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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에 꽃이 피었습니다/ 사진에세이

탐독: 탐서/Book Review

by 카알KaRL21 2021. 5. 13.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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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삼천포에서 태어났다. 흔히 바닷가에서 누릴 수 있는 어린 시절의 추억과 동심이 그의 삶의 배경이 되었다. 그림을 즐겨 그렸던 그 소년이 이제는 사진기를 들고 사진으로 삶을 그려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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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에 대한 욕망이 일었던 때가 있었다. 사진에 대한 욕망인지, 사진기DSLR에 대한 욕망의 메카니즘인지 구분이 가지 않지만, 어쨌든 아내를 졸라 기어이 보급형 DSLR을 들고 사진을 찍을 때가 있었다. 나는 부지런하지 못하다. 사진을 취미로 삼는 사람들은 부지런하다. 그들의 사진에는 열정의 광기가 묻어나 있다.

 

작가와 함께 출사를 떠났던 기억이 있다. 새벽에 일어나 임실의 산등성이를 오를 때였다.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의 풍경샷을 찍기 위해 그 새벽에는 이미 곳곳에 수많은 사람들이 산등성이 이곳 저곳에 포진해 있었다. 기이한 풍경이었다. 충격이었다. 그리고, 고령화시대가 되어 여유가 좀 있는 어르신들이 가장 접하기 쉬운 취미가 또 사진이라, 사진기를 들고 그렇게 출사를 다니신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새벽 1-2시에 이미 올라와 선점하기도 한다고 했다. 날씨는 추웠다. 옷을 여미고, 파카를 입고, 담요까지 챙겨야만 했던 날씨였다. 나도 덩달아 사진을 찍어댔다. 사각형의 프레임frame 안에다 자신의 주제와 생각과 사유를 한 컷으로 담아내는 것이 사진이다. 순간을 포커싱해서 목적을 향해 달려가는 순간, 순간, 그리고 샷shot!

 

 

몇 년 후에 나의 사진기는 고장이 났다. 본사에 알아보니 수리비용 보다 차라리 새 것으로 교체하는 것이 더 낫다는 이야기를 했다. 사진기를 처음 구입할 때의 마음의 기운이 많이 사그라진 상태라 나는 사진기를 내려놓았다. 이제 내 사진기는 그냥 골동품에 불과하다. 공간만 차지하고 아무런 쓰임새도 없는 애물단지에 불과하다. 아쉽지만...그런데,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얼마나 많은 것들에 애정을 가지고 달려들다가 버리고 버려지고 내팽개친 것들이 많을까? 인생에는 그 모든 것들이 다 필요하겠지. 사진도 마찬가지이다. 수많은 사진들을 찍어대고 그리고 그 수많은 사진들 가운데 선별된 몇 장의, 몇십 장의 사진만이 선택되어 사진집에 실리고 사람들에게 선보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진들이 필요 없는 낭비인가? 그렇지도 않다. 삶의 매순간 매순간이 다 소중한 것이다. 박웅현은 “삶은 순간의 합이다”라고 하지 않았나! 좋은 순간, 좋지 않은 순간, 나쁜 순간, 아찔한 순간, 지우고 싶은 순간...그 모든 순간들이 모이고 모인 합이 ‘삶’이다. 한 장 한 장의 사진에는 그 작가의 삶이 녹아나 있고, 그 작가의 철학과 생각과 좌표가 보인다. 사진도 생각해보면 생각해볼수록 요물인 듯 하다.

 

사진을 찍으려면 바지런해야 하고, 사진에 대한, 사진예술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하는데 나는 아닌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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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가 되려면 자신이 찍은 사진을 현상을 해서 그것을 공모전에 투고를 한다. 공모전에서 심사위원들에게 심사를 받아 입상이 되어야 한다. 입상이 되면 포인트를 준다고 한다. 그 포인트가 쌓이고 쌓여야, 실적과 경력이 쌓여야 엄연한 사진작가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처음 그 사실을 알았다. 땀과 수고와 열정과 시간이 축적된 결과물이 인정받지 않는 것이 이 세상에 어디에 있을까?

 

 

 

4

이 책은 포토묵상 에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가 찍은 몇 년 동안의 사진집인 셈이다. 사진도 좋고, 글도 좋다. 사진과 어우러진 글이 마음의 파고를 일으킨다. 신앙인이라면 꼭 한번 읽으면서 묵상하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추천한다.

 

 

단풍

 

가을 단풍 구경 나온 사람들에게

내 온몸으로 짜낸 것을

선물로 드립니다.

 

푸르름 안고 여름을 보내다

찬바람 세월에

온몸을 물감으로 새겼습니다.

 

시원한 가을바람에 힘입어

떨어지는 단풍은

내 삶의 추억이자 영광입니다.

 

주님, 당신의 몸에 매였던

십자가도 당신의 삶에 단풍이기에

고이고이 내 삶의 갈피에 끼워봅니다.(193p)

    

    

 

 

 

5

신약성경 사도행전 16:9에 보면,

‘밤에 환상이 바울에게 보이니 마게도냐 사람 하나가 서서 그에게 청하여 이르되 마게도냐로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 하거늘’

이란 구절이 있다. 작가는 목사이다. 작가는 사진작가 이전에 목사이다. 그의 설교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 본문을 가지고, 자신이 육지에서 사역을 하다가, 제주도로 개척을 하게 된 이야기를 했다. 그 스토리를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

 

그는 아무 연고도 없는 그 낯선 제주도의 허전한 공간, 그 도시에서 개척을 시작했다. 몇 개월 만에 처음으로 예배당 문을 두드린 한 사람, 임산부 아줌마...문득 포토묵상 에세이를 보다가 보니 작가의 삶의 스토리가 엿보여 여운이 피어났다.

 

 

꿈이 하나 될 때

 

건너편의 한 영혼을 위한

하나님의 꿈에 내 꿈이 실리면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나의 남은 인생의 항로는 하나님의 꿈을 담고

건너편을 향해 달려가길 기도해봅니다.(110p)

 

저자의 두번째 시집<꽃손이 되어>가 나왔다. 첫번째 시집이 어디있는지 찾을 수가 없네요 ㅠㅠ 두번째 시집도 읽었는데, 저자이신 목사님에게 리뷰를 남긴다고 약속을 했는데 아직 리뷰를 못 적고 있다는...

 

 

↘2021.05.13 - [탐독: 탐서Book/문학L] - "뷰봇viewerbot이 필요해?"

 

"뷰봇viewerbot이 필요해?"

  1 박상영의 단편소설집이다. 단편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는 알고보니 이전에 작품집에서 보았던 내용이었다. 그래서 스킵! 어디까지가 연결되고 어디까지가 끊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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