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외의 체호프라고 불리는 존 치버, 단편소설만을 자주 썼던 그가 장편소설을 쓴게 바로 '팔코너'입니다. 작품 팔코너에 대한 리뷰와 함께 팔코너의 주인공, 패러컷의 운명과 작가 존 치버의 운명에 대한 이야기도 한번 해 보고자 합니다.
존 치버는 1974년에 우울증과 알코올중독이 심해져 한 달간 재활센터에서 치료를 받았다. 그때의 경험이 소설로 탄생하게 되는데, 그 소설이 바로 『팔코너』이다. 존 치버도 그렇고, 레이먼드 카버도 그렇고 둘 다 알코올중독자였다니. 알코올중독자가 아니면 단편의 대가가 되기 힘든 것일까! 뭐 그런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주인공 패러것은 형제살해 혐의로 10년까지 가석방금지 상태이고 수감번호 734-508-32로 팔코너 감옥신세를 지게 된다. 그는 마약중독자였다. 마약과 알코올중독에 시달린 주인공 패러것과 작가 치버의 삶은 많이 닮았다. 후에는 양성애 혐호감도 있었고 동성연애로 드러나기도 한다. 아내 마샤와의 뒤틀린 결혼생활, 그리고 수감생활 가운데 벌어진 부자유스러움! 그의 동성연애상대였던 조디가 탈출을 하자, 심한 공허감을 느낀 패러것! 그에게 감옥을 탈출한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했다. 조디는 추기경이 몸담은 종교계와 교도소의 권력의 조우 가운데 감옥 탈출은 비밀스럽게 묻힌다. 하지만, 패러것은 감옥동료인 치킨 넘버 투의 죽음의 계기로 생각이 달라진다. 치킨 넘버 투의 죽음, 한 인간의 죽음 앞에서 그는 자신의 운명에 대한 변화를 갈망했는지도 모른다. 그가 과연 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존 치버는 작품『팔코너』를 통해 자유가 박탈된 구금생활이 얼마나 인간의 물리적, 정신적 자유를 침해하는 지를 작품에서 다뤘다. 정신적인 고통, 소외의 문제까지 나아간다.
A.M.홈스는 ‘치버는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 같은 신화적이고 성서적인 요소를 동원해 『팔코너』의 주인공 에제키엘(패러것)이 어떻게 형 에벤을 살해하게 됐는지 차근차근 이야기를 펼쳐간다. 사실 패러것이 죽기를 항상 원했던 사람은, 패러것의 아버지가 엄마의 배 속에 있던 패러것을 없애려고 낙태 시술자를 불렀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던 사람은, 또 패러것을 죽이기 위해 그에게 위험한 물에서 수영하도록 치밀하게 시도했던 사람은 에벤이었다. 『팔코너』는 더 많은 것을 찾으려는(이것은 간단하게 말해 아메리칸 드림의 두 번째 물결일 것이다)영웅적인 인물에 대한 이야기이자 신화적인 탐구 여행이기도 하다. 나 역시 더 많은 것을 원한다.’(242p)
패러것은 아내 마샤는 남편에 대해 ‘약쟁이’, ‘살인자’ 그리고 ‘동성애자’라고 비난한다. 그리고서 이런 말을 남긴다.
“그래서, 당신이 진지하지 않다고 하는 거야.”(33p)
작가 존 치버가 알코올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중독센터에 입원하면서 알코올중독에 쩔은 자신의 삶에 대한 ‘진지하지 못함’을 반성한 것일까! 아내 마샤는 독립에 대한 의지가 있었고 그것이 부부의 공동 계좌를 교묘히 조작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른다. 그런데, 패러것은 아내의 그런 ‘독립에 대한 강렬한 열정’이 같이 살고 있는 ‘자신 탓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 탓’(36p)이라고 진단한다. 과연 그 진단이 옳은 것일까?
마샤의 남편에 대한 비난은 이렇게 나타난다.
“변기 커버가 젖는 일은 없으니 살맛나지.”(37p)
미국사회의 평범한 가정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범죄들은 평범한 가운데서 돌출되는 사안들이다. 그것은 미국사회에 대한 풍자이기도 하다. 성, 동성연애, 불륜, 마약, 자녀문제, 돈, 권력, 종교, 관계 .....
패러것은 스무 명의 죄수들과 어울리게 되는데, 치킨 넘버 투, 범포, 스톤, 커콜드, 랜섬 그리고 테니스로 구성된 무리들이었다. 감옥이란 곳이 서로의 과거에 대해서 함구하기도 하고 때론 허황된 이야기들로 미화하거나 과장하는 듯한 제스쳐는 ‘사회의 작은 축소판’과도 같은 곳이 아닐까! 팔코너 감옥에는 이천 명이 죄수가 있다면, 고양이는 사천 마리가 정도가 있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고양이를 벗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죄수들의 처지였다.
‘그러나 그가 남은 생애를 전부 보내게 될지도 모를 이 대륙 혹은 이 나라에는 그 어떤 국기도, 국가도, 군주도, 대통령도, 세금도, 경계선도, 무덤도 존재하지 않았다.’(62p)
교도소는 또 다른 권력이 숨쉬며 거기서 파생되는 수많은 부조리와 모순을 경험하는 패러것, 자신의 메타톤(마약)을 정기적으로 줘야한다는 법정의 의사들의 처방이 있었지만, 오히려 그것을 묵살하고 패러것의 죄수로서의 권리를 항변한 것이 오히려 탈옥을 시도했다는 혐의로 둔갑하는 현상은 사회에서 흔히 자행되는 권력에 의해 묵살되는 힘없고 나약한 자들의 처지와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패러것은 ‘민주주의’라는 명분 아래 휘황찬란한 문장을 가지고 탄원서를 이곳저곳으로 쓰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어 보였던가! 수없이 반복되는 절망과 절망, 절망의 끝, 절망의 밑바닥까지 경험한 패러것의 운명은 1974년에 알코올 중독 재활센터에 입원했던 작가 존 치버가 1년 후인 1975년에 알코올중독에서 벗어나 그 이후 전혀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는 희망의 빛깔과 맞물린다.
1982년 4월 27일, 카네기홀에서 미국 예술아카데미로부터 문학부문 국민훈장을 받는 존 치버, 그는 이렇게 말했다.
“훌륭한 작품의 한 페이지는 그 어느 것에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막강한 힘을 지닌다.”
존 치버의 수상소감을 들은 존 업다이크는
“그의 신념을 듣고 그곳에 모인 작가들이 모두 숙연해졌다.”
고 회고했다. 그는 국민훈장을 받은 후 두 달 후 6월 18일에 암으로 사망했다.
*팔코너
팔코너 [falconer] 의 뜻은?
-‘매사냥을 하는 사람. 매를 훈련시켜 사냥에 이용하는 사람’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패러것의 팔코너(감옥이름)에서의 수감생활은 제대로 된 사냥매, 존 치버를 탄생시킨 셈이다...
존 치버의 장편소설 '팔코너'에 대한 리뷰를 통해 작품속의 주인공의 운명과 작가 존 치버의 운명에 대한 이야기도 나눠본 포스팅이었습니다. 미국사회의 일상과 문제를 풍자하기도 한 감옥소설, 팔코너, 존 치버의 매력을 또 다시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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