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가면 항상 기분이 새롭고 공기도 똑같은 땅에 존재하는 대기의 공기이지만, 웬지 다르고, 어릴적 추억이 감돌았던 초등학교 다닐때 풍경이 완전 딴판으로 변해버렸지만, 그래도 고향은 고향이니깐...너무 포근한 느낌을 오늘도 느꼈습니다. 나를 향해 두 팔을 벌리고 반기는 듯한 그 그윽함이 바로 고향의 품이 아닐까 싶은데요. 추석 연휴 때 방문하지 못한 고향을 다녀온 소소한 느낌을 끄적여 보고자 합니다.
우리 옆집의 담쟁이덩쿨이 이렇게 이쁘게 배열되어 있네요.
담쟁이덩쿨을 보면 참 신기하지 않습니까? 어떻게 지멋대로 엉키고 설켜 있는데요, 이뻐요.
담쟁이덩쿨은 옳다!
자연은 언제나 옳다!
그런 생각입니다.
부모님 집 마당 앞에 이렇게 화분들이 늘부러진 것처럼 놓여있는데, 아마도 농사지으시는 부모님에게는이런 여유가 없을 것 같고, 우리 왕할머니(아이들에겐 증조할머니를 흔히 '왕할머니'라고 부르죠)가 몇 해 있으면 100세이신데, 할머니의 솜씨인 듯 합니다. 할머니는 예전부터 화분을 가꾸는 걸 참 좋아하셨습니다. 내일 가면 어머님에게 한번 물어봐야겠네요.
'엄마도 화분 가꾸는 걸 좋아해???'
이런 이야기하면 어머님이 싫어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어머님이 시집 와서 굉장히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부모님의 연세도 만만치 않은데, 노시모가 아직도 살아계시니 이래저래 많이 부대끼시는 것은 장난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저는 할머니와 어머니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장남이라 늘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가 할머니랑 몇 년 동안 자취생활을 하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할머니가 좀 남다르긴 합니다. 고향은 언제나 내게 많은 것을 베풀어 주었고, 나는 늘 받기만 한 것 같네요.
고향은 언제나 옳다!
마당 앞에 핀 이름도 모르는 꽃이 있어 그냥 찍어봤는데요, 음...일을 하다보면 사진기 들고 그러는게 사치이니깐. 일하기 전이나 마칠 때 의식을 하고 있어야 사진을 찍을 수가 있네요.
therefore
꽃은 언제나 옳다!
부모님이 꽤 좁디 좁은 집에서 오랫동안 고생하시다가 그 집을 허물고 집을 지으셨는데요, 부모님이 이제는 나이가 드셔서 2층 집이 너무 힘들다고 하십니다. 계단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이 너무 번거롭다고...언젠가 <용감한 형제>가 혼자 사는데 2층 집이 너무 외롭고 힘들다고 하면서 나중에 이사하면 단층집으로 가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세상은 겉으로 보는 것이 전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계단마다 놓여진 화분과 장단지의 배열이 너무 신기합니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셨을까? 장 단지를 저렇게 배열하실 생각을 했을까? 어른들은 어찌 그 힘든 농사일 가운데서도 장을 담고, 자연을 담고 그렇게 자연미를 만들어내시는 걸까? 오늘은 농사일을 도와주시기 위해 이모님과 지인 몇 분이 더 오셨는데요, 이모님이랑 어머니가 나누는 대화가 시골에서 가져간 야채가 너무 싱싱해서 양념해서 요리로 맛있게 먹었다는 이야기인데요, 그 이야기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 겁니다. 사람 살아가는데, 소소한 음식을 나눈 맛의 이야기와 대화가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다는 것, 그래서 오늘 어머니는 그렇게 바쁜 와중에 포토밭 옆에 열무와 야채를 따서 도와주신 이모님과 지인분들에게 한아름 안겨주셨습니다.
맛있는 야채는 언제나 옳다!
길거리를 지나는데, 한 마리의 개구를 발견했습니다. 징그러운 놈입니다. 어릴 적 개구리 잡아서 장난도 많이 치고 놀았는데, 이제는 개구리가 징그럽게 느껴지는 것은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만. 개구리가 비가 좀 왔다고 길바닥에 돌아다니고 있네요. 방황하다가 잘못 하면 죽을 수도 있는데. 그래도 개구리도 숨 쉬고 바람 쐬고 살아야 하니깐.
개구리는 징그럽지만,
방황은 언제나는 아니지만 가끔은 옳다!
일을 하고 간식, 야참, 식사시간이 제일 행복합니다. 점심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입니다. 한숨돌리며 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알게 되는 순간인데요. 육체적인 노동의 기쁨과 보람은 노동 이후의 휴식시간, 식사시간에 더 뼈저리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일만 하다가 노동사 할 수 있지만, 노동 후의 적절한 휴식은 또 다른 생산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에너지를 보충해 주니깐. 오늘은 칠성사이다만 몇 개를 마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돗자리 위에 잠시 누워서 하늘을 바라봤습니다. 대추나무들 사이에 구름 한점 없는 하늘이 떡 버티고 있습니다. 이전의 아침드라마 제목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가 아니라 "대추나무 하늘 걸렸네"가 되겠습니다.
휴식은 언제나 달콤합니다.
그리고,
하늘은 언제나 옳다!
일을 조금 일찍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마을 길 옆에 흙벽으로 된 벽위의 기와를 보게 됩니다. 여기에 네 잎으로 된 클로버는 아닌 것 같고, 암튼 찍을 게 없어 찍어 봤습니다. 낡은 기와는 늘 볼 때마다 새롭습니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나이가 들어갑니다. 나이가 먹고 늙어간다는 것은 굉장히 서글플 수 있는데요, 문득 낡은 기와를 보면서 인간의 육체가 낡아간다는 것과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늙음과 낡음이 꼭 비극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늙음과 낡음이 추함의 비극이 아니라 노련함과 내공의 희극이 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만.
고전Classic은 언제나 옳다?
ㅋㅋ
최근에 포도밭으로 변신한 밭인데요, 원래는 대추밭이었는데, 아버지의 친구의 권유로 샤인머스켓을 심으셨다고 합니다. 이게 열매를 맺을려면 2년이 걸린다고 하는데요, 내년에는 아마 결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 포도밭을 아버지와 친구분이 같이 정리하시고 만드셨다는데, 아버지의 친구분이 지금 몸이 좋지 않아서 마음이 너무 안 좋습니다. 기도는 제가 하고 있는데요, 빨리 쾌차하셨음 좋겠습니다. 어릴 적엔 여기서 나오는 대추수확으로 제가 학교를 무사히 잘 다닐 수 있었는데요, 인제 이 놈이 포도를 선물할려고 준비중인 듯 합니다. 구약성경에 보면 여호와 하나님께서 '땅'에 대해선 굉장히 특별히 메시지를 주셨는데요. 땅은 정직하고 특별하는 것만 이야기하고 싶네요. 땅은 참 신기한 듯 합니다.
그래서,
땅은 언제나 옳다!
포도밭 옆에 사과를 몇 그루 심어놓으셨네요, 아직 사과가 제대로 익을려면 조금 기다려야 할 듯 한데요, 어머니를 따라 갔다가 사과를 냉큼 따 혼자서 베어 먹어버렸습니다. 집에도 김치냉장고 안에 사과가 있긴 하지만, 그 사과가 더 차갑긴 하지만, 금방 나무 가지에서 따서 먹는 사과의 맛은 사뭇 다른 것 같습니다.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자연을 익혀가는 것이고, 배워가는 것인데요, 저는 농사꾼의 아들이지만, 농사의 'L'(니은)도 모르는 문외한이고 철부지이지만, 금방 딴 사과맛이 어떤 느낌인지는 표현할 수는 있겠는데요. 그냥 날씨가 더워서 시원하지도 않는데, 맛도 그렇게 있는 것은 아닌데, '금방 따서 먹는다'는 생생한 현장감이랄까요?
그래서,
현장은 때론 힘들지만,
현장에서 금방 수확한 것은 언제나 옳다? ㅋ
그리고, 저는 이렇게 사방팔방으로 널려있는 대추밭에서 대추를 줍고 털고 불고 넣고 담고 붓고 말리고... 뭐 이런 부모님의 농사을 조금 거들고 돌아왔습니다. 저렇게 흩어져 있는, 마치 흩어진 유대인들을 디아스포라diaspora라고 하는데요, 그들이 유월절 절기festival가 되면 무조건 수도 예루살렘에 모이는 관습과 전통이 있는데요. 저 대추라는 디아스포라들이 나중에는 바구니와 상자를 거쳐 건조기라는 예루살렘으로 들어가기까지의 과정 가운데 인간의 손길이 있습니다. 대추들이 외칩니다.
"축제는 건조기 안에서!!!"
대추는 언제나 옳다!
그 대추가 저희 식구들을 먹여 살렸으니!
오늘의 궤변과 역설을 널리 이해해주시고, 오늘은 글은 포토에세이도 아닌 것이, 사진따라 삼만리가 되어버렸습니다. 오늘 원래 생각해둔 아이디어가 있는데, 오늘은 이렇게 글을 쓰고 싶네요. 제 마음가는대로 쓸려고요. 여긴 제 공간이고, 제 블로그이고, 제 데이터가 머무는 곳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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