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 을 정주행한 후 9-10회에 대한 내용을 포스팅하고자 합니다. <소년심판>은 총 10부작이며, 9-10회는 마지막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스토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제 개인적인 해석도 담아보고자 합니다.
<소년심판> 9-10회의 주된 스토리는 실제 사건인, '용인 아파트 벽돌 투척 사건'과 '인천 여중성 집단 성폭행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두 사건을 섟어서 스토리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제가 5-6회를 다룬 포스팅에서도 언급을 했지만, 스토리의 전개 순서가 아래와 같이 상향한다는 점입니다.
강원중 판사(5-6회) → 차태주 판사(7-8회) → 심은석 판사(9-10회)
아무리 소년범죄, 미성년자 범죄라고 하더라도 이게 소년들, 청소년, 미성년자만의 범위, 카테고리에서만 범죄가 끝나는 게 아니고 범죄라는 것, 죄라는 것은 오염성과 전염성이 있기 때문에 파급효과가 엄청나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누군가를 죄를 지었다면, 가해자가 있고, 피해자가 있겠죠. 거기서 가해자의 가족관계, 피해자의 가족관계, 그리고 그 주위를 둘러싼 사회적인 시스템과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입니다. 그래서, 제가 이전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듯이 소년범죄의 문제는 단순히 소년범죄 개체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전반적인, 총체적인 문제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소년심판>의 9-10회는 '용인 아파트 벽돌 투척 사건'의 가해자가 '인천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로 진화해갔다는 스토리 설정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용인 아파트 벽돌 투척사건에서도 피해자가 있을 것이고, 인천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에서도 피해자가 분명 있을 것입니다.
드라마는 '용인 아파트 벽돌 투척 사건'의 피해자에 주인공 심은석판사(김혜수 분)라는 설정을 하면서 긴장감과 아울러 흥미를 유발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애 둘이가 용인 아파트 옥상에서 벽돌을 투척합니다. 그런데, 그 떨어진 벽돌에 맞아 심은석 판사의 아들이 사망하는 사고입니다. 그로 인해 심은석 판사의 가정은 깨어집니다. 아들을 잃은 부모의 마음, 피해자의 마음을 절절하게 드러나는데요, 결혼을 안 했고 아이도 낳아보지 않은 김혜수 배우이지만, 여전히 연기는 갑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영화 <밀양>에서 전도연이 결혼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유괴당한 아이의 엄마 역할을 할 수 있느냐고 갑론을박이 나왔지만, 전도연은 그 모든 여론을 불식시킬만큼 충분한 명연기를 보여줬는데요. 마찬가지로 김혜수 배우 또한 여기에서 아이를 잃은 엄마의 모습도 구현하면서 판사로서의 면모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년심판> 6회까지 부장판사로 등장했던 강원중 판사(이성민 분)가 떠나면서 새로운 부장 판사가 오게 됩니다. 드라마는 나근희 판사(이정은 분)를 등장시킵니다. 그런데, 이때 심은석 판사가 굉장히 오열하면서 충격을 받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이유를 시청자들은 알 길이 없습니다. 하지만 9-10회에 들어서면서 왜 심은석 판사가 나근희 부장판사의 배치에 충격을 받았는지 전말이 드러나게 됩니다.
나근희 판사는 소년심판에 대한 하나의 철학을 이야기하면서 심은석, 차태주 판사의 수없이 밀린 재판건, 업무량의 밀린 것에 대해 불만을 품습니다. 아무래도 보이는 성과가 중요하니깐 소년심판에 대해 한 마디는 하는데, 바로 그건 '속도전'을 강조합니다.
"소년사건의 속도전의 그 뜻은 사건을 키워서 시끄럽게 만들지 말라는 뜻이고, 신속하고 조용하게 해결하라는 뜻이야."
제대로 된 정의의 심판을 구현하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심은석 판사와 차태주 판사에게는 찬 물을 끼얹는 듯한 태도입니다. 이런 소년심판에 대한 철학과 원칙에 대한 불만을 심은석 판사는 부장 판사에게 토로하기도 합니다.
"처음 법정에 섰을 때 제대로 처분만 했다면..."
"얼마나 피해를 줬는지 아무도 깨닫게 해주지 못해서..."
결국 아파트 옥상에서 무심코 장난삼아 벽돌을 던진 책임에 대해 법정에서 아무런 심판도, 형벌도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그 소년들은 커서 '집단 성폭행 사건'의 주인공이라는 더 흉악스러운 괴물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법으로 보여줘야지, 사람을 해하면 어떤 대가가 따르는지..."
하지만, 나근희 판사는 5년 전 자신의 아들을 벽돌을 던져 사망하게 한 그 소년범에게 제대로 된 심판을 취하지 않았고 자신이 말하던 그 '속도전'으로 고작 '3분만에' 재판이 마쳐집니다. 나근희 판사 왈,
"걔 5년전에 담당했던 애인데, 기억도 안 나."
황인준과 백도현, 이 두 친구에게 적절한 심판이 아닌 단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실수라는 이유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그 실수(?)로 인해 한 가정이 파탄이 나고, 아직도 지옥같은 삶을 연명하고 있는 피해자의 고통과 상처와 저주는 계속 되고 있습니다.
"고작 3분이었습니다."
"법이라고 해서 모든 피해자를 보호하는 건 아니구나."
"법 참 간단하네."
황인준과 백도현은 법정을 속도전의 3분 심판을 마치고 웃으면서 나오면서 그러면서 '우리 떡뽁이 먹으러 갈까?'라고 하합니다. 피해자의 가족인 심은석 판사 부부를 지나쳐서 말이죠.
"그 피해자들은 누가 책임지는데요?"
드라마는 주인공 심은석판사가 피해자라는 설정을 통해 소년범죄에 대해 좀 더 심사숙고하는 시각을 제공해 줍니다.
"5년 전보다 애들은 더 악랄해졌어."
국민청원에서 올라옵니다. 집단성폭행의 대가리, 거기에 백도현이 있습니다.
집단 성폭행사건에 황인준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황인준 보다 더 악랄한 괴물인 건 백도현이었습니다. 드라마는 소년범들의 적절한 심판을 건너뛴 경우가 얼마나 더 처참한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집단성폭행 사건을 통해서 보여줍니다.
"왜 나지?"
아무런 원인도 이유도 없이 한 여고생의 삶이 파탄에 이릅니다. 그런데, 백도현의 범죄는 단순한 성폭행 사건의 이면에 조건사기, 성폭행, 성매매, 몰카판매 등으로 확대된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난 저렇게 커버린 쟤들 앞날이 더 무서운데..."
백도현과 마주친 심은석 판사가 소리칩니다.
"기회를 줬으면 제대로 살았어야지."
자신이 성폭행하고 몰카촬영을 하고 성매매를 시키고 악랄한 범죄를 저지른 여성들의 운동화를 전리품처럼 전시해놓은 백도현의 아지트를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백도현과 황인준, 그 또래애들에게 인생을 유린당한 여학생, 강선아에게 판사가 법정에서 묻습니다. 마지막으로 후회 없도록 하고 싶은 말은 없냐고?
"전 언제쯤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어요?"
"제 인생을 예전처럼 되돌려 주세요."
너무 가슴 아픈 것은 강선아는 피해자인데도, 강선아의 학교 절친은 사고가 난 뒤, 강선아와 관계를 끊습니다. 친구 엄마가 강선아와 이제 놀지 말라고 합니다. 강선아는 그냥 피해자 인데 말입니다. 우리 사회의 시선이 아직도...
"피해자는 누구나가 될 수 있다."
김혜수가 한 말이 묵직하게 남습니다...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걸까요. 저 아이들이..."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인디언 격언이 있습니다. 법정을 걸어나오면서 심은석 판사는 차태주 판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온 마을이 무심하면 한 아이를 망칠 수도 있다."
"가해자가 저 아이들 뿐일까?"
"모두가 가해자야!"
속도전 운운했던 나근희 판사는 "내 법정은 감정이 없다....미안합니다. 어른으로서."라는 말을 남기면서 심은석 판사의 라이프스토리를 통해 변화의 조짐을 보여줍니다. 나근희 판사가 변해진 면모를 보여준 대목은 고무적이긴 하지만, 드라마 전개상 너무 급격한 핸들링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심은석 판사는 이제껏 놓지 못했던 아들의 유품을 정리합니다. 그리고서 아들의 사진을 불태우면서 말합니다.
"잘 가, 우리 아들."
인간에겐 자유가 주어지면, 그에 따른 분명한 책임이 주어져야 합니다. 자유와 책임은 동시에 누려야하며 지켜야할 인간의 특권이기도 합니다. 그 밸런스가 무너질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그리고 그 책임소지가 한 개인이 아니라 온 마을, 온 사회에 있음을 지적해주는 드라마 <소년심판>이었습니다.
아래의 사진은 넷플릭스 트위터에서 <소년심판>을 보던 중에 캡쳐한 이미지들입니다. <소년심판>리뷰를 쓸 때 사용할까 싶었는데요, 5-10회까진 리뷰를 썼는데, 1-4회까진 리뷰를 쓸 시간이나 마음이 생길지 몰라서 여기에다가 저의 흔적을 남겨봅니다.
이렇게 해서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에 대한 이야기는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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