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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eath가-아닌-Cchoice를-선택하는-자/소세키의 갱부

탐독: 탐서/Book Review

by 카알KaRL21 2021. 5. 2.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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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의 저서 중에 '갱부'에 대한 리뷰인데요. 갱부에 대한  스토리를 이야기하면서 사르트르가 이야기했던 인생은 언제나 B와 D사이에서 C를 선택한다는 내용을 가지고 북리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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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3대 명폭포 중의 하나인 게곤 폭포(게곤노 타키)는 높이 97m로 관광명소로 알려져 있다. 소세키의 <갱부>는 이 게곤 폭포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인해 탄생하게 된다.

 

 

1.

1903년 4월에 나쓰메 소세키(당시 36세)는 제1고등학교 강사와 도쿄제국대학 영문과 교수를 겸하게 된다. 그리고 5개월 후인 9월에 제1고등학교의 제자인 후지무라 미사오가 게곤 폭포에서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으로 인해 다시 신경쇠약증세가 악화된다. 또한 아내와의 불화로 임신중인 부인과 별거에 들어가게 된다. 나쓰메 소세키는 어릴 적부터 곁에 있던 사람들의 죽음을 무수히 목도해왔지만, 교편을 잡은 첫 해에 자신의 제자의 자살 사건은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5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1908년(당시 41세) 1월~4월까지 아사히 신문에 『갱부』를 연재한다.

 

 

 

 

2.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멘탈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어느 책에서 본 적이 있다. 제자의 죽음 이후의 소세키의 가슴 속에는 말할 수 없는 상처의 응어리가 깊게 남아 있었다. 작가 장정일은 이 작품을 이렇게 표현했다.

 

“게곤 폭포에서 자살한 소세키의 제일고등학교 제자 후지무라 마사오의 번민에 대한 석명”(321p)

 

닛코의 산속에 있는 게콘 폭포는 높이가 100미터를 훌쩍 넘어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웅대함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고 한다. 소세키가 가르친 제1고등학교는 도쿄제국대학 진학을 위한 예비문(교양학부)이었다. 후지무라 마사오는 이 폭포에서 투신자살 직전에 바위 위의 나무에다 <암두지감>이란 글을 남겼다.

 

 

‘막막한 하늘과 땅

아스라한 과거와 현재.

보잘 것 없는 내가 이 신비를 풀어보고자 했지만

호레이쇼(햄릿의 친구)의 철학으로는 아무것도 풀 수가 없다.

세상의 진실은 오직 한 마디,

불가해라!

풀리지 않는 번민 끝에 죽음을 결정했으니

절벽 위에 서서도 가슴 속엔 아무런 불안이 없다.

이제야 깨닫게 된 것은

커다란 비관과 커다란 낙관이 서로 같다는 것’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나 영화 『글루미선데이gloomy Sunday』(노래도 있다)의 이야기처럼 자살은 또 다른 자살을 불러왔다. 후지무라 마사오의 유서의 후폭풍도 거셌다. 숱한 이들이 이 폭포에서 자살을 했고, 후에 이 게콘 폭포는 ‘자살의 명소’가 되었다. 소세키는 제자의 죽음 이후 5년의 깊은 사색과 성찰이 이 작품에 녹아나 있다고 볼 수 있다. 작중의 주인공은 ‘소설 같지 않다’, ‘소설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정리되지 않은 사실을 사실 그대로 기록할 뿐이다. 소설처럼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설처럼 재미있지는 않다. 그 대신 소설보다 신비하다. 모든 운명이 각색한 자연스러운 사실은 인간의 구상으로 만들어낸 소설보다 더 불규칙적이다. 그러므로 신비하다. 나는 늘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147p)

 

 

이 작품은 unique한 교양소설이다.

 

 

 

 

3.

‘일단 이 정도의 결심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는 나중에 그때의 심리 상태를 해부해본 것일 뿐이다. 당시에는 그저 어두운 곳으로 가면 된다. 어떻게든 어두운 곳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된다며 오로지 어두운 곳을 목표로 걸었을 뿐이다. 지금 생각하면 빙충이 같은 짓이었지만, 어떤 경우가 되면 우리는 죽음을 목표로 나아가는 것이 최소한의 위로가 된다는 것을 납득하게 된다. 다만 목표로 하는 죽음은 반드시 멀리 있어야만 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너무 가까우면 위로가 되지 못하는 것은 죽음의 운명이다.’(22p)

 

 

 

주인공은 정확하게 밝히진 않지만 19세의 젊은이가 느끼는 격한 감정으로 인해 가출을 하게 된다. 그리고서 자살을 결정하다가 생을 포기한 자의 마지막 선택으로 ‘광부’가 되기로 한다. 그것은 대단한 과정이 아니었고 우연한 결과였다. 인생은 누가 누가 그렇게 표현하지 않았던가!(누군지 알았다. 사르트르였다!) 

 

‘인생은 B(birth 출생)와 D(death 죽음) 사이의 C(choice 선택)의 문제’라고.

 

주인공은 B와 D 사이에서 D로 가기 전에 또 다른 C를 취한다.

 

 

‘애석하게 당시의 내게는 자신을 연구하겠다는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저 분해서, 괴로워서, 슬퍼서, 화가 나서, 그리고 딱해서, 미안해서, 세상이 싫어져서, 인간임을 다 버리지 못해서, 안절부절 못해서’(44-45p) 그는 가출을 했고, 또 다른 C를 선택한다. 돈벌이를 위해 그는 갱부가 된 것이 아니었다. 그는 D를 선택하기 전에 우연찮게 조조란 인물이 그에게 던진 한 마디,

 

 

“임자, 일할 생각 없나?”(85p)

 

 

그 말에 꽂혀 선택한 것이 바로 ‘갱부’였다. 과연 그 허약해 빠진 19세의 가출청년이 과연 ‘갱부’가 될 수 있을까?

 

 

 

 

 

4.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곳이 없습니다.”

“집이 없습니다. 갱부가 되지 못하면 구걸이라도 할 수밖에 없습니다.”(158p)

 

 

온실 속의 화초처럼 19년 동안 자라온 주인공이 죽음을 결심했다가 또 다른 선택지인 ‘갱도’로 들어섰을 때, 거기엔 막다른 장소였고 특별한 시간이 존재하는 곳이었다. 우리가 정말 돌아갈 집이 없는 노숙자가 아닌 다음에야, 다들 come back할 home이 있다. 주인공은 상실의 시대의 젊은이들처럼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곳이 없’다는 말을 하면서 갱부를 선택하지만, 그 선택으로 그는 ‘돌아갈 곳’을 찾게 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피 끓는 청춘의 시절에는 다들 자신의 개인적인 마음의 상처와 데미지가 너무나 크게 느껴지는 나머지(실제로 대단히 크고 심각한 경우도 종종 있긴 하지만) D(death)를 선택하기도 하지만, 소세키는 제자의 죽음을 사유하면서 D가 아닌 C(choice)를 선택할 것으로 말해주는 듯 하다. 1만명이 넘는 탄광촌에 수많은 노동자들, 하루에도 몇 번의 장례식이 치러지는 그 곳, 먹는 쌀, 안남미-막부 말기부터 메이지 시대 이후에 걸쳐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수입된 쌀의 속칭, ‘벽토’라고 불렸는데, 이 수입쌀은 일본인의 미각에 맞지 않았다고 한다-, 불편하고 더럽고 추잡한 잠자리, 끊임없이 몸을 휘감는 빈대와 벌레, 그리고 섞일래야 섞일 수 없을 것만 같은 관계들...

 

 

‘평소의 흰밥도 신물이 날 정도로 먹고 싶지만, 그보다는 빈대가 없는 이부자리에 들어가고 싶다. 30분이라도 좋으니 푹 자보고 싶다. 그런 뒤라면 할복이라도 하겠다.’(304p)

 

 

 

소세키 산방에 앉아 있는 나쓰메 소세키

 

 

 

5.

“어때, 여기서 지옥의 입구야. 들어갈 수 있겠어?”(211p)

 

갱부 하쓰 씨가 갱도에 들어가기 전에 주인공에게 한 말이다. 삶이 죽음을 선택하고 싶을 만큼 고통스럽고 지옥 같다고 할지라도, 갱도에서 일하는 갱부들의 일상을 경험하면서 주인공은 변해가고 성장해간다. 물론 작품이 그것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는다.

 

구약성경 욥기를 읽다가 문득 ‘갱도’를 발견하고 기뻐했다.

 


‘그저 사람이 사는 곳에서 멀리 떠나 갱도를 깊이 뚫고 발길이 닿지 않는 곳 사람이 없는 곳에 매달려 흔들리느니라’(욥기 28장 4절)


 

 

갱부는 사람이 사는 곳과 멀리 떨어진 곳, 발길이 닿지 않는 곳, 깊이 뚫린 갱도에서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이다. 그 지옥 같은 장소와 시간의 하루...그곳에서 ‘존버’하는 인생이 바로 갱부였다.

 

 

 

 

6.

D(death)가 아닌 C(choice)를 선택하는 자, 그 자가 또 다른 의미의 갱부가 아닐까? 문득 『인간실격』을 썼던 다자이 오사무의 생애가 생각이 난다. 끊임없이 D를 선택하려다가 실패하고, 실패하고, 결국 39세에 다섯 번째 D시도를 강물에서 투신 자살로 마무리했던 다자이 오사무! 하지만, 우리는 삶이 지옥 같은, 하데스 같은 고통과 고난이 있다손 치더라도 D가 아닌 C를 선택하는 자가 되었음 좋겠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 있겠지만, ‘살아남은 자의 희열’ 또한 있기에. 호흡이 있기에 존재의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닌가!

 

 

 

 

 

 

7. Epilogue...

나는 작품을 읽으면서 문득 문득 소세키의 건강을 생각했다. 몸도 안 좋은 양반이 갱도 속에서 들어갔나, 어떻게 들어갔을까? 어떻게 이렇게 디테일하게, 사실적으로 묘사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마치 내가 그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느낌이 들었다. 무슨 체험현장도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리얼할 수 있나 싶을 정도였다!

 

 

 

나쓰메 소세키는 이 작품을 통해 갱부가 되고자 했던  주인공의 C(choice)의 처절한 기록을 통해 소세키의 죽은 제자, 故 후지무라 마사오가 자살 즉, D(Death)가 아닌 다른 선택을 하면 어땠을까 하는 사유를 보여준다는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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