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J.팔라시오 '원더Wonder'/원더가 오만과 편견을 벗을 때(feat. 손원평 '아몬드' + 구병모, 사무엘 베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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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J.팔라시오 '원더Wonder'/원더가 오만과 편견을 벗을 때(feat. 손원평 '아몬드' + 구병모, 사무엘 베케트)

탐독: 탐서/Book Review

by 카알KaRL21 2021. 8. 2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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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ex


원더가 오만과 편견이 될때
어기August의 오만
어기August의 편견
원더가 오만과 편견을 벗을 때

 

 

 

 

 

원더가 오만과 편견이 될 때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보면,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들고,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

    

   

 

어기의 오만

주인공 August(어기)는 얼굴이 흉측한 10대 소년이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같이 지낼 때는 가족이 주는 사랑의 포만감 속에 그의 외모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어기가 학교를 가면서부터 그 흉측한 몰골, 외모의 범상치 않음이 아이들에게 조롱과 놀림거리가 된다. 그 평범치 않은 외모는 ‘전염성’이 있고, ‘우리학교에선 내가 바로 그 곰팡이가 핀 오래된 치즈다’(124p)라고 고백한다. 할로윈데이때 쓴 가면 때문에, 오히려 편안해하는 어기는 ‘365일이 할로윈이면 좋겠다’(125p)라고 가슴 아픈 이야기를 한다. 이런 문제가 야기될 것을 예상했던 어기의 엄마와 아빠의 마음이 얼마나 가슴이 아프고 시렸을까?

하지만, 그의 부모는 끝까지 어기의 버팀목이 되어준다.

 

“어기, 나는 네가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걸 더는 참을 수가 없었어.”(451P)

 

어기는 종종 자신의 흉측하고 기이한 외모를 가리기 위해 외출할 때는 헬맷을 종종 썼다. 그에 대해,

 

“널 어딜 가든 그 헬맷을 쓰고 다녔어. 정말, 정말, 정말, 정말인데, 아빠는 네 얼굴이 그리웠어, 어기. 너는 네 얼굴이 싫을 때도 있겠지만, 믿어다오....아빠는 네 얼굴이 좋아. 아빠는 지금 네 얼굴을 정말 사랑해, 어기. 온전히, 열렬히. 그래서 네가 그렇게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게 아빠는 마음이 아팠어.”(451-452p)

 

어기의 콤플렉스, 어기의 핸디캡은 어기가 세상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막는 ‘원치 않는 오만’이 되고 말았다. 우리의 콤플렉스가, 우리의 트라우마가 우리의 오만이 되어 다른 사람들과의 벽을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만은 영어로 pride로 번역된다. 좋은 의미로 pride(자랑)이고, 나쁜 의미로는 arrogance(교만)이다. 우리는 우리의 상처와 아픔과 트라우마를 가리고 싶어한다. <원더>의 주인공, 어기처럼 가리고 싶어하고, 포장하고 싶어한다. 근데 그게 가릴려고 해도 잘 가려지지가 않는다. 가린다고 해도 언젠가는 곪아 터지는 질병처럼 오만이 그런 것이다.

 

왜 그럴까?

구병모의 소설 <위저드 베이커리>에 이런 대사가 치고 나온다.

 

“자신의 아픔은 자신에게 있어서만 절대값이다.”(위저드베이커리, 163p)

   

 

 

나는 어기의 마음을 1/100은 이해할 수 있을까?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하도 독특해서, 자기가 연약하고 아프고, 단점과 상처가 도드라지면, 더 부드러워져야 하는데, 반대로 표독스럽게 된다. 그게 오만이다. 우리의 상처에 대해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내 상처가 최고the best이고, 내 아픔이 가장 큰the most 아픔이고, 내 슬픔이 가장 대단하다the top하기에 자신의 마음을 읽어달라는 제스처를 취하지만, 사람들은 그 당사자의 오만한 태도 때문에 오히려 거북스러워한다. 피하고 싶어진다.

 

“잭, 꼭 나쁜 마음을 먹어야만 다른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게 아니야. 알겠니?”(원더, 25p)

 

우리의 마음이 얼마나 불가사의한가? 내 마음의 동기와는 상관없이 벌어지는 현상들과 사건들 앞에 우린 속수무책이다.

 

 

손원평의 <아몬드>에 보면 수학여행 중에 회비가 몽땅 사라진 사건이 발생한다. 그 돈이 공교롭게도 윤재(주인공)의 친구, 곤이의 가방에서 발견된다. 곤이가 범인으로 몰린 셈이다. 반 친구들의 고의적인 범죄였다! 하지만 도난사건의 범인이 곤이가 아닌 것이 드러난다. 담임이 왜 그랬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곤이를 범인으로 몰아가는 그 애는 ‘재미있을 것 같아서’라고 답한다.

 

‘그렇다고 해서 곤이에게 미안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랬거나 말거나, 가만히 뒀어도 어차피 윤이수(곤이의 이름)가 일냈을 듯, 따위의 말들이 어깨너머로 본 아이들의 휴대폰 단톡방에 떠 있었다(아몬드, 220p)’

   

 

사람의 마음은 이렇다. 어리다고 마음이 순수하냐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사람 안에는 어찌 그리 이런 ‘악의’(evil-minded)가 존재하는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을 보면 살인의 동기가 굉장히 거창하고 대단하지 않다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곤이는 교수인 아버지와 기자출신의 어머니의 아들이다. 하지만 곤이 부모는 13년 전에 놀이동산에서 곤이를 잃어버린다. 그리고 13년 만에 곤이를 찾지만, 곤이가 그 가정에 적응을 못하는 것은 당연한 노릇이다. 그런 가운데 윤재를 만난다. 윤재? 윤재는 아몬드, 즉 알렉시티미아 증후군을 가진 또라이(?)같은 비정상아이다. 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윤재와 곤이가 만나 절친이 된다. 윤재의 외적 아몬드와 곤이의 내적 아몬드가 만나 위로를 주고받는 것이다. 아몬드는 그 자신에게 있어 절대값이지만, 또 다른 아몬드를 만났을 때 중화가 되고 절대값이 상대값이 되는 것이다.

 

 

사무엘 베케트의 소설 <고도를 기다리며>는 끊임없이 서로의 아몬드가 최고이고, 최선이고, 대단한 것이라고 이야기하면서도 결국 윤재와 곤이처럼 부둥켜안지 못하고 평행선을 걷는 현대인의 비극을 보여주었다. 문학은 이토록 예지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난 문학을 좋아하는지 모른다.

 

 

어기의 외모로 인한 트라우마, 거기에서 출발한 심리적, 정신적 컴프렉스, 윤재와 곤이의 아몬드는 오만의 될 수 있는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 우리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우리의 마음의 약한 부분에 신경을 더 곤두세워야 한다. 왜? 상처는 또 다른 상처를 낳을 수 있는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리처드 기어가 주연한 <사관과 신사>에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

“기대가 크면 상처도 크다.”

 

 

그렇다. 사람은 사람에게 기대한다. 의존한다. 사람은, 인간은 조성모가 한때 불러 인기를 끌었던 ‘가시나무’의 노래처럼, 자기 안에 ‘가시나무’가 있어 ‘새들이 와서 잠시 쉬어갈 수도, 안식조차 할 수도 없는’상태인 것을 모른다. 자기 자신을 너무 모른다(조성모의 이 노래의 원작곡자는 하덕규씨이다. 하덕규는 CCM가수이고, 백석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그가 절망가운데 환각제를 복용하면서 지쳐 있다가 신앙을 가지게 되면서 지은 곡이 바로 ‘가시나무’이다).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기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사달이 날 수 밖에. 기대가 크면 상처도 크다. 의존도가 크면 상처는 더블이다. 우리의 아픔이 크면 클수록, 우리의 상처가 심하면 심할수록, 우리의 가슴도 커져야 한다. 우리도 다 어기가 아닌가? 내 안의 오만을 버릴 때, 편견도 버릴 수 있다.

 

 

  

 

다시 <아몬드>로 돌아오면,

마지막 장면에서 윤재가 곤이에게 말한다.

 

“네가 상처 입힌 사람들에게 사과해. 진심으로 네가 날개를 찢은 나비나 모르고 밟은 벌레들에게도.”(247p)

 

 

 

원더Wonder가 영화로 만들어졌는데(2017년), 2021년에 재개봉을 하네요, 재개봉판 포스터인가 봅니다

 

 

 

어기의 편견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도록 막는다고 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란 소설에선 베스트셀러작가 히다카가 등장한다. 그리고, 교사였고, 작가지망자인 노노구치 오사무가 나온다. 노노구치 오사무는 암에 걸려 죽을 것을 예상한다. 노노구치에게 육체적인 질병은 오만이 되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베스트셀러작가 히다카의 ghostwriter였다는 정보를 흘린다. 히다카는 살해되었고, 노노구치의 증언으로 살인사건의 수사행방은 묘연해진다. 우리의 오만은 편견을 낳는다. 그리하여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에서처럼 태양이 너무 눈부시다고 ‘묻지마’살인을 저지르는 것이다.

   

 

“아무튼 마음에 안 든다. 아무튼 마음에 안 든다.”(악의, 346p)

 

“그래도 당신은 히다카 씨를 찾아갔습니다. 당신은 진심으로 작가가 되고 싶었어요. 그리고 히다카씨와 인연을 맺어두는 것이 그 꿈을 향한 지름길이 될 거라고 믿었겠지요. 그래서 마음속의 악의를 일시적으로 봉인해두기로 했던 것입니다....죽음을 각오했을 때 당신의 마음 속 봉인이 풀려버렸을 거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당신은 히다카 씨에 대한 악의를 가슴 속에 품은 채 이 세상을 떠나는 건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던 거예요. 그리고 그 악의의 등을 떠 민 것이 히다카씨가 당신의 과거를 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악의, 347p)

 

“어린 시절에 당신이 히다카 씨를 그토록 미워했던 이유 중의 하나에 어쩌면 당신 어머님이 가졌던 그런 식의 경멸받아야 마땅할 잘못된 선입견이 관계 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확인 차 말씀드리는 겁니다.”(악의, 348p)

 

여기서 오만이 편견을 낳는 것이 아니라 편견이 오만을 낳게 되는 것을 또 볼 수 있다.

 ‘이유 없는 악의의 이유’는 오만에서 비롯되었고, 그 오만은 악의를 가져온 편견을 낳았다.

어기의 부모는 아이를 편견 없이 대했다. 아이의 오만이 편견이 되지 않도록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여러분이 필요 이상으로 조금만 더 친절을 베푼 다면, 누군가가, 어딘가에서, 언젠가는 바로 여러분의 얼굴에서,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에서 하나님의 얼굴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원더,465p)

 

“내 비밀은 이거야. 아주 간단하지. 제대로 보려면 마음을 봐야 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거든.”(원더, 217p)-<어린 왕자> 중에서

 

“그냥 느끼는 거야. 사랑하기 위해 꼭 눈이 필요한 건 아니잖아. 그렇지? 그냥 마음으로 느끼는 거야. 하늘나라에서도 그럴 거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아무도 사랑하는 사람을 잊지는 않아.”(원더, 352p)

 

오늘 아침 우리 초딩 딸(독서왕 먹었다는)이 학교가기 싫다고 했다. 학교친구가 자길 ‘난쟁이’라고 놀린다고 했다. 아이들이 별 싱거운 소릴 다 한다 싶다.  그래서 오늘 이 원더이야기, 어기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네 마음이 네 바르게 되어 있으면, 그 친구도 언젠가 네 마음을 알게 될거야.’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하진 않지만. 그래도 아이에게 이 리뷰의 이야기를 곱씹으며 해주었다.

 

“내가 왜 이 메달을 받는지조차 잘 모르겠다....아니, 거짓말이다. 나는 그 이유를 잘 안다. 어쩌다 휠체어를 탄 사람이나 말을 못하는 사람을 보고 내가 저 사람이라면 어떤 느낌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무지 상상이 안 되는 것과 똑같아. 다른 사름들에게는 내가 바로 그 사람이며, 지금 강당 안을 가득 채운 모든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일거다. 하지만 나에게는, 나는 그냥 나일 뿐이다. 평범한 나. 그저 내가 된다는 이유로 나에게 메달을 주고 싶다면, 좋다. 기꺼이 메달을 받겠다. <스타워즈>에서처럼 죽음의 별을 파괴한다거나 하는 대단한 일을 해내진 못했지만 나는 5학년을 성공리에 끝마쳤다. 내가 아니라 해도, 그건 쉽지 않은 일이다.”(원더, 472p)

     

 

 

원더가 오만과 편견을 벗을 때

 

“자신만의 매력으로, 그의 힘으로 모두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자가 가장 위대한 사람이다.”(원더,469p)

 

우리의 오만과 편견이 매력과 힘이 될 수 있으면, 우리는 가장 위대한 Wonder이다. 피츠제랄드가 <소설작법>에서 우리의 트라우마가 소설과 문학의 재료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 당연한 것이다. 우리의 오만과 편견은 우리만의 것이기에 우리의 매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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