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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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 Review

탐독: 탐서/Book Review

by 카알KaRL21 2021. 6. 1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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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의 '무진기행'이다! 김승옥은 1960년대 한국문학의 기둥같은 작가였다!

 

 

우리는 무진霧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김승옥 작가의 『무진기행』은 장편소설이 아니라 단편소설이고, 민음사에서 출간한 책은 단편소설집인 셈이다.

 내 느낌은? 별 10개 정도 주고 싶은 작품이다. 

김승옥 작가를 내가 왜 이제야 알았을까 싶다. 이 작품집에는 총 10개의 단편집이 수록되어 있다.

 

 

 

1 무진으로 가는 버스

   무진은 가상의 도시이다. 아마도 저자의 고향이기도 한 순천시를 모델로 한 것 같다. 공지영은 『무진기행』을 모티브로 삼아 『도가니』의 ‘무진시’를 따왔다고 한다. 공지영은 광주시를 모델로 했다고 한다. 같은 무진이지만, 김승옥의 ‘무진’과 공지영의 ‘무진’은 사뭇 다른 느낌이다. <무진霧津>이라는 말은 ‘안개나루’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무진의 명물은 바로 그 안개였다. 안개가 가진 상징성, 메타포는 무얼까?

 

 

 

 

2 무진의 밤에 만난 ‘그들’

   무진에서 만난 옛 고향 지인들, 박은 자신의 짝사랑 대상인 음악선생 하인숙에게 ‘꽁생원’으로 비친다. 하인숙은 성악을 전공했지만, 유행가인‘목포의 눈물’을 ‘새로운 양식의 노래’로 불러 열창한다. 성악전공자가 남자들 앞에서 유행가를 부른다는 것, 노래스타일이나 분위기는 말 그래도 ‘새로운 장르’가 아닐까! 하인숙은 세무서장인 조와 그렇고 그런 사이이지만, 결혼 전에는 안 된다는 관계였는데, 주인공 윤희중이 뿜어내는 ‘서울 냄새’에 취해버린다. 그리고 자신을 서울로 데려달라고 조른다. 그러다 다시 무진에 머물겠다고 한다. 세무서장 ‘조’는 ‘서장실에 앉아 있는 자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32p) 과시욕으로 주인공 희중을 사무실로 오라고 한다. 자신이 ‘세무서장’이 되었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은, 허세작렬의 조, 조는 무진이란 도시에서 하인숙과 썸을 타는 관계이면서도 서울에서 내려온 희중에겐 ‘성기 하나를 밑천으로 시집가 보겠다고 하는 대표적인 여자’라고 폄하한다.

 

 

‘박은 가고 나는 다시 속물들 틈에 끼였다. 무진에서는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타인은 모두 속물들이라고,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타인이 하는 모든 행위는 무위와 똑같은 무게 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장난이라고’(24p)

 

 

 

 

3 서울냄새 풍기는 ‘나’

   속물들 세상이라고 주인공은 이야기한다. 자신의 고향후배 박이 하선생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윤희중은 하인숙을 범하고 만다. 하인숙은 결혼 전에는 절대 안 된다고 조에게 그렇게 엄포를 놓았는데, 알고 보니 처녀가 아니었다는 말도 덧붙인다(이 작품이 1960년대 시대를 그리고 있다는 것을 염두해 주었음 한다). 

 

하지만, 그 ‘속물들’틈바구니에서 ‘서울 냄새’를 솔솔 풍기면서도 무진에서 가장 출세한 사람이라고 소문이 난 주인공, 윤희중은 그 속물 심판에서 과연 자유로울까? 그는 4년 전에 동거녀가 있었다. 그녀가 떠나고, 그는 ‘백 좋고 돈 많은 과부’인 지금의 아내를 만나 전무로 출세의 아우토반을 업그레이드 중이다. 그런 그가 아내와 처가의 전폭적인 후원으로 일주일 휴가를 받아 내려온 무진에서 그가 하는 행위는 어쩌면 무진의 사람들보다 더 속물적이지 않은가! 윤희중 자신도 그런 자신을 어느 정도 의식하고 있다.

 

    무진에서 자살사건이 벌어진다. 읍내 술집 여자의 자살한 시체를 주인공은 목격한다. 죽은 그 여자를 떠오르면서 희중은,

 

‘갑자기 나는 이 여자가 나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아프긴 하지만 아끼지 않으면 안 될 내 몸의 일부처럼 느껴졌다’(32p)

 

고 말한다. 그는 집안 빵빵한 처가의 장인어른은 사위를 전무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주인공은 이미 이런 생활에 염증을 느낀 듯 하다.

 

‘그러나 나는 묘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30p)

      

이러한 장면은 얼마 전에 남긴 무심 이병욱님의 단편소설『수심 9미터』의 스토리와 겹쳐진다. 생활고와 자기만의 도덕적인 마지노선에 대한 자위로 녹아내리는 하 사장, 하 사장의 아내, 그리고 이대연 선생의 모습이다.

 

 

 

4 당신은 무진을 떠나고 있습니까?

   사랑하는 여인을 떠나보내고, ‘백 좋고 돈 많은 과부’인 아내와 살면 남들이 보기에 행복해야 하는데, 윤희중은 ‘묘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고백한다. 투박하고 촌스런 고향 무진의 사람들 보다 더 속물이 되어가고 있는 서울 냄새 풍기는 윤희중의 삶은 더 녹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일주일의 휴가 동안 사랑과 본능과 욕망에 충실하고자 하는 하인숙과의 달콤한 연애에 젖어 있는 그가 갑작스런 아내의 전보로 아무런 연락도, 메모도 남기는 것 없이 무진을 떠난다. 인숙과의 관계에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편지를 적어 보지만 찢어버리고 그는 떠난다. 심한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다.

 

....찢어버렸다...나는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41p).

 

 

 

 

5 무진을 떠나 서울로 간 ‘나’

   하인숙은 서울에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한다. 

 

하지만, 그 서울은 어떤 곳인가?

10번째 단편인 <서울의 달빛 0章>은 서울의 실체를 여지없이 드러내 준다. 아나운서와 여배우로 활약하는 아내를 만난 주인공, 하지만 4박 5일 신혼여행 후에 ‘잡균의 침입으로 생긴 요도염’에 걸린다. 아내는 순결하지 않았고 결혼 후 친구들과 출입한 술집에서 호스티스로 등장한다. 그녀는 ‘비싼 창녀’였던 셈이다. 물론 그녀가 방송국 일을 그만두면서 처가의 가족들을 먹여 살릴 도구로 ‘고급창녀’의 수단을 선택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남편은 그녀의 이런 모습에 대해, 그녀의 음부에 대해 ‘네 자궁 속의 도깨비’라고 표현한다. 그녀는 음란했고 문란했고 더러웠다.

 

 

‘종말에 대한 슬픔이 섹스를 만든 거예요. 마찬가지로 우리 모두를 지배하고 있는 슬픔이 우리들의 섹스를 만들어요...’(359p)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고 화려한 서울의 아내는 ‘비싼 창녀’에 불과했다. 남편은 그녀와 이혼을 한다. 후에 3개월 동안 60명의 다른 여자와 성생활을 하면서 그 섹스를 ‘여행’이라고 이야기하는 대목은 참 특이하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의 작품은 섹스를 ‘스포츠’라고 하지 않았던가!

 

 

 

 

6 우리는 무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비행기 안에서 옆자리에 앉은 우연을 통해 만난 아내에게 실망하고 상처받고 무너진 전 남편은 방송국에 다시 일하게 된 전처를 만난다. 어머니와 누나의 거국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아파트를 판 돈의 절반을 자신의 새차를 구입하는 것에 쓰고, 그 절반가량을 담은 통장을 아내에게 내민다.

 

“저어....나.....영숙이 아파트로 가끔 놀러 가도 되겠어?”(382p)

 

위자료 따위는 생각지도 않았던 아내 영숙에게 통장은 여러 가지 생각을 가지게 했다. 그런데 남편의 마음에는

 

‘아냐, 위자료가 아냐. 너한테 위자료 같은 걸 받을 권리는 없어. 이건 유혹하기 위한 선물이야. 이제부터 다시 시작해 보자고 유혹하는 뇌물이야. 나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으나 그 말들은 지렁이 떼처럼 덩어리로 엉켜서 가슴속을 굴러다닐 뿐이었다.’(382p)

 

 

남편은 아내를 ‘비싼 창녀’로 다시 대하고자 하는 것일까? 흘러내리는 코피....찢어진 통장의 종잇조각들....

 

      

<서울의 달빛 0章>(1977)은 <무진기행>(1964)과는 작품출간 시기가 훨씬 뒤이다. 하지만, 작가 김승옥이 보여주는 그 뉘앙스는 전체적으로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무진에서의 윤희중’이 하인숙에게 아무런 메모도, 연락도 남기지 않은 채 떠나가는 모습이나 ‘서울의 ....’에서 남편이 마지막에 전 처에게 찾아가서 수작을 부리는 이 끈적거리는 욕망의 모습은 그들의 초상화가가 아니라 우리의 초상화이자, 자화상이 아닐까 싶다. 전자는 욕망에 대한 예의나 인간에 대한 예의가 상실된 대목이라면, 후자는 상처에 대한 아무런 치유 없이 욕망을 다시 덧대려고 하는 추악한 대목이다. 갑자기 코피를 흘리는 영숙을 위해 약국에 약솜을 사러 갔다 돌아오니 남은 것은 자기가 건네 준 통장이 갈기갈기 찢겨져 파편들이 흩어져 있었다는 것. 전 남편은‘비싼 창녀’를 만나기 위해 온 ‘비싼 손님’에 불과했던 것이다.

 

 

 

무진기행

한국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준 첫 한글세대 소설가 김승옥은 근대인의 일상과 탈일상을 감각적으로 표현해 내면서 1960년대 문학에 `감수성의 혁명`을 일으켰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의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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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우리는 무진霧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김승옥을 ‘1960년대의 문학의 기둥’이라고 찬사를 한다. 

그러한 찬사를 받을 만큼 그는 충분한 작가이며 넘치는 작가이다. 1960년대는 부끄러움의 시대이다. 아니 우리나라의 근대사, 현대사, 아니 우리의 역사가 그러하다. 예전에 읽었던 조정래의 <태백산맥>은 그런 부끄러운 우리 역사를 들춘다. 조정래의 책만 아니라 모든 역사가 그런 것을 보여준다. 해방 이후의 한국 사회의 빨갱이 축출사건과 친일파 숙청작전의 실패, 그리고 가장 주요한 농지개혁의 실패(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큰 일事이었다!)였다. 조정래 작가는 프랑스는 세계대전 승리 이후 친독 세력, 즉 나라를 팔아먹은 인간들을 클리어하게 숙청했고 역사를 바로잡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러하지 못했음을, 우리의 역사적 치부를 꼬집는다. 역사가라면 누구나 그러하지 않았을까!

 

   그러한 가운데 김승옥이 비춘 1960년대 또한 부끄러움의 시대이다. 몽환적인 분위기를 창출하는 안개 낀 도시, ‘무진’은 말 그대로 욕망의 안개자욱이 가득한 도시의 자화상을 보여주며, 그가 무진을 떠나 ‘서울’로 간다 할지라도 욕망의 덩어리가 본질이 변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소를, 장소만을 옮긴다고 해서 개과천선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서울’은 ‘또 하나의 무진’, ‘제2의 무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윤리란 미래적인 거죠. 우리에겐 미래가 없는 거예요.'(360p)

 

 

  우리는 무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우리는 무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여담:

내가 이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이 독서노트의 메모 덕분이었다. 우연히 독서노트를 들추다가 옛 추억과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독서노트사진도 올려본다!

 

나의 독서노트, 무진기행 편이네요!

 

↘김승옥의 <무진기행>단편 중 '차나 한잔' Review -"나쁘지 않은 인생은 나쁘다"

 

<무진기행> '차나 한잔' Review -"나쁘지 않은 인생은 나쁘다"

Prologue...   30대 초반의 일이다. 그때 우리 첫애가 태어났다.  난 직장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러 그냥 직장을 나오고 싶었다. 부끄러웠다. 실수한 그 날 바로 상사를 찾아 사직서를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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