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의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는 나태주 시인이 SNS에서 올린 시 중에서 독자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은 시를 모아 책으로 낸 것이다. 나태주의 시집중에 오늘 '내가 너를'이란 첫번째 시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잘 될지는 모르겠다.
내가 너를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굉장한 것임을 시인을 말해주고 있다. 그건 좋아하는 당사자만의 전유물이며 누구에게도 빼앗길 수 없는 특권이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2연)이기에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1연)고 못 박는다. 당사자는 좋아하는 사람을 짝사랑하든지, 연모하든지 그 어떤 형태이든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인데, 그것은 어떤 스토킹이나 집착이나 범죄의 소지가 있는 그런 면은 볼 수 없다. 만약 그런 추잡스런 형태로 남았다면 3연의 고백이 나올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우리는 누군가의 존재만으로 굉장히 큰 힘을 받지만, 누군가의 부재만으로 굉장히 큰 상실감을 떠안는다. 하지만 시인은 누군가의 존재함, 그리고 그 존재를 좋아함이 '차고 넘'쳐버렸다. 그 차고 넘치는 overflow가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거나 상처를 주는 단계에 나아가지 않고 '누군가를 이토록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크나큰 정신적인 포만감을 드러내주는 지를 말해준다.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어찌 보면 돌아이같은 짓일 수도 있다. 사랑은 쌍방교통인데, 이 시인은 혼자서만 교통하고 있다. 그러나, 더 이상 욕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냥 받아들인다. 상대의 존재, 그리고 그 존재를 사모하고 흠모하고 좋아하다는 그 감정의 MAX가 자신의 존재에 가득차서 삶의 에너지를 충원시키고 있는 듯 하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그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있고 말하고 싶고, 느끼고 싶고, 만지고 싶고, 존재를 음미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 함께함의 순간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을 생각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이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좋아함의 미학에 빠지는 시인의 모습을 본다. 존재의 기쁨이 부재로 이어질 때 부재의 황망함을 낳을 수 있지만, 오히려 시인은 부재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충만함으로 나아간다는 것이 대단하다.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오히려 기쁨을 가득 채워가는 일방적인 사랑이지만, 그것만으로 만족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경지인 듯 하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것은 일종의 소유욕이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사랑은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것이고, 한 사람이 한 사람은 완전히 소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평생 인간은 인간 자신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소유하고 산다면 그것만큼 더 큰 축복이 없지 않을까? 하지만 실상은 자기 자신조차도 제대로 소유해보지 못하고 생을 마무리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온전히 소유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의 모든 행동과 기제와 모든 것들을 포용하는 것이다. 그런 자기애, 독립적이고 자기주도적이고 자신감이 충만한 이는 누군가의 의지로 인해 자신의 존재가 휘둘리지 않는다. 누군가의 존재가 자기에게 보탬이 되고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온전하 자기 주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자기가 자기 자신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시인은 좋아하는 대상의 의지와 판단과 선택에 관계없이 좋아한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감사하고 자족하고 있다. 과연 이 세상에 얼마나 이런 이들이 있을지 의문이긴 하다.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은 어쩌면 그 존재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바라봐 주고 좋아해주는 것이 아닐까? 이 시집의 제목이 '꽃을 보듯 너를 본다'처럼 말이다. 사람들은 사랑법이 꼭 꽃이 너무 아름다워서 꽃을 꺾어 꽃병에 꽂아 두는 것만이 사랑의 정석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꽃을 그냥 들판에 내버려두고서 쳐다보는 것도 사랑법이라는 것. 지켜봐주는 것, 사랑하고 좋아해주는 것 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일이 아닐까?
'꽃을 보듯 너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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