떠났던 치르치르와 미치르 남매의 모습과도 비슷하다. 그런 생각하 에 회사에 출근했던 프랭크는 늘 자기를 골치 아프게 했던 톨레도 사안을 몇 초 사이에 해치워버린다. 프랭크는 그 톨레도 건으로 인해 해고당할 수도 있었던 지경이었는데, 이 몇 초사이의 일처리로 인해 오히려 프랭크는 회사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재원으로 발탁하게 된다. 거물인 ‘바트’ 회사의 중요한 요직으로 승진으로 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두 부부가 파리로 갈 거라는 이상향을 향한 ‘레볼루셔너리 로드’가 없었다면 이런 일도 없었겠지만, 이 일로 인해 남편과 아내의 의견차가 조금씩 드러난다. 남편은 거액의 연봉을 쥔 지금의 직장을 천직으로 알고 살면서 ‘지금 여기’서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아내를 설득하려 한다. 그런데 두 부부에게 생긴 또 하나의 큰 사건은 바로 ‘셋째 임신’이었다. 이 임신사건이후 또 하나의 거대한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이 일어나는데, 그것은 이로 인해 남편과 아내의 의견차이는 조금씩 더 벌어지고 심한 부부싸움, 언쟁이 벌어진다.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잔잔하다. 잔잔하면서 사람을 생각하게 하고 사고하게 한다. 진정한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에어프릴은 영화시작부터 남편 프랭크와 갈등을 가지고 시작한다. 영화말미에서는 그것이 폭발해버린다.
여기서 아내의 정서를 심각하게 뒤흔든 사건은 바로, 이웃 쉐프부부와의 술집에서 시작된다. 그 날 쉐프의 아내, 밀리가 몸이 좋지 않은 관계로 일찍 프랭크와 돌아오고 쉐프와 에어프릴은 술집에서 시간을 더 보내다가 결국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고 만다. 쉐프는 차에서 섹스한 후 이것이 평소에 내가 바로 생각했던 것이라고, 자기는 진심으로 에어프릴을 사랑한다고 이야기한다. 이것은 쉐프의 레볼루셔너리 로드인 셈이다.
순간적인 감정과 충동에 의해 이웃 남자와 관계를 가진 에어프릴은 죄책감에서 더 나아가는 수 많은 복잡한 감정들로 인해 프랭크와의 관계도 계속적으로 거부하고 결국 낙태를 결심하게 된다. 하지만 에어프릴이 생각한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그녀의 생명을 앗아간다. 에어프릴은 낙태를 혼자서 감행하다가 과다출혈을 죽고 만다.
영화에서는 특별히 액자소설처럼 기빙스 가족이 나오는 대목이 있는데, 이 부분은 두 노부부와 예전에는 수학박사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정신병자로 분류된 아들, 존의 등장이다. 존은 프랭크 부부에게 단 소리, 쓴 소리를 끊임없이 한다. 존의 입에서 나오는 발언들은 전부 명언처럼 들렸다. 작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아무튼 무슨 강의를 하듯이 여과 없이 생각을 노출시키는 역할로, 예전에는 천재였지만 지금은 정신병자인 존을 도구로 사용한 느낌이다.
영화 속에서 존은 현대인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확성기' 역할을 해 준다 그 친구의 말이 진정으로 다 옳다고 할 수 없지만문득 문득 현실 속에서 너무 파묻혀, 찌들어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확성기’같은 느낌이다!
사랑과 이상, 이상과 현실, 현실과 이데아...이 명제는 수없는 시간들 가운데 고민하고 생각해 온 사안이다.사람들은 자기들만의 파랑새를 찾아가고 있다.
영화에서의 ‘파리’는 현대인들이 꿈꾸는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상징이다.딱히 ‘이 사람들은 이상주의자!’라고 그룹지어 분류하지 않더라도 이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수만 가지, 수천 가지의 이상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다.모두가 레볼루셔너리 로드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인문학 계통을 전공한 나는 늘 내면 속에서 한시 바삐 외국으로 나가야 생활을 해야한다는, 공부를 해야한다는 강박기제가 존재해 왔다. 내가 발붙이고 있는 이 땅, 여기는 아직 나에겐 부족하고 불완전한 현장이요 필드이기 때문에 어서 이 땅을 떠나 더 넓고 심오한 세계를 품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그것이 나의 레볼루셔너리 로드였다. 그러기에 늘 현실에 대해서 나는 불만과 불만족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지금의 이것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고, 더 나은 무언가가 필요한데 지금의 모든 것들은 다 내게 어울리지 않고, 부적절하다는 그런 불평이 늘 현실에 박혀 있었다. 주제파악도 안 된 상황에서 과대한 이상을 품에 안고 불평만을 곱씹은 채 말이다. 그 모습이 바로 에어프릴의 모습이요, 프랭크의 모습이 아니었나싶다.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행복’이다.하지만 행복은 레볼루셔너리 로드에 있다.행복은 바로 프랭크 부부가 살았던 그 레볼루셔너리 로드-다른 곳, 파리paris나 다른 대도시의 중심이 아닌-에 있었던 것이다.그렇다고 해서 내가 프랭크가 ‘연봉 대박’을 터뜨려파리로 가지 않으려고 하는 그의 행동에 동의하거나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그 행동은 중립적인 행위이다.
우리들도 마찬가지이다.지금 현실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행복을 누리지 못한다면 그 어떤 레볼루셔너리 로드도 행복을 주지는 못할 것이다.
이 글을 쓸 당시는 30대였다. 그때 나는 직장을 옮기고자 했다. 여러가지 사정이 복합적으로 얽히고 설켰다.어디를 가든지, 무엇을 하든지레볼루셔너리 로드는 존재하는 것이고 그것에 대한 나의 감각과 반응은 이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Revolutionary Road is Here and Now.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여기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다!
(사진출처: 다음영화)
당신에게 있어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무엇인가?
Here and Now
지금 바로 여기가 당신의 행복점임을 기억하라!
Revolutionary Road is Here and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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