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블루스>는 tVN의 토.일 드라마로, 제주도 푸릉마을에 벌어지는 스토리를 담고 있는 옴니버스형식으로 드라마입니다. 이야기를 사람별로 쪼개 등장시키면서 사연많은 사람들이 속내를 볼 수 있는 휴먼드라마라고 볼 수 있습니다.
tVN에서 매주 토.일 9시 10분에 방영하는 <우리들의 블루스>에 대한 전체적인 이야기는 앞선 포스팅에 다뤘습니다. 이 작품에 대한 제작비, 인지도와 명성이 있는 노희경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보시고자 하신다면 아래 포스팅을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이 드라마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옴니버스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인물들의 엮고 묶어 이야기를 전개하는데요. <우리들의 블루스>는 총 20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옴니버스 형식이지만, 두 사람만의 이야기를 독보적으로 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을 끌고가기 위해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들도 마치 퍼즐조각을 맞추어가는 것처럼 보여주고 있습니다. 1-3회의 이야기는 <한수와 은희>의 이야기 입니다. 이 드라마는 제주도 푸릉마을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그 어촌 마을에 옆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젖가락이 몇 개인지 환히 들여다 보이는 시골에서 사람마다 자기만의 사연을 가지고 푸릉 마을에 살기도 하고 지나쳐가기도 합니다. 거기에 푸릉마을에서 기둥과도 같은 터줏대감, 여장부가 바로 은희(이정은 분)입니다. 홀홀단신으로 생선을 팔아가면서 동생들 뒷바라지를 다 하고 최근에는 동생 집까지 사주기까지 하려는 은희입니다. 돈이 많기로 소문난 은희는, 건물이 몇 개나 있는 알부자인데요. 그 은희가 카페도 하나 운영하는가본데, 그 카페가 은희 소유이기도 하니, 그 건물 앞 작은 빌라에 서울에서 공부 꽤나하고 잘 나가던 한수(차승원 분)이 은행지점장의 신분으로 내려오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같은 학교 동창들의 사연이 얽히고 설켜 있는데요. 역시나 한수와 은희도 동창이었고 두 사람만의 은밀한 비밀이 하나 있긴 합니다.
보통 애들보다 키가 컸던 한수는 언제나 은희에겐 호감의 대상이었는데요. 목포 수학여행에서 은희가 한수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합니다.
'나 너 좋아. 나 가져, 아니면 너 주든지.'
그러면서 은희가 한수에게 기습적인 키스를 합니다.
뼈저리게 가난했던 그 옛날 어촌에서 자란 아이들, 은희는 절친 미란(훗날 엄정화 분)에게 한수와의 키스를 고백했는데요, 미란은 그걸 한수의 귀에 들어가게 합니다. 아이들이 어의가 없다는 식으로 한수에게 진심을 듣고 싶어하는데요. 한수는 은희에게 강제키스를 당한 것인데 이야기가 역으로 들리는 기분이 안 좋을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한수가
"내가? 너를? 강제로? 억지로?....
야! 너도 좋아했쟎아."
이 말에 은희는 그 자리에 기절해 버리고 맙니다. 두 사람, 한수와 은희는 이런 20여년 전의 추억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는데, 이 두 사람이 만나게 됩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사연이 없을 수가 없고 살아가는 것 자체가 시행착오의 연속이니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푸릉마을에서 한수는 언제나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반찬과도 같은 인물이 되었는데요. 시골 바닥에서 사람들의 사연과 처지에 대한 뒷담화는 언제나 좋은 반찬이기도 합니다. 한수와 은희가 만났지만, 한수는 유부남이고 딸 애를 골프선수 시키기 위해 미국에서 모녀가 7년 동안 돈을 들이부으면서 집 팔고 퇴직금까지 손을 대고, 수많은 대출과 빚으로 인해 거덜나기 일보 직전입니다. 하지만 은희는 시장에서 성실성 그 자체 하나로 통하는 여장부이지만, 아직 결혼을 하지 못한 노처녀입니다. 한수의 아내와 딸 보람이가 더 이상 미국에서 생활하는 것, 골프 운운하는 것도 힘겹고 버거운 일이라면서 그만두고 서울로 가고 싶다고 말하자, 한수는 자신의 꿈과 같은 딸 아이의 골프를 돈이 없다는 이유로 지금 포기하는 것은 자신의 인생이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아 어떻게든 돈을 마련하고자 여동생이 운영하는 농장에 찾아가지만 돈이야기는 결국 못하고 문자로 2억을 빌려달라고 부탁합니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그 제주도 바닥까지 한수의 빚투 이야기는 가득한데, 은희는 한수에 대한 좋은 추억과 감정만을 가지고 한수를 대합니다. 한수는 은희에게 어떻게든 돈을 빌려야겠다는 생각에 두 사람의 목포로의 추억여행을 제안합니다. 한수는 은희에게 자신이 7년 전에 별거했다는 거짓말까지 하면서 말이죠. 설레는 은희는 시장에서 생선 칼질을 하는데 유독 신이 나 보입니다.
한수가 자꾸 은희를 설레게 합니다. 입가에 묻은 새우깡 부스러기를 털어주고, 학창시절의 추억을 소환하는 것처럼 솜사탕을 군것질하면서 어깨에 손도 올리고, 농구장에서 농구도 하면서 자신의 꿈은 농구선수였다고 이야기합니다. 자신의 꿈은 가수였다고 하는 은희의 노래도 듣고 있습니다.
목포까지 가서 저녁에 술 마시면서 돈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한수, 그런데 한수의 소문을 들은 시장바닥의 동창들이 난리가 났습니다. 은희에게 한수와이프가 올린 SNS사진부터 시작해서 각종 빚, 돈 빌린 이야기를 은희에게 합니다. 한수는 한수대로 미국에서 걸려온 영상통화로 아내가 강도짓을 당하다가 입술이 터져나갔다는 이야기까지 하면서 제발 그만하자고 합니다. 모든 것이 들통난 상황에서 한수와 은희가 대화를 나눕니다.
"돈 빌려 주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거짓말인가?"
한수는 돈 때문에 딸 보람이가 골프를 그만 두는게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꿈 없이 살아가는 자신의 비참한 삶에 대한 보상심리와 대리만족의 아이콘이 보람이었기에, 그는 무조건으 돈을 마련하고자 은희의 감정까지도 이용하고 싶어했습니다.
"나는 지금 평생 친구 하나를 잃었어."
한수는 처음 만날 때 돈 이야기를 하지 못한 것은 미안하다. 하지만, '세상 재미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늘 밑지고 생활하면서 처절한 가난을 딛고 일어서서 매일 생선 대가리나 치면서 동생들 뒷치닥거리를 하며 살아가는 은희에게 처음부터 그런 이야기를 끄집어 낼 용기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자신은 은희의 추억 속에 엄청나게 포장되긴 했지만, 하나의 밝은 심볼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한수가 그냥 눈 딱 감고 사기꾼처럼 은희에게 접근해서 돈을 뜯어낼 수 있었지만, 한수는 자신의 상황도 상황이지만, 은희의 한 평생 살아온 내력을 알기에 더 없이 조심스러웠던 것입니다. 드라마는 이 대목을 굉장히 잘 처리했다고 생각하는데요. 특별히 차승원이 연기한 한수의 내면연기나 이정은의 연기가 돋보였습니다.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질 대로 떨어져 바닷물에 뛰어들어가서 누워선 채 자신의 소년시절의 추억을 소환하는 한수, 자신의 지금 현실에서 벗어나 과거에로의 향수에 기대고자 하는, 현재의 좌절을 잊고자 하는, 그래서 내일의 염려를 배제시키고픈 처절한 몸부림이었습니다.
"가!"
한수는 은희를 5성급 호텔에 남겨두고 떠나옵니다. 은희에게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동창들, 인권과 호식...은희가 분노하면서 이야기합니다. 친구라고 하면서 친구 뒷조사를 그렇게 하고 돈 빌려주지 말라고 하는데, 왜 너네들은 나한테 돈 빌려가면서 한수는 안 된다고 하느냐? 정말 친구 맞냐? 인권과 호식은 명보를 불러놓고 은희와의 대화를 스피커폰으로 무슨 취조하듯이 그러고 앉았네요.
친구라면 돈 있는 은희도 챙기고, 돈 없는 한수도 챙기는 게 친구가 아니냐고 사이다같은 발언은 날립니다. 한수는 친구들에게 친구로 다가왔는데, 고향친구들은 그를 뒷담화로 씹어 조진다고 은희는 우리가 무슨 친구냐고 이야기합니다.
한수는 이제 더 이상 돈 댈 방도도 없으니 모든 걸 내려놓았네요. 보람이는 골프를 내려놓고, 한수는 은행 지점장직을 희망퇴직합니다.
"정은희님으로부터 2억이 입금되었습니다."
돈을 보낸 후 은희는 혼자서 목포에서 돌아오는 배 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나쁜 것만은 아니야 세월의 맛을 흉내낼 수 없쟎아."
그런데, 한수는 은희가 빌려준 2억을 다시 되돌려 줍니다. 이게 더 감동으로 다가왔네요.
한수는 돈을 너무 빌리고 친구들 안에서 완전 악명이 높은 빚쟁이로 이름 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돈이라는 거대한 thesis 앞에 한 없이 초라해진 자신의 벌거벗은 모습을 다 보여준 한수, 그치만 은희는 과거의 추억쪼가리와 같은 그 좋은 기억에 기대어 한수에게 2억을 빌려주면서 밑지는 장사 했다고 치지 뭐,라고 문자를 보냅니다. 그런데, 한수도 이제는 더 이상 밑지는 장사하지 말라고 하면서 다시 돈을 돌려주는 이 장면이 <은희와 한수>의 가장 클라이맥스 장면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한수는 더 이상 돈 빌릴 데가 없는 것을 알고 다 포기하고자 나자 찾아오는 마음의 편안함이 와이프와 보람에게 전해집니다. 퇴직을 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 지가 너무 막막한 가정이지만, '일단 좀 놀자, 우리'라고 하면서 7년 동안 떨어졌던 가족과 웃으면서 자동차 여행을 떠납니다. 삶의 벼랑 끝까지 갔고, 자신의 꿈의 분신과도 같은 딸 보람이가 골프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처지이고 사방천지가 빚잔치를 벌여놓은 상황이지만, 그래도 이 사람들은 웃고 있습니다. 그게 인생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우리도 지금은 별로지만 곧 또 행복해질수도 있겠네"
자신의 아내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한수가 위로를 바라며 날리는 자조적인 멘트가 너무 가슴에 내려앉습니다. 노희경 작가가 <한수와 은희>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수와 은희가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다시 얼굴을 대할 수 있을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의 과거의 추억과 현재의 현실을 이어주는 자그마한 우정이 인생을 살아가는 두 사람에게 더 없이 힘이 되는 소중한 소스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나의 영원한 첫사랑, 최 한 수 안녕' ...이라고 적는 은희.
삶은 때론 너무 힘들고 어렵지만, 가끔 과거의 우정이 내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된다면 그것만큼 소중한 것이 어디 있을까요? 세상의 모든 친구들이 다 한수를 욕했지만, 은희는 자신의 가슴에 남아 있는 첫사랑, 한수에 대한 좋은 감정을 우정으로 승화시키는데요. 이게 자칫 이야기의 결이 달라지면 불륜이니 스캔들이니 이쪽으로 몰아갈 수 있는 대목인데, 노희경 작가가 그 경계선을 넘지 않으면서 인생에 있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우정이라는 좋은 소재를 가지고 시청자들을 쥐락펴락 했다는 게 대단한 것 같습니다.
<우리들의 블루스>의 노희경 작가에게 왜 유명한 배우들이 이렇게 의기투합해서 작품에 뛰어들었는지 이해가 되는 대목이 많습니다. 노희경 작가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스토리 라인과 감성적인 터치가 돋보이고 감동의 여운도 만만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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