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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러온 돌이 박힌 돌은 뺀다

탐독: 탐험/일상Daily

by 카알KaRL21 2021. 10. 3.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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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카알입니다. 날이면 날마다 오지 못했던 어제였는데요,

문득 고향에 다녀오면서 느낀 점을 오늘은 술회하고자 합니다.



저희 고향집 앞 방천둑 전경입니다 이쁜 사진이 별로 없네요!

 

 

저희 고향은 예전에는 B씨 집성촌인데요, 할아버지 형제분이 우리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포함해 총 4형제입니다. 큰집 할아버지댁이 저희 집과 돌 던질만한 거리에 있구요, 작은 집 할아버지 두 분은 조금 떨어져 있었는데요, 저희 할아버지가 4형제 중 둘째였습니다. 안타깝게도 작은 할아버지 두 분은 병환으로 일찍 소천하셨구요, 저희 할아버지는 제가 결혼 하기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손주가 장가가는 것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제일 오래 장수한 분이 큰집 할아버지이신데요, 큰집과 작은 집은 조금 큰 텃밭을 경계에 두고 있기도 합니다.

 





세월이 지나 큰집 할아버지께서도 몇 년전에 돌아가시고, 지금은 저희집 왕 할머니, 작은집 왕 할머니 두 분께서 살아계시는데요, 오늘은 큰 집에 대한 이야길 하려고 하는데요, 큰 집에 할아버지 혼자 사시다가 자녀들이 다 고향을 떠난 터라 얼마전에 고인이 되었던 미국에 있는 큰집 삼촌이 그 집을 상속받았는데요, 결국 그 집을 어쩔 수 없이 외인에게 팔게 되었습니다. 그 외부인이 집을 사서 집을 다시 리모델링을 합니다. 그리고 집 주위의 벽을 헐고 보통 성인의 키에 배 보다 조금 높이 올 정도의 담장을 치는데요, 그리고 잔디를 심어줍니다. 그리고 큰집 텃밭에는 어디다가 가져온 소나무늘 두어 그루 심어놓습니다. 시골 사람들은 바빠 생각하지도 못하는 조경과 환경을 신경을 쓰는데요, 좋습니다. 그럴 수 있지요.






그런데, 제가 마음이 상했던 부분을 잠깐 이야기하면,

이 분들이 오셔서 그 마당에다 덩치가 좀 있는 개를 풀어놓는데요, 아마도 자신들의 신변의 안전, 뭐 그런 차원이겠지요. 근데 이 놈이 자주 짖는데요, 아이들이 놀다가 담장 옆으로 지나가면 담장을 뚫고 나올 정도로 짖어대서 애들이 너무 놀라고 무서워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부모님이 한번은 개를 좀 묶어 달라고 주문을 했는데요, 외부인 주인은 태연하게 대구합니다.

 

 

"그 개 무섭지 않고 물지도 않습니다."

"그 개는 전혀 위험하지 않습니다."

 

 

그 분의 대답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 개는 자기 집 마당을 자유롭게 활보해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까이 가면안 됩니다. 그 XXX가 얼마나 짖어대는지...ㅠㅠ사람들은 종종 이야기합니다. 자신이, 자신의 행동이나 성격이나, 자신의 소유가 그 어떤 것이 위험하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위협감을 느끼면 그게 문제인 것입니다. 제가 여기서 갑질이라니 그런 이야긴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 외부인은 인제 텃밭과 큰 집 사이의 길까지도 없어버립니다. 저희 집은 괜찮지만, 저희 집과 큰 집 사이에 또 가구가 있는데, 그 집은 중간에 끼여서 조금 불편한 구색을 갖추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한번은 저희 아버지가 겨울에 장작보일러에 넣을 장작들을 길 옆에 몇 십년 동안 아무런 문제 없이 동네의 하나의 풍경처럼 쌓아두셨는데요, 그걸 트집잡는 것입니다. 그걸 민원까지 넣었답니다. 결국 부모님은 굉장히 속상하하시면서 포크레인입니까? 그거 부르면 돈 좀 줘야하는거 아시죠? 그걸로 다 치웠답니다. 그렇죠. 관습과 전통에 의해 흘러온 것도 외부인의 눈에는 안 좋게 보이는 그럴 수 있습니다. 법대로 해야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개는 계속 풀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 큰 집을 사서 들어온 그 외부인의 마음을 한번 생각해 보면, 자신은 외부인이기에 기존의 마을에 들어가서 생활을 해야 하는데, 자기도 무섭고 두렵고 안전한 장치가 필요하겠다 싶으니 개를 풀어놓은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시골에 대문을 꼭 꼭 잠그는 이도 있지만, 마당이 넓으면 그런 잠금장치가 될 만한 대문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일이 많고 날씨와 기후에 의해 농사를 지어야하는 농사꾼들의 일정엔 때론 대문 자체가 너무 불편할 수 있습니다. 꼭두새벽부터 일어나셔서 하루를 준비해야 하는 분들에겐 대문도 때론 불편하거든요. 시골생활에 익숙한 이들은 그게 당연한 걸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도시에서 온 외부인의 경우는 그게 당연하지 않을 수 있기에 그런 것이 아닌가?

 

 




 

우리 집 현관에서 큰 집을 바라보면, 떠나버린 큰 집, 변해버린, 주인이 바뀐 큰 집, 그리고 외부인의 지킴이를 감당하며 맘껏 활보하는 자유로운 개XX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와 기분이 묘합니다. 성질 나려고 하지만, 그러려니 합니다. 이전의 큰 집은 마을 주민을 위해 만들어둔 길까지 차지하고서 울타리에, 담장에, 개까지 가드레인을 치고 있습니다. 그들 눈에는 대문도 없이 늘 일만 뼈빠지게 하는 시골 사람들이 야만인처럼 보이지 않을까 싶네요. 자신의 사랑하는 애견이 자기를 지킬 요량으로 마당을 활보하겠다는데 무슨 이의를 달거냐? 너네 집의 불편한 장작들이나 제대로 치워! 뭐 그러면서 말이죠.






J.M.쿳시의 <야만인을 기다리며>가 생각이 납니다.

노벨문학상 작가였던 쿳시가 쓴 그 책은 야만인들을 교화와 혁명과 진보와 발전이라는 대의명분하에 정복하고 탈취하고 약탈하고 살해하는 제국주의의 세태를 지지적하면서 "과연 누가 야만인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제국주의의 울타리에 있는 병사나 사람들은 야만인들을 미개하고 천박하고 문명화되지 못했다면서 야만인이라고 욕하고 모욕하며 노예처럼 다루고 학살을 일삼는데요, 야만인이라고 불리는 그들에게는 오히려 제국주의의 세력들이 오히려 진짜 리얼 야만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존 쿠시의 야만인을 기다리며

과연, 누가 야만인인가? 0 존 쿠시가 『마이클 K』,『추락』라는 작품으로 한 작가에게 두 번 주지 않는데, 이 룰을 깨고 두 번씩이나 맨부커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또한 노벨문학상까지 거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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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누가 야만인인가? -큰 집에 이사 온 외부인이 그렇다라기 보다는 제 생각이 조금 증폭되어 쿳시의 책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굴러 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

그런 속담이 문득 생각이 났더랬는데요.

요즘 시골은 외부인들이 많이 이주해와서 예전의 시골생활의 정겨움, '그 집에 숟가락이 몇 개가 있는지 다 아는' 정도의 투명함도 많이 사라진 듯 합니다. 변해버린 고향과의 정서이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작은 집 할머니 한 분(다른 작은집 할머니는 다시 곳으로 이사를 가셨고)과 저희 집 왕 할머니가 계셔서 정겨운 곳이기도 합니다. 세월에 의해 모든 것이 풍화와 마모작용이 없을 순 없겠지만, 우리 가문의 역사와 추억이 깃든 고향의 민심이 너무 추하게 변해가지 않았음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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