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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재미있는 세계사 책을 찾는다면/곰브리치 세계사 추천

탐독: 탐서/Book Review

by 카알KaRL21 2021. 7. 3.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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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브리치는 미술사의 대가, <서양미술사> 저자로 유명한 작가이다. 이 양반이 자기 친구의 딸를 위해 알아듣기 쉽게 기술했던 책이 바로 세계사의 개괄적인 입문서인, 곰브리치 세계사이다.

 

 

 

 

 

 

곰브리치는 당시 빈 대학의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었지만, 직장이 없었고 가계가 경제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시기에 원고청탁으로 어린이를 위한 영국 역사책을 독일어로 출판하려고 하는데 한 번 검토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한다. 그 때 곰브리치는 과연 그 책을 번역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오히려 자신이라면 더 나은 책을 쓸 수 있겠다는 말을 했고 결국 영국에서 템즈 & 허드슨 출판사의 설립자이기도 한 출판인 발터 노이라트 씨가 그러면 우선 한 장(章)만 써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곰브리치는 학위논문을 마무리하던 무렵에 한 친구의 어린 딸과 편지를 주고 받은 적이 있는데 할아버지가 대체 무얼 하고 있는지를 몹시 궁금해하던 아이에게 곰브리치는 학위논문 주제를 편지형식으로 알기 쉽게 설명해주었다.

 

 

 

곰브리치는 하루에 한 장(章)씩 쓰기 시작했고 오전에는 그 날의 주제에 관하여 집에 있던 책이며, 대백과사전 등을 검토하였고, 오후에는 도서관으로 가서 좀 더 신빙성 있는 내용을 서술하기 위하여 관련된 자료들은 가능한 한 모조리 읽어나갔다. 밤 시간은 자료정리와 집필에 할애하였다.

 

 

그렇게 해서 이 책을 쓰게 된 것이다.

 

 

 

 

곰브리치 세계사의 예일대 특별판이라고 한다

 

 

 

 

참, 인생은 이러한 우연한 기회를 통하여 대박을 터뜨리는 묘미가 있다. 이렇게 쓴 책이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가 되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사물은 전문용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총명한 아이라면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단순한 단어로 설명될 수 있어야 한다" 

 

 

 

곰브리치는 정말 그런 책을 썼던 것이다.  

 

 

 

1936년에 발간되자마자 대단한 호평을 받았고, 비평가들은 저자가 경험이 풍부한 교사일거라고 짐작했다. 책은 얼마 후에 5개 국어로 번역되었는데, 그 때 곰브리치는 영국에 살고 있었다. 책은 곧 이어 나치로부터 판매금지 처분을 받았는데, 반유대주의에서가 아니라, 책의 성격이 지나치게 평화주의적이라는 이유였다고 한다. 

 

 

 

 

 

곰브리치는 전쟁이 끝나고 몇 년 후 이 책의 판권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러다가 30년이 지난 후 뒤몽 출판사의 문의로 1985년 새로운 후기를 덧붙인 제2판을 선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영어 번역에 대해서만 매번 이의를 제기했다고 한다. 영어번역을 해야 한다면 자신이 해야한다고 고집하였지만 10년 동안 곰브리치는 계속되는 요청에도 불구하고 영어 번역을 거절했다. 다른 할 일이 많다는 것만이 이유는 아니었다. 곰브리치는 영국의 역사란 언제나 왕과 왕비들에 관한 것뿐이라고 하면서, 대체 영국의 아이들이 유럽식 역사관을 이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입장 때문이었다.

 

 

 

 

 

 

1990년대의 세계사적 변천과 함께 유럽연합의 중요성이 확대되면서 곰브리치는 아마도 영국 아이들도 이 ‘세계사’에 흥미를 가질 수 있으리라고 믿게 되었고 길고도 풍요로운 삶의 말년에 와서야 곰브리치의 처녀작의 영어번역을 시도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번역을 하면서 뜻밖에 고백을 하였다고 한다. 

 

 

 

 

“<세계사>를 다시 손에 들었는데, 정말이지 많은 것들이 담겨있다. 내가 봐도, 참 좋은 책인 것 같다.”  

 

 

 

 

 

자화자찬?

하지만 책을 읽어보면 그 느낌을 바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곰브리치는 이 책의 내용들을 자신의 아내인 할머니에게 매일 읽어주었고 할머니는 이 세계사의 내용들에 흥미를 느꼈을 뿐만 아니라 글을 마음에 들어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이 책이 완성되었던 것이다. 할머니는 그 ‘세계사’의 낭독의 시간을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회상하였다고 한다. 이 책은 1,2권으로 구성되어 있고 다른 어떤 세계사책보다 쉽게 입문할 수 있으며 흥미만점의 세계사이다. 다소 아쉬운 것은 1차 세계대전까지 이야기를 다루고 글이 마무리된다는 점, 물론 그가 나중에 책을 증보하면서Epilogue에서 2차 세계대전을 다루기는 했다.

 

 

 

 

 

이 책은 특징은 무엇보다도 흥미만점의 쉬운 역사를 survey할 수 있는 책이다.

 

 

전문적인 역사학도나 고급 소양의 역사지식을 얻기를 원하는 사람에겐 너무나 쉬운 책이지만, 비전문적인 역사 관심자들에겐 역사에 입문할 수 있는, 역사에 구미를 한껏 당길 수 있게 하는 금쪽같은 책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디트리히 슈바니츠의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교양’이란 책에서 역사에 대한 불화살을 당기게 되었다. 그 책은 분명 역사서가 아니고 저자 또한 역사학자가 아니라 영문학자이지만 말이다. 그 ‘교양’이란 책에서 추천한 책이 ‘곰브리치의 세계사’였다.

 

 

 

이 책은 청소년들이 읽어도 알기 쉬운 책이다. 한 번 더 읽고 싶은 충동이 이는 재미난 책이다. 강추!

 

 

 

미술사와 예술심리학의 대가곰브리치가 보여주는 탁월한 세계사적 통찰! 일독을 권한다. 물론 쉽고 잘 읽혀지기 때문에 전문적인 깊이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 대로 세계사 개괄서로 추천한다는 의미이다. 할아버지가 손녀를 위해 쓴 쉽고 재미난 책, <곰브리치 세계사>! 

 

 

 


 

 

 

*. 조부모나 부모가 자녀들을 위해 쓴 책들이 종종 책을 출판되어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가 되는 경우가 있는 듯 하다. <곰브리치 세계사>는 친구 딸을 위해 쓴 책이지만, 네루의 <세계사편력>도 그런 경우이지 않는가! 간디와 함께 인도의 독립운동을 주도했던 지도자이자 초대총리를 지낸 자와할랄 네루가 옥중에서 딸을 위해 쓴 역사책이다. 서구에 편중된 세계관을 벗어나 균형된 시각으로 동서양을 바라본 고전으로 꼽힌다. 

 

 

 

네루의 '세계사편력'(전3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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