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이 고골/외투(feat.정미경/체호프/오두막/아합왕/피츠제랄드/최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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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이 고골/외투(feat.정미경/체호프/오두막/아합왕/피츠제랄드/최규석)

탐독: 탐서/Book Review

by 카알KaRL21 2021. 7. 1. 13:06

본문

 

 

1

니콜라이 고골의 입문 소설로 『외투』를 선택했다.

 

 

 

 

 

 

2

이야기는 단순하다. 만년 9급 문관이었던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의 외투이야기이다. 그는 대단한 집안 출신도 아니었다. 이름부터가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즉, ‘아키키의 아들’이란 정말 대수롭지 않고, 볼품없는 이름이다. 하지만 아카키예비치는 자기 맡은 정서하는 일을 성실하게, 충실하게 하고도 남는 친구였다. 그의 열성에 맞추려면, 적어도 ‘5급 문관’정도의 대우는 해줘야 한다. 하지만, 그가 근속해서 얻은 것은 독설가 동료들의 표현대로라면

 

 

‘단춧구멍의 훈장 걸쇠와 치질뿐’(15p)

 

 

이었다. 아카키예비치는 한 달 급료가 400루블이지만, 그는 늘 자기 일에 하루하루를 만족하며 살았다. 말 그대로 평범한 소시민,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이다.

 

 

 

‘심지어 누구에게도 조언을 해 본 적이 없고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들의 인생길에도 흩뿌려져 있는 여러 불행만 아니었다면 아마 노년까지 그렇게 흘러갔을 것이다.’(19p)

 

 

 

니콜라이 고골의 외투

 

 

 

3

그런데, 한해 겨울 페테르부르크에 강력한 적이 나타났다.

바로 그것은 북쪽의 한파였다. 그 한파를 이겨낼 유일한 자구책은 바로 얇고 초라한 외투였다. 그런데, 그 외투에 문제가 생겼다.

 

 

‘속이 비칠 정도로 해졌고 안감이 찢어져 너덜너덜 해’

 

 

져버린 것이다. 그는 수선사 페트로비치에게 찾아가 외투수선을 맡겼다. 하지만, 수선사는 도저히 수선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미 외투가 닳을 대로 닳았고, 완전히 옷이 삭은 것이다.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에게 충격적인 말을 수선사가 던진다.

 

 

 

 

 

 

4

“외투를 새 것으로 하나 장만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27p)

 

 

아카키예비치에겐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옷값은 150루블, 거기다가 좀 더 낫게 담비가죽, 비단안감까지 대면 200루블은 족히 나간다고 했다. 여차여차해서 80루블로 새 외투를 맞추기로 했다. 반년 동안 모은 동전의 총액을 은화로 바꾸었던 그는 몇 년 동안 모은 돈 40루블이 전부였다. 그는 저녁에 촛불도 켜지 않고, 속옷도 빨리 닿지 않도록 속옷 빨래도 덜 맡기고, 집에 돌아오면 속옷을 일부러 벗어놓고 실내복만 걸치고 생활했다. 저녁마다 굶는 것도 완전히 습관화시켰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더니, 국장이 예상외의 보너스를 주었다.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60루블을 보너스로 받았고, 그리하여 여윳돈 20루블이 졸지에 생긴 것이다. 두세 달 정도를 굶은 끝에 그는 정말로 80루블을 모았다.

 

 

 

 

 

 

 

5

페트로비치는 마침내 새 외투를 그 앞에 가져왔다.

 

 

‘그날은....정확히 무슨 요일인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페트로비치가 마침내 외투를 가져온 그날은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의 생애에서 가장 장엄한 날이었을 것이다.’(35p)

 

 

아카키 아카키예비치가 출근하기 직전에 외투가 와서 그는 그 자랑스런 외투를 입고 출근할 수 있었다. 고골은 아카키예비치의 외투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실제로 새 외투는 두 가지 이점이 있었다. 하나는, 따뜻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분이 좋다는 것이었다.’(38p)

 

 

 

다 떨어져서 너덜너덜해지고 부끄럽기 짝이 없던 외투, ‘실내복 같은 외투’가 사라지고 날개 같은 새 외투를 입은 아카키예비치는 직장의 관리들의 구경거리가 될 정도였다. 축하 인사는 곧 계장에 의해 축하파티로 이어졌다. 새 외투를 걸친 아카키예비치를 축하하고 자신의 명명일(命名日)파티를 겸하게 된 것이다. 새 외투를 샀다고 축하잔치를 벌였다. 과연 그게 진정한 축하인가? 고골은 이렇게 적고 있다.

 

 

 

‘마침내 관리 중 한 사람인 어떤 계장이 자기는 전혀 오만 사람이 아니며 심지어 자기보다 직급이 낮은 사람들과도 교제한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듯 말했다.’(38p)

 

 

 

 

 

 

 

6

직장 상사의 파티초대는 결국 거절할 수가 없었다.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벌써 몇 년째 저녁에 거리에 나가지 않았던’

 

인물이었는데, 새 외투 덕에 외출하게 되어 기분이 좋아졌다. 파티에 갔지만, 파티의 주인공은 계장이었고, 자신은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소음, 말소리, 사람들의 무리, 이 모든 것이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에게는 어쩐지 낯설었다. 그는 무엇을 해야 할지, 손과 발을 어디에 두고 몸 전체를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었다.’(44p)

 

 

 

마치 물과 기름처럼, 아카키예비치는 그 무리에 합류할 수가 없었다. 본질적으로 어울릴 수가 없는 구도였다. ‘정말 그 자리에 내가 없었음하는 그런 기분’이었을 것이다.

 

 

 

 

 

 

 

7

정미경의 단편소설집 『내 아들의 연인』에 보면 <내 아들의 연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잠시 보면,

 

 

아들 현이는 유복하게 자란 애인데, 그의 애인, 도란이는 컨테이너 박스에 아버지랑 산다. 그래도 용케 박사과정까지 자기가 벌어 공부한다.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을까? 현이의 엄마는 도란이를 이쁘게 보고 점수를 준다. 예의가 바르고 요즘 애들처럼 발랑 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화점에 가서 명품 옷 선물도 해주기도 하고 많이 챙겨주고 싶은 딸같이 여기는 아들의 연인이었다. 그런데, ‘아들의 연인’ 도란에 대해 엄마는 점점 그 ‘격차’를 느낀다.

 

 

 

‘뼛속 깊은 데서 나오는 다름이라고 할 수 있을까. 도란이 나이는 남대문 좌판에서 산 옷을 걸쳐도 깜찍하고 눈부실 나이지만, 여기, 이곳에서는 아니었다. 졸지에 옷 하나 유행 따라 차려입지 못하는, 보살핌 없이 자란 처녀티를 내며 무르춤해서 서 있는 도란이 대신 내가 몇 가지 옷을 골라 봤다.....도란이는 어쩐지 눈에 안기는 구석이 없는 아이, 무얼 입혀도 때깔이 나지 않을 아이처럼 미워 보였다.’(142p)

 

 

 

 

도란이가 제일 먹고싶어하는 팥빙수를 현이 엄마가 소원대로 사주었다. 현이 엄마는 느낀다.

 

 

 

‘난 팥빙수를 그렇게 맛있게 먹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154p)

 

 

 

현이 엄마가 느낀 감정은 ‘다름’, ‘차이’에서 오는 거대한 벽이었다. 맛있게 먹는 것이 그냥 맛있게 먹는 단순한 차원을 넘는다......그 틈은 좀체 메워질 수 없는 노릇이다. 우리는 흔히 신데렐라의 이야기를 하면서 신데렐라가 왕자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에 혹하면서 살아왔다. 하지만 정작 나이가 들고나서 ‘신데렐라 이야기’는 정말 말 그대로 신데렐라 이야기, 동화 속의 이야기가 아닐까 그런 질문을 던지지 않는가! 송충이 솔잎을 먹고 자라야 한다는 뭐 그런 이야기. 왕자와 결혼해서 과연 왕후로서의 그 모든 격차와 차이와 이질감과 벽들 가운데서 그 벽들을 익히고 느끼고 배우면서 왕자와 이혼하지 않으면, 쫓겨나지 않으면 행운이 아닐까? 내가 너무 비관적인가! 그게 현실적이지 않은가! 뭐 그런 상상을 해 본다.

 

 

 

 

 

 

 

8

그렇게 따지면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느끼는 이 보이지 않는 벽이란 것이 소위 사람은 모두 다가 평등하게 태어났다고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다르게 대하는 이런 태도와 관점과 시각과 차이는 어찌할꼬! 현이와 도란이가 그러했다. 현이는 도란이가 컨테이너에 산다고 해서 헤어진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결코 넘을 수 없는 벽, 넘고 싶지 않은 벽이 도란이에겐 있다고 말한다. 좋은 게 좋은 것인지 모르고, 그것을 취할 줄도 모르면서 뼈저린 가난에 살아온, 그것도 컨테이너에서 자라온 도란이와 호의호식하면서 부유한 계층에서 자란 현이는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했던 것이다(혹여나 컨테이너에서 산다는 말로 인해 독자 분이 마음 상하지 않았음 한다. 우리가 사는 것은 다 다르기에)..

 

 

 

 

 

 

9

다시 『외투』의 이야기로 돌아오자.

자신의 피 같은 노력과 수고와 행운으로 그는 새 외투를 걸치고 온 파티는 자신의 있을 곳이 아니었기에 그는 조용히 빠져나온다. 그렇게 빠져나와도 파티의 주최자인 계장은 그를 시선에도 두지도 않기에 붙잡지도 않았다. 그냥 한낱 9급 문관, 일개의 9급 문관에 불과했지, 외투 타령한 것은 허울 좋은 이야기에 불과했던 것이다.

 

 

 

나오려고 하는데, 들어올 때 걸쳐둔 자신의 외투가 땅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자신의 자랑거리이자, 자신이 가장 애지중지하는 모든 것의 상징이 바로 그 외투였다. 그 외투가 떨어져 있다니! 외투가 떨어져 있다니 뭔가 불길한데...

 

 

 

 

 

 

 

10

“이건 내 외투야!”

 

 

 

집으로 돌아가던 중에 그는 불한당의 습격을 받는다. 외투 때문이다. 외투를 빼앗긴다. 그는 발길질을 당하고서 만신창이가 되어 눈 위에 나자빠져 정신을 잃었다.

 

 

 

 

 

 

 

11

아카키예비치의 '외투 강탈 사건'은 순조롭게 조사가 진행되지 못했다. 심드렁한 경찰서장은 외투를 잃어버린 피해자의 입장을 헤아리기는커녕 딴 질문만 해대고 있었다. 외투를 강탈당한 사건으로 인해 그는 태어난 지 처음으로 자신의 직장에 결근했다. 직장동료들인 관리들은 아카키예비치의 사정을 알고서 동정하여 그를 위해 모금을 했지만, 푼돈이었다. 그는 경찰서장보다는 ‘고관’을 찾아가는 게 낫다는 주변 관리의 조언에 고관을 찾아가지만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고관은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의 외투를 찾아 줄 생각을 하지 않고 오히려 질책성의 모욕만 퍼부어댔다.

 

 

 

“당신이 지금 누구에게 말하고 있는지 아오? 당신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누군지나 아오? 당신은 알고 있소? 알고 있느냐고? 내가 당신에게 묻고 있쟎소.”(57p)

 

 

 

 

 

 

 

12

아무런 소득도 없이 돌아온다.

낙담하고 절망한 채...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페테르부르크의 강력한 추위, 한파 덕분에 병은 더 악화되었다. 그에겐 이제 새 외투가, 바람막이가, 보호막이 없었다. 의사는 찜질 처방만 해주고 떠났다. 의사는 하루 반이 지나면 죽음의 고비는 넘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카키예비치는 계속 헛소리를 해댔다. 꿈속에서, 현실에서 페테로비치에게 옷을 만들어 달라는 둥, 집주인 여자에게 도둑을 잡아달라는 둥, ‘새 외투가 있는데 왜 낡은 외투가 자기 눈 앞에 걸려 있냐’고 묻기도 했다. 때로는 ‘각하, 잘못했습니다!’란 말을 욕을 섞어가며 해댔다.

 

 

 

‘다만 두서없는 말과 생각이 하나같이 똑같은 외투 주변을 맴돌고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외투’가 있었다. 외투, 외투, 외투.....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에겐 외투가 생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13

 

그리고, 그는 죽었다.

 

 

 

 

 

이렇게 갑작스런 죽음은 『체호프의 단편선』에서 등장하는 <관리의 죽음>과 닮아 있다.

 

 

'그는 죽었다'....

 

 

독자들에게 주인공의 죽음에 대해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았던 체호프와는 달리, 고골은 어느정도 죽음을 예고하지만, 여전히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의 급사는 당황스럽다.

 

 

단편소설의 대가 체호프의 단편선이다

 

 

 

그에게 남겨진 것은

 

‘거위 깃털 펜 한 묶음, 관청에서 사용하는 백지 한 뭉치, 양말 세 켤레, 바지에서 떨어진 단추 두 세 개, 그리고 .....실내복 같은 낡은 외투가 전부였다.’(59p)

 

 

 

 

 

 

 

 

14

한 사람이 불쌍하게 죽었다. 그것도 외투 때문에 죽은 것이다. 어떤 이에겐 불필요하고 대수롭지 않는 것이, 어떤 이에겐 생명과도 같이 여겨지는 것이다. 피츠제랄드의 『위대한 개츠비』의 문장이 생각 난다.

 

 

 

“누군가를 비판하고자 할 때 모든 사람이 너처럼 유리한 상황에서 자라난 것이 아님을 기억하렴”(의역했음).

 

 

 

 

문학동네판 위대한 개츠비

 

 

 

 

15

영화 『오두막』에서 보면, 남자주인공 맥이 오두막에서 자신의 과거를 보게 된다. 맥의 어린 시절은 술주정뱅이 아버지에게 폭력과 구타를 점철되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13살에 집안의 술병에 살충제를 타놓고 가출해버린다. 아버지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던 맥, 하지만 가출한 후 평생 마음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죄책감...영화에서는 술주정뱅이 아버지의 어린 시절까지 거슬러 가 보여준다. 아버지도 상처받을 만큼 받으면서 자란 불쌍한 인생이란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그 대목이 나는 인상적이었다. 고통에 대한 공감이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았던 용서가 영화에서는 이루어진다.

 

 

 

영화 오두막 포스터
오두막 100쇄기념 특별판리커버

 

 

 

 

 

 

 

16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정말 고관 앞에서 찍 소리도 못하고 신음하면서 그렇게 죽어가야만 하는 인생이었던가! 외투 한 벌 마련하기 위해 몇 달을 굶기까지 하면서 그렇게 처절하게 삶을 대했던 인물에게 그 외투를 빼앗아가는 이 이야기의 구조는 현실과 너무나 닮았다는 데서 울분이 터지고 비애가 느껴진다.

 

 

 

 

 

 

17

구약성경에 보면 악한 왕이었던 아합왕과 그의 아내 이세벨이 등장한다. 남편보다 아내가 더 사악한 여자였다. 아합 왕이 왕궁 근처에 있는 나봇의 포도원이 탐이 났다. 하지만 나봇은 조상들의 유산이기에 그 포도원은 절대로 팔 수 없다고 왕의 제언을 거절한다. 나봇이 상심한다. 하지만 이세벨은 남편에게 걱정하지 말라며 다독인다. 그리고서 신하들을 불러 모함을 하여 나봇을 죽이고 나봇의 포도원을 아합에게 준다. 파렴치하기 짝이 없는 커플이다. 그렇게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던 그 두 사람의 최후는 처참하다.

 

 

 

 

 

 

 

 

18

아합이 길르앗 라못에서 전쟁을 하던 중에 무심코 쏜 적군의 화살에 맞았다. 부상이 심하지 않아 빨리 치료하고자 전쟁터에서 빠져나가고자 했다. 하지만, 웬걸 전쟁이 너무나 맹렬하여 아합은 전차 바닥에 피를 다 쏟고 저녁에 죽었다. 그의 병거에 흘린 피를 창녀들이 목욕하는 곳에서 씻는데, 그 피를 개들이 핥았다고 전한다. 바알이란 우상숭배자였던 악녀, 이세벨은 후에 예후에 의해 창밖으로 던져진다. 그녀의 육신은 사방으로 튀었고 사체를 수습하고자 하니 두골과 발과 손만 찾았을 뿐, 나머지는 시체도 못 찾았다. 성경의 예언자 엘리야의 '개들이 이세벨의 살을 먹을지라'(열왕기하 9:36)는 예언이 성취된 것이라고 예후는 말한다. 성경에서 이세벨은 악녀, 우상숭배자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성경은 무고한 자를 향한 갑질의 고통을 가하는 자에 대한 심판의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나봇의 포도원 문제로 아합과 이세벨을 꾸짖는 예언자, 엘리야/사진출처 http://www.prok.org/gnu/bbs/board.php?bo_table=c_01&wr_id=33075

 

 

 

 

 

 

 

 

 

19

작가 고골은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를 그렇게 불쌍하게 죽게 내버려두는가? 고골은 우리 독자들의 상심한 마음을 그만의 방식으로 그렇게 방치 해 버리지 않는 데서 희망적이다. 결말에서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의 원혼을 위로해주는 고골의 터치가 부드럽다.

 

 

 

“아! 바로 너로구나! 마침내 너를, 네 옷깃을 잡았다! 난 네 외투가 필요해! 날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그렇게 책망하다니, 이제 네 외투를 내놔!”(68p)

 

 

 

구약성경에서 등장하는 두 인물은 악한의 표상으로 등장하지만, 이 작품의 고관은 아주 단란한 가정의

 

 

'훌륭한 남편이자 존경받는 아버지'(65p)

 

 

로 작가는 표현한다. 그렇게 악한 인물로 비쳐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말이 칼이 되었을때,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의 마음은 더 이상 삶을 추스릴 수가 없게 되었다. 열병으로 급사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더 이상 어떤 것도 바라지 않았다. 유령이 되어서도, 고스트ghost가 되어서도

 

‘이제 내 외투를 내놔! 이제 네 외투를 내놔!’

 

만을 외치고 있다......

 

 

 

 

 

 

 

 

20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최규석의 만화 『송곳』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이다.

 

 

 

 

최규석의 송곳 중에서 캡쳐

 

 

 

 

 

 

노조활동을 하던 주인공이 부서를 이동하게 되었다. 회사의 미운 털이 박힌 노조의 해드인 주인공의 자리에 컴퓨터가 없는 것이다. 푸르미 기업을 향해 그가 할 말을 한다.

 

'내 책상에는 컴퓨터가 없다....'

 

(근데, 종영된 <송곳>드라마도 있었네...참 나는 무인도에 사는 것 같구나! ㅎㅎ)

 

 

 

최규석의 송곳/전 6권 세트 만화

 

 

 

 

Epilogue...

 

 

고골은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첫 대목에 이런 문장을 남긴다.

 

 

'요새는 개인도 누구나 자신이 당한 일을 사회 전체가 당한 모욕으로 생각한다.'(9p)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아카키의 아들들'이 보인다. 제2의 아카키 아카키예비치, 제3의 아카키 아카키예비치......그들의 '외투'를 좀 찾아주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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