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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 부부가 2017년 여름 세계여행을 떠나 유럽, 아메리카, 오세아니아의 31개구을 돌면서 여행 중에 세계 곳곳에 살고 있는 젊은 한인 이민자들을 만나 30여차례 인터뷰한 내용을 모아 ‘이민자 인터뷰’라는 이름으로 연재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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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면 누구나가 다 장강명의 소설 『한국이 싫어서』에서처럼 한국의 부정적인 면을 떠올리면서 한국 사회, 한국이란 나라를 떠나고 싶어하는 때가 있을 것이다. 몇 년 전이었다. 삶의 위기가 찾아왔다. 그 위기는 한국을 떠나고 싶을만큼 강렬했다. 물론 나는 젊은 시절부터 외국에서 생활하고픈 욕망이 있었다. 아무런 시선의 제한을 받지 않는 나라에서 내가 누리는 자유는 정말 ‘내 안에 잠재된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한다. 몇 번 되지 않는 외국여행은 언제나 그런 내 자신의 모습을 일깨워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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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가 갈 수 있는 나라는 바로 ‘미국’이었다. 오우 아메리카! 북아메리카! 미쿡, 와우~꿈에 그리던 미국! 이때만 해도 나는 ‘거품을 뺀 미국’이 아닌 단지 ‘거품이 가득 찬 미국’이라는 나라란 말로도 설레고 가슴이 뛰었다. 그런데, 미국은 미국인데, ‘또 다른 미국’이었다.
바로 알라스카! ALASKA!
여러분, 아는가? 알라스카가 미국의 또 다른 영토란 것을? 지도를 찾아 보았다. 말로만 듣던 공항이름,‘앵커리지’란 고유명사가 눈에 들어왔다. ‘설국’을 연상시키는 눈덮인 천지, 문명의 이기에서 벗어난 자연 그대로의 멋! 강도 높은 추위! 백야도 있었던가? 모르겠다! 워낙 사람들이 이주하기를 꺼려서 살기만 해도 정부에서 보조금을 제대로 지급해준다는, 천연자원이 많아서 그 혜택을 이주민들에게 돌려준다는 정보도 접했다(하지만 춥고 멀기에 생필품의 가격도 굉장히 비싸다는 사실) 가장 강력한 정보는 거리를 이동할 때는 택시를 타야 하는데, 택시가 항공기라는 사실이었다! 우하하하! 비행기가 택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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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권 이야기이다.
알라스카에 계시는 분과 통화를 했다. 이전에 거기서 일하시던 분이 7년인가 존버(?)하시다가 영주권이 나오니깐 가족들을 초청해서 바로 미국 본토로 잽싸게 이주하셨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영주권은 소중하니깐!!! 하지만, 그 곳에 사시는 분들의 가슴에는 기대가 무너진 실망감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했다. 미국이란 나라가 주는 영주권이 얼마나 대단한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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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중에 미국에서 유학을 하시고 국내로 들어오셨다. 아이들이 국내로 들어왔다가 국내적응하는 길 보다는 아이들을 다시 도미시켜 유학길에 오른 것으로 안다. 중요한 것은 그 분이 국내에 들어왔는데, 영주권이 나와서 그 영주권을 어떻게 해야 할지 선택을 해야 했다. 그토록 사람들이 간절히 원하던 영주권! 시민권이 아니지만, 시민권으로 갈 수 있는 영주권이기도 하지 않은가! 영주권을 계속 유지하려면 다시 미국으로 들어가서 얼마 동안 거주해야 한다는 것으로 나는 알고 있다. 찾아보지는 않겠다. 대충 그렇게 알고 있다(우리 시대는 정보과잉시대이다. 너무 많은 검색과 너무 많은 정보는 내게 해롭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귀찮아서 찾지 않았음을 양해바란다). 그런데, 그 분이 그 영주권을 포기하셨다! 영주권이 주는 모든 혜택과 이익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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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권에 대한 두 사람의 이야기는 그 분들의 상황과 환경과 처지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어느 누구도 비판하고 판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 무엇이 가장 중요한 가치이냐? 그 질문은 늘 우리를 따라다니는 듯 하다.
바로, ‘where가 아니라 how’란 문제, 명제(thesi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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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한국을 떠났다』고 하면 단순히 ‘한국이 싫어서’, ‘한국의 분위기와 사고방식과 가치관이 싫어서’떠났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의 이민자들은 직장 생활 가운데서 느껴지는 상사의 갑질, 회식문화, 근무환경, 노동자에 대한 열악한 대우와 몰이해 등이 이민의 이유로 한 몫을 한다. 각 장의 소제목 중에서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것이 싫어서 이민한 이들의 이야기만을 소개해본다면?
-‘행복하다는 말이 낯설다면?’
-‘재미없는 일은 그만!’
-‘오후 3시 30분 퇴근?’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살기는 싫어’
-‘이기적이라고?’
-‘평생을 ‘을’로 살고 싶지 않아’
-‘당신의 돈만큼 나의 땀도 중요하기에!’
-‘내 걱정은 NO!’
하지만, ‘한국이 싫어서가 아니라 이 나라가 좋아서’(44p) 이민을 택한 이들도 있다.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프랑스 그르노블, 독일 에센, 영국 런던, 캐나다 토론토 2人, 미국 버지니아, 콜롬비아 보고타, 호주 시드니, 호주 멜버른,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이민한 경험을 인터뷰한 이 책은 소위 젊은이들에게 ‘헬지옥’이라 불리는 한국 땅을 떠나 또 다른 유토피아(utopia)를 찾아 나서는 파랑새 신드롬을 선물하진 않는다. 내가 좀 더 젊었더라면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어디에서’보다는 ‘어떻게’살아가느냐 하는 것이 우리 삶의 질과 행복을 결정한다는 것’(292p)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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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보고타의 김소연님의 인터뷰를 보면서 필리핀을 여행했을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 우리는 한 주는 도시 투워, 한 주는 관광으로 이뤄졌다. 첫 주는 하루 하루 미션을 주고 마닐라 도시를 이곳 저곳 조를 짜서 움직이면서 훑어보는 프로그램이었다. 소액의 금액으로 식사와 교통비를 제공한 채. 젊은이들과 함께 도시투어하는 것은 굉장한 체험이었다. 하지만 무조건 저녁시간 전에는 돌아와야 한다는 지침이 있었다. 그런데, 하루, 이틀...저녁시간을 훌쩍 넘어 늦게 도착한 조가 있었다. 그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현지에 사시는 분이 굉장히 긴장하고 초조해하셨다. 바로 필리핀이란 나라가 가진 안전에 대한 위협 때문이었다. 총기사고는 수시로 나고, 사람 죽는 일은 태반이었다. 콜롬비아의 안전도 만만치는 않았다. 휴대폰이나 지갑을 길 거리에서 내놓으면 안 된다는 경고는 그런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라의 상황, 선진국이거나 후진국이거나 상황에 따라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줄 것이다. 그 장소, 그 where에 있어서 위험하고, 그 공간이 아니라 다른 공간으로 옮겼다고 해서 덜 위험하고 그런 면도 분명히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How’의 문제이다. ‘보이는 위험’만이 전부가 아닌 ‘보이지 않는 위험’은 언제나 우리 인생에 산재해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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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이민가고 싶은 나라가 바로 ‘캐나다’인데, 캐나다 토론토에서 이민자로서 정부의 공무원이 되었다는 이장헌님의 사연은 참 대단하다 싶다.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이 공무원이 된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가? 그만큼 캐나다가 어떤 나라인지, 다민족, 다인종의 열려진 사회란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우리가 그 곳에서 살아보지 않고선 그 곳의 상황과 분위기를 파악할 수 없다. 내가 직접 피부로 체감해 봐야 내 판단력과 분별력이 명료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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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주는 매력이 무엇인가? 세계를 투어한 듯한 간접 체험, 통찰력(insight)이라고 할까? 마치 제러드 다이아몬드가 『대변동』에서 미국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틈새정보’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것을 차용한다면 ‘틈새통찰’(?)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제러드 다이아몬드 이야기가 나오니 미국이야기를 해야겠다. 『그래서 나는 한국을 떠났다』에선 미국 버지니아로 이민간 임지혜님 이야기가 나온다. 미국이란 나라?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미국의 가장 큰 문제점을 <양극화>로 뽑았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양극화, 정치의 양극화는 당연히 경제의 양극화로 드러난다. 그 벌어진 간격을 메울 수 없는 만큼 벌어진 나라가 미국인데, 그것이 주는 파급효과는 미국에만 제한된 것이 아니라 앞으로 전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이다. 미국의 현상이 먼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빈익빈 부익부’가 가장 선명한 나라가 또한 미국이기도 한 것이 그 이유이다. 『대변동』이야기는 기회가 된다면 따로 글을 적고 싶다. 글이 또 삼천포로 빠질 뻔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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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을 가고자 한다면, 이민가고자 하는 나라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데, 두말 할 것도 없이 바로 ‘언어’이다. 하지만, 또한 그 나라가 자신에게,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한 지를 먼저 따져보아야 한다. 책이 책인지라, 당연히 이민자들이 살아가는 도시와 가족사진이 게재되어 있는데, 그것이 ‘그림의 떡’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독자는 알아야 한다. 행복은 저기 건너편 어디쯤에 있을 것이라는 유토피아적 기대 보다는 오히려 이민사회에 대한 현실적인 적확한 분석과 평가가 나를 더 행복으로 이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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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행복은 언젠가 내가 영화 <레버루셔나리 로드>의 리뷰에서 밝힌 것처럼, ‘Where’의 문제가 아니라 ‘How’의 문제이다. 내가 최애했던 가수, 김광석은 <행복의 문>이란 노래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며
오늘 또 하루는 스쳐 지나가고
어제의 다짐 모든 꿈들을
다시 또 새기며 애써 돌아보네
오늘 하루는 어제보다는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해봤지만
오늘도 역시 그대로인 걸
모두가 내게서 시작된 일이지
익숙해진 무감각 속에
인정하면서 살아가지
세상은 늘 변해가는 것
우리 가슴을 열어야지
쳇바퀴 돌 듯 똑같은 날의
길어진 그림자 고갤 들질 않고
풀리지 않는 실타래처럼
뒤엉킨 생활은 돌이킬 수 없네
익숙해진 무감각 속에
인정하면서 살아가지
세상은 늘 변해가는 것
우리 가슴을 열어야지
쳇바퀴 돌 듯 똑같은 날의
길어진 그림자 고갤 들질 않고
풀리지 않는 실타래처럼
뒤엉킨 생활은 돌이킬 수 없네
행복의 문은 자신의 마음
자신의 노력에 달려 있는 것
열심히 살고 보람도 얻고
진정한 행복을 모두 찾았으면
열심히 살고 보람도 얻고
진정한 행복을 모두 찾았으면
행복의 문은 자신의 마음
자신의 노력에 달려 있는 거야’
(이 글을 적으면서 김광석의 노래를 부르고 싶다. 그리운 목소리이다!)
이렇게 노랠 불렀고 나도 젊을 때 열창을 했더랬는데, 그는 왜 그렇게 자살을 한 것일까? 삶이, 인생의 ‘How’가 노래만큼 쉽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은 여전한 딜레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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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떠나고, 떠나지 않고’의 공간(where)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인생은 ‘HOW’의 문제이다!
*역시 도서관이 좋다. 이런 책도 내가 읽게 되다니! 감으로 고른 책인데,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이런 책 열렬히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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