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사람들 16회 최종회 다시 읽기 - 내일의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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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사람들 16회 최종회 다시 읽기 - 내일의 정답

탐독: 탐미/TV 프로그램

by 카알KaRL21 2022. 4. 5.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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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토.일 드라마 <기상청사람들>은 16부작인데, 오늘 포스팅이 바로 최종회에 대한 이야기가 되겠네요. 마지막회의 주제는 '내일의 정답'입니다. 주요 등장인물들의 스토리와 제 나름대로의 해석을 가미해서 포스팅을 해 보겠습니다.

 

 

 

 

 

이혼 직전 커플: 엄동한과 이향래

엄동한이 15회 때 딸 보미의 생일파티를 위해 레스토랑을 예약까지 잘 했는데, 또 기상청 일이 터지는 바람에 가족외식을 못 합니다.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하는 가족외식, 보미가 가장 원했던 선물은 '가족끼리 외식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엄동한이 그걸 못 참석합니다. 엄동한이 미쳐버립니다. 그리고서, 엄동한 자신의 한심한 리얼리티를 직시하고 진단하고 판단을 내립니다. 

 

"우리 그냥 이혼할까?"

 

그리고, 이혼도장까지 다 찍습니다. 엄동한은 자신이 꽤 괜찮은 남편이라고, 잘 나가는 기상청 공무원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자신은 가족이라는 공간에선 벌거벗긴 자신의 몰골을 깨닫게 됩니다. 아이가 10여년 만에 생일선물로 해달라는 게 '가족외식'이었다는 것! 근데 그걸 또 못 참석하는 아빠이자, 남편의 처지에 자신의 목을 내놓습니다. 

 

'우리도 그만하자.'

 

남녀관계, 부부관계는 서로의 문제라기 보다는 자기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어떤 성품인지를 자각하는 깨달음realization, Self reflection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자신이 얼마나 '구제불능'이란 현실을 자각하는 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물론 모든 커플에게 적용될 수는 없겠죠.

 

 

 

우리는 자주 서로를 '탓'을 하는데요. '네 탓'이 아니라 '내 탓'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 희망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엄동한은 자신이 얼마나 가족에 대해 어리석고 무지한 지를 자각했기 때문에 이혼도장을 찍을 수 있었는데요. 모든 것을 내려놓은 엄동한에게 기회가 찾아 옵니다.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힌 것을 본 딸 보미가 향래에게 묻습니다.

 

"나한테는 왜 안 물어봐? 나는 가족 아냐?"

 

이 말이 너무 가슴이 남았습니다. 아빠는 늘 밖으로 돌아다니는 이방인에 불과했던 딸이었지만, 최근에 아빠와 친해지기 시작한 보미입니다. 보미는 아빠를 원하고 있습니다. 향래의 마음이 떨리고 있습니다. 향래가 남편 엄동한이 묵고 있는 당직실을 찾아갑니다. 엄동한이 자신이 얼마나 한심한 아빠이자 남편인 것을 아는 순간, 그 진심이 향래에게 전달됩니다. 딸은 가교역할을 했네요. 

 

 

"아무리 날씨를 잘 맞추면 뭐해. 마누라, 애기 맘을 못 맞추는데..."

"내가 너무 구제불능이라서..."

 

연거푸 늘 하는, 자주 하는 엄동한의 아내 앞에서 말은 '미안해'였습니다. 하지만, 아내 이향래가 시선을 변경시켜줍니다.

 

그 '미안해'라는 말은 이제 지겹다고 '고마워'가 듣고 싶다는 식으로 이야기합니다. 그렇네요. 정말! 우리는 '미안해'라는 말도 필요하지만, 그 보다 더 좋고 아름다운 말 '고마워'가 있다는 것을 자주 잊고 사는 듯 합니다. 보미가 아빠가 예약한 레스토랑이 너무 핫하고 멋지다고 아빠 없어도 괜찮다고 인증샷 찍고 하는 것에 대해 '미안해'가 아니라 '고마워'라고, 10여년 동안 밖으로 나다닐 수 밖에 없는 남편이지만,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말 보다는 '고마워'라는 말이 더 듣고 싶은 거라고. 그렇네요. '미안해'는 자기의 실수나 잘못이 있을 때 하는 것이지, 그걸 계속 들으면 다 듣기 싫어합니다. 그렇다고 '미안해'라는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가 실수를 안 하는가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실수 엄청 합니다. 그런데, 그때는 '미안해'가 아니라 '고마워'가 필요한 가 봅니다. 이향래가 한 대사 중에 제일 멋진 대사였던 것 같습니다. 

 

부부가 처음으로 포옹을 하는데, 감동적이었네요. 보미가 많이 좋아하겠습니다. ^^

 

엄동한을 찾아온 이향래가 당직실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포옹하는 사진
엄동한과 이향래가 화해의 포옹을 하는 장면

 

 

예보적중률 1위라는 것은?

진하경이 국장을 찾아가서 집요하게 묻습니다. 어떻게 국장(권해효 분)님은 그렇게 예보적중률 1위라는 전설이 되셨냐고 합니다. 그러자, 국장은 전국 기상청 통틀어 기상처 예보 제일 많이 틀린 사람을 피하면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누구냐고 묻고, 또 묻자 국장은 '나야, 나!'라고 합니다. 예보적중률 1위인 국장님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의아해하면서 진하경이 묻습니다. 그러자, 예보적중률 1위라는 것은 많이 틀리는 것이 주는 경험치의 결과라고 합니다. 역대 예보 1위 적중률은 얼마나 정답을 많이 맞추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이 틀리는가에 달려있다는 제갈공명같은 발언을 내내뱉습니다. 많이 틀리면 힘들지 않느냐고 그때는 어떻게 넘기셨냐고 묻자 국장이 이야기합니다. 

 

"넘기는 게 아니고 견디는 거지."

 

제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국장과 온 직원들이 아침회의를 할 때 항상 진하경 과장에게 마지막으로 어떻게 예보를 내보낼 거냐고 묻습니다. 국장은 자신의 의견이나 통찰을 전혀 예보에 포함시키지 않습니다. 저는 이게 조금 의아했는데요. 선배이고, 상사라면 더 예보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개입시킬 수 있는데요. 항상 진하경 과장에게 모든 책임과 결정을 맡겨버립니다. 이게 조금 무책임하게 느껴졌는데요. 지금 돌아보니 국장은 과장의 결정과 선택을 존중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보를 더 정확하게 맞춰갈 순 있지만, 진하경의 과장의 결을 존중하는 대단한 '위임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굉장히 시크하면서도 훅 치고 들어가는 감동이 있는 대목입니다. 

 

 

 

 

연애 커플: 이시우와 진하경

'이 죽일 놈의 사내연애' 때문에 이시우(송강 분)와 진하경(박민영 분)이 유언비어와 소문에 소문이 거듭 됩니다. 속도위반이니 결혼식 날짜 잡았다느니. 원래 사람들은 남 말하기를 좋아합니다. 영화 <돌멩이>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무심코 던진 돌멩이 하나에 연못의 개구리가 죽는다'고. 너무 외부의 소리에 신경을 쓰다 보면 정작 내부를 신경쓰지 못할 수가 있습니다. 이시우는 지금 아버지의 폐암 말기라는 이야기에 정신이 없는데다 진하경이 사람들의 소문을 잠재우기 위해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시우 특보관과 헤어졌다'고 말해버립니다. 이게 굉장히 후폭풍을 가져올 수 있는 대목입니다. 엄동한이 진하경의 이 이야길 듣고는 "쟤네도 이별하는구나!"하고 혼잣말을 합니다. 엄동한은 지금 완전 꺼져가는 호롱불 같은 처지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작가가 스토리의 줄기를 잘 끌고 갑니다. 드라마에서 이시우나 진하경이 흔들릴 때 한기준이 도움을 줍니다. 

 

 

"이시우, 놓치지 마! 좋아하는 사람 함부로 놓치고 그런거 아니더라. 이시우 특보, 아직 너 대개 좋아해."

 

 

찌질하기 짝이 없던 전남친이자 바람피우고 진하경의 현 남친의 동거녀와 결혼한 한기준이지만, 사람의 관계에서 필요하지 않은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날 때는 그 사람의 과거와 함께 만들어진 현재를 만나는 것이니깐. 현재의 근거인 과거를 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기준 뿐만 아니라 이시우를 끊임없이 골치 아프게 하고 힘들게 했던 아버지가 또 병원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말기 암 환자인 아버지는 아들에게 더 이상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도망친 것입니다. 한 평생 시우에게 덕이 되지 못하고 시우 모친이 죽었을 때도 '시우 탓'이라고 했던 아버지 당신 스스로도 시우의 얼굴을 보기가 너무 힘들었던 것입니다.

 

 

시우의 전화를 받고 울먹이는 부친&#44; 명한이 전화기를 들고 있는 사진&#44; 이마에는 붕대를 붙여놓았습니다
아들 시우의 전화를 받고 있는 시우 부친, 명한

 

 

그런데, 이시우가 그런 아버지를 향해 '아버지의 좋은 기억'을 만들어 놓고 가라고,

 

'아버지 노릇 제대로 해 줘'

 

라고 말합니다. 그 말에 시우 부친도 눈물이 터지고, 시청자들도 감동을 받는데요. 드라마가 제대로 인것은 그냥 청춘남녀의 이야기만 달달하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성인아이'처럼 자라온 이시우와 그의 부친과의 관계를 회복으로까지 끌고 간다는 것입니다. 이시우와 부친의 깨어진 다리를, 부러진 다리를 이어준 역할을 바로 진하경이 해버린 것입니다. 아버지의 불행, 아버지가 암환자라는 억장 무너지는 현실이 오히려 이시우가 가족의 본질적인 문제를 접근하게 만듭니다. 그 가교 역할을 진하경이 한 것이죠. 솔직히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도 도박꾼에다 백수에다 사기이력이 있고 술꾼인 그런 부친을 누가 좋아하겠습까? 그런데, 진하경은 시우 부친이기 때문에 다가간 것입니다. 진하경은 시우 부친이 좋아서 그렇게 갔을까요? 아니죠. 시우가 너무 좋기 때문에 시우 부친에게까지 갈 수 있는 것입니다. 시우는 시우 부친에게 너무 많은 상처를 받은 과거 때문에 갈 수 없는 걸 진하경은 시우 때문에 다가간 것입니다. 그래서 고통과 불행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네요. 

 

 

 

제 이 드라마를 보면서 태풍이 왜 발생하는지를 알아볼 때, '열의 불균형 현상'때문에 생긴다는 게 너무 크게 다가왔습니다. 그 불균형을 맞추려면 태풍은 발생되어야 하는 것이죠. 이시우와 진하경에게 아버지라는 태풍이 너무 버거웠지만, 진하경이 다가와 준 그 마음, '택시비하게 만원만 달라'고 할 정도로 비천한 시우 부친이었지만. 그 시우 부친이 이제는 아들커플의 틈이 보여 불안해하고 있는 이시우와 진하경의 가교 역할을 해 줍니다. 정말 아버지로서 자격도 없고 꼴불견인 이명한도 아들 이시우에게 뼈 때리는 말을 합니다.

 

 

"가서 네 과장이나 잡아. 애비 유언이라 생각하고."

"암만 생각해도 과장님 아까워서 그래."

 

 

우리의 인간관계라는 것이 시인 존 던이 시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인간은 (외로운) 섬이 아니다'입니다. 외로운 섬으로 살아갈 수가 없는 인간입니다. 그래서 정말 없어버렸음 좋겠다고 생각했던 시우의 부친은 오히려 시우가 괴로울 때 본질을 보게 해주는 충고를 해 줍니다. 이 타이밍이 바로 아버지가 시우에게 점수를 딸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이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특이한 광경을 연출하는데요, 시우의 부친이 나와 한바탕하는가 하면, 하경의 모친이 나와 한바탕하는게 드라마의 재미를 더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늘 딸의 파혼과 결혼 때문에 예민하던 하경 모친이 시우를 대하는 태도가 참 남다릅니다. 과연 시우 부친의 그런 행태를 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딸의 남친을 보면서 딸의 모친이 탐탁치 않게 여길 수 있는 대목인데요. 이 부분도 드라마 속에선 자연스럽게 넘어가면서 하경 모친이 또 한건 하네요.

 

 

'사랑해서 헤어진다'는 말이 가장 가증스러운 말이다. '인생 짧아요' 내일 날씨만 맞추지 말고 오늘 날씨를 잘 맞추라고. 뭐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내일 날씨를 맞추기 위해서도 그렇지만, 오늘 날씨를 맞추기 위해서 우리는 누군가의 도움과 관심과 애정이 필요합니다. 

 

 

'때 시 비 우'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첫 만남에 등장했던 이시우와 진하경이 서울기상관측소에서 그들이 예보를 비가 아닌 눈으로 변경하였기 때문에 첫 눈을 확인하기 위해 온 차에 두 사람이 마주칩니다. 

 

 

비를 맞춘 자,

눈을 맞추다!

 

 

첫 눈이란 것은 서울기상관측소에 눈이 내릴 때에만 그걸 첫 눈이라고 전문적으로 그렇게 한다고 합니다. 

 

 

 

진하경이 이런 말을 합니다.

 

"매일 맑은 날만 계속되면 사막이 된다"-스페인 속담

 

"비 바람은 원래 지나가는 거래. 비바람을 막을 때 옆에 누군가가 있다면..."

 

드라마 <기상청사람들>은 기상과 기후, 날씨, 계절 등의 소재를 가지고 와서 인생과 결혼과 사랑에 대해 투영시키는 묘한 재미와 케미를 선보였습니다. 사람은 원래 아무 문제 없이 무사안일하게 행복하게 사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지만, 무사안일은 언제나 우리에게 큰 행복의 결론을 마련하진 않습니다. 진하경의 말처럼 '매일 맑은 날만 계속되면' 이 지구는 불균형에 불균형이 일어나 밸런스가 무너질 것입니다. 날씨가 다채로워야 만물이 살아날 수 있고 살아갈 수 있듯이, 우리 인간의 모든 관계 또한 그러한 것 같습니다.

 

그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날씨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

 

 

 

"나는 썸은 안 탑니다. 사귈래요? 좋으면 사귀는 거예요. 아니면 마는 겁니다." "사랑해," "내가 더 사랑해요."

 


이 두 선남선녀의 사랑은 이렇게 서로의 마음을 제대로 확인합니다. 역시 Happy Ending! 이때 감미로운 OST음악이 흐르는데요. 이 음악을 누가 불렀나 싶어 제가 찾아봤는데. Lyn이 불렀답니다. "Open Your heart~"라고 하는데, 이 OST 제대로다 싶네요. 밑에 링크를 달아 뒀으니 시간되시면 음악감상 한 번 해보시죠. 너무 좋습니다^^

 

 

 

"어쩌면 인생의 정답은 애초에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닐지 모른다. 우리가 한 오늘의 선택을 정답으로 만들어가는 과정만이 있을 뿐,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내일의 정답을 위해서 말이다" 

 

 

 

 

시우와 하경이 롱코트를 둘 다 입고 시우 부친과 시우모친이 있는 한식집에 상견례 자리를 가기 전에 스틸컷
기상청사람들, 마지막 시우와 하경이 상견례에 자리에 나가는 장면

 

 

 

드라마 <기상청사람들>의 대단원의 막을 내렸는데요. 최종회인 16회에서 마지막 진하경의 독백이 가슴에 울림으로 남습니다. '내일의 정답'을 위해서 오늘의 선택에 최선을 다할 뿐, 틀리는 것을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우리의 인생인 듯 싶네요.

 

 

 

기상청사람들 OST -린의 Open Your Heart(강력추천!)

 

 

넷플릭스 영화 돌멩이/ 줄거리, 해석, 김대명 송윤아 김의성 주연-편견이 부른 비극

안녕하세요, 카알KarRL21입니다. 오늘은 넷플릭스 영화 <돌멩이>를 가지고 왔습니다. 목차Index 1 대략적인 줄거리(스포있음!) 2 돌멩이라는 메타포metaphor 1 3 돌멩이라는 메타포metaphor 2 4 보이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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