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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가을날

탐독: 탐서/시와 케렌시아

by 카알KaRL21 2022. 10. 29.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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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나태주의 최근 시집 <한 사람을 사랑하여>에서 '가을날'이란 시를 한번 공유해보고 그에 대한 감상과 해석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계절이 바로 가을인데요. 다같이 한번 볼까요?

 

 

 

 

 

가을날


하늘 강물을 건너 가는
흰 구름이 발길을 멈춰서서
내게 조용히 물었다


아직도 한 사람이 그렇게도 좋아
연애편지 쓰는 마음으로
시를 쓰면서 견디고 있느냐고


그런 것 같다고 대답해줬더니
사실은 자기도 그런 형편이라고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나태주의 '가을날'이란 시 입니다. 가을 날에 대한 이미지를 흰 구름과 시인이 대화하는 장면으로 묘사해주고 있습니다. 특별히 하늘을 '하늘 강물'로 표현한 시인의 상상력의 재치가 돋보입니다. 그리고 그 흰 구름이 시인에게 질문합니다. 2연이 그 질문의 내용입니다.

 

 

아직도 한 사람이 그렇게도 좋아
연애편지 쓰는 마음으로
시를 쓰면서 견디고 있느냐

 

 

한 사람을 지독하게 사랑하는 마음에는 간절함이 있는 것입니다. 여러 사람을 동시다발적으로 사랑하는 돈쥬앙식 사랑이나 바람둥이의 사랑은 그런 간절함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사람이 아니면 또 다른 사람으로 대체할 수 있으니깐 아쉬울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오직 하나이기 때문에 더 간절하고 애절하고 부족하고 바라고 기대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래서 시집의 제목이 <한 사람을 사랑하여>라고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한 사람을 간절히 고대하면서 바라면서 갈망하면서 연애쓰는 마음으로 시를 쓰면서 견디는 시인, 그런데 가을하늘의 흰 구름도 같은 동의의 대답을 해 줍니다. 3연입니다.

 

 

그런 것 같다고 대답해줬더니
사실은 자기도 그런 형편이라고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흰 구름 또한 전세계의 수많은 인구와 사람들을 향해 아쉬울 것이 없는 자신의 자태를 뽐내는 것 같지만, 시인은 독특한 시선을 우리에게 제공해 줍니다. 시인이 연애편지를 쓰듯이 '한 사람이 그렇게도 좋아' 시를 쓰면서 견디는 것인데, 흰 구름도 '사실은 자기도 그런 형편'이라고 고개를 끄덕여줬다는 것인데요. 흰 구름이 한 사람을 향한 연애편지 쓰는 마음으로 시를 쓰면서 견딘다는 시인과 같은 마음이라는 부분이 그냥 생각해 봄직한 대목입니다. 흰 구름이 뭐가 아쉬워서 그렇게 할까요? 시인은 왜 그렇게 흰 구름의 마음을 시인의 마음과 같다고 했을까요? 그게 생각할 꺼리입니다. 

 

 

정말 흰 구름이 시인의 마음처럼 그러할까? 한번 생각해 보는데요. 

 

 

아직도 한 사람이 그렇게도 좋아
연애편지 쓰는 마음으로
시를 쓰면서 견디고 있느냐

 

 

이 2연은 이 시의 중심사상이 담겨져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흰 구름이 그렇다, 그렇지 않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인의 2연에 담긴 '한 사람이 그렇게도 좋'은 마음, '연애편지 쓰는 마음', '시를 쓰면서 견디'는 마음에 흰 구름을 초대해서 흰구름도 그렇다고 동감을 표하는 구도를 보여주는 것을 통해 시인의 애절한 마음, '한 사람을 향한 마음'을 더욱 강조하고 확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가을이 주는 계절의 특별한 느낌과 분위기 속에서 시인이 2연이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사색의 여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느산한 가을날, 외로울 수 있는 가을날, '한 사람을 그렇게도 좋아해서 연애편시를 쓰는 마음으로 시를 쓰면서 견디는' 것이 가을의 향취를 맘껏 누릴 수 있게 하는 대목이 아닌가 싶네요.

 

 

오늘은 10월 29일 가을의 한 가운데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나태주의 '가을날'이란 시를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흰구름과 시인의 마음이 동일하다는 동감의 시선이 신박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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