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의 줄거리, 결말, 개인적인 해석까지 여과없이 노출합니다!
우연히 보았던 이 영화가 '홍상수 감독의 영화'라는 것이다. 여배우 김민희와 사랑에 빠지고 이혼을 한(이혼했나?) 홍상수 감독이라는, 여러가지 소문과 가십덩어리가 가득하지만, 나는 다행히 편견없이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그냥 영화는 영화로 보는 것이다.
그냥 홍상수 감독의 이 느낌이 괜히 좋다. 예전에 보았던 <극장전(2005) >에서 느꼈던 묘한 매력이 여기서도 보였는데, 이게 홍상수 감독이래서 그렇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옛날에 봤던 <극장전> 리뷰는 참고하시길 바란다).
↘홍상수 감독의 또 다른 영화 <극장전(2005)>리뷰보기
아래의 배우들을 보라! 이 배우들이 한 영화에 출연하였다. 아마 이건 홍상수 감독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출연료를 다 받고 출연했다기 보다는, 우정출연 같은 느낌인데 암튼 배우 '과다출연(?)'이다. 하지만, 관객은 기분 좋은 일이다. 이 배우들을 한 자리에서 다 볼 수 있으니 고맙기만 하다.
그리고 한 사람 더 추가! 바로 낫들고 등장하는 하정우!
*아참! 여기 소설가 김연수도 카메오출연을 했다는데, '흥행감독'역을 맡은 인물이다.
첫번째 이야기는 '제천'에서의 이야기이다.
영화감독인 구경남(김태우)이 제천에 영화심사위원으로 내려가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영화행사 관계자 공현희(엄지원)을 만나는데, 구경남은 그쪽에서 일하는 스탭들에게 고맙다며 나중에 술 한잔 사겠다는 과한 호의, 그러나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한다. 그걸 본 공현희는 구경남을 타박한다. 구경남은 행사에는 관심이 없고 술자리만 계속 가진다. 행사장을 떠날 때는 심사위원으로 왔지만, 영화를 같이 보지 못했기에 DVD라도 챙겨서 가서 심사위원 노릇을 어떻게라도 할려고 공현희를 만난다.
그때 지난 술자리에서 공현희에게 벌어진 사건을 듣게 된다. 그날 동석한 에로배우(은주희)와 은근한 신경전으로 인해 술을 많이 마신 공현희는 화장실에서 토하고 난리가 났다.
결국 모든 일행들이 다 술자리를 떠나고 공현희만 그 공간에 남았는데, 그 공간은 먼저 피곤하다며 침대에 누웠던, 흥행감독(김연수)의 숙소였던 것이다. 거기서 술에 만취하여 정신을 차리지 못한 공현희는 강간을 당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공현희는 구경남에게 왜 자신을 혼자 거기 내버려두고 갔느냐며 화를 낸다. 근데, 그 이전에 에로배우가 술에 만취해서 흥행감독이 누워있던 침대에 들어가 잘려고 했다. 그때 구경남과 일행이 이를 말리면서 에로배우는 자리를 뜨게 된다. 그런데, 더 역겨운 대목은 구경남이 공현희를 만나기 직전 , 자신의 숙소 건너편 흥행감독의 숙소에서 에로배우가 나오는 장면을 목격한다. 에로배우가 나오고 그녀를 기다리던 에로배우의 엄마는 딸이 나오는 것을 보고 서로 부둥켜 안으며 운다. 유추해보면, 흥행감독은 그 전날 공현희를, 그리고 그 다음으로 에로배우와 관계한 셈이다.
흥행감독이라는 인기와 명성 탓에그의 인간성과 인격에 상관없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사람들은 거기에 목을 맨다.
에로배우는 어떻게든 자신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그런 청탁(?)을 한 것으로 보인다.
4
구경남은 제천에서 예전에 함께 일했던, 절친 후배 부상용(공형진)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사건이 터지게 된다. 술자리를 같이 하다가 부상용의 집에까지 가서 술을 마시게 된다. 술자리에서 약간의 오해가 있었다. 구경남의 말에 상처받은 듯, 부상용의 아내, 유신(정유미)이 먼저 술자리를 뜬다.
영화는 마치 부상용이 갑자기 술 마시다가 죽고 유신은 '이제 나 혼자 어떻게 사냐?"고 통곡을 한다. 그런데, 구경남은 유신을 안으면서 자신이 유신을 책임지겠다고 한다. 유신도 스스럼 없이 구경남을 안는다. 그런데, 이 대목은 꿈이었다고 볼 수 있다. 부상용이 자신의 아내 유신이 천사라고 하면서 그렇게 자랑을 했다. 구경남은 막상 그녀를 대하고 보니 술자리에서 갈등은 있었지만, 자신의 무의식 속에 남아있는 욕망의 찌꺼기가 꿈으로 드러난 지 모른다.
남의 아내와 술자리를 하면서 그렇게 급작스럽게 남편이 죽고 그 아내와 같이 살겠다는 전개는 꿈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잠을 깨서 일어나 보니 코를 골지 않아 죽었다고 생각한 부상용은 침대 아래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고 그의 아내, 유진은 옷을 다 벗고 샤워를 하고 있었다. 부상용과 헤어진 구경남은 행사장근처로 돌아왔는데, 뜬금없이 부상용으로부터 다시는 보지 말자! 라며, 하루 아침에 파렴치범으로 몰려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이 오해를 풀기 위해 구경남은 택시를 타고 부상용의 집에 가지만, 오히려 격한 분노에 의해 부상용이 던진 돌에 얼굴을 맞고 상처를 입은 채 도망쳐 나오게 된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유신에게 한 마디 한 것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구경남은 파렴치범으로 몰리게 된다.
이 대목에 관객의 상상력이 좀 필요한 듯 싶다. 유신이 남편의 절친 선배, 구경남을 너무 맘에 들지 않아 남편 부상용에게 그렇게 오해하게 한 것인지...아침에 구경남이 집을 빠져 나올 때 유신은 그를 배웅하지 않고 울고 있었다.
구경남은 공현희에게서도, 부상용에게서도
'잘 알지도 못하면서' X쓰레기 취급을 받고 있다.
5
두번째 이야기는, '제주도'에서의 이야기이다.
이주 후에, 제주도 행사에 참여한 구경남은 선배 고국장(유준상)과 함께 이전에 은사였던 양천수(문창길)를 제자들과 함께 만나 술자리를 가지게 된다. 평소에 그렇게 존경하고 칭찬해 마지 않았던 양천수는 술자리에서 구경남을 처음 만난 대목을 이야기하는데, 서로 부딪힌다.
구경남은 학회실에서 처음 만났다고 하고, 양천수는 운동장에서 만났다고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주장한다. 둘 중에 한 사람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 하는 것이다.
그렇게 제주도에서 유명세와 명성을 받고 있는 양천수는 술에 취해 먼저 일어나겠다고 하면서 자기를 따르는 여제자 한명에게 은근히 머리를 손가락을 툭툭치면서 신호를 보낸다. 그리고 그 여제자는 화장실 간다며 나간다. 밖에 사람들이 다 들리는 데도 그 두 사람은 관계를 가진 것이다. 아침이 되어 해장을 한다며 양천수의 집으로 같이 가게 되는 구경남, 양천수가 재혼한 것은 알았는데, 그 재혼녀가 자신이 예전에 청혼했다가 거절한 고순(고현정)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다. 그 전날 밤의 행적을 기억하면서 구경남은 다소 복잡한 심경이었을 것이다. 고순이 해 준 콩나물 해장국을 먹고 헤어졌는데, 고순의 연락처가 적힌 편지를 받게 된다. 구경남은 제주도의 선배, 고국장에게서도 욕을 먹는다.
고국장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양천수의 일로 구경남을 욕하는 것이다.
6
구경남은 양천수가 외출 한 것을 본다.
예전에 놓쳤던 옛 사랑, 고순과 잠자리를 같이 하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고순이 자신의 '짝'이라고 고백한다.
고순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신의 남편 양천수가 '구경남보다 나은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근데 이 두 사람의 이 불륜 장면을 조씨(하정우)가 목격하게 된다. 조씨는 급한 일이라고 양천수에게 연락을 하지만, 연락이 되지 않고 음성메시지를 남긴다.
조씨는 후에 낫을 들고 구경남의 마음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들이닥친다.
구경남은 위기의식을 느낀 나머지, 가방을 남겨두고 밖에 나가 담배 한대를 피고 오겠다고 해놓고 도망친다. 구경남은 해변가에서 다시 고순을 만난다.
고순은 몇 번씩이나 이혼을 하고 결혼을 했지만,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양천수를 구경남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양천수는 아내 고순이 구경남과 바람 피운 것에 대해서 괜찮다며, 큰 일이 아니라고 조씨한테 이야기한 대목을 보면, 구경남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양천수의 쓰레기같은(?) 한 단면을 보고 판단하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7
구경남과 고순의 마지막 만남의 장면에서 고순이 하는 대사이다. 사람이 사람이 만나 관계를 이루고 사회가 형성된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우리는 얼마나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단편만을 보고, 한 단면만을 보고 해석하고 판단하는지 모른다.
문득 아리스토텔레스가 명언이 생각이 난다.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사실에 대한 해석이다."
사진출처: 다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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